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팔라완 답사13]혼다베이 소녀

2016.5.4

by 조운

여행기간 : 2016.5.1~ 5.6
작성일 : 2017.4.21
동행 : 촬영팀 후배 "초이"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간만에 푹 쉬고...
실은 밤에 반딧불 체험을 하려고 했는데, 바람도 좀 있고, 날씨도 그렇게 맑지 않아서 포기했었다. 덕분에 잠은 푹 잤다. 그렇게 시끄럽게 울려대던 음악소리도 피곤하니 자장가처럼 들렸고...




다시 혼다베이로


IMG_1550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오늘은 혼다베이에 다시 간다.


IMG_1553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거의 일자로 쭉 이어진 길을 달리다가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한 번 왔다고 이제 길눈이 생겼다.


IMG_1557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골목길로 들어서면 멀리 동북아시아쪽에서나 볼 법한 한옥 풍의 큰 집이 있다. 지붕 색이 금색이다. 한자를 보니 사찰같다. 교회는 흔히 봤지만, 절은 첨이다. 그것도 이런 외딴 팔라완 외곽에서 말이다.


IMG_1558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필리핀에선 아주 이국적인 담과 지붕


IMG_1613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바다로 뻗은 길의 끝이 보인다. 필리핀 국기 걸고 한 장은 박아줘야지.


IMG_1615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오늘의 목적은 호핑투어다. 필리핀의 바다색은 워낙 유명하니까... 스노클링을 안 하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지난 번 보다 좀 늦은 시간에 왔더니 벌써 사람들이 많다. 저들 대부분이 호핑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이라 서 기다려야 했다.


IMG_1607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덕분에 난 자유롭게 근처 구멍 가게들을 담을 수 있었다.


IMG_1608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그린망고

그린 망고가 모든 계절에 맛 볼 수는 없지만, 필리핀에서 발견한다면 꼭 먹어봐야 한다. 골드 망고처럼 무턱대고 달기만 한 게 아니라 약간 상큼한 청량감이 있어 좋다.
나처럼 신 것 못먹는 사람이 추천하는 살짝 시큼한 단 맛.


IMG_1611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동네에서 가장 번듯하고 큰 가게. 2층까지 있다.


IMG_1614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사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가게에 진열된 상품들은 즐비하다. 오늘 저녁 만찬을 위한 벌이는 되어야 할 텐데...




산미구엘 모델 출신과


IMG_1597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남는 시간 안나는 폼 억지로 함 연출해주고


IMG_1598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오늘 가이드 여자친구가 동행해도 괜찮으냐 길래, 그러마 했다. 마닐라 아가씬데 우연히 놀러 온 날이 우리의 일정과 겹쳤단다.


image_1996795591492769463872.jpg?type=w773

본인은 쑥쓰러워 하지만, 한때 산미구엘 모델까지 했었다고 남자친구가 자랑을 한다. 산미구엘은 필리핀의 대표맥주다.
붙임성이 좋아서 금새 허물없이 대해준다.




호핑투어 신청 절차


IMG_1568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오픈에어로 된 혼다베이 투어 플래폼의 벽에는 많은 그림들이 붙어있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듯 호핑투어 장바구니에 넣을 섬들을 고른다.
판단은 가 봤고... 호핑투어로 꼭 간다는 카우리 섬과 루리섬, 팜바토 리프 등을 선택한 것 같다. 이날 가이드의 친구되는 다른 가이드도 한국팀을 인솔하게 되어서 그 분들과 아예 일정을 맞추고 같은 곳을 다니기로 했다.


IMG_1569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한 쪽에 붙은 가격표를 참고해서 고른다.


IMG_1570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각 섬들이 어디 붙어 있고,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시각화해 놓은 정보도 보면서 말이다. 사진 오른쪽 아래 KFC 느낌적 아저씨는 팔라완 시장님이시란다.


IMG_1640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IMG_1639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그러고 나면 메인카운터에서 서류를 쓴다. 호핑 목적지들과 인적사항을 기록한다. 인적사항 기록은 같은 배를 탈 사람들끼리 반드시 같이해야 한다. 뒤섞이면 아예 출항을 못할 수도 있다.
이 작은 방카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관리하는 필리핀 경찰을 보고 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보다 여러 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되진 않을 필리핀도 이렇게나 엄격하게 관리를 하는데, 세월호는 우리를 순식간에 미개한 지구의 소수 종족으로 만들어 버린 범죄였던 거지...


IMG_1638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여튼 이제 돈만 내면 된다. 환경세를 납부하고 인지를 받은 다음,


IMG_1637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IMG_1641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수납창구에서 최종 결재를 하면 된다. 여기서 필요한 스노클 도구를 대여료를 내고 빌릴 수도 있다.
기억이 맞다면 현금 결재만 되었던 것 같다. 혹시 페소 대신 달러도 가능하다. 권하지는 않는다. 계산하는 환율 때문에 무조건 페소보다 손해니까.




소녀의 미소


IMG_1571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한 쪽에 관광객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들이 벤치에 앉아 있다.
지난 번엔 너무 일찍 와서 못 봤던 사람들이다. 여긴 팔라완 관광 코스 1번지 항구고, 당연히 현지인들에겐 삶의 터전인 곳이기도 하리니. 우쿠렐레를 연주하는 아저씨는 우리가 떠날 때까지 저 자리를 지켰다. 1인 버스킹에 큰 돈을 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 뒤에 힘없이 앉아있는 소녀는 딸일까?


IMG_1616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호핑을 기디리는 사람들 대부분 서양인들이다.


IMG_1626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어린 꼬마들이 있는 가족들도 있었다. 나도 아마 이 모습을 보고 여름 가족여행을 여기로 올 결심을 한 것 같다^^


IMG_1632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오동통하니 귀여운 남매의 장난질을 몇 컷 담고 있는데 그 너머에 또 다른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IMG_1630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비슷한 또래의 현지인 꼬마다.
의도치 않게 값싼 감상을 억지로 만드는 그림 따위를 연출한 것 같은 불편한 맘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오토바이를 만지작 거리는 아이에게 다가간다.


IMG_1643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그때 이 소녀의 표정을 봤다. 오빠인지 동네 친구인지 모를 그 남자아이 바로 앞에서 어쩌면 한 번도 가 본적도 없는 먼 나라에서 놀러 온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가득한 안쪽을 응시하는 소녀의 표정.


IMG_1645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평일인데 학교도 안가고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아빠를 따라 온 걸까?
우쿠렐레 연주자의 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잠시후,


IMG_1646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그녀도 지금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일하러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IMG_1648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하지만 거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 아무도 아이스캔디를 사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스박스의 한기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 테이프로 완전히 꽁꽁 싼 저 상자 안 아이스캔디들이 결국 안 팔리고 다 녹아 버리면 어쩌지.
불행 중 다행. 같은 또래 꼬마들이 많았던 우리팀 한국 관광객들이 아이들에게 아이스캔디를 하나씩 사 주었다.
일행들이 방카를 향해 떠났지만 난 좀더 기다렸다. 정말 담고 싶은 한 컷이 있어서...


IMG_1649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그리고 이내 안도하며 담을 수 있었다.
이 다음에 커서 상자 속 팔지 못한 아이스캔디처럼 녹아버릴 것 같았던 시절을 추억하면 어쩌나 하는 내 얄팍한 동정의 시선이 무색하도록 저렇게 환한 얼굴을 담을 수 있었다.
나는 어쩌면 아무것도 못하면서, 어설픈 감상에 젖은 내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그렇게 남아야만 했던 것 같다. 저 미소는 그녀가 내게 준 위로다.
선민의식이나 동점심 같은 부끄러운 감상들에 한 순간 홀려버린 스스로가 너무 창피해서 극복할 뭔가를 갈구하던 내게 보낸 그녀의 위로.

누구의 삶이나 힘든 부분은 있고, 상대적으로 못 누리는 듯한 자괴감도 있다. 하지만 순간 순간 삶이 주는 행복의 순간조차 없는 건 사는 게 아니다. 난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행복은 늘 순간이고 찰라가 아닐까. 너무 많은 걸 놓지 못하느라 그 순간을 인식하지 못하고 흘려 보내기 마련인 찰라 말이다. 저 소녀의 어린 시절 삶의 기억 속에 혹시나 아무런 행복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지나가는 찰라를 붙들어 매 놓은 이 사진 속의 주인공이 기억보다 더 강하게 회상되길 바래본다. 비록 그 기억의 소유주가 이 소녀가 아니라 한국에서 온 이방인이겠지만...
뭐, 이 또한 오로지 내 감상의 발로일 뿐이지만...

간절히 바래본다.
저 천진한 웃음을 가진 소녀가 제발 오늘이 가기전,
상자 속 아이스캔디가 다 녹기 전에 몰래 하나 뜯어서 지 입 속으로도 하나 넣어버릴 수 있는 철부지이기를... 너무 빨리 철들지 않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팔라완 답사12]로빈손몰의 제리스그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