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5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5.29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베노아 항에는 하루종일 우리를 기다리.... 지는 않았고 집에 가서 샤워도 하고 좀 쉬다 왔다는 아디가 마중을 나와있었다.
"배고파요"
라는 말에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기대하란다.
바로 짐바란 해변에서 즐기는 씨푸드 바베큐가 기다린다는 거지^^
응우라라이 공항 바로 아래 짐바란으로 이어지는 해안가를 구글 지도에서 확대해서 보면 빽빽하게 레스토랑이 들어선 걸 확인 할 수 있다.
짐바란 해안가 도로 어디쯤 차를 세우고 우리가 들어간 식당은 '블루오션 씨푸드'라는 간판이 붙은 곳이다.
실제 도로에선 해안이 보이지도 않는다. 어깨를 걸로 빼곡히 들어선 레스토랑이 자연스레 바다와 도로를 가로막고 있거든.
언제 누구에 의해서 처음 시작되었는지, 즉 원조가 어느 집인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선 원조를 무척 강조하고 해운대의 국밥집 골목에는 길가 모든 가게가 '원조' 혹은 '진짜 원조'라는 이름을 붙여서 영업을 하는데, 발리에선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디한테 물어봐도 어느 레스토랑이나 가격, 메뉴, 맛이 거의 비슷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바다를 보려면 우선 어느 식당이든 식당 건물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긴 복도같은 컴컴한 홀을 지나면 막 저녁 햇살로 바뀐 빛이 내리쬐는 바닷가가 펼쳐진다.
아직 좀 이른 시간임에도 짐바란 씨푸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홀은 텅텅 비어있고 (홀은 예상 못한 소나기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가 아닐까 한다) 모두들 모래사장의 가장 앞 줄 테이블부터 그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는 맨 앞줄에 자리가 없어 그 뒷줄에 앉아야 했다.
하루종일 작렬하던 태양이 마지막 찬란한 빛을 발하는 순간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 인생에서 잊지 못할 하루의 끝을 나름의 방식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그렇게 좁지 않은 모래사장 위에서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오늘 구름 상태를 보니 이후 더 이상의 아름다운 석양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남은 시간 열심히 빛을 훔친다.
이렇게 마지막 순간을 향해 시시각각 빛과 분위기를 달리하던 햇살은
수평선에 깔린 두꺼운 구름 때문에 황혼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임무를 끝내버렸고
아쉬운 대로 멀리 바다를 향해 붉은, 빛기둥 몇 줄기를 뿌리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 치잔다.
서빙을 준비하는 직원들은 각 테이블에 오를 등을 준비하고
바다에서는 하루 고단한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작은 어선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들고 간 드론의 배터리가 하나 밖에 남지 않아서 잠깐이지만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멀리서 내려다보며 조망하고는 다시 우리 테이블로 앉는다.
그때 우리가 주문한 씨푸드 요리가 하나씩 접시에 담겨서 나온다.
메인 디쉬까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허겁지겁^^
어느새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 접시들.
참고로 메뉴에 포함되어 있는 음료를 주문할 때는 익숙한 걸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주 생소한 핏빛의 환타가 있어서 그걸 주문하고는 후회 막심이었거든. 어릴 때 길에서 사 먹던 색소 잔뜩 든 불량식품 음료같은 맛이란^^.
굳이 추억의 책장을 넘길 생각이 아니라면 익숙한 걸 잡숫는 게 좋을 것 같다. 반이나 남겼지 뭔가...
우리처럼 소수가 식사를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가족이 와서 회식을 하는 듯한 모습도 많이 보인다.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고, 자카르타 같은 곳에서 건너 온 현지인들도 제법 보였다. 우리가 머문 기간이 인도네시아의 연휴기간이기도 해서 더욱 그러했단다.
식사를 마칠 때 쯤, 전통 복장을 갖춘 무희가 나와서 공연도 했다.
주로 독무였는데, 한 사람이 다 끝내면 다른 곡이 흘러나오면서 또 다른 사람이 약간 다른 듯한 춤(외지인의 눈에는 구별이 잘 안되지만^^)을 추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서 근접 촬영을 하는 사람이 없이 무심히들 식사를 하는 와중에
옛날 버릇처럼 숄더샷을 비롯, 여러 각도와 포지션에서 무희를 담는 열정을 시전하고야 말았다.
다행히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무리익어 가는 밤 풍경의 짐바란에선
아까부터 와선 불을 피우느라 애 쓰던 옥수수 장수가 갑자기 대박을 치면서 굽다가 팔았다가 하며 정신없이 장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아까 더울 때부터 나와서는 불 피운다고 고생은 하는데 하나도 못 팔고 있는 모습에 애가 쓰였던 터라... 유심히 살피게 되었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른 상태지만, 그 향이 주는 유혹에 아이들이 넘어가고... 조르는 아이들의 부모가 크게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니 선심 쓰듯 허락하고... 이게 주효한 마케팅 방식이리라.
그래서 저렇게나 많이 가지고 나왔구나... 낮에 했던 걱정이 무색했다는...
'장사도 안되는데 왜 저리 무겁게 많이는 들고 나와가지고...' 이렇게 말이다. ㅋㅋ
오히려 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면서 애들 좋아라할 과자 한 봉지라도 사 들고 갈 수 있을까 싶은 사람은 저 마부.
더러 외국 아이들이 와서 조랑말을 쓰다듬거나 사진을 찍긴 하지만 정작 돈을 지불하고 타는 사람은 없었다.
'힘내시오. 오늘만 날도 아니니...'
완연한 밤기운 속에 가끔 굉음이 들리면 멀리서 빨간 불빛을 깜빡이며 내려앉는 비행기를 볼 수 있다.
이내 방파제 끝까지 뻗은 응우라라이 공항 활주로에 내려 앉는다. 어두운 밤바다에 쳐 박을 듯 하강하다가 아슬아슬하게 활주로 끝에 안착하는 모습이 너무 위태로워 보일 정도로 끝부분부터 내려 앉는다.
다른 사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데, 왜 난 저런 게 걱정일까?^^
자동 항법장치가 어련히 알아서 할 텐데...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하면 아주 일찍 모든 일정이 끝났다.
그래 중간쯤 이런 날도 있어야 보조 배터리로만 연명하는 게 아니라 몸도 완충을 해 가면서 사는 거지~
다시 홀을 지나 아까 왔던 식당 입구로 나오니 이 음식들을 모두 구워내는 쉐프가 보인다. 화생방 훈련을 연상시키는 야자나무 땔감이 내는 연기 속에서 저렇게 밀린 주문을 소화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행지에 와서, 뒤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보이면 사실 오롯히 즐기는데 몰입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또 저런 모습이 삶이구나 싶어서... 눈에 박히곤 한다.
나나 당신이나 다들 뜨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하는...
뜬금없이 벽에 붙은 작은 도마뱀 하나가 이어지는 생각의 허리에 쉼표를 찍어 주길래, 이내 거리로 나선다.
해안쪽과는 전혀 다른 그냥 캄캄한 변두리 도로같은^^
여기저기 식사를 마친 객들이 하나 둘 택시를 잡거나 타고 온 차량을 기다리는 모습을 끝으로 머리부터 손끝에 있는 모든 저장 장치를 끈다.
다이나믹한 발리에서의 사흘 째도 같이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