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7
발리는 정말 많은 숙소가 있고, 가격별로 등급별로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으리빠방한 초호화 리조트도 많지만, 난 왜 홀리데이인 바루나 같은 곳이 더 땡길까? 가성비가 좋아서?
누사두아에 있는 힐튼 호텔에 와서야 이유를 알았다.
여행기간 : 2016.6.23 ~ 6.27
작성일 : 2017.6.15
동행 : 절친 'J'와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오늘 일정은 전부 공항 아래쪽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첫 일정은 "힐튼 리조트"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그랜드 니꼬 발리"라 불렸는데, 그 새 주인장이 바꼈다 한다.
힐튼은 누사두아 남쪽 해안가에 있는데 좀 독특한 곳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4층 이상의 건물을 올리지 않는 이곳 발리에서 10여 층의 객실 동을 보유하고 있단다.
신이 야자나무를 밟고 다녀서, 야자나무 보다 높은 건물을 짓는 건 불경죄라는 거지. 큰 야자나무는 실제 건물 4층 정도까지 자란다.
그래서 힐튼이 택한 꼼수는?
절벽에 붙여서 건물을 짓고, 절벽 위에서는 4층 이하로 보이고 해안쪽에서는 고층으로 보이는...
덕분에 로비에서 보이는 씨뷰는 시원하기 그지없다.
로비 아래층은 마치 절벽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길처럼 꾸며 놓았고 건물 앞으로는 낭떠러지 위의 정원을 꾸며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섬 라퓨타> 삘을 자아낸다.
바로 이렇게^^
어디선거 거신병이라도 튀어 나와 반겨줄 것 같은 분위기.
거대한 호텔 규모에 비해서 조경과 인테리어는 상당히 아기자기하다.
바로 그게 힐튼만의 매력이고, 왜 바루나나 힐튼이 더 비싸고 고급스런 호텔보다 정이 가는가 생각해 봤더니, 바로 이런 점 때문인 것 같다.
전체를 한 번에 조망하거나 짐작할 수 있는 대칭형은 웅장한 맛은 있지만 포근함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내가 어디 있더라도 푹 파묻혀 있는 듯, 편안함을 주는 가람 배치와 조경은 곡선과 직선이 비규칙적이다.
그게 오래도록 더 질리지 않고, 매력을 발산하는 요소같다.
로비동은 절벽 위에 있지만 그 앞의 객실동은 아까 말한대로 절벽을 끼고 서 있다. 각 건물간은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비가 오는 날도 건물 사이를 편하게 이동하도록 해 놓았다. 대낮엔 그늘이 되는 거고.
중상급의 가격대에 객실 컨디션도 최상이다.
발리처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관광지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곳들의 특징은 가격에 거품이 빠질대로 빠져 있다는 것.
특히 호텔은 가격의 합리성이 거의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딱 지불한 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이 오래된 관광지에서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
그 나머지는 취향이다. 힐튼은 포근함과 편안함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실제 니꼬는 일본 회사다. 일본 사람들의 조경, 인테리어 감각이 많이 투영되어 있고, 그래서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발리에 온 일본인들은 죄다 여기 투숙하는 구나 싶을 정도로 대부분이 일본인들이었다.
점잖고 심플하지만 싸구려 느낌이 들지 않도록 주안점을 두고 가구며 인테리어가 배치되어 있다.
오션뷰도 그만이다.
절벽위로 치솟은 앞 건물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층부터는 아래층 보다는 조금 더 비싸겠지만...
문제의 침대.^^
이 더블 침대는 세로 길이보다 가로 길이가 더 길다. 호텔 주인장의 특별 주문으로 제작된 침대만을 넣어서 두 명이 더 넓게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방이 좁아 보이는 것 따위 신경쓰지 않고 설치 되어 있다.
과한 듯 하지만 가람배치부터 일관된 컨셉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절벽위 빌딩을 둘러 본 후 절벽에 붙은 <클리프 타워>로 이동한다.
클리프타워 고층에서 내려다보면 1층의 라군풀이 건물 해자처럼 보인다. 다른 곳과 달리 비정형의 도형^^. 이게 매력이라는 것.
풀과 정원의 배치가 정말 뒤죽박죽이다.^^. 이게 매력이라는...
실제 내려가서 어딜 있더라도 전체가 한 눈에 조망되지도 않고, 포근하게 감싸인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이게... ㅋㅋ
누사두아 남쪽 해안의 파도는 좀 거친 편이다. 대부분은 풀에서 수영을 하고 바다는 감상의 대상이 되는 듯하다.
원래 저런 파도에서 수영을 해야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도 나고 재밌는데...
일하러 왔으니 일만 하자... 그래도 아쉽~
정원 오른쪽 끝에는 스파센터가 여러동의 건물로 배치되어 있고
그 앞의 가족풀엔 바로 옆이 샌드비치면서도 위와 같은 이유로 모래와 풀이 해안인 듯 구성되어 있다.
애들이 있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저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풀 들에 둘러싸인 쇼어 레스토랑은 발리에서도 유명한 곳이란다. 포지션이 예술이긴 하다.
워터 슬라이더가 있는데 제법 규모가 된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연신 미끄러져 내려온다.^^
낙타 라이딩 프로그램도 있는데, 긴 프라이빗 비치를 따라 낙타를 타고 한 바퀴 돌고 온다는데...
이런 걸 누가 하겠나 싶어도 거의 끊김없이 계속 왔다갔다 한다.
종의 다양성이랄까^^
여기선 굳이 드론을 올릴 필요가 없을 듯 했다. 이미 버드아이뷰가 가능한 고층에서의 조망이 가능하니까. 오히려 섬세하게 접사를 담는 게 더 좋겠다는 판단.
비치, 풀, 레스토랑, 레져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전부 얽혀있다. 가만 생각해보면 굳이 이런 것들을 분리할 필요는 애초에 없는 거니까. 모두가 쉬면서 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니 한 군데 버무려 놓아도 좋은 거구나 싶다. 발상의 전환이 참신하다. 리조트 내에서의 동선도 짧아지고...
여튼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딱 내 취향이다.
바다를 바라봤을 때 건물의 왼쪽 끝에 붙어 있는 클럽라운지로 들어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별로 이용률이 높지 않지만, 호텔 내에서 더욱 고급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식사를 여기서 따로 할 수도 있고, 클럽 고객만을 위한 풀과 선베드, 무제한 제공되는 다과가 상비되어 있다.
클럽라운지 바깥에 이런 동굴 계단이 있다.
허허 참. 이런 거 좋다. 어떻게 이런 설계를 한 거지. 너무 맘에 든다.
정말 석회 동굴 삘 나게 꾸며 놓고 내려서면 비치 바로 옆 라군풀로 이어지도록 해 뒀다. 클럽 룸 고객이 비치와 클럽라운지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통로겠지만, 밋밋하게 만들지 않고 비밀통로처럼 꾸며 놓았다.
가까이서 풀장과 다리들 모습을 보면 더욱 일본식 정원 느낌이 물씬.
워터 슬라이드로 가는 계단도 원래 있던 절벽 바위를 그대로 이용했다.
설계 단계에서 낙차가 보이는 이곳에 슬라이드 위치로 일찌감치 정해 놓지 않았을까 싶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거칠어 보이는 바다엔 겨우 발만 좀 담그는 사람들만 보이지만
풀에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이 노는 낮은 풀에도 작고 귀여운 슬라이드가...
스파센터를 둘러보기 전 발리에선 보기 드문 고층 건물을 앙각으로 하나 잡아본다.
며칠 발리에서 지냈다고 제법 낯설다^^
각각의 건물이 커플용 마사지와 스파트리트먼트로 설계된 스파센터 안이다.
어두운 실내와 바로 앞의 작은 정원의 채광이 잘 어울린다. 외부와는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다.
빌라들이 모여있는 곳 입구에는 빌라 투숙객들을 위한 전용 라운지가 있다. 매니저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건물 뒤로 빌라촌이지만 넓게 공간을 터 두어서 빌라만의 한적한 분위기를 잘 연출해 내고 있다.
라운지의 통창으로 보면 물론 고유의 아기자기한 조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 두었고.
길도 그렇고 빌라의 배치도 그렇고 절대 정방형으로 되어 있지 않다. 약간씩 어긋나는 입구의 배치가 어느 건물도 정형성을 도출하기 어렵다. 그냥 자연스럽다.
소박하지만 높은 현관을 들어서면
한껏 멋을 낸 럭셔리한 침실이 한 켠에 있다.
물론 풀빌라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취향 저격을 위해서 규모나 비품의 수준에 신경을 많이 썼겠지만,
단 두 사람만을 위한 공간인데 너무 과하구나 싶은...
집에 돌아와서 마눌님이 혹시나 사진을 볼까봐 폰에서는 풀빌라 사진들을 모두 지웠다. ㅜ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발리를 소개하는 일을 하지만, 딱 한 사람만은 좀 더 오랫동안 몰랐으면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