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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Oct 12. 2017

[팔라완 답사12]로빈손몰의 제리스그릴

2016.5.3

여행기간 : 2016.5.1~ 5.6
작성일 : 2017.4.21
동행 : 촬영팀 후배 "초이"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게리스 그릴? 제리스 그릴!


우리는 매일 저녁 맛있는 요리는 먹었다.
이날은 전체 일정을 마치자마자 바로 로빈손몰로 향했다. 먼저 팔라완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부터 한 잔 하고, 필리핀에서 제법 유명한 체인점으로 갔다.


필리핀 전역에 있는 체인이고,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느낌.
가이드 친구가 가격에 비해서 량이나 질이 안정적이라는 평을 해 주었다. 
보통은 늘 줄을 서서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는데 늦은 저녁시간이라 다행히 바로 자리를 마련해 준다. 대신 영업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언급을 하더군.

필리핀에선 음식 주문을 보통 한 사람당 하나 이상씩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탄산음료를 사람당 하나씩 기본으로 주문한다.


이니하우나 베이비 푸짓 (어린 오징어 그릴)

제리스그릴의 간판 메뉴인 오징어그릴구이를 주문했는데, 오늘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대신 작은 꼴뚜기 같은 새끼들을 주문하란다. 백숙도 영계를 더 쳐주는 지라... 큰 오징어 맛이 어떤지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이것도 맛은 훌륭했다. 
대부분의 음식이 간장 양념으로 약간 달게... 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데리야끼" 맛이라 해야하나... 깊은 맛은 덜해도 세계인 누구나 부담없는 맛이긴 하다.

그러고는 뭘 많이 시켰다.


크랩 라이스

우선 한국사람은 무조건 밥은 먹어야 하니까. 라이스 종류를 사람 숫자만큼 시켰고, 한 접시 넘치게 담겨 나왔다.


앞 접시에 덜어먹는데 양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많이 들어간다. 쌀 종류가 다르니까. 단단한 우리 밥 생각하고 먹어선 돌아서서 바로 배고플 뻔 했다.^^


판싯 비온

그리고 이제는 익숙한 "판싯 비온". 
당면같이 투명한 면발로 된 잡채라 보면 된다. 잡채와 완전히 비슷한 맛은 당연 아니지만, 필리핀의 잡채로 많이 알려져 있고, 이 녀석도 거부감은 별로 없이 잘 들어간다. 그것도 많이 들어간다^^


찹수이

요리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각종 해물로된 딱 팔보채 느낌의 이 녀석은 담백한 게 매력이었다. 필리핀 음식들이 자극적이랄 것까진 없지만, 맛이 강한 편인데 이런 녀석을 하나씩 같이 주문하는 이유가 있었다. 근데 돼지고기와 돼지 간도 들어있다는^^.


비프 칼데레따 (소고기)


위쪽이 리엠뽀(돼지고기 삼겹살+아도보 장조림)

리엠뽀는 어느 식당을 가나 약간 검증된 맛^^. 그러고 보니 소, 돼지, 오징어등 해산물...


반우스(민물고기)

거기다가 이렇게 거대한 물고기까지. 
생긴 건 다금바린데 실제로 다금바리와는 조금 다른 종이라 한다. 다금바리를 회로 먹지 않고 이렇게 요리했다면 아마 화를 냈을 듯^^.
예전에 필리핀에서 아주 싸게 다금바리 회를 맛봤다던 지인 왈, 기대했던 육질이 아니라 실망했다던...
아무래도 더운 곳이라 생선의 육질이 형편없었을 거라고 했었는데, 크게 기대를 않고 먹어서 그런지, 나름 괜찮았다. 다금바리는 확실히 아닌 듯. 실제로는 민물고기라고 한다.
그래도 워낙 생선을 좋아해서 내가 거의 다 먹었다.^^ 고명으로 곁들여진 것들은 초저림 같은 맛인데, 생선 그릴과 궁합이 좋다.


크리스피 파타

원어민 발음으로 크리스피 빠따라 불렀다.
돼지족인데 빵으로 치면 빠게트처럼 겉이 바싹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족발은 역시 우리 식 족발이 최고인 듯. 가이드가 그렇게 자신 있어 하지는 않아서 신뢰할 순 없지만 독일에서 유래한 음식이라 한다. 스페인도 아니고^^


우린 어른들이니까 탄산 대신 맥주 한 병 씩 끼고 만찬을 즐기는 거지.

 




필리핀 간장 소스 제조는 이제 기본


이제 필리핀 간장 소스가 없으면 안된다. 만 이틀만에...


무진장 매운 고추를 원하는 만큼 넣고, 간장을 붓는다.


여기에 깔라만시 한 쪽을 칼로 잘라내고 씨를 뺀 뒤 손으로 즙을 짜 넣으면 끝.

제리스그릴이 필리핀의 식성이라기보다는 필리핀 요리가 세계화를 거친 듯한 보편적인 맛이다. 전반적인 서비스나 분위기에서 세련된 느낌을 내는 곳이고.

그건 그렇고 저 많은 음식을 다 먹었냐고? 마감 시간도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좀 과했지만, 크리스피 파타를 제외하고는 거의 싹 비웠다. 멀리 타국에 와서 살이 쪄서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이 먹어댄다. 더운 곳이라 에너지 소모가 많아 먹성을 좋게 하는 것 같다.




 

동네가 떠나 갈 듯한 음악소리


호텔로 돌아와서 씻고 전날보다는 좀 일찍 자리에 누웠는데, 정말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큰 음악소리가 들렸다.
동네 축제라도 하는 걸까?
호기심쟁이 우리 둘이 그냥 넘어갈 수가 있나? 카메라를 챙겨들고 나섰다.


비록 주택가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지만, 해만 지면 가로등 조차 없이 캄캄하고 조용한 곳인데...
밖으로 나오자 소리는 더욱 컸다. 야외에 거대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시끄럽고 요란한 댄스음악을...
한 500미터 정도 길을 따라 걸었다.


한 쪽에 불이 켜진 매점이 있었다. 그 앞은 광장이다. 필리핀 어느 동네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크기의 광장..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기종목 농구가 가능할 정도의 크기 광장이 어딜 가나 있다.
소음의 진원지는 바로 이 농구장을 겸한 광장이었다.


간이 의자들도 쌓여있고...
추측컨데, 필시 여기서 오늘 큰 난장이 벌어지는 구나. 기대 만땅으로 두리번 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 하는 사람들만 분주한 가운데 거대한 스피커가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진동을 뿜는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축제 하이라이트에 쓰려고 준비한 영상을 스크린에 테스트 한다.
...
..
.
그런데 영상에서 두테르테가...

여긴 선거유세에 대한 허용 범위가 관대한 건지, 이 야밤에 선거 유세를 위해서 이렇게 무대를 설치하고 의자들을 나르고 있었던 거다. 그것도 500미터 밖 이중창 달린 호텔 방안에서 너무 시끄러워서 찾아오게 만들 정도로 음악을 틀어대면서...

물론 팔라완처럼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두테르테의 지지자가 많다고도 하고, 돌풍을 일으키면서 파죽지세로 지지율이 상승중이었던 시기이긴 하지만... 좀 이해가 안되는...

이런 걸 그냥 용인할 정도로 선거 제도가 유연한 건 아닐테고, 두테르테 지지자만 이 동네 사는 것도 아닐텐데, 누구 하나 나서서 제지하는 사람도 없다. 
필리핀만의 정치 문화이거나, 착한 촌로들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거 이거나...

한껏 기대하고 갔던 우리들은 그새 몇 방 모기만 물리고, 방금 갈아입은 옷만 땀으로 적신 채, 쓸쓸하게 밤 길을 되돌아 왔다. 그러고 나서도 두어시간 그 소리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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