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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Oct 16. 2017

[팔라완 답사14] 혼다베이 호핑투어

2016.5.4

여행기간 : 2016.5.1~ 5.6
작성일 : 2017.4.24
동행 : 촬영팀 후배 "초이"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카우리 섬으로


혼다베이에서의 호핑투어는 이 방카가 책임진다.
 철 계단을 내려가서 방카에 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정된 방카가 가까이 다가오면 나무 사다리를 포구에 걸쳐서


바로 방카로 들어간다. 
팔라완은 팔라완 거주자만 가이드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마닐라나 다른 곳에서 동행한 가이드가 있더라도 다시 현지 가이드가 방카에 같이 타게 된다.


방카마다 최대 승선 가능 인원을 푯말로 붙여 두었다.


드뎌 출항. 닻이고 뭐고 그런 거 없다. ^^ 
사다리를 빙자한 널판을 배에서 끌어당기면 출항이다.


오늘도 날씨는 좋다. 너무 따갑지도 않고 적당한 구름.


통영에서 오셨다는 여러 가족으로 구성된 팀이 오늘 우리와 동행이다.
단체로 가족여행을 팔라완으로 왔단 건, 이미 많은 동남아 여행지를 섭렵했다는 뜻... 하지만 패키지 여행만 했지, 자유여행은 전혀 경험이 없어 보였다. 
패키지 여행만 다녀 본 분들의 특징은 한 번 다녀온 곳으로는 다시 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한 번 갔다 온 곳은 목록에서 삭제해 버린다. 
자유 여행을 다니게 되면 거기서 조우한 놀라운 경험 덕분에 다시 같은 곳엘 가 보고 싶어하기 마련인데... 그래도 못 가본 곳이 많아서 새로운 곳을 찾긴 하지만 전에 다녀 온 곳이 삭제되지 않고, 더욱 강력하게 다시 가고 싶은 동기를 부여하지만 좀 참자는 심정으로 새로운 곳을 또 추가하게 된다. 적어도 나의 경우엔.


사람이 많아서 방카 두 대에 나눠 타고 "카우리 섬"으로 향한다.


카우리 섬이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저 양반은 내내 저러고 바다를 건넌다. 아마 체중으로 좌우 밸런스를 맞추는 듯. 조리 신고 저러고 있으니 가는 내내 불안해서 원...


그렇게 속도가 좀 나네. 시원하네... 느끼는 순간 섬 하나가 다가와 버렸다.


벌써 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는 카우리 섬 가장자리 빈 곳을 찾아서 접안한다.




 

섹터 별로 특징이 있는 카우리


그제 들렀던 판단 섬보다는 약간 더 큰 섬. 그렇다고 아주 크지는 않고^^


저 멀리 혼다베이 항이 훤이 다 보일 정도로 뭍에서 가까운 곳이다. 
우리 행님들 정도면 무핀으로 헤엄쳐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


섬 전체가 모래사장이고 듬성듬성 야자수가 박혀 있다. 일정한 방향으로 약간씩 기운 나무들을 보니, 여기도 바람이 불 때는 겁나게 보나 보다 싶었다.


섬 안쪽 해안 라인에는 저렇게 방갈로가 있어서 가족들 단위로 이용하고 있다.


방갈로 앞 해안은 수심이 너무 낮아서 아무도 들어가지는 않는다. 연인들이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정도로 쓰이누만.^^ 
풍경도 이쁘지만, 니들이 더 이쁘다야~


배가 접안한 곳 반대쪽은 수풀이 우거져있고, 한창 뭔가 신축을 하기위한 작업을 한 흔적이 있다. 팔라완의 개발 심리에 기대에 이 섬의 수용능력과 역할을 올리기 위한 편의 시설 확충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그러니까 섬의 반만 활용하고 있는 셈. 그 경계선에 샤워장이 있다.


그리고 섬의 중앙은 오픈 된 마시지샵이 있고


대형 식당과


바도 하나씩 있다.


이 곳은 배가 접안했던 바로 옆인데 완만한 모래 언덕, 적당한 물깊이(애들한테는 좋은데 어른한테는 좀 얕다), 파도도 별로 없는 바다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스톤피쉬와 젤리피쉬에 대한 경고가 있지만 두려워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곳엔 모래성을 쌓고 사진을 찍어주는 총각(?)이 있다. 모래성을 보니 하루 이틀 지어 본 솜씨가 아니다. 이걸 매일 아침 다시 만든단다. 식구나 커플을 저 성의 문구멍 안에 들어오게 찍는 게 노하우인듯^^
그렇게 사진을 찍어주고 약간의 팁을 받는다.


여기도 중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나처럼 본인이 알아서 찍는다고 해서 핀잔을 주거나 하진 않지만, 우울한 표정을 숨기지는 않는다^^.


때마침 바로 옆에 다른 총각들이 모래성 만드는 모습을 연출해 준다. 조소칼이 살짝 무섭긴 하지만, 성 사이즈를 보면 적당한 도구가 아닐까 하는...ㅎㅎ
한 명은 칼 질, 한명은 연신 들통에 물을 퍼 와서는 모래의 점성을 높이기 위해서 손 바가지로 뿌려댄다.


이 물 전체가 온수다^^. 그제 경험했지만서도 또 한번 신기할 뿐.


섬이 일터인 사람들은 모래로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놓았다. 거기에 문양도 그리고 필리핀, 팔라완을 상징하는 것들을 장식해 두었다. 맥주, 코코넛, 조개껍질 등등
아마도 이걸 만들고는 저렇게 나무 그늘에서 한 숨 자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


그러다가 우연히 사진에 담긴 저 비키니 여인이 대뜸
자기 사진을 찍었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원하면 삭제하겠다고 했더니... 딱 짤라서 한 마디한다.


"No"
?? 

대신 자기도 내 사진을 찍겠단다^^.
동양인같아 보이는데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고 마음에 여유가 있다. 한국인은 아니다. 한국인의 옷차림이 아니다. 물론 우리말을 쓰지도 않았고^^
초상권, 변태 뭐 이런 단어들이 날아올 거라 예상했는데 자라온 문화가 달라서 인지, 왠만하면 모든 것을 즐기고 포용하려는 태도가 부러웠다. 여기 기온과 느낌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걸 수도...

요즘 부산 지하철에는 여성배려칸이라는 게 생겼다. 출퇴근시간 총 4시간 동안 여러 객차 중에서 하나가 금남의 객차로 운행된다. 가끔 환승을 하면서 뛰어 들어간 곳이 하필 금남의 객차라 참 난감할 때가 있었다. 출근 시간 꽉 들어찬 곳에서 다른 칸으로 이동도 쉽지 않고 내릴때까지 바짝 긴장하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실제로 시선이 있었다기 보다, 도둑이 지발저리듯)을 의식해서 안절부절했다. 마치 스스로가 사람의 탈을 쓴 한 마리 짐승이 된 듯한 불편한 경험이었다. 
반대의 경우, 여성배려칸이 있음에도 다른 칸에 탄 여성들을 곱잖게 보는 시선도 있다. 
니들은 성추행을 일부러 즐기는 사람들이냐?
좁아 죽겠는데 저쪽 칸으로 가지, 왜 여기 있느냐?
뭐 이런 옹졸한 마음들... 원래 옹졸하기로 따지자면 남자가 단연 갑이니...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게 되는 성추행은 심각하다고 한다. 잠재적 범죄자들과의 격리라는 극단적인 처방은 서글픈 현실의 반영일테고. 완벽한 제도는 없다. 다만 노약자석의 분리, 임산부석의 분리, 여성전용칸의 분리 등 문제에 대한 대처 처방이 꼭 이렇게 분리나 해체로만 가는 게 문화적으로 옳은 방향일까 하는 생각이다.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승객을 제대로 구출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발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저 여인의 예상하지 못한 반응과 위트에서 부러움을 느끼는 것... 난 이런 게 애국(정확하게는 애향, 애족심이지만 사용하려니 낯썬 단어라서... 아나키한 내 세계관과 무관하게 나라에 대한 애정으로 퉁친다)이라 생각한다.


보통 혼다베이 호핑시, 점심은 이곳 카우리에서 많이 먹는다. 야외에서 급하게 만들어 내는 음식이 다 고만고만하지만, 가이드 말로는 카우리가 음식 맛이 제일 낫단다. 그래서 다들 여기서 식사를 하도록 시간 안배를 한다고.


나름 뷔페다^^. 반찬 가지수도 괜찮은 편이고. 
음료나 맥주, 코코넛 쥬스를 파는 구멍 가게가 딸려 있기도 하다.



 

통영서 온 친구들


자,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 볼까?


통영에서 오신 분들 중에서 아저씨들은 따로 방갈로 하나를 잡아서는 낮술(산미구엘) 삼매경에 입마하셨고,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들만 야트막한 온수욕(?)을 즐긴다.^^


수영복만 입고 있어도 한국인들은 표가 난다. 남녀노소 레쉬가드가 기본이고, 여성들은 챙이 넓은 모자가 꼭 있다. 그리고 야외 풀용 반바지나 9부 수영복에 아쿠아슈즈까지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국인들일 확률이 높다.^^


애들은 물가에 다니는 작은 생물들하고만 놀아도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오히려 신난 건 엄마들이구만^^


하루 종일 있으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나른한 오후가 지난다. 아직 초이와 나는 발에 물도 묻히지 않은 상태지만,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롭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사내들이 물놀이 할 생각이 없음을 알자, 우리더러 사진을 찍어달란다. 
뭐 단체 사진 한 장 정도야...
나중에 대표로 한 분께 메일로 보내드리면 되니까...
했는데, 갑자기 한 가족이 가족 사진을 담아 달라는 걸 필두로 모든 가족들이 각자의 배경 앞에서 각자의 포즈를 만들면서 부탁을 해 주신다. 
알바비라도 달라 할 껄^^


다음 행선지로 호핑 하기 전, 아이들이 저걸 타고 싶다고 노래를 한다.


구지가는 언제나 정답이다. "꿈은 이루어지는" 지 잘 모르겠지만, 
떼창은 이루어진다. 촛불이 승리하듯.
엄마와의 협상은 비록 조금 더 안전해 보이는 바나나보트로 다운그레이드해서 합의해야 했지만...
 

초이는 보트에 탑승을 허락받고 이 경쾌한 놀이기구 위에서 다양한 표정을 지어대는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손에서 카메라를 놓고 맘껏 즐기고 싶은 녀석의 애틋한 표정이 아직도 생각난다.


카우리를 떠나 루리섬에도 들렀다가 마지막으로 거북이섬으로 향한다.


중간 중간에 저런 말도 안되는 별장들이 드문드문 나타난다. 조류의 영향으로 형성된 모래등이다. 내해라서 365일 큰 파도가 없길래, 저렇게 겁도 없이 해수면보다 약간 높은 별장을 지어 놓은 게 아니겠는가... 
누구네 별장인지 참... 부럽부럽^^


호핑투어 섬들도 여럿 지난다. 다들 카우리에 비하면 섬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모래등들이지만, 식당이며 있을 건 다 갖추고 있어 보인다.


아까와는 다른 친구가 좌우 밸런스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 분들 다른 건 몰라도 헤어스탈엔 각별한 신경을 쓴다. ㅋㅋ. 
조리를 신은 분도 불안불안 하게 하더니, 이 양반 아예 맨발^^.




 

거북이 섬


팜바토 리프.
일명 거북이섬이라면 다 통하는 곳이다. 근데 섬은 아니다. 
Reef라기 보다는 Leaf에 가깝다. 일엽편주^^
스노클 포인트로 유명한 산호 군락 위에 세워진 인공 섬이다.


거북이 지붕 아래는 다리발을 세우고 그 위에 안정적인 콘크리트로 되어 있지만 배에서 저기까지는 물에 떠 있는 나무판 다리를 걸어가야 한다. 방카에서도 안하던 멀미를 걸으면서 하는 꼬마들도 있을 정도로 많이 흔들렸다. 
이럴 때 이런 삼촌들 꼭 있다. 조카들과 현수교만 지나가면 일부러 출렁거리게 만드는 얄미운 삼촌들 말이다.
통영분들 중에서 유일하게 총각인 남성이 흔들리는 다리를 굴린다.
결국 애를 울리는...^^


Reef 위에 세워진 곳이고, 산호초가 많으니 자연 물 빛도 곱고, 어종들의 색상도 훨씬 선명하게 관찰하기 좋다. 필리핀에 유독 많은 것 같은데, 여기 팔라완도 산호초 보호 구역이 많다. 
산호초 보호구역에서는 아예 입수를 못하게 하는 나라들도 있지만, 필리핀은 워낙 흔하기도 하고, 또 그 산호초를 보겠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얼만데... 만지는 수준의 접촉을 금지하는 수준으로만 보호하고 있다.


노란 머리 가족팀도 몇 팀 있다. 우리 방카만 전세를 낸 곳이 아니니 중간에 먼저 가고 또 다른 방카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하는 정류소 느낌.
말씨를 들어보니 영어도 불어도 독어도 아니다. 그러고도 노란 머리 사람들이 쓰는 워낙 많은 언어가 있으니 국적은 모르겠다. 
그 중 연세가 많으신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젊은 애들이나 좋아할 호핑투어... 라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생에 처음 스노클을 써 보는 꼬맹이들과 함께 입수.
아래의 사진은 고프로에 담긴 영상 중에서 캡쳐한 것이다.





오늘 난생 첨으로 바다 속을 구경하는 건 아닌 듯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명 튜브의 끈을 꽉 쥔 모습이 재밌다.^^


온전히 하루를 바다와 섬에서만 보내는 호핑투어는 필리핀 관광의 진수다.
햇살이 기울어 흑백 사진같은 풍경이 되는 시간이면, 그렇게 신나게 놀고 곯아 떨어진 사람들을 가득 태운 방카들이 일제히 혼다베이로 모여든다. 
주말이면 해운대로 송정으로 바다수영을 즐기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좀 놀만 하면 다른 섬으로 호핑을 해 버려서 아쉽지만, 다른 분들은 물 속에서 30분 정도 지나면 대부분 그냥 올라와 버린다. 그리고는 고갈된 체력으로 축 늘어지기 일쑤... 호핑이 거듭되면 언제 돌아가나만 생각하게 된다는.

이쯤에서 필리핀 호핑투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을 소개하자면...
비싸게 비행기 삯 내고 필리핀까지 왔는데, 정말 필리핀 관광의 진수를 제대로 맛 보려면 떠나기 전에 풀장 같은데서 물 저항에 대한 기초체력을 좀 올려 놓는 게 남는 거다.
이거 보러 그 돈 들이고 온 건데, 잠깐만 즐기고 뻗어버리면 너무 아까우니까.
그렇다고 어딜 가나 맨 늦게 귀환해서 민폐를 끼치지는 마시길...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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