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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07. 2017

팔라완 가족여행 01_여행업계 관점, 여행지의 종류

토론은 없었다.
단호하게 두 번째 가족 해외여행으로 팔라완을 결정 및 통보했다.
길게 설명하지 못한 미안함을 여기에 남겨보기로 한다.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6.7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이 바닥에 눈을 돌린 지 겨우 6개월 정도 지났는데,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정도에 따라 몇 개의 범주로 여행지를 나눠볼 수 있는 눈 같은게 생겼다.





방콕, 발리, 보라카이, 하와이, 괌...


먼저, 국내에 잘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곳이다.
이 곳은 탄탄한 여행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인문적 요소, 경관, 액티비티 등 
거의 대부분이 여행 상품화 되어 있다. 

아주 저렴한 숙소부터 고가의 초호화 리조트까지 선택폭이 다양하고, 자유여행자를 위한 데이투어나 개별 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크고 작은 현지 업체들도 많다. 
보통 인천을 비롯, 타 지역에서의 직항 노선까지 갖추고 있는 곳들이다.

여행 업계로 보면, 그렇게 매력적인 곳은 아니다. 숙소부터 식당, 투어, 패스 등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것에 경쟁이 치열하고, 오랜 가격 경쟁으로 마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객의 입장에서도 바가지 쓸 확률이 적어서 좋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대형 여행사를 통해서 가기도 하고, 첫 방문의 기회가 주로 신혼여행이었기 때문에 아주 고급화된 숙소, 데이투어 말고는 별로 소개되지 않아서 잘 모르거나, 비싼 쇼핑을 강요당하는 분위기는 남아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곳이 방콕, 발리, 보라카이 등의 동남아 여행 1번지로 불리는 곳들 혹은 남태평양 하면 떠오르는 미국령의 섬들이다.
이 곳들은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처럼 취급 받으면서 유명 여행지가 주로 겪게 되는 피해... 환경오염, 교통정체, 범죄, 거주민의 삶에 미치는 크고 작은 악영향 등을 그나마 잘 이겨낸 성공 케이스들이다. 
 
 



세부, 다낭, 코타키나발루...


두번째는 인위적으로 개척한 곳들이다.
개척의 주체는 여행사들이다.
여행사들 입장에서는 이런 곳을 개척하고 인프라를 개발하는 데 심여를 기울인다. 잘만 되면, 선점 효과를 통한 여행 상품의 독과점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세부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보라카이라는 막강한 자연 경관의 여행지가 있지만, 워낙 좁은 섬에 역사나 인문 경관적 요소 없이 오로지 자연 경관 하나만으로 추진된 관광지라, 확장성(공간적, 인문학적...)이 낮은 단점이 있어 왔다. 
최근엔 수용 인원을 초과한 과도한 입도로 인해, 비취색 바다 물빛도 과거와 같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아직 우리나라 여행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단체 여행 혹은 에어텔 모델로 동남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표 수집하듯 늘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여행업계에선 늘 대체제를 목말라 한다. 
그래서 '발굴 > 성장 > 소비 > 쇠퇴' 라고 하는, 관광지 하나가 명멸하는 긴 사이클의 악순환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요즘은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있는 방식의 여행을 시도하는 목소리가 있어서, 이런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기 있다. 뭐 그렇다고 공정여행이 빠르게 확산되기엔 힘든 구조의 사회가 대한민국이다보니...
기업의 휴가문화, 더 정확하게는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서... 아직 공정여행류의 여행 문화가 대세로 가긴 힘들어 보인다. 
여튼 세부는 관광산업 활성화에 목숨 건 현지 정부와 대형 여행사를 필두로 하는 여행업계의 이해가 맞아서 개발해 낸 확장성 높은 괜찮은 선택지였다. 그리고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아주 성공적이었다.
꾸준한 공급을 위한 투자와 수요 만족을 위한 인프라 정비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고, 그것들을 받춰줄 풍부한 관광 자원들이 스토리를 얻고, 미디어로 재현되었다. 보라카이에 비해 악영향을 감당할 수 있는 맷집도 세고...
이렇게 새롭게 기획되는 여행지는 기본적으로 발굴되기 위한 충분조건들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여행객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좋은 편이다. 여기에 직항 등의 시간과 수고를 덜어줄 교통 편의만 더해지면 완벽!! 업계에선 대박의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행 업계 모두가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직 인프라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별 자유여행이 쉽지 않다. 소문에는 좋다고 하고, 이제 왠만한 데는 다 가 봤고... 그래서 이런 곳들을 다음 여행지로 선택하게 되더라도 보통 단체 패키지 여행이 가격면에서나 여행이 주는 수고스러움을 줄일 수 있는 면에서나 훨씬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단체 모객 능력이 큰 대형 여행사가 여행객 수요의 절대 우위를 바탕으로 현지 여행사나 작은 하청 여행사에 대한 갑질 수준이 더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여행업계 내부의 갑질 구조가 심화될수록 피해를 보는 건, 여행객 당사자들이다. 
하청 단가 자체가 이미 적자이기 때문에 이걸 메우기 위해서는 "쇼핑", 또 "쇼핑"으로 유도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단체 패키지 여행객들도 이미 이 정도의 메카니즘은 알고 있다. 그래서 패키지로 구성된 여행상품을 낱개로 구매할 경우보다 훨씬 싸게 샀고 또 알아서 엑기스 관광지를 짧은 시간에 소화할 수 있게 해 주는 거니, 이런 수고스러움 정도는 참아야지 하는 분위기도 있다. 정 싫으면 쇼핑몰에 데려가도 구매 안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100% 장담하건데, 이번 단체 패키지 참여자 중에서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쇼핑샵에서 대박을 쳐 줘야 나머지 여행 일정의 질적 보장이 가능하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현지인들에게 행하는 재하청의 터무니 없는 비윤리는 둘째치더라도 말이다. 
 





야쿠시마, 팔라우, 팔라완...


세번째는 어얼리 어덥터 여행자들이 개척해 낸 조금은 낯선 여행지이다. 
알음알이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엔 매스미디어에 의해 영상으로 소개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또 물어물어 찾아 가기도 한다.

보통 빼어난 비경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정말 독특한 인문 경관이 매력적인 곳들이리라.
더구나 이런 곳은 아직 관광객의 발길이 많지 않아서 현지 주민들의 순박한 마음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도 남아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직항노선은 커녕 경유 노선도 아주 불편한 경우가 많다. 또 현지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서 보편적으로 짧은 일정동안 많은 관광지를 주유하는 한국인의 여행 패턴에 맞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자유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여행의 패턴도 점점 "그랜드투어"를 지향하고 있는 것과 함께 각광 받기도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단점들을 극복하지 못하는 곳들은 쭉 마이너 여행지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이 좀 덜한 곳들은 "두번째"에서 다뤘던 기획 여행지로 탈바꿈하기도 하지만, 투자 비용이 너무 크거나, 가능성이 낮거나 하면 그림의 떡 취급을 당한다. 소수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다행이랄까^^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꼭 한 번 가보고는 싶지만, 완전 자유여행에 대한 두려움도 크고, 기본 정보가 별로 없어서 사실 스스로 개척해서 가야하는 '넘사벽'으로만 남게되기도 한다.
 




우리의 선택


우리가 팔라완에 접근한 이유도 바로 이 '세번째의 여행지'가 주는 매력 때문이었다.
대형여행사가 금새 "두번째 여행지"로 낙인찍어버릴 만한 곳도 아니다.
사실 팔라완은 대형 여행사가 접근하려는 시도를 내기에 좀 부담스러운 곳이다. 그래서 제법 오랫동안 '세번째 여행지'로 남을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였다. 

팔라완도 이미 패키지 여행상품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탄탄한 여행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아니다. 
우선 팔라완의 주도인 푸에르토프린세사로 가는 항공편이 상당히 불편하다.
팔라완이 버킷리스트로 등장한 것은 "코론"이라는 자그마한 부속 섬과 "엘니도"라는 놀라운 경관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답사 때는 아예 두 곳은 포기해야만 했다.
푸에르토프린세사 근방만 둘러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땅도 넓고, 교통도 불편하다.

답사를 다녀오긴 했지만, 우리에게도 버거운 곳인 건 사실이었다. 이번 답사는 "세번째 여행지"로서의 가능성만 보고 왔을 뿐이다. 기껏해야 가격대별 대표 숙소 몇 군데 정도와 유명한 관광 명소를 훑은 정도...

그 외에 이런 곳들을 조금이라도 덜 고생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데이투어나 한국어 가이딩 시스템 정도를 마련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뭐, 이런 면 때문에 아직 여행업계에서 달려들고 있지 않은 걸 테지만...

이것말고도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랜드투어'냐 '퍼블릭투어'냐 하는...

개별 자유여행이라는 '그랜드투어'를 거칠게 양분할 수 있겠는데, 
하나는 엄청나게 돈을 들여서 아무리 기반시설이 부족한 곳도 전혀 수고스럽지 않도록 다 갖추고 다니는 것. 중세 귀족들의 "그랜드투어"를 재현하는 방식이다. 이건 전혀 우리 취향이 아니니까 패스~
나머지 하나는 "그랜드 투어"의 내용만 취하고 형식은 '오지탐험' 컨셉^^. 쉽게 말해서 한비야식 여행이다. 

우리가 시도하려는 여행 방식은 
너무 힘든 '그랜드투어'에서 불편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비용도 절감하는 '퍼블릭투어' 요소를 넣으려는 것인데, 그랜드 하면서 퍼블릭한 여행 컨셉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만들어 내더라도 과연 이 두 요소를 이런 방식으로 결합하는 여행을 선호할까하는 시장성에 대한 자신이 별로 없긴 했다.

그래서 더더욱 가족 단위로 직접 팔라완에 부딪혀보는 실험이 필요했다.
너무너무 다행인 것은, 내게는 실험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

우리 가족의 여행지가 팔라완이 되어야만 했던 우여곡절이랄까~

-적은 비용
-실제 얼마나 불편한 지
-최소 몇 박이라야 가능한 동선인 지

를 파악하는 게 이번 실험의 목표다. 
음... 결론적으로...
참, 독특한 가족여행은 되었다 정도만 밝힌다.^^

미자막으로 밝히자면, 이번 실험은 헐리웃 첩보물의 전형성을 좀 차용했다.

절대 피실험자들에게 당신들이 실험대상임을 알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실험이 마지막 실험인 것도 아닐거라는 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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