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5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5.8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아참.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사지~~
심빵시우르 마사지샵
우리를 태운 차는 '심팡시울(Simpang Siur)'이라는 곳으로 간다.
심팡시유르는 꾸따로 접근하기 위해서 발리 전역에서 반드시 지나야 할 로터리 이름이다.
공항, 사누르, 덴파사르, 르기안 등 어디로든 통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갤러리아라는 대형 면세점도 인근에 있고... 우리도 고작 며칠 있었다고 이 로터리를 몇 번을 지나가는 지 모르겠다.
보기 드물게 지하차도가 있고, 한 가운데 석상이 있다. 밤인데도 조명을 받아 콘트라스트를 극대화한 석상은 낮보다 더 실감나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바로 그 로터리, 갤러리아 샵 맞은 편에 이런 허름한 간판이 있다.
오늘의 마사지 장소 되시겠단다^^
외관은 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일단 그 일대가 컴컴했다. 나란히 몇 개의 가게가 이어져 있는데, 모두 행색이 좀 남루하달까...
스파샵 바로 앞에는 제법 넓게 주차 공간이 있는 공터지만 입구 바로 앞에 큰 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어서 큰 길에서 샵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 나무 바로 앞에 짜낭사리들이 잔뜩 있는 게 작은 사원(우리 당산나무 같다는...)으로 보여서 나무에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어 보이긴 했다.
젬스행님이 어련히 알아서 잡아주셨겠나 생각하고 선입견을 갖지 말자는 맘으로 들어간다.
내부 인테리어도 그닥... 홀이 넓긴 한데 텅 빈 느낌이고 간단하게 소파 몇 개만 있다.
나이 지긋한 한국인이 있다. 샵 주인이란다.
근데 이 분 프라이드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온 답사팀임을 알고는 바로 우리 소파쪽으로 온다.
발리 건너온 지도 제법 되었고, 와서 쭉 마사지 샵을 운영하고 있단다. 비록 좀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마사지사들의 실력 하나는 장담한단다.
마사지사들이 준비하는 동안 좀 둘러봤다.
어제 갔던 힐링마사지샵과는 달리 대형 룸이 있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물론 2인실과 4인실도 있지만, 대형 룸에 각 매트를 커튼이 가리도록 한 게 좀...
조명 색깔도 좀...
선입견을 안 가지려 노력을 하지만, 실망스럽긴...
잠옷 비슷한 옷을 내 줘서,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니 아주머니 두 분이 들어오셨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드라이 마사지다. 심빵시우르 스파에선 드라이 마사지만 다룬다 한다.
근데 이게 뭔가?
다르다. 어제 마사지사들의 손놀림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이 아주머니 마사지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다루는 것보다 체중을 실어서 마사지 하기 유리한 것도 한 몫 하는 듯 했다. 깜짝 놀랄 정도의 마사지가 두 시간 지속되었고, 그렇게 아프지도 그렇다고 간지럽지도 않게 적당한 압력으로 온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꼬로록 잠이 들었다.
아주머니가 어깨를 살짝 치면서 깨우셨다. 완전히 세상 모르고 잠들었다가 일어나 앉으니 내 등 뒤에서 백허그를 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잉?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힘을 쭉 빼라는 신호를 보내더니 갑자기 내 등에 무릎을 대더니 뒤로 당겼다. 순간 몸이 누이면서 완전히 떠 버렸다. 내 몸 아래엔 아주머니가 버틴다.
그 상태로 힘을 빼란다. 순간 좀 놀라기도 해서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었다가 살며시 내려놓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내 중력으로 내 몸의 뼈들이 제자리를 찾는 듯한...
내가 좀 마른 체형이지만 65kg의 체중을 작은 아주머니가 감당해서 공중으로 띄우다니...
이날 이 "공중부양"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젬스행님이 인테리어는 빼고 오로지 마사지만 평가해 달라고 했는데, 마사지만 보면 최고다.
하지만, 마사지 외의 모든 요소가 마사지에 대한 좋은 평가를 가로 막는 것도 사실.
생애 두 번째의 마사지에 대한 총평 한마디,
남루한 탁발승 행색을 한 무림의 고수와 대면한 듯한...
디스커버리 몰
마사지를 마치고 나오자 젬스행님이 잠시 커피라도 한 잔 하자고 디스커버리 몰로 나와달라는 전갈을 받았다.
그래 오늘 어째 일정이 좀 일찍 마쳐지나 했더니 ㅋㅋ.
늦은 시간인데도 불야성이다. 꾸따의 중심 거리 답다.
우리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디스커버리 몰 앞에서 식구들 선물을 하나씩 샀다.
조리. 여기선 누구나 조리를 신고 다닌다. 가격도 부담없길래, 애들 꺼 하나씩 구매.
디스커버리 몰 뒤편은 바로 바다다. 친수공간으로 계단식으로 넓은 터가 있다. 젊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게 부산의 광안리 방파제 같은 느낌이다.
젬스행님은 여기까지 왔으니, 발리 여행객들이 한 번은 꼭 들른다는 몰 구경을 우선 좀 하잔다.
몇 개의 층으로 된 큰 건물에 왠만한 생활용품에 기념품 샵들도 많다. 아예 2층의 한 쪽은 발리의 조각 작품들만 모아놓고 판매를 하는 넓은 매장도 있었다.
솜씨가 좋다. 저렇게 큰 것들은 비행기에 어떻게 실을 지 모르겠지만, 아주 작은 장신구 같은 것들도 많았다.
별로 쇼핑에 관심 없는 남자 어른 셋은 그냥 분위기만 좀 살펴보고, 오랜만에 도회의 냄새만 좀 맡고 커피숍으로 향한다. 디스커버리몰 2층에 있는 "블랙캐년"이라는 곳으로.
대학로에나 있을 법한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이다. 실내매장엔 사람이 별로 없네.
우리도 주문만 하고 바로 야외로 나갔다.
바로 앞은 건물 계단이라 2층이라 해도 외부에서의 접근이 아주 쉽다.
일대는 온통 패스트푸드와 음료류를 판매하는 곳들이다.
점점 깊어가는 선선한 발리의 밤.
일부러 달달한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밤기운을 맘컷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젬스행님과는 오늘 받았던 마사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모든 요소가 훌륭한 마사지사들의 실력을 갈아먹고 있다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위치도 좋고, 주차공간도 넓은데 조금만 신경을 쓰면 참 좋을 텐데하는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난 이후, 젬스행님은 나름대로 샵 주인과 만나서 협상을 좀 했나보다. 젬스행님이 자신 있는 인테리어를 맡는 대신, 독점 공급하도록 말이다.
그러다가 아예 젬스행님이 그 샵을 인수해 버렸다는^^
목돈 투자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실력있는 마사지사들의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인테리어부터 운영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려면 그게 최선일 거라는 판단에서...
행님이 보내 온 사진이다.
제법 현지 모델까지 동원해서 사진을 찍었더라는. ㅋㅋ
칙칙했던 입구 벽에 저런 그림을 넣었는데... 좀 웃기긴 하지만 눈에 잘 띄기 위한 목적에는 성공해 보인다.
크기만 했지 휑하던 리셉션은 밝고 화사한 모노톤으로 정리를 했다. 뭐 여느 샵들에 비해 고급스런 느낌까지 나지는 않지만, 예전 모습에 비하면 환골탈태 했다 보인다.^^
오래된 목조 카운터는 여기저기 벗겨져 있었는데 파랗게 처리했고.
젬스행님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실력에 대한 소문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깔끔하게 하는 걸 인테리어 수준으로 잡았다는데 딱 그 정도만 투자한 것 같긴 하다 ㅋㅋ
가장 중요한 마사지 공간.
다인실에 칸을 질러서 소형으로 만들자니 비용문제나 공간 활용 문제가 있어서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대신 바닥을 모두 뜯어내고 매트나 시트도 전부 교체.
이상한 색깔의 조명도 단순하게 바꿨단다. 뭐, 예전보다는 훨씬 낫다.
침대식으로 바꾸지 않은 건 탁월한 선택이다. 침대에서 받을 수 없는 독특한 서비스가 심빵시우르의 매력이니까.
바로 저런 체중과 자세가 가능하도록 말야~
거의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 창고처럼 방치되어 있던 2인실도 깔끔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가장 문제점으로 거론되던 화장실도 보기좋게 깔끔해졌다.
마사지를 분위기와 인테리어로 선택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차피 선호도가 떨어질테니 신경끄기로 했단다. 대신 실력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오는 사람들이 나쁜 기억을 가지고 가지 않는 정도로만 꾸미자는 컨셉으로 하나하나 젬스행님이 직접 작업을 했다 한다.
그리고 우리더러 고객들 많이 보내달라는데... ㅎㅎㅎ
길게 보자고 답을 줬다.
어차피 입소문은 느리지 않겠습니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