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운 Oct 17. 2017

[팔라완 답사15] 프린세사의 명품 식당, 망안까욘

2016.5.4

여행기간 : 2016.5.1~ 5.6
작성일 : 2017.4.24
동행 : 촬영팀 후배 "초이"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하루의 끝은 이제, 팔라완 까페


팔라완의 메인 도로는 왕복 차선 증설 공사가 한창이다. 
"필리핀의 마지막 남은 보석"은 아직 여행 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일진데, 여기도 개발의 바람이 서서히 몰아 치고 있다.


혼다베이에서 다시 시내로 들어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에 로빈손 플레이스가 있기도 하고,
일정의 끝은 이제 누가 가자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팔라완 까페로 귀결되는 분위기.
노곤한 몸 속에 아이스 카페인 공급은, '대륙의 실수'를 만나는 방전된 폰과 비슷하달까^^


여기도 내국인보다는 관광객이 더 많다.


미소가 아름다운 오늘의 팔라완카페 바리스타 아가씨가 입은 유니폼 등에 "Kim"이라 씌어 있다. 
엥?
반가운 마음에 생각없이 묻는다. 한국인이냐고?
그러자 저렇게 아리쏭한 미소로 답을 대신한다. 
순간 물색 모르고 결례를 범한 건 아닌가 싶어 더 물어 볼 수는 없었다. 
여튼 커피맛은 좋았다.




 

전통 팔라완 식당 망안까욘


전기 사정이 열악한 이곳에선 자주 정전이 되는데, 더운 열대야에 에어컨 없이 투숙하는 호텔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왠만한 호텔들은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자체 발전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어서 별 걱정은 없지만, 가이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밤에 정전이 되어 잠을 설쳤다는 소릴 했다. 그래서인지 번화가에서 조금만 비켜나도 거리는 칠흑같다.


로빈손플레이스에서 남으로 내려오다가 가장 번화가인 사거리를 지나 꺾으면 공항이다. 번화한 곳을 살짝만 지나면서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닿는 곳 말고는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차가 멈춘 곳에 저런 희미한 불빛의 간판이 있다. 그래도 여기서 간판을 아크릴 패널로 만들어 안에 형광등을 넣은 몇 안되는 집 중 하나다.


"망안까욘"이라 불렀다.
필리핀의 여느 가정에서 가족들이 둘러 앉아 식사하는 것을 일컷는 말이란다. 그게 무슨 말인지는 음식이 나오면 바로 알 수 있다.


조명이 있긴 하지만 많이 어둡다. 우리네 식당이 대낮같은 곳들이 많아서 더 적응이 안되었다. 어쩔 수 없이 감도를 많이 올려서 촬영해야 했다. 그나마 RAW 포맷이라 자글거리는 노이즈를 많이 뺄 순 있었지만.


아기자기한 것 하고는 좀 거리가 있고, 그렇다고 화려한 건 더더욱 아니고, 그래도 인테리어가 나름 괜찮다. 대나무나 비뚤빼뚤한 나무들을 엮어 만들어 놓은 인테리어인데 나름 일관된 컨셉이라 잘 어울려 보인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야외와 실내가 딱히 다른 점은 없지만, 그래도 건물 지붕 아래와 건물 지붕 바깥으로 구분이 된다. 야외도 달아낸 지붕이 있긴 하다.


우리는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4인이 기본으로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좌석이 있고, 대나무를 얽어 만든 약간 단이 있는 넓은 평상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몇 개 있다. 우리는 편하게 있고 싶어서 평상으로 올랐다.


조명 아래 손이 닿을 정도의 높이로 종이 하나 늘어뜨려져 있다. 주문을 할 때나 서빙을 원할 때 저 종을 울리면 종업원이 온다. 약간 독특하기도 하고, 재미를 주는 요소다.


드뎌 주문한 게 나왔다. "부들세트"라는 건데, 넓은 대나무 판에 은박호일을 깔고 쌀밥을 중심으로 각종 해산물 구이와 밑반찬 등이 한판으로 도착했다. 말하자면 4인상이다. 초이와 나, 가이드와 그의 여자친구 꺼.


흐릿한 불빛 아래 먹는 것도 생각보다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백열등 빛깔 덕분에 전체적으로 세피아 톤이기도 하고 구이들이 또한 그러한 색에 가까우니 눈이으로 자극해주는 식욕에는 좀 불리한 부분이 있다. 다만 처음 맞는 플레이팅의 독특함 덕에 그런 것들이 완전히 상쇄되지만.


그리고 조명이 약하다는 게 미각과 촉각에 더 의존하게 만들되어서 오로지 맛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면이 있다. 다르게 말하면 맛이 약간만 배신하면, 보상해줄 요소가 없이 순수한 판단을 하도록 한다는 건데... 
맛있었다. 맛으로만 승부를 보는 곳이니 팔라완의 맛집으로 그렇게 칭찬들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잠시 후 이렇게 되고 말았다^^
뭐, 중간에 사진 한 장도 남기지 못할 정도의 맛이었다면 설명이 충분할까?ㅋㅋ
외국인 왔다고 수저를 주긴 했지만 원래 망안까욘을 제대로 즐기려면 손가락만 이용해서 먹어야 한단다. 우린 더러 손가락과 수저를 병행 했기에 기름진 손을 닦고 다시 카메라를 쥐고 또 먹고... 그럴 정도로 맛있는 음식 앞에서 이성적으로 행동할 순 없었단 말이지...


약간 과일향이 나는 산미구엘. 
가이드는 여자들이 즐겨먹는 건데 마신다고 나를 놀려댔지만, 맛있는데 그런 게 어딨어?


술도 세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어둠 속에서 맛난 음식 앞에서 오늘은 두 병째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짬쪼롬하면서도 특유의 훈제향이 살아있는 망안까욘...
강추다.

매거진의 이전글 [팔라완 답사14] 혼다베이 호핑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