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5.5
여행기간 : 2016.5.1~ 5.6
작성일 : 2017.4.27
동행 : 촬영팀 후배 "초이"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예상과 달리 지하강에서 시간을 많이 단축하게 되었다.
우공락과 함께 팔라완 짚라인의 양대 산맥이라는 이곳 사방비치의 짚라인을 타러 간다. 시간이 안되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그래서 안심하고 나도 탈 수 있다 큰소리를 쳤는데...
정말로 타러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식당앞에서 차를 타고 사방비치를 따라 난 비포장 도로를 따라간다.
지난 포스팅에서 말했던 방갈로형 리조트 앞을 지나간다.
이런 좁은 문이 입구다.
여기선 4륜의 오토바이 같은 걸 타고 모래사장을 달리는 프로그램
바다로 향하는 작은 강 위에서 보트를 타는 프로그램도 같이 운영을 하고 있다.
누가 이런 흙빛 강에서 노를 젖겠나 싶지만 물가로 맹그로브 나무도 울창하고 제법 시원해서 그런지 더러 보트에 앉아 있는 커플들이 보였다.
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자~
이정표를 따라가면 사방비치의 약간 윗부분, 그러니까
선착장에서 지하강으로 가는 방카에서 지났던 물길 중간쯤으로 나오게 된다.
물 빛 좋다.
흥분한 우리 초이. 이 모든 걸 자신의 사진관에 보관하느라 여념이 없다.
강물이 내려오고 완만한 모래 사장과 물의 경계는 불분명하고,
더러 파도에 왔다갔다 하던 모래가 쌓여 바닷물이 고이는 옅은 바닷물 웅덩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난 그냥 짚라인 안타고 여기 발 담그고 기다리면 안될까?"
"예, 안됩니다." ㅜㅜ
모래사장을 따라 저기 숲이 끝나는 곳까지 걸어가야 한다. 더운 날 순식간에 내려오는 짚라인 한 번 타자고 한참을 걸어야 한다는 게 단점 같지만, 실제 해안을 걸으면서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눈이 즐겁다.
우리 일행말고도 젋은 여행객들이 보인다.
모래사장 행진을 마치니 다시 이정표가 보이는데
이번엔 산길을 올라야 한다.
기본 원리가 고도차로 중력을 이용한 단순 낙하 아니던가... 고로 올라야만 하는 거지.
에스컬레이터? 그런 거 없다.
그렇게 땀을 쫙 뺄 정도로 오르면 그 끝에 나무로 얽어 놓은 구조물이 보인다.
결국 여기까지 와 버렸구나. 이제는 정말 빼도 박도 못한다는...
인적사항을 적고 티케팅을 한다.
고작 800m라며 안심하라는 초이가 참 미웠다는...
지급되는 안전장비로는 전혀 안전할 것 같지 않은데, 나를 빼고는 모두 한가득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죽지는 않는다니... 까짓!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는데, 내 앞사람 차례다.
심지어 이 사람 엎드려 탄다.
그는 즐기는 듯 괴성을 지르지만 내겐 비명으로 들렸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
그닥 또 해 보고 싶지 않은 경험을 또 하고 말았다.
아마도 연애할 때, "자이로드롭"이라는 놀이기구 정상에서 갑자기 멈췄을 때, 이후 처음 느껴보는 공포감.ㅜㅜ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두 눈은 바라보는 대상 조차 확정하지 못한 듯...
이제 저 아저씨가 날 밀면... "잠시만"을 영어로 뭐라고 했더라....
감히 엎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엉거주춤 앉아, 난간 끝에 겨우 닿아 있는 발가락에 온힘을 다 주고 있는 나를 사정없이 밀어버리더라.
비명은 커녕 숨도 쉬지 못했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없었던 거다. 즐거워서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만 있을 수 있다. 난 정말 입 밖으로 소리라고는 나오지 않았다.
일각이 여삼추 같다했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 이 또한...
아루라카타부라 같은 나만의 주문이 통한 건지, 몸이 적응을 한 건지, 살짝 정신이 돌아왔다.
그러면 뭐하나 사방을 둘러봐도 망망대해가 내려다 보이는 허공 속인 것만 확실할 뿐.
그리고 동일 색감 속에 둘러싸여 있다보니 속도감각이 무뎌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날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종착지까지의 아주 짧은 시간동안은 평정을 찾고 풍광을 좀 즐긴 것도 같다.
도착하고나서, 이 공포를 이겨낸 내 스스로가 대견하고 기특할 뿐^^
종착지는 바다로 툭 튀어 나온 큰 바위 바로 앞인데, 그 조차 그림이다.
이런 짧은 쾌락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그 동안 이걸 타기 싫어하는 내 방어논리였을 뿐이다. 실은 해안을 걷고 짚라인을 타고, 또 다시 해안을 걷는 모든 과정이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이로써 늙그막에(?) 인생의 새로운 장 하나를 또 열어봤다.
또 하라고? 하라면 할 수는 있지만,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할 수준까지는 아직...^^
다시 푸에르토프린세사로 돌아가자면 또 2시간 정도.
여긴 지금이 아늑한 저녁 햇살로 환골탈퇴하고 있는 딱 좋은 순간이지만 가이드가 재촉하는 대로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아쉬운 대로 마지막 얕은 물 속 파도가 만들어낸 빗살무늬와
잠수함처럼 튀어 올라 온 저 바위를 담고는 일행을 따라 분주히 걸었다.
사방비치를 떠나 산 능선을 넘어오면서 다채롭게 새로운 색으로 갈아입고 있는 필리핀의 쨍한 공기 속을 한 번 더 눈에 박아 둔다.
기다려라. 꼭 다시오마.~
(정말로 석 달 뒤에 바로 실행할 지는 몰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