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완 답사18]사방비치 식당
2016.5.5
여행기간 : 2016.5.1~ 5.6
작성일 : 2017.4.27
동행 : 촬영팀 후배 "초이"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원숭이와 왕도마뱀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줄 모르게 황홀경 속을 헤매다 다음 사람들을 위해서 분주하게 카약에서 내린다. 아까는 못봤는데, 배를 대는 곳 인근에는 원숭이들이 많다.
발리의 원숭이들처럼 관광객에게 다가오거나 물건을 훔치지는 않지만 주의를 해야한다는 말은 들었다. 제법 먼 거리의 높다란 나무에서 길을 따라 오는 녀석들도 있긴 했다.
거대한 왕도마뱀도 많다고 주의해라고 했는데, 우리 눈에 띄진 않았다.
다시 바다로 향한다. 중간에 사진을 내다 걸고 본인 사진을 찾을 수 있는 부스가 있다. 언제 찍었는지, 내 사진도 보인다. 장 당 얼마씩 계산을 하면 원하는 사진을 인쇄해서 받을 수 있다.
거기서 바다쪽으로 나가는 길에 유네스코 자연유산 인증 마크가 세련된 디자인으로 서 있다.
다시 방카를 타러 나왔다.
그나저나 이 풍경은 참...
석회질 절벽의 풍화가 쏟아질 듯 기형적인 모습의 병풍이 되어주고 그 아래 모래사장부터 깊은 바다까지 오묘한 그라데이션을 만들고 있다.
사방비치의 적당한 파도와 너울이 고즈넉한 풍경에 작은 파문을 만들면서 생동감을 부여해 준다.
즐비하게 대기중인 방카들 중에서
우리를 태울 배가 들어온다. 여긴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발을 소금물에 적셔야만 방카를 탈 수가 있다.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 배를 타고 내리면서 가끔은 무릎 위까지 젖을 것을 대비한 복장이면 좋을 것 같다. 그래봐야 이 고온에 모두 금새 말라버리지만. 카메라 등 전자 장비 관리는 조심해야 한다.
짧은 거리지만 특유의 너울 덕분에 다이나믹한 방카 체험(?)까지 마치고 다시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한 쪽에선 동네꼬마들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누리고 있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걸 저 때는 알지 못하겠지만^^
장난질 하던 손과 눈이 내 카메라를 보더니 한 참을 머문다.
놀이에 집중하다 눈이 마주치는 아이들에게서 얻는 느낌만큼 충만감을 주는 게 또 있을까?
지하강 앞, 거의 유일한 식당
맑디 맑은 얕은 물가에 배가 닿고
바로 앞에 있는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왔다.
여기 지하강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선점심 후 금강산이든 그 반대든 어쨌든 여기서 점심을 해결할 확률이 높다. 그런 것 치고는 식당이 딱 두 군데 밖엔 없다는 게 좀 이상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한 쪽은 음식맛이 형편없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집에서 식사를 한단다.
약간 늦은 점심이라서인지 한산했다.
늘어져 자는 저 친구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살살 움직여야 했다는...
즉석에서 구워주는 달걀 후라이가 있어서 나처럼 완숙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웠다. 고명으로 올라가는 땅콩가루 등의 풍미도 나쁘지 않다.
후딱 두 접시 먹어치는 거 일도 아니었다. 맛도 그런대로... 무엇보다 시장했거든.^^
중간 중간 쏟아지는 스콜성 호우 덕분에 포장되지 않은 식당앞 길은 여기저기 진창이다.
식당이 바로 바다 앞이라서 저 진창을 건너면(?) 바다다. 그리고 누구나 식사를 하고 나오면 자연스레 저 진창을 지나 바다로 간다.
어찌 이런 풍광을 보고 다가가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 곳 선착장의 바닷물 바닥은 거의 암반으로 되어 있는데, 썰물 때라 방카들이 암반 위에 걸쳐져 있는 듯 보인다.
더도말고 한 일주일만 여기서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리고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인근에는 가격대 별로 다양한 숙소들이 제법 있다.
선착장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2층짜리 연립주택 모양의 숙소(이곳이 맛없다는 식당을 운영하는 곳인데, 그래서인지 투숙객은 거의 없었다. 곧 망하지 않을까 걱정되는...)부터 방갈로 형태로 사방비치 앞에 쫙 늘어선 리조트, 그리고 조금 위로 가면 팔라완 도착한 첫 날에 들렀단 쉐리단 호텔([팔라완 답사5]쉐리단 리조트 방문 참조)까지...
근데 이상하게 카페가 하나도 없다. 더운 날씨에 매일매일 최소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망고쥬스 가판만 몇 개 있지, 시원한 그늘을 주는 카페 하나 없다는 게...
에어컨까지 가동할 정도의 전기 공급 사정이 안된다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그늘만 제공해도 꾸준하게 매상이 오를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 곧 오픈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돈만 있다면 나라도 이곳에 카페를 차리고 싶은데... 이 글을 읽는 누군가 행동이 빠른 사람이 시도할 수도 있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