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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11. 2017

팔라완 가족여행 05_ 코론하면 절대 가야할 마키닛

2016.8.17

배고프고 더울 때는 죽자고 걸어갔다가 "카와야난 레스토랑" 에서 배불리 먹고 나서는 바로 트라이시클을 타고 호텔로 돌아 왔다. 거금 1,000원(40페소)을 쓰고 말이다. ^^
시간대별 일정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 계획은 있다. 
<오늘의 미션> 이랄까?
랍스타 미션은 대성공. 다음은 마키닛 온천이다.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6.22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블루웨이브 호텔 풀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들어간 방은 1층 풀장 바로 앞이다.
입구에서는 가장 먼 방이지만, 마치 우리들의 개인 별장 같은 느낌을 준다. 맘에 들었다.
풀로 향한 창이 전부 통창이고 그리로 드나들 수도 있는...
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위해 늘 커튼을 쳐 두기로^^



엄마, 아빠의 목표를 위해 오늘 하루, 아니 어제부터 시달린 어린 것들은 짐을 푸는 척하더니 가져간 스노클과 핀을 꺼내서 바로 입수.



여기서 보니 <타피아스 전망대>가 지척이다.
호텔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줄도 모르고^^



꼬맹이 둘은 이제서야 놀러 온 것 같단다.
역시 애들은 애들^^



첫째는 내일 있을 호핑투어라는 것에 대비해서 자맥질 연습 중이다.
어릴때부터 수영을 시켰더니 이럴 땐 참 좋다.
성인풀이라 지들 발이 전혀 닿지 않는데도 전혀 무서움도 없고, 부모들도 물에 던져 놓고는 잊어버릴 수 있으니...

애들이 이러고 있는 동안 난 프런트에서 내일 호핑투어와 그 다음날 <엘니도>로 가는 배를 예약한다.
재밌는 건 호핑투어 비용이나 엘니도까지의 배편 비용이나 동일하다는 것^^


성인 1,500페소, 소아는 50%



<블루웨이브 호텔>은 미리 검색을 해서 찾아낸 곳이다. 사장님이 한국인이다.

사장님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분이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서 자세한 사연까지 알 수 있도록 했다. 
대덕연구단지 쪽 대학 강단에 계시던 분인데, 평생 이렇게 살다 죽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직금을 털어 이곳에, 이렇게 호텔을 열었다 한다.
건립과정의 난항들과 매일매일을 일기처럼 써 둬서 애정도 가고, 지은 지 1년 밖에 안된 새 호텔이라는 점과 함께 사장님의 아마추어리즘이 이 호텔로 결정하게 만든 일등 공신.

위치로나 가격대로나 그렇게 인기가 있을 것 같지 않은데, 거의 풀북이었다. 우리도 좀 작은 방을 빌리려 했으나 없어서, 가장 큰 룸을 빌려야 했다.

호핑투어 예약하는 중에 마침 지나길래 인사를 나눴다. 스포티한 고글과 옷차림과는 달리 학자같은 부드럽고 조용한 말투에 신뢰가 간다. 딸이 학교 마칠 시간이라 데리러 가는 중이라해서 오래 시간을 보내진 못했지만, 적극적으로 많은 걸 도와주려 애썼다.

근데 실제 한국인들은 한 팀 정도 밖에 없고 거의 필리핀 본토에서 휴가차 온 사람들이었다. 
부지가 그렇게 크지 않고, 마당이나 수목이 있지도 않은데, 전체를 하얗게 칠한 깨끗한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았다.
직원들도 상당히 친절했다. 오너의 부드러움이 직장문화로 정착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코론의 자랑, 마키닛 온천


마키닛 온천은 코론 타운에서 제법 떨어져있다.
호텔에서 카와야난까지의 거리 두 배 이상?

야외 온천인데 바닷가와 붙어 있단다. 호텔 사장님도 꼭 가보라고 하고...
요금도 싸다 어른 150페소(소아는 절반).



근데 거기까지 가는 트라이시클 가격이 더 비싼 듯^^
우리가 온천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기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호텔까지 와 주는 시스템이다. 마키닛온천이 외진 곳에 있어서 그러는 것 같다.
프런트에 마키닛 행 트라이시클을 불러 달라고 하고는 물에서 바로 애들을 건져 올려서 실었다^^.
인당 150페소를 요구했다.
흥정을 통해 인당 100페소로 합의후 출발.



코론타운과 반대방향으로 달린다. 이 길로 가는 거의 모든 트라이시클은 다 마키닛으로 간다고 봐야...



잘생기고 젊은 기사 양반과는 흥정 이후 거의 대화가 없다^^.
우리의 영어를 그도 이해하지 못 하듯, 영어와 따갈로그어가 섞인 그의 말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트라이시클로도 제법 달리니 "마키닛 핫 스프링" 이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그새 요금 정책이 바꼈는지, 우리가 원래 알던 요금보다는 조금 더 비싸긴 했지만,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들어가는 입구엔 식당인지 간이 바인지가 있는데 아직 피크 시간 전이라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았고, 그 앞 마당에 거대한 목각 가면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아이들은 저런 거에 더 관심이 가는 듯.


그 길 끝에 이런 큰 풀(그래 이건 풀이다. 온천욕장이라기엔 너무 큰)이 있는데, 세상에 뜨끈뜨끈 한 물이 한 가득.
걸어오는 동안 발에 묻은 모래를 살짝 씻어내고 들어간다.


저 끝에 보이는 다리발 너머는 바다고 그 뒤에 산처럼 보이는 건, 우리가 있는 부수앙가섬 앞의 진짜 "코론"섬이다.
온천을 즐기기엔 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진 않다.


더운데 와서, 무슨 온천이냐 했던 마눌님도 만면에 미소를 띠어주고...
이럴 때 여행 기획자는 안도하고 보람을 느끼는 거지^^.


애들 놀이가 딱 좋은 물 깊이에 넓고... 
따뜻한 키즈풀 같은 곳인데 물도 엄청 맑다. 어딘가에서 계속 물이 샘 솟는 듯 계속 넘치는 물이 바다로 흘러갔다.



하루의 피로는 '아빠'가 푼다.
애들을 뉘고 등을 살짝 들어서 이끌어 준다. 170도 정도 되는 인간 눈의 화각으로 오로지 하늘만 보면서 물 속을 미끄러지는 경험은... 스르륵 잠이 오게 만드는 법.



그렇게 가속을 붙인 뒤에 밀어내니,


애들이 너무 재밌어 한다. 
그렇게 아빠는 열 번도 넘게 인간 동력기가 되어야 했다는...

그럼 아빠의 피로는?


저 놈들 웃음소리로 푸는 거지 뭐^^

처음엔 더운 곳에 간다니 싫다던 녀석들이, 다시 집으로 가자니 싫다고 난리였다.


그런 애들을 두고 마눌님과 둘이 주위를 둘러본다.
풀장 가로 난 데크 길은 바다로 이어진다.


온천 주변은 온통 맹그로브 나무다.


여기저기 작은 게들도 많다. 물놀이에 지친 우리 꼬맹이들은 이내 게 잡기 놀이 삼매경.


더운 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다리발을 세워뒀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는 걸로 봐서는 작은 배를 탈 수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간조기인지 수심이 아주 낮다. 개울가 시골 빨래터 같은 느낌이다.


바다라 해도 모래 위로 얕은 물이 잔잔한 게 호수같다.


뒤를 돌아보면 오후 햇살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온탕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가 보인다. 그들도 우리 둘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있는 듯...


점차 출출해진 녀석들도 집으로 돌아가잔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 한 장만 남기고 아쉽게 뜬다. 애들은 내일 또 오자고 하지만,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 생길 것 같지는 않은데... 말로는 그러자고 했다만.


돌아오면서 집들 사이로 보이는 석양이 너무 아름다웠다. 온천탕 안에서나 그 다리를 배경으로 걸려 있을 석양빛을 물속에서 보았더라면...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있다가 나오는 건데...



우리를 태운 트라이시클 기사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셔야 하니...

아쉬워야 또 온다는... 늘 이 주문같은 경구를 달고 살지만 
마키닛은 정말 다시 가보고 싶다.
마키닛온천 = 세상에서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큰 자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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