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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일주15_다카치호 쿄에서 하루 종일

2015.8.15

by 조운

여행기간 : 2015.8.9~8.17
작성일 : 2017.2.14
동행 : 식구들과
여행컨셉 : 렌터카+민박+캠핑






넘의 나라에서 밤 늦게 운전하지 마세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되지 않는 고속도로를 계속 달렸다. 한 번 갔던 길이라 구마모토를 들러서 가는 최단 거리를 피했건만, 이러고서야 왔던 길이건 새 길이건 아무 의미도 없다. 여기 고속도로는 시속 80km 제한이 기본이고 경사가 심하거나 굽은 길은 60까지 내려가니... 몇 km 남았으니 이 정도면 도착하겠네... 이런 감 자체가 전혀 안맞는다.
이미 식구들은 전부 잠에 취해 있다. 고속도로는 별로 밝지 않았다. 우리 차의 헤드라이트와 가끔 우리 옆으로 지나치는 차량들의 불빛에 의존해서 겨우겨우 정신줄 안 놓치려 애를 썼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졸음 운전의 걱정은 없어서 좋네...^^

벌써 12시가 넘었다. 네비게이션으로 봐선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표지판이 보일 때마다 高千穂 (다카치호)라는 글자를 스캔한다. 몇 시간째 긴장 상태로 쉬지도 못하고 운전하고 와서 몸도 아파오는 차에, 다행이 휴게소가 보인다.
휴게소 이름에서도 높을 '고', 일천 '천'이 붙어 있으니 맞는 것 같긴 한데, 휴게소 밖은 그냥 검정색이니...

새벽 1시.
휴게소는 온통 "다카치호 쿄"에 대한 설명과 그림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다만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시골 깡촌 휴게소에서 24시간 영업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
자판기들만 불빛을 뿜고 있는 와중에 여기저기 대형 트럭들이 공회전 중이다. 아마도 물류 수송중인 트럭 기사분들이 그렇게 에어컨을 켜 두고 잠을 자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마침 한 분이 트럭에서 내려서 전화를 하고 있다. 통화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다카치호쿄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여긴데요."
이런 씨... 그래 행정구역상 여긴 줄은 나도 알겠다고...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서야 이 마을의 다운타운 또는 숙박 장소를 대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본인도 여기 사람이 아니라 잘은 모른다면서...

식구들은 아무도 깨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고속도로로 나가는 길 말고 바로 시내로 들어가는 길도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대로 차를 몰고 그 '대략적인 대화'의 끝을 잡고 천천히 다운타운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시내의 규모도 모르고 어딘지도 모르지만 멀리 호텔 표지판을 만날 수 있었다. 빙빙 돌아 언덕을 휘감고, 오르락 내리락 해서야 겨우 호텔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차문을 여는 순간 맑고 선선한 공기가 느껴졌다.
근데 신기한 건 그 공기의 밀도에 눌려 마치 움직임이 없는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 모든 소리를 다 삼켜버린 한여름 새벽에 문 밖을 나설 때 한번씩 이런 밀도감을 느낄 때가 있잖은가? 딱 지금이 그랬다. 동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어느 별나라에 막 들어선 것 같은...
그런 감상도 잠시... 식구들을 깨웠다.


얘들아, 침대에서 자자.





다카치호 캠핑장에서의 무전 취숙과 황홀한 아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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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에서 눈을 뜨고 밖으로 나오니 이제 막 사위가 밝아오면서 산 안개가 쫙 깔린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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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어제밤 호텔에 도착을 했고 호텔문은 활짝 열려, 환한 불빛으로 우릴 맞이했거늘...

잠에 취해서... 차에서 엘리베이터로 다시 침대로... 참을 인자 몇 개면... 다시 곤한 잠에 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 하고 있는... 그런 식구들을 데리고 카운터에서 아무리 벨을 눌러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체크인을 할 수가 있어야지 뭐.
그렇게 "스미마셍"을 목청껏 외치다가 결국 포기하고 나왔다는...

그리고 maps me에 표시된 근처 캠핑장으로 향했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이기도 하고 시골길인데 계곡을 건너기도 하면서 여튼 컴컴한 시골에서, 비포장으로 된, 지도에 있는 길과 매칭이 잘 안되는, 그런 길을... 갔다.
그리고 거의 산을 향해 마구마구 오르는 길을 따라 가니, 갑자기 잔디밭이 나타났다. 어플이 가리키는 곳과 현위치도 엇비슷하게 보이고...


에라 모르겠다.
여기 텐트 치자.


인적이라고는 없는 곳에서 차량 헤드라이트를 밝혀서 텐트를 치고 매트를 깔고 한 놈씩 눕히고 기진맥진 해선 쓰러졌다가 살짝 한기가 들어서 일어난 시간이 바로 이때다. 채 4시간이나 잤나 모르겠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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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간밤 정말 숙면을 취했나보다. 정신도 맑고 몸도 개운했다. 식구들은 아직 한밤중이고 홀로 산책을 좀 했는데,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전원 풍경 속을 거닐다 보니, 이런 곳에서 땅기운 받으면서 자고 일어났으니 그렇게 몸이 개운한 게로구나 싶었다.
아침 안개와 이슬... 그런 잔디를 걷다가 발견한 나무 위의 흰색, 핑크색 페인트를 보고는, 우리가 영 엉뚱한 곳에 온 것은 아님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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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관리실) 느낌의 건물도 우리 텐트 바로 옆에 있다는 걸 알았다. 이 건물 옆으로 화장실, 개수대가 있다. 하지만 문은 잠겨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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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실 유리에는 뭔가 다카치호 쿄에서 여름밤 조명을 비추는 기간과 그 기간에 맞춰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만 있고... "나가시소멘"은 어디서 먹을 수 있다는 건지... 뭔가 피크 시즌의 유명 관광지를 온 것 같긴한데, 한적해도 너무 한적한 것이...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곳에 온 건 아닌지...
뭐, 그래도 이 정도의 아침 풍경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면 어제 야간 질주가 그닥 수고스럽지만은 않다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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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처가 있긴 했지만 얼굴 맞대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데 전화로 무슨... 포기했다.


IMG_8094_wide1080mark.jpg?type=w773 우리 3인용 텐트는 이번 여행의 효자^^. 제일 좋은 건, 4명이서 완전히 붙어서 자는 거^^


둘러보니 우리가 텐트를 친 잔디밭에는 못해도 30~50동 정도의 텐트를 칠 공간이 있는 곳이고 우리가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잔디밭일 뿐, 그 밑으로도 계단식으로 몇 개의 잔디밭 사이트가 더 있는데 모두 합치면 수백동의 텐트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큰 캠핑장에서 우리만 달랑 잔 듯했다^^.
어제 그렇게 산으로 산으로 올라오더니 앞산과 그 사이의 마을이 보여주는 풍경은 유럽의 산악지대 마을 어디쯤 있는 착각이... 여름인데도 새벽에 쌀쌀하기도 했고... 일본이지만 별로 일본을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없고... 다카치호 쿄고 뭐고 그냥 잔디에 누워서 볕이나 쬐고 싶은 맘도 생기고... ^^

그래서 뭐 했냐고?
일어나면 보통 아침부터 먹잖아^^
밥해서 국도 끓이고... 여행은 잘 무야 하는 법.
호텔비에 식사비도 몇 번 줄여서 예산이 여유가 좀 생겼다. 그래서 오늘은 또 막 쓰는 걸로 컨셉을 잡았다는...

양심에 좀 걸리긴 했지만 어디다가 돈을 내야할 지도 모르겠고... 우린 아무나 나타나면 사이트 값을 치를 생각이었는데, 떠날 때까지 관리자, 손님 여튼 사람을 만날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무전 취숙을 해 버리고 말았다. 양심은 좀... 근데 기분은 왜 좋은 거지^^



어디나 라이더는 있다


사전 지식이 별로 없으니 급할 게 전혀 없이 움직였다. 다카치호 쿄가 멋진 계곡일테고 유명 관광지니 주차장이 있을 거고, 차도 있겠다 거리도 안 멀어보이겠다 뭐...

우리는 메인 주차장에서 요원(?)들에 의해 주차 거부를 당했다. 너무 차가 많아서 다른 임시 주차장으로 가란다. 앞 차들을 따라 가보니 한 참 거리에 있는 공터. 심지어 다카치호 쿄까지는 셔틀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사람들이 참 일찍부터 오는군...
그러고보니 오늘 광복절이구나. 일본에서는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오봉절 연휴고.
날을 잘못 잡았다... 라기엔 우리들도 일정상 불가피했으니...
인파랄 것까지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았다. 셔틀에서 내려서는 계곡을 따라 또 한참을 걸어서 들어간다. 그 길이며 산수가 볼만해서 그렇지 짧은 거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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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하니 거대한 연못이 있고 철갑상어들이 물 반 고기 반.
이런 연못이 한 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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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이런 것 만으로도 어제의 수고와 오늘의 고생이 다 보상되는가 보다. 고맙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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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쨍볕에서 놀다가 또 그 사이다를 찾는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사 먹은 음료수.
사이다와 암바사의 중간 정도되는 느낌인데, 저 잘록한 허리와 입구 사이에 빠지지 않는 유리 구슬이 들어있어서 애들이 엄청 좋아한다.
기념품이라고 빈 병을 집에 들고 와선... 아직도 진열장에 몇 개가 보인다.

또 하나 신기한 것은 갑자기 지천을 울리는 굉음이 점점 다가오더니, 수십대의 오토바이(할리데이비슨, 야마하, 가와사키, BMW등 남자들의 로망에 언제나 0순위에 해당하는 바로 그 쌍마우라 달아주신 거대한 엔진 덩이)들이 몰려왔다는 거.
하나같이 이 더운데 가죽 점퍼와 가죽바지를 입고... 비 오듯 땀을 흘리지만 지퍼만 내렸지 결코 벗지는 않는다^^
아, 나 이런 이런데서 또 이런 아재들을 만날 줄이야...

산업도로 인근에 살 때 가끔 수십대의 모터 라이더들이 블랙 가죽 위 아래 걸치고 폭발하는 배기통 소리를 날리며 질주하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가족 단위의 관광지 같은 이런 곳에도 진출해 주시다니... 아마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의 아름다운 도로와 산으로 오르면서 느끼는 시원한 바람이 라이더들을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은 다카치호쿄의 메인 이벤트, 보트타기는 건너 뛰고 국수만 먹고 또 다시 흙먼지 날리며...^^ 여튼 인생 멋지게 사는 아재들이란 어느 나라에나 있는 법.

먼지와 굉음이 좀 민폐지만, 나름 깔끔하게 등 퇴장 하는 이 정도의 매너면 봐 줄만 하지^^



산천어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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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오르다보면 큰 바위가 하나 있고, 거기서 부터는 작은 배에서 노를 젖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다카치호 쿄의 메인 이벤트랄까.
시원한 폭포가 떨어지는 좁고 아름다운 계곡을 배를 타고 노니는 걸 해야되는 곳으로 보였다. 다들 그렇게 하려고 온 것 같았다. (우린 도착해서야 그걸 파악했고, 이미 수많은 대기 번호가 우리 앞에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미리 이 사실을 알았다면 새벽에 일어나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도, 도착해서 애들이랑 구경하느라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도 않았을텐데^^.
도착한 시간이 10시 쯤이었는데 우리가 배를 탈 수 있는 예상 시간은 오후 3시였다ㅜㅜ.

기다려야지 어쩔 것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불행일 수도 있다) 계곡에서 배를 타러 가는 길에 있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산천어가 가득 있는 인공 못이 있고 거기서 낚시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가시소멘" 원조라고 적힌 집"들"도 있고... 어딜 가나 원조는 복수라는 게 신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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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낚시를 즐기지 않으니 애들도 그닥... 일 줄 알았더니.
완전히 심취해서리...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 놈들.

여기선 저 대나무 낚시대와 약간의 미끼(떡밥)를 저렴하게 대여해 준다. 참 착한 가격^^
아무리 물 반 고기 반이지만 낚시를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는 애들에겐 무리였을까. 좀체 낚이질 않았다. 사실 "산천어"라는 게 요즘엔 참 귀한 물고기인데 정말 많이 풀어 두었더라는... 여기 산천어를 검색해 보니 "무지개 송어"라고 나온다. 산천어, 열목어도 송어 종이니... 뭐 비슷한 친척이거나 할 게다.

예전, 열목어를 찾아 태백산 언저리를 촬영하면서 공부하고 들은 내용이 생각난다.
열목어와 산천어는 원래 하나의 종이었다가 한반도가 융기하면서 중간에 굵직한 산맥이 동서를 가르게 되었다. 이때 양 쪽 산자락으로 나누어 살 게 된 송어의 후대들이 쭉 번식을 하면서 동, 서로 조금씩 다른 방식의 유전인자를 전승하다 지금의 열목어와 산천어까지 와 버렸다는 얘길 들었다. 말하자면, 한반도의 생성 이전부터 존재하던 아주 오래된 종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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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한 마리 잡아 올렸다. 그러고 또 한 마리...
애개 잘 잡는다... 싶더니... 자꾸 한 마리씩 건져 올린다.
낚시대를 대여해 주는 곳 옆에는 총각들이 그렇게 잡아 올린 산천어를 구워내고 있다.
우리도 좀 구워달래야겠다고 가 봤더니... ㅋㅋㅋ

주의사항이라는 게 있었다.
- 한 번 잡은 물고기는 다시 못에 풀어 줄 수 없다. 구워 먹던지 집에 들고 가거나 반납(?) 해야 한다.
- 잡은 물고기 하나당 값을 치뤄야 한다. 반납시에도 마찬가지.
- 구이 수수료는 얼마얼마이다.

엥? 이게 뭐야?
그럼 저렴하게 낚시대를 빌려 준 건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한...
ㅎㅎㅎ 이거 완전히 우리가 낚였구나.
이 사실을 애들 엄마에게 알리자 바로 낚시 금지령^^
이미 7~8마리를 잡은 우리 애들의 낚시 신공에 찬물을 끼얹어야만 했다.
그 중 2마리만 구이를 부탁하고 나머지는 값을 치르고 카운터에 반납을 했다는...

어차피 새벽같이 오지 않으면 수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이 협곡에서 할 거라고는 이런 것 뿐인데 애들은 옆에서 또래 애들이 막 낚아 올리는 것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고... 그렇게 다시 돌려 받은 물고기들은 다른 못에 넣어서 좀 쉬게 하겠지만, 내일이나 모레 다시 선수로 투입시킬 거고^^
이거 정말... 영악하달까... 김선달이 따로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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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막이 한 눈에 들어오니 약간 약이 오르긴 했지만, 그 시간동안 우리 애들은 낚시라는 걸 또 해 봤으니... 우리 입 속으로 들어 온 산천어의 육질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뭐 이런 관광지에서 이 정도면... 하고 넘어갔다. 그럼 뭐 어쩔껴^^



나가시소멘 : 흐르는 국수(?)


슬 점심 때가 되기도 했고, 더는 낚시로 시간을 때울 수도 없다는 판단으로 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점심때 몰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라 조금 대기 시간을 갖고(어디나 대기^^ 자유여행이 아니라면 여긴 이런 날 죽었다 깨도 올 수 없는 곳이란 말이지) 우리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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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두 줄로 된 긴 대나무 수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주문은 따로 없이 팀별로 몇 인분인지만 체크하고는 저 하얀 플라스틱 광주리에 소면이 그 만큼 담겨 나온다.
그걸 마스터가 들고 가서 살짝 데쳤다가 흘려보내주고 우린 자기 앞에 왔을 때 그걸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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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밥 먹는 게 노는 것 같아서 애들이 너무 좋아라 한다. 물론 내가 더 좋아라 했지만
마스터한테 지적질도 당했다. 난생 처음 해 보는 거라 앉아서 국수가 내려오면 그냥 다 먹으면 되는 줄 알고... 우리 옆에 앉은 사람들 소면을 몇 번 먹고 말았다. 오봉절인 이날 다카치호 쿄에는 한국인은 커녕 외국인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전부 일본인만 있는 그 곳에서 남의 음식 가로챈 파렴치한 한국인이 된 듯한 느낌에 속상하긴 했지만, 그 분들도 화를 내거나 하진 않았다.
맛도 나쁘지 않았다. 고구마나 당근, 호박 등을 쪄서 개인별로 대나무로 엮은 접시에 담아 주어서 속에 부담도 없었고, 막 데친 소면을 바로 찬물에 흘려 보내니까 찰지고 쫄깃함도 살아있고...

놓쳐서 지나가 버린 면을 끝까지 쫒아갔던 우리 막내가 잠시 모두에게 웃음을 주긴 했지만...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였다. (나중에 그렇게 놓친 면들이 광주리에 받쳐져서 마스터가 한 번 더 흘려보내주었다)
익숙해질 때쯤 우리의 식사 기회는 끝이 났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회전율도 나쁘지 않고...
여기 사람들 전부 다 뭔가 장사의 신 같다는^^

밥도 먹고 실컷 둘러보고 놀았는데도 아직 우리 차례가 되려면 멀었다는...
그래서 다리를 건너 보트를 타러 가는 방향 반대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보기로 했다. 협곡이다보니 산으로 향한 그 길은 매우 가팔랐다. 이곳이 시원한 곳이라 그나마 다행.
제법 높이까지 올라오니 드문드문 인가도 있고, 오솔길 같은 것도 보였다. 더러 그 길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큐슈올레"가 여기까지 만들어지기 전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 길이 올레길이 되면 참 좋겠다는, 아마도 올레길에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는 차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얘들아 배타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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