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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 답사20] '베이워크'의 해물 바베큐

2016.5.5

by 조운

여행기간 : 2016.5.1~ 5.6
작성일 : 2017.4.29
동행 : 촬영팀 후배 "초이"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깔끔한 바베큐 요리와 코코넛 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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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일이면 팔라완과도 작별이다.
많은 일을 겪고 많이도 둘러봤다. 그래도 아직 못 본 곳이 수두룩하니... 늘 아쉬움을 남긴다.
마지막 만찬으로 우리가 선택한 곳은 푸에프로프린세사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다는 사랑의 성지 "베이워크" 되시겠다.
예전에 마닐라 바닷가에 이런 곳이 있어, 대유행을 했었다 들었다. 가이드왈, 지금은 다르게 개발이 되어 당시의 추억만 회상한단다. 그곳을 그대로 모방하다시피 재현한 곳이 여기 있고, 해산물 BBQ로 유명하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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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이 있는 해변은 아니고 축대로 해수면 보다 조금 높게 매립을 해서 넓은 부지의 해상 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즐비하게 바베큐 식당이 늘어서 있고, 은은한 촛불을 하나씩 밝히고 있는 테이블 또한 삼렬 종대로 뻗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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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데려간 곳은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려있는 식당.
식당의 간판 바로 옆에서는 연신 주문한 생선과 해산물을 구워대는 화덕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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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종업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매운 연기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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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으로 쫙 진열된 싱싱한 바베큐 재료 중에서 고르고 주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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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이 익숙한 애들도 있지만, 왠지 좀 무섭게 생긴 것들도 많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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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작지만 가재도 한 마리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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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들은 모두 너무 싱싱하다. 그래서 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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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화난 벌레 군단의 모습 같다. 그래도 쥐치가 맛은 그만이라 하나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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톳보다는 더 구에 가까운 구슬같은 것들이 주렁주렁 달린 이건 뭔지 모르겠다. 해초일진데, 일단 주문.
알이 터지는 식감이 좋았다. 생미역 맛이 나는데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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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사진을 찍고 있자니 우리가 주문한 쥐치를 들고 포즈를 취해주는 센스쟁이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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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유인, 흥정, 판매 모든 면에서 대단한 수완가였다. 게다가 적당하게 쇼맨쉽과 친절도 보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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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묵묵히 운전만 해주는 우리 기사님.
필리핀 사람들이 더운 데 살고 있어서 몸에서 땀냄새가 많이 날 것 같지만, 정작 땀냄새를 풍기는 건 우리들 뿐이었다. 대단히 깔끔하고 수시로 손세정제를 바르고 늘 몸에서 코코넛 향이 났다.
실제 코코넛 오일, 코코넛 샴푸, 코코넛 로션 등 코코넛은 식재료 뿐만 아니라 은은한 향 덕분에 두루 사용되었는데, 코코넛의 항균효과가 뛰어난 건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땀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정말정말 흔해빠진 코코넛이지만, 여름이면 대인 관계에 결례를 키치는 고약한 냄새들을 잡아낼 수 있다면 한국에도 적극적으로 수입을 좀 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리에 갔을 때, 마지막날 밤 코코넛 오일 마사지를 받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그리고 그 다음날까지 내 몸에서 나는 코코넛 향 덕분에 발리 여행이 연장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향이 오래갔던 기억이...
내가 확 수입을 해 볼까나^^




발룻(Balut)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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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앉아 주문한 것들이 구워지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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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앉은 자리는 바닷가 산책로 바로 옆인데, 산책로에는 이렇게 자전거에 수레를 달고 간단한 간식들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삶은 달걀, 땅콩, 옥수수... 우리랑 별반 다를 게 없다.

갑자기 우리 기사님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저 가게로 가서는 달걀을 몇 개 사 들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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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 하나씩이라고 나눠주면서 자신이 먼저 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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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제 곧 만찬을 즐길텐데 뭐할라고 돈을 쓰냐고 했더니, 사진 찍어준 답례란다.^^
착해도 너무 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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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윗부분에 작은 구멍을 내서 국물을 마신 다음에 마저 까서 먹어란다.
엥? 달걀에 국물이 있다고?
시키는 대로 맛 본 국물 맛은 약간 짬쪼롭하면서, 마치 추억의 불량식품 번데기 국물과 비슷했다.
"오~ 이거 맛있는데요~"

그냥 끓는 물이 아니라 육수같은 것에 넣어서 삶는가 보다, 삶기 전에 바늘로 작은 구멍을 내던가 해서 육수가 달걀 안으로 베게 하는 모양이다. 뭐 이렇게 추측만 했다. 달걀이 보통 좀 퍽퍽하니까 더운 나라에선 무슨 음식이든 수분 함량 제고가 요리의 핵심이지 않을까 하는...
가끔 틀리더라도 하나의 현상을 문화인류학적으로 추론해 보는 건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니까, 난 색다른 문화나 관습을 만나면 늘 유래나 배경에 대한 추론을 즐기는 편.


IMG_2366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발룻의 실체

어...?
껍질이 잘 안까져서 저렇게 됐나?
아무말도 없이 슬쩍 자신의 달걀을 보여주는데 이상하다.
그리고 우리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약한 불빛으로도 어디가 날개고 어디가 발가락인지 충분히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이미 부화 일보 직전의 병아리였다.
발룻이라 부르는데, 주로 오리나 닭의 알 중에서 부화 직전의 것들을 삶은 거란다. 필리핀에선 아주 흔한 간식이라서 어딜가나 만난단다.

기사님은 장난 삼아, 우릴 골릴 생각으로 이걸 사 온 듯.
세상에 사람이 못 먹을 게 뭐가 있겠나? 눈 딱 감고 입에 넣었다.

생각보다 육질이 단단했다. 다행인 것은 막 생기기 시작한 깃털이나 부리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게 참... 생각보다 맛있었다.ㅜㅜ

가이드 말로는 저렴하면서 고단백 음식인 발룻은 필리핀의 서민들에게는 완전식품이란다.
부화까지 외부와 성분의 이동이 불가능한 단단한 껍질을 가진 게 알인데... 막 낳은 달걀과 비교해서 영양학적으로는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단백질의 종류나 분자 결합에 변화가 생길수도 있는 거니...
어차피 다른 생명으로 내 삶을 보존하자는 잔인한 본성이 숙명이지 않나.
생명의 범위를 난자와 정자의 수정 이후로 잡든,
세포 분열 이후으로 잡든,
기관 형성 이후로 잡든
윤리나 문명 등등의 단어들로 갈라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니까.

그래도 발룻... 이걸 즐길 자신은 없다.


IMG_2368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초록홍합탕

차례 차례 음식이 나온다.
청담치(?). 초록홍합이라 부르는가 본데, 홍합이 보통 검은데, 껍데기에 청록색이 많다.
초록홍합이라고 국내에서는 꽤 비싸고 귀한 거란다. 맛은 담치국 맛^^. 서울말로 홍합탕 맛이다.


IMG_2370_Wide1080mark%EB%B0%94%EB%9E%8C%ED%83%80%EA%B3%A0.jpg?type=w773 코라차

게다. 집게발이 유난히 크고 납작하니 무시무시하게 생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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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발 빼곤 그닥 먹을 건 없다. 맛은 딱 게 맛인데, 양념에 기름이 많아서 좀 느끼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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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기가 좋았던 새우 구이.
모든 양념은 간장이 베이스다. 어찌 이리 일본과 비슷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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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를 생으로 먹는 법이 없다. 가지도 껍질을 벗기고 굽거나 쪄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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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제일 맘에 드는 건 쥐치였다. 신기하게도 진짜 쥐포향과 쥐포맛이 난다. 워낙 큰 놈들만 팔아서 물고기는 한 사람당 하나씩 먹지는 못한다.
바베큐 특징은 훈제향도 좋고, 맛도 좋지만 금방 물린다는 것.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는 차가 세워진 베이워크 입구까지 천천히 산책을 나간다.



베이워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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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걸어도 늘어선 식당들이 계속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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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가 앞 바다쪽은 연인, 가족들이 여유있는 밤 기운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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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가니 바베큐 말고도 좀 소프트한 간식들을 파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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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따라 나온 듯한 꼬맹이들. 초이의 오스모 카메라가 신기한 듯 한참을 쳐다본다.
어딜가나 초이는 애들을 부르는 마력이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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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은 다 비슷하구나 싶다.

각자 공간 속에서 그 공간이 가진 것만큼 누리고 자족하면 그게 행복이다.
우리 아파트 촌 혹은 집앞 강변로에서 우리 애들과 자전거를 타는 내 모습이 너무 자연스레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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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창까지 왔더니 반대쪽은 자그마한 놀이동산이다.
우리가 저길 반길 나이는 지나버린 지라... 멀리서 사진으로만 기억 속에 묻어둔다.

다들 애매한 시간에 아쉬워하는 표정들...
눈치 빠른 가이드가 한 잔을 제안한다.
그렇게 데려간 곳이 나이트클럽일 줄은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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