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4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5.7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꾸따에서의 첫 아침
객실 창을 통해 새날이 밝았음을 강하게 어필하는 아침을 맞았다.
순간 여기가 어디지 했다는...^^ 나지막한 주택들의 붉은 색 지붕이 이어진 모습을 보고서야 발리에 와 있다는 현실 감각을 찾을 수 있었다.
총각시절 1년에 수 개월은 바깥 나들이를 즐겼던 찍사 최작가는 동남아에서 사진찍기에 대해 한 번씩 말하곤 했다. 공장지대가 없고, 차량도 많이 없는데 바람도 많아, 부유물이 현저하게 적은 공기의 밀도 덕분에 선예도나 색감이 다르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는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청명한 다음날의 느낌.
대양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서의 쨍한 날이 밝아왔다.
간단(?)하게 호텔 조식을 때우려 식당으로 간다. 식당은 프론트 데스크 바로 옆이다.
간단하게? 글쎄... 사람들은 호텔 뷔페 조식에는 먹을 게 없다고들 하는데, 난 늘 너무 맛있다.
그렇게 간단하게 몇 접시의 조식을 끝내고~
오물렛 한 접시와~
쥬스 몇 잔과~
커피까지 원샷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아디와의 약속시간도 많이 남았다.
우리 둘 다 나이가 들었는지 아침 잠 없기로는 비슷한지라...
남은 시간 먼저 하퍼꾸따 호텔을 좀 둘러본다.
크지는 않지만 넉넉하게 갖춰진 성인풀과 아동풀이 있고 풀을 둘러싸고 ㄷ자 모양으로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이른 시간이 대수냐. 물이 있는데 못들어가는 내가 이상한 거지.
꼬맹이들이 마냥 부럽다.
식당 앞에는 풀을 둘러싼 파라솔 테이블도 있다. 더러 그쪽에서 식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무데서나 담배를 핀다.
발리도 흡연자들의 천국이구나~
그때 로비 앞에 놓인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그렇지. 꾸따하면 장쾌한 길이의 해변이지.
프런트 데스크에 물어보니 걸어서 5~10분 정도면 꾸따비치에 갈 수 있단다.
가르쳐주는 길을 따라 호텔 뒤쪽으로 나오니 작은 골목이다.
클럽거리 중심 대로 말고 안쪽은 모두 이렇게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쭉 이어져 있다.
호주에서 가까워, 발리 여행객의 상당수가 호주인들이라더니.
아예 양국 국기를 내 건 식당도 있다. 현지어로 "와룽"은 작은 가게를 뜻한다.
비치까지 가는 길이 참 좋다. 꾸따의 거리는 밤보다 낮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밤을 즐기기엔 이미 늙어 버린 아저씨의 생각이지만...ㅜㅜ
발리의 가정집들 대문은 아주 좁다. 이 집 뿐 아니라 대부분의 집들이 다 그렇다. 이유는 잘 모른다. 아디한테 물어보니 안 불편할 정도면 되지 않냐고. 우문현답^^.
집안에 흰개 검은개가 양쪽으로 지키고 있다. 힌두교도가 대부분인 발리인들에게는 세상 모든 곳에 신이 깃들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니...
꾸따비치를 만나기 전 다시 큰 도로가 나온다. 해안도로일진데, 정작 해변은 보이지 않는다.
도로와 모래사장 사이를 저렇게 담이 경계를 만들고 있다.
광안리, 송정, 해운대, 송도 등 부산의 대부분 해수욕장들은 해안도로와 모래사장이 아무 장벽없이 바로 만나는데...
유명 관광지이지만 생활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이 공존해야만 하는 곳이라서 반라 차림이 당연한 해안의 모습과 엄격하게 시선의 분리가 필요했던 걸까?
아니면 그냥 차도가 바로 인접해서 위험하니까 분리해 둔 걸까?
더러 쓰나미나 과한 파도가 닥칠 때를 대비한 방파의 목적일까?
이런 저런 추측만 해 본다.
그리고 그 담 중간 중간 해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그렇다고 자주 나타나는 건 아니라서 이번 입구를 놓치면 한참을 걸어야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꾸따 비치를 드라이브로 만날 수는 없고 걸으면서 즐길 수도 없다는 건 이해가 안된다.
여튼 관문을 통과하면 상상 이상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꾸따비치
모래 사장 규모와 길이가 압도적이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셋업해 놓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중장비 한 대가 다가온다.
전날 남긴 흔적들을 깨끗이 청소하는 분들이었다.
이 아줌마, 아저씨들 새련된 옷차림에 여유가 넘친다. 눈만 마주쳐도 다들 미소와 인사 정도는 해 주신다는...
차량이 멀어지는 쪽은 쭉 이어져서 공항을 거쳐 짐바란 비치와도 연결이 된다.
조깅하는 사람, 서핑 클래스에 참여하는 사람 등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꾸따비치의 파도가 초심자들이 타기에 적당하다는데
늘 송정, 해운대, 광안리에서 수영을 하는 내 눈에는 거칠다는 송정보다 파도가 더 높았다.
송정이 우리나라 서퍼들의 성지라는데 꾸따 파도만 된다면 훨씬 좋겠다 싶을 정도다.
영화에서 나오는 파도터널 통과까지는 안되는 높이지만 그래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듣기 좋다.
이곳에선 정식으로 며칠간 수업을 하는 서핑학교가 운영을 한다.
여행와서 이런 거 배워 보는 것... 로망이구나.^^
진지하게 송정 서핑 스쿨에 다닐 생각을 했었는데, 일로 말고 여행으로 다시 발리에 온다면 최소 보름 정도 묵으면서 서핑을 꼭 배워보고 싶다.
아디와의 미팅 시간이 다가와서 아쉽게 모래사장을 떠나야 했다.
돌아오는 길, 해변 바로 앞에 그 유명한 하드락 카페와 호텔이 보여서 한 컷.
발리 전역 어딜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낭사리" 신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바치는 공물이다.
신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기에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은 집 대문 옆에 딸린 사원이다.
아디의 한국어 실력때문인지, 저런 작은 공간부터 큰 건축물까지 종교적인 예를 표하는 곳은 전부 사원이라 불렀다.
우리 호텔 앞 클럽거리는 어제 밤에 봤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약간 찐득한 공기와 음악, 맥주병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은 쓰레기 하나 없는 깔끔한 주거지 도로처럼 변해 있었다. 차들로 거의 마비되어 있던 길에는 한산하게 관광객을 태운 마차나 지나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