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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16. 2017

팔라완 가족여행 09_ 코론 호핑 : 카양안 호수

2016.8.18

코론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 카양안호수.
카양안을 감싸고 있는 풍경, 물빛도 좋지만, 놀라운 특색을 숨겨두고 있다 들었다.

화산지형이라서 수심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이 더 뜨겁단다. 음... 그럴 수 있어. 대류로 인한 온도 평준화 속도보다 더 뜨거운 수심바닥의 온도가 있다면... 하지만 놀라운 건 그게 아니다.
대류라는 유체역학 법칙을 뛰어넘는 또 다른 특징. 바로 아래의 뜨거운 물은 바닷물이지만 위쪽의 차가운 물은 민물이라는 것. 
밀도가 다른 재료가 잔 속에서 대류없이 뚜렷한 경계를 만드는 칵테일처럼, 농도차이 때문에 대류가 일어나지 않고 온도와 밀도가 다른 두 물이 층을 이루고 있단다.
직접 촉감으로 느껴보지 않고는 믿기 힘든...
점심을 먹고나니 다음 호핑 지점이 카양안이란다. 확인하러 가보세~.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4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멀리 조그마한 섬이 하나 나타난다. 
가이드가 카양안호수에 갈 거라 설명한다. 
아기다리고기다리 던... 카양안이다. 
종합소감? 
세상엔 카양안호수에 가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감히 단언한다. ㅎㅎㅎ
 

오전에 들렀던 트윈라군처럼 여기도 절벽으로 된 좁은 관문을 통과하니 조용한 호수같은 곳이 나타난다.
물이 참 맑다. 주위 경관도 아름답고...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카양안 호수구나~' 라면서 감탄을 했는데, 가이드가 내리란다.
그러고는 절벽면을 따라 난 나무 테크를 따라 한참을 걷는다. 데크는 제법 길다.
 

근데 이상하다. 수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우리가 첨 온 건 아니다. 벌써 대 놓은 방카는 여러댄데...
 

카양안호수는 직접 들어가 봐야만 그 맛을 아는데, 왜 이렇게 아무도 없단 말인가?
의문은 데크가 끝나는 곳에서 해결이 된다.
 

나무데크는 좁은 모래사장에서 끝이 난다.
관리사무소처럼 보이는 몇 채의 가옥이 있고, 산으로 이어진 나무 계단 옆에 입간판이 있다.
입간판의 지도에서 현위치는 이 섬의 선착장일 뿐, 섬 중앙에 커대한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래, 생각해보니, 선착장은 비록 호수처럼 갇혀 있는 듯 보이지만, 바닷물이었으니...
바보같은 생각을 했지만, 충분히 오해할 만큼 선착장만으로도 절경이었다는 거지... 
 

카양안 호수로 가기 위해선 여기서부터 약간의 산행을 해서 언덕을 넘어야 한다.
 

우리 둘째는 배에서 내리면 바로 물에 들어간다는 아빠의 잘못된 지식을 믿고 저런 복장으로 느닷없는 산행 중이다. ㅋㅋㅋ
꽤 가파른 길을 내내 저러고 아빠를 따라온다. 참 무던한 놈^^
 

그나저나 이 풍경. 이거 어쩔 건인가?
언덕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선창이 보인다. 근데 이 풍경만으로도 산행의 수고가 보상이 된다는...
 

산행이 힘들었지만, 고작 10분이다. 그리고 끝이 보인다. 

일테면, 고갯마루.
굳이 산정상 정복을 위한 산행은 아니니까, 오르막이 끝나면서 바로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능선을 따라 옆으로 난 길이 있다.
가이드는 우리를 그리로 안내한다.
도착한 곳은 우리보다 먼저 배를 타고 온 다른 일행들이 한창 사진을 찍고 있다. 기암괴석이 동굴처럼 된 곳이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석회질의 섬에서 연약한 부분이 오랜 풍화로 만들어진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신기한 건, 정상 바로 아래에 이런 것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
이곳에 오면 모두들 한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기위해서 순서를 기다린다. 여기 동굴은 아니고 반대쪽 풍광때문인데...
 

점심이후 제법 말을 섞고 있는(그러나 영어가 짧아 조금만 대화를 나누면 할 말이 없다는 게 ㅎㅎ) 같은 배의 우리 일행들이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우리를 찍어 준 스페인 친구의 사진도 꽤 근사하다.
 
갑자기 가이드가 가장 멋진 배경 조합이라며 꼭 자기가 찍어야 된다고 폰을 달라고 하두만.^^
 

말 그대로긴 하다. GOOD!!
살짝 동굴 쪽으로 들어가더니 저런 사진을 찍는 센스^^
 

일행이 모두 포토존에서 흔적 남기기를 마치고 금새 내려온 곳에 펼쳐진 거대한 초록빛의 호수.
일차, 풍광에 놀란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절벽너머까지 뻗어있다. 아까 입간판에서 보고 상상했던 규모보다 더 컸다.
 

입구쪽부터 반원으로 만들어져 있는 데크는 반은 물에 살짝 잠겨있기도 한데, 
가이드가 1시간 가량 머물테니 맘껏 즐기란다. 
아, 이 아름다운 곳을 딱 60분만 만나게 해주는 몰인정한 사람...^^
전에도 말했지만, 1시간이면 대부분 지칠대로 지친다. 더구나 우린 오늘 너무 많은 곳에서 즐긴 물놀이로 넉다운 직전이니... 딱 3명을 빼고 말이다. ㅎㅎㅎ
이 날을 위해 그 동안 갈고 닦은 수영 실력은... 아니고, 물놀이 체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는 우리집 남정네 셋.
 

한마디로 물만난 고기랄까 ㅎㅎㅎ
빌려간 고프로를 들고 열심히 찍긴했는데, 셀카봉 연결부위에 유격이 생겨서 영상은 심하게 흔들거려서, 아쉬운 결과를 남기고 말았다. 대신 중간중간 스틸 캡쳐사진으로는 쓸 수 있을 정도.

허둥거리면서...
차분하지 못한 들뜸에...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는 이런 상태를 "황홀경" 이라 하는 건가 보다.
 

호수 둘레의 데크 근방 수심은 5m 정도였지만, 호수 중앙으로 가보니 15m 이상인 곳도 있었다. 
여행객들이 만드는 기포만 없다면, 부유물도 별로 없는 정말 명경과 같을 그런 물빛을 자랑한다.
아래는 기괴한 모양으로 생긴 석회질의 바위가 신비로운 자태를 뿜어내고...
우리 가족은 모두 핀을 들고 갔지만, 마눌님과 작은놈은 잠수에 소질이 없고, 그나마 큰놈은 조금씩 자맥질도 하지만 겨우 지 키 정도까지만 내려갈 수 있기에 오롯히 바닥의 모습을 즐길 수 있었던 건 나혼자였다.

둘째놈이 제일 먼저 지쳐서 난간에 걸터 앉고 마눌님이 그 다음. 
수영에 자신있는 큰놈과 나는 호수 중앙쪽으로 제법 뻗어나가 본다. 
 


그때 우리 일행의 가이드와 다른 가이드들이 독특하게 생긴 핀을 끼고 바닥까지 내려가더니 입으로 링을 만들고 있다. 
신기해서 배우려니, 자기들 밥벌이를 탐하지 말라는 농으로 답을 해 준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수면에서 물놀이를 즐기는데 반해 나는 제대로 찍히는지 아닌지 확인도 되지 않는 고프로3(모니터 일체형이 아닌 ㅜㅜ)를 들고 저면 수영에 푹 빠져 있었다.
물 온도의 경계는 뚜렸했다. 호수라 해도 열대기후라 그렇게 춥지는 않지만, 약간 시원한 기운이 들 정도의 표면 온도와 달리 몇 미터만 내려가면 놀랄 정도로 따끈해진다. 그것도 딱 그 경계쯤에 있으면 상체는 서늘하고 하체는 따뜻한 기운을 동시에 느낄 정도로...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게 참... 세상은 넓고 가볼 곳도 많단 말이지!

바닥에서 기암괴석이 없는 곳은 대부분 고운 모래로 덮여있는데 색깔로 미루어 석회사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대비되는 검은 점들이 무수히 깔려 있는데, 고동이다. 온 호수 바닥에 고동이다. 
이렇게 뜨거운 물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이 독특한 이중 온도의 카양안에는 여러가지 생물들이 살고 있다.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녀석은 마치 '학꽁치'처럼 생겼는데,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핀을 차고 수영함녀서 한 녀석을 쭉 따라가 보기도 했다. 
 

데크 아래에는 숨을 곳이 많아서 인지, 떼로 몰려다니고 있었다.
 

다른 종의 물고기도 있었는데, 놀래미와 닮았다. 약간 더 작고 똥똥했다.
전부 바다에서나 볼 수 있을 어종들인데, 혹시나 해서 뜨거운 물이 있는 저면 쪽에서 입안으로 물을 머금어 보니, 짜다. 
수면의 물은 분명 짠 맛이 별로 없었는데, 소금기가 많이 느껴진다. 
호수로 유입되는 수원이 상류의 석간수와 호수 바닥의 바닷물로 이원화 되어 있는 게 아닐까 추론해 본다.
 

그렇게 바닥을 훑다가 발견한 새우다. 몇 마리가 있었는데 민물가재를 애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바닥으로 애들을 데려올 수는 없고... 잠시 집어서 보여주고 싶었지만, 잡을 수 없었다. 무척 빨랐다. 

이렇듯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이리저리 호수 유람에 빠져있다가,
 

물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우리 일행들 대부분은 물 밖으로 나와서 쉬거나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멀리서 둘째가 이제 나오라고 아빠를 애타게 부르고. ㅋㅋ
아 또 나의 철없음에 대한 마눌님의 잔소리 "포스와 함께"... 하겠군.
 

다시 지나왔던 고갯길을 넘어, 방카로 간다.
 

갑작스런 우리들의 출현에, 방카 아래로는 편하게 쉬고 있던 작은 물고기떼가 화들짝 놀라 부산스럽다.
 

재밌는 건, 우리 배에 딴 10여 명의 여행객 중 나와 우리 큰놈만 빼고는 거의 대부분 물놀이고 뭐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는 표정들이다.
나야 뭐 하루종일 물에 있어도 지치지 않을 정도니... 마눌님과 둘째도 놀라운 광경을 만나도 감탄사를 뱉을 체력조차 없는지 대면대면한다.
 

역시 배테랑 가이드는 좌중의 분위기를 재빨리 캐치해 내더니, 야심차게 준비한 간식을 돌린다.
구운 바나나.
이게 인공 시럽을 바른 건지, 아니면 익으면서 진액이 나와서 자연스레 만들어 진 건지, 반들반들한 달달구리 시럽을 끼얹은 듯, 떨어진 당 보충에 직효가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체력 보강을 해서 가 봐야할 호핑 지점이 더 남아 있다는 거지...
나는 무조건 즐거운 상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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