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5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5.27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와카 크루즈의 뷔페 점심
최고의 반찬은?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그렇게 따지면 물놀이는 역시 최고의 에피타이즈랄까^^
스노클링을 갔다 오니 식당에 음식들이 차려지고 있다. 간단하게 샤워 후, 옷만 갈아입고 바로 점심을 먹는다.
사떼를 비롯, 다양한 요리들이 'ㄷ'자 테이블에 놓여있다.
모두들 시장한 관계로, 또한 후각을 극도로 자극하면서 즉석에서 구워내는 요리들에 끌려 쭉 늘어서서 음식을 담는다.
각 테이블마다 서버들이 친절하게 도와주면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웃음이 있는 음식 대접은 환대의 인류 보편 원칙이니까. 좋다.
저 작은 불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인테리어 효과는 만점 ㅋㅋ
과일도 종류별로 담아왔다. 파인애플, 메론, 수박, 파파야, 그리고 떡도 있다. 코코넛 가루를 묻힌 무지개떡. 불행하게도 발리에선 과일이 그렇게 많있는 줄 모르겠더라는...
필리핀에선 망고를 비롯해서 뭐든 당도가 높아서 시원하게만 해서 먹으면 만족도가 높았는데, 발리의 과일들은 당도가 별로 없다. 젬스행님이 몇 년 살면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그냥 시원한 맛으로 먹으란다.
자연스레 한국인들이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경계심도 약간 풀어질 만큼 시간이 좀 지나기도 했고, 우리와 행장님 부부가 급 친해지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듯 하다.
모녀간에 같이 온 세 분의 여성도 그렇고 전부 에어텔로만 예약을 하고 자유여행 중이란다.
행장님 부부는 매년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편인데 유럽에선 렌트카로 다녔는데, 동남아에서는 그렇게 하기 두려워서 이런식의 여행으로 즐기고 있고, 나름 괜찮다는 얘길 해 준다.
언더그라운드 하우스
오후 스노클링을 떠날 사람들이 출발하면서 남은 사람들은 마을 탐방을 떠난다.
사실 나도 맘은 스노클링 한 번 더 하고 싶었지만, 발리 온 목적을 생각해서 참아야 한다고 스스로...^^
일단 차를 타러 가는데, 지름길로 가야해서 그런 건지, 남의 집 마당도 가로지르고...
골목으로 나오니 "파디" 간판을 내 건 다이빙샵도 보인다. 전혀 다이빙 샵 같지 않은 외관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땡기는 곳. 다음에 다시 온다면 꼭 렘봉안에서 다이빙을 해 보리라 생각하면서 '와카 리조트' 매니저한테 물었더니 자기한테 얘길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럴만큼의 시간은 없어 오늘은 포기다.
렘봉안을 당일 일정말고 1박 이상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차량은 트럭을 개조한 듯한^^
군용트럭처럼 서로 마주보는 의자가 길게 놓여있고 차량 지붕에는 갑바를 씌운 것이었다. ㅋㅋ
렘봉안 섬에서 버스까지 기대할 수는 없더라도 좀... 허나 누구하나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긴 거리를 이동하지는 않았다(섬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약 10분 정도의 시간동안 골목을 지나면서 입담좋은 와카맨의 설명을 듣기도 했지만 대부분 눈도 마주치게 앉게 된 김에 어디서 왔는 지 정도의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독일, 스페인, 벨기에 등 국적들도 다양했고 묻지도 않았던 발리 여행의 감흥까지 쭉 늘어놓는 오지랖의 아주머니까지^^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라면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해도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이렇게 대화하는 즐거움이지 않나?^^
차를 세운 곳은 좀 휑한 느낌이 났다.
일단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지하에 집이 있다니... 엉?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이러하다 .
좁은 구멍안으로 다들 들어가 본다.
꽤나 깊이 들어와서인지 서늘하기까지 하다.
사람이 일일이 파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각 코너마다 백열전구 하나씩만 밝히고 있었으나 금새 어둠에 적응도 되고 제법 아늑한 느낌까지 들긴 했다.
왠만한 건 다 있다. 다락에
주방의 화덕
주방까지. 주방에는 한 동안 이 안에서만 지낼 수 있을 만큼의 물도 저장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방도 여러 칸으로 되어 있고, 명상을 위한 공간까지...
아무리 석회 위주의 암석이라해도 이렇게 만드려면 많은 세월을 보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입구와 다른 쪽에 난 출구로 올라오면서 언더그라운드 하우스 관람은 끝.
사실 물놀이와 휴양을 위해서 온 렘봉안에서 갑자기 왠... 이런 느낌은 좀 있다. 워낙 특이한 거라 보여주고 싶은 맘은 알겠지만,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집은 넓은 마당 아래에 있는 셈인데, 한쪽에 저런 흉상이 있다. 저 할아버지가 이 집을 지었단다, 아니 팠단다. 잦은 외침, 더위에 대한 대비의 목적이었고, 조용한 곳에서 신을 만나는 영적 명상을 하고 싶다는 욕구였다 한다.
어찌 되었던 할아버지는 후손들에게 큰 관광 자산을 물려준 결과는 되었군.
섬 반대편, 우뭇가사리 양식장
좀 걸어 들어가니 바다다. 우리가 도착한 발리쪽 바다의 반대편이다.
원숭이와 여신이 타고 있는 카약의 관문을 들어서면,
이런 풍광이 그려진다.
렘봉안 옆의 작은 섬이 하나 더 있는데 최근 개통된 노란색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멀러서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았지만, 들고간 드론으로 공중에서 찍은 영상은 참 멋졌다.
멀리 바다에는 파도가 보이지만 섬 사이의 좁은 구간에는 장판처럼 잠잠하다.
덕분에 여기가 전부 우뭇가사리 양식장이라 한다.
우뭇가사리는 젤리 만드는 재료 정도로 알고 있는데, 화장품 등에도 쓰인다고 한다.
이 배들은 모두 양식장 작업을 위한 배들이란다.
일엽편주들이 찍힌 양식장 버드아이샷들은
맑은 물과 그 물 바닥에 배들이 만드는 그림자, 그리고 바둑판 모양으로 펼쳐진 양식장이 색다른 풍경으로 잘 담겼다.
착륙시,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중심을 잃고 뒤집히면서 날개 하나를 부러뜨렸지만...
와카맨은 잠시 눈을 시원하게 해 주는 풍경에서 양식에 대한 설명을 하더니 우리를 가내 수공업하는 집으로 데려간다. 혹시 쇼핑을 유도하는 건가?
재밌게도 가는 길은 이런 가게를 지나야만 한다. 통로부터 쇼핑을 유도하는 듯한...
집 마당에는 한창 우뭇가사리를 말리고 있다.
한쪽에선 할머니가 막 따온 우뭇가사리 손질을 하고 있고, 몇 마디 주고 받더니 와카맨이 들어 보인다.
저런 해초 줄기를 부러뜨리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온다.
우리의 오해와는 달리 뭔가를 판매하는 곳은 아니었다.ㅋㅋㅋ
렘봉안 섬의 특이한 집, 그리고 섬 사람들이 관광업 말고 뭘로 먹고 사는 지를 볼 수 있는 코스였던 거지.
아디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우리도 현장에 와서야 알 수 있었다.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사람은 스노클링으로, 태양빛 아래 쉬고 싶은 사람은 리조트에서,
그리고 발리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마을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여기로...
어떤 목적에도 충실하도록 그러면서 강요는 없는 프로그램이었던 거지.
발리에도 사원은 무척 많지만, 렘봉안 마을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사원이다.
심지어 가정집 안에 사원이 있는 경우도 흔했다.
설명에 따르면 사원의 규모, 그리고 목적에 따라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되기도 한단다.
가정 내에 있는 건 가족들만, 마을에 있는 건 마을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고,
그 외에 대중적인 사원으로 명명된 곳은 일반인, 외지인도 출입이 허용된단다.
여행에서 본인이 추구하는 취향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하는 외국인들이 많을 테고, 그런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오래 전부터 개방되었던 발리는 그 취향을 잘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적응하고 있던 거였으리라.
나도 오전의 스노클링으로 노곤했는데 참여했던 분들도 모두 다시 바다로 나가지 않고 마을을 둘러 본 것에 만족스런 모습이었다.
하루종일 작은 섬에서 뭐하나 싶었는데 그렇게 시간은 늦은 오후를 향하고 있었다.
다시 와카 크루즈로 베노아에
렘봉안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오후 3시경 '와카 크루즈'의 세일이 다시 활짝 펼쳐졌다.
이번엔 카타마란 앞부분 그물을 우리가 차지했다. 실은 이쪽 그늘이 없어서 하루종일 햇빛에 지친 사람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기도 해서 우리 차례가 쉽게 오기도 했고^^
선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주문해서 들고 나른한 시간을 보낸다.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햇빛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거야 뭐 별로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지만, 가끔 뱃전을 치는 파도가 튀어 등을 적시는 통에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미 등 한쪽은 흥건하게 바닷물에 젖어 있다.
그래도 이렇게 선상에서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개운하기 그지 없다.
아직 발리의 육지는 보이지 않고, 옷이야 좀 젖든 말든 그대로 좀더 게으름을 즐긴다.
다른 승객들도 아침에 렘봉안으로 떠날때의 술렁임은 없이 조용하게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독일 중년 커플의 과하지 않은, 사랑스런 애정행각에도 누구 하나 미동도 없다.
은행장님 부부는 하루의 끝을 잡고 최대한 오늘을 만끽하고 있다.
좋은 구도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사모님을 향한 남편의 사랑이 잘 느껴진다.
나는 오히려 이 두분을 모델로 몇 장을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여행을 마치고 받아 뒀던 주소로 메일을 보내드렸다. 고맙다면서 혹시 다른 지역에도 가게되면 알려달라셨다.
적극적으로 야쿠시마를 추천해 드렸는데, 실제 거길 계획하시는 지, 아님 벌써 다녀오셨는 지는 모르겠다.
그리고는 배의 이곳 저곳을 기웃 기웃...
역시 선장님을 비롯 무심한 듯 서 있는 와카맨들의 남성미가 참 멋지다.
가끔 선장님은 커피나 음료를 마시러 잠시 조타수에게 운항을 맡기고 아래 선실로 내려가곤 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니 아예 포즈를 ^^ 저 친구가 제일 젊은 친구같았다.
자고 일어 났더니 배도 슬 고프고 해서 선실로 내려와 빵쪼가리와 과일을 먹고 있자니 한 명 두 명 들어와서 쥬스와 과일을 주문한다. 우연히 선실 밖으로 열린 문에 'J'와 서양인 한 명이 돛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다. 마치 친한 지기처럼^^
어느덧 사누르 인근을 지난다. 마침 한창 재미지게 듀엣으로 즐기는 패러세일링이 파란 하늘에 작은 파란을 일으키며 지난다.
반대쪽은 누사두아 지역의 해안이 보인다.
근데 여기저기 연기가 피어오른다. 뭔지 궁금해서 물었더니 이제 곧 석식 시간이라 각 호텔, 레스토랑에서 바베큐를 준비하는 모습이란다. 여기서는 야자나무 줄기나 잎을 뗄감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거기서 나는 연기라 한다.
이 시간에 배 위 조망으로만 볼 수 있는 발리의 또 다른 모습이리라.
아직 석양이 닿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가로 눕는 햇살이 고즈넉한 느낌을 더하는 시간 쯤 베노아 항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승객이 하선한 뒤, 다시 한 번 오늘 우리와 함께해 준 카타마란을 담는다.
그리고 와카맨들 모두에게 부탁을 해서 오후 햇살에 비친 미소를 담고 싶다했더니 흔쾌히 엄지척^^
과하지 않게 젠틀하고, 시워시원한 일처리와 능숙한 팀웍^^.
내가 받은 서비스에 그들이 일하는, 자부심 가득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던 일까지... 모두가 맘에 담아 정성컷 한 컷을 담았다.
그들은 오늘도 저기서 새로운 사람들, 그들의 모습에 살짝 반한 사람들을 싣고 여행 중이겠지.
인생의 지기들과 매일 매일 일상이라는 여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