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5.5
여행기간 : 2016.5.1~ 5.6
작성일 : 2017.4.25
동행 : 촬영팀 후배 "초이"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아마 팔라완 푸에르토프린세사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면 단연 "언더그라운드 리버" 아닐까.
아끼고 아끼던 지하강을 드뎌 가는 날이다.
' 지하강은 사방비치 인근 바닷가에 있는 동굴이다.'
라고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하수가 흘러 암반에 동굴을 만들어 냈고 그 암반이 끝나는 곳이 바닷가일 뿐인... 말하자며 지하강의 물은 짠물이 아니고 고여있는 물도 아닌 거다. 흐르는 지하수인 거다.
푸에르토프린세사 시티 콜로세움
지하강 투어는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어제 동행했던 통영분들은 아침 7시에 호텔에서 출발할 계획이란다.
지하강투어는 반드시 푸에르토프린세사 시청에 있는 부킹사무실에서 미리 예약신청을 완료해야 한다.
지하강이 매우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후, 하루 방문객을 1,200명까지만 제한을 하고 있다. 해서 늦게 신청을 할 경우 당일 방문을 거절 당할 수도 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부킹센터에서는 당일 방문에 대해서 당일만 접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전 예약같은 것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아침부터 몰린 사람들이 지하강으로 가는 방카 부두에 모이다 보면, 10~20분만 늦어도 1~2시간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단다.
그러나 우리는 9시에 시청에 도착했다.
아예 일찍 서두르던가, 아니면 이 시간에 한적하게 부킹센터에서 접수하고 가도 된단다. 노련한 가이드의 노하우랄까^^ 시기적으로 푸에르토프린세사의 극성수기는 아니라서 하루 제한 인원에 육박할 가능성은 별로 없단다.
시청을 "시티 콜로세움"이라 하는 것도 재밌고, 시청 앞이 커피숍과 함께 거대한 정원으로 꾸며진 것도 놀랍다.
청사 입구로 들어서면
지하강 국립공원 부킹사무실이 바로 보인다.
접수시에는 본인의 여권을 들고 직접 가야한다. 얼굴과 대조를 하고나면 퍼밋 증서를 준다.
그리고 다시 사방비치까지 한진에서 닦았다는 길을 따라 가면 된다.
날씨가 죽인다.
특히 지하강 투어는 운발이 중요한데,
첫번째 요소는 당일 날씨다. 흐리다고 해서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비가 오면 별로다.
두번째 요소는 전일 혹은 그제의 날씨다. 비만 없었다면 크게 상관없다.
이유는 글 아래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날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획득한 행운아들이었다는 거.
산을 넘기 직전 공작 모형의 중앙 분기점이 보이는 마을에서 오른쪽 방향을 선택한다. 한 번 왔던 길이라고 길눈이 생긴다는...^^
가다보면 저렇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인근 수 킬로에 인가라고는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걸어서 다닌다는 건지... 우리 윗세대들이 시골에서 살던 때 이야기가 재현되는 듯... 소를 몰고 장에 갈 때 재를 넘어다녔다는...
시청에서 사방비치까지 2시간 정도의 거리에서, 산을 넘는 길목 한 가운데 쯤에 있는 휴게소는 꼭 한 번 들르게 된다. 전에 왔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게 이제 눈에 익숙해 지니까 들어온다.
화장실 앞에 있는 화장지 걸이. 저런 건 어디 팔지? 이왕 기념품을 살 거면 저런 게 좋을 듯한데^^
팔라완의 왠만한 공동화장실은 유료다. 누가 지키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고, 자율적으로 돈을 넣도록 하는 박스가 화장실 앞에 있다.
사방비치, 지하강 국립 공원 관리사무소
아무것도 없는 길을 가다 바다냄새가 살짝 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내 도착이다. 시골 장날처럼 파라솔이 늘어선 거리가 나타난다.
거리의 초입에 돌로 지은 저 건물이 지하강 국립공원 현장 관리사무소다.
표지판을 따라 가면 역시나 필리핀 전국민이 사랑하는 농구대가 있는 공터가 있고 선착장이 끝에 붙어 있다.
여기서 예약접수한 명단을 제출하고 대기표를 받는다.
건물 앞에는 하루 인원 제한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원래 아침 일찍 오면 여기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고 하는데, 점심시간 조금 못미쳐서 도착해 보니, 이미 다 지하강으로 떠나버리고 한산하기까지 하다. 가이드의 선견지명^^
탈 때는 명단과 인원수를 체크하면서 타고 지하강을 보고 돌아와서는 저런 출렁다리에 방카를 대고 내린다.
우리는 아예 점심 식사 이후에 들어가는 걸로 예상을 하고 왔는데, 의외로 빨리 진행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운수대통이랄까^^
우리가 타야할 방카를 기다리면서 시골 장터 같은 골목쪽 구경을 간다. 맨 앞에서 팔고 있는 구운 바나나.
달달구리 필리핀 바나나를 살짝 꺼실렀더니 갈색 시럽을 끼얹은 듯.
맛은 물론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 식감도 그만이다.
한국에서 장사를 해도 되겠다 싶은 맛.
문제는 이날 기온도 장난이 아니었는데, 군고구마도 아니고 뜨거운 바나나를 호호 불면서 먹어야 했다는 게 최대 단점이랄까? 여기 시원한 카페가 있고, 거기서 이런 걸 팔면 대박날 것 같은데... 어딜 봐도 카페는 없다.
망고나 오렌지 외에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열대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서 판매하는 구멍가게(포차?)들이 몇 개 늘어서 있다. 방금 달달구리를 먹었으나 다시 얼음과 같이 간 골드망고 쥬스를 바로 또 원샷~
필리핀에서는 위장이 허락하는 한 무조건 망고를 먹어야 한다. 그래도 돌아오고 나면 더 먹고 올 걸 하고 후회하니라...
선착장 아래 얕은 물가에서 동네 꼬마가 자작한 듯 보이는 작살을 들고 뭔가를 잡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잡은 거 좀 보여달라고 손짓 발짓으로 물어본다.
바지 주머니에서 꺼내서는 난간 위에 올려놓는다. 애개~
자랑스레 꺼내 놓은 것 치고는... 지 손가락보다 작은 저 물고기는 어디 쓸라고 ㅋㅋ
그러는 사이 가이드가 뛰어온다.
예상으로는 한 두 시간 정도 기다릴 수도 있으려니 했는데, 빨리 가잔다.
방카를 운행하는 분들은 우리를 태우고 지하강까지 가서는 다시 우리를 싣고 돌아오면 다음 손님을 또 태운단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운행하기 위해서 아주 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았다. 이 방카 선장의 지극히 이기적인 서두룸 덕분에 우린 오늘 예상 소요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기도 했지만...
헐레벌떡 주섬주섬...
방카에 오른다.
우리 방카의 선장님.
이 양반이 수완도 좋다.
지하강 앞에 도착해도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이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갑자기 손목을 잡아채더니 우릴 앞자리로 후다닥 옮겨 놓아 버렸다. 그래서 기다릴 틈도 없이 바로 동굴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대단한 수완가... 라고 생각했는데...
보통 패키지나 현지 여행사의 데이투어 상품을 신청해서 오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란다.
그에 반해 우리처럼 4명이 알아서 퍼밋 받아서 여기까지 자가용으로 오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 우리 인원수가 적은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지하강에 도착해서도 동굴 안으로 작은 배를 타고 가는데 데이투어 참여자들이나 단체 관광객들이 함께 타길 원해서 늘 소수 좌석이 남기 마련이라고, 바로 이때 우리같은 소수의 관광객은 순번 무시하고 제깍 그 자리를 매워서 진행하는 수단이 되는 거였다. 그런 기회가 생겼을 때 바리바리 배에 탈 손님을 공급해 줘야 또 한 번이라도 운행을 더 하는 거니까^^ 빠릿빠릿함의 동기는 결국 돈인건가.ㅋㅋ
정확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탑승과 동시에 출항.~
사방비치의 물 빛은 혼다베이의 물 빛과는 전혀 다르다.
물론 파고도 전혀 다르다. 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 지하강으로 가는 육로가 없어서 배편을 이용해서 들어가는데 고작 거기까지 가는데도 멀미가 날 지경.
조용하고 호수같은 혼다베이와는 전혀 다른, 야성이 느껴지는 사방비치.
좌우로 심하게 흔들려서 방카의 전복을 막아주는 좌우 대나무 날개가 연신 배 양편 수면을 교대로 쫙쫙 내리 친다.
이게 바다지^^
중간에 바다 위를 활공하는 짚라인의 종착점 건물이 보인다. 설명을 듣자마자 우리의 젊은 피 "초이"는 점심먹고 바로 짚라인을 타러 가자고 난리다. 그리고 이번엔 나도 꼭 타 보란다.
까짓 뭐...
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었는데, 짚라인 출발 지점에 서서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배 속도를 늦는 걸 보니 다왔나보다.
섬의 절벽면은 전부 심하게 침화된 흔적이 있다. 석회질의 암반이기에 이런 장관을 만들어 내는 거고 지하강도 거대한 지하수가 암반을 녹여 길을 만들면서 강이라 부를 정도의 동굴을 만들어 낸 것이리라.
우리의 선장님이 상륙 준비를 한다.
우리보다 미리 온 다른 관광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숲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나저나 어쩔거야...
이 맑은 해변을^^
파도 때문에 호핑투어로는 적합하지 않아서 그렇지 여느 호핑 대상 섬보다 훨씬 맑다. 이것만으로도 행운이다.
여기 모래는 입자가 고운 편이라서 비가 오거나 하면 물이 뒤집어지고 하루, 이틀 부유한단다. 8월에 가족여행으로 다시 왔을 때가 그랬다. 예상했던 이런 빛깔은 없이 흙탕물만 가득했다.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게 아닌, 물빛을 만난 것만으로도 행운...
인줄 알았는데, 지하강에 도착하고 보니...
형언할 수 없는 풍광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날씨를 잘 맞춰 온 덕분.
말 그대로 복불복이고 그래서 우린 행운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