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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18. 2017

팔라완여행 11_ 코론에서 보낸 마지막 밤

2016.8.18

그러고보니 고작 이틀 째일 뿐인 우리의 코론 여행.
내일이면 엘니도로 떠나야 한다. 
오늘 강력한 추억 하나 만들었지만, 실은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다. 막내를 빼고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지만 오후 시간 내내 이리저리 시내구경을 나가기로 하고 샤워만 하고 또 호텔을 나선다.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4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이제 긴거리든 짧은 거리든 트라이시클을 타는 게 아무렇지도 않다. 호텔에서 불러 중심가까지 곧장 나와 버린다. 관광도시라 이 시간이 되면 활기를 더 하는 듯 보인다. 
 

금새 황혼이 들면서 우리는 또 한 끼를 어디서 해결할 지를 고민한다. 
<엘니도>가 새둥지를 뜻하는 스페인어라는데 실제 제비집 수프가 이 쪽 특산물이라 들어서 저녁 메뉴는 제비집 수프로 정해 두었고, 돌아다니다가 수프를 취급하는 식당 아무곳이나 들르자 했다.
 

필리핀 어딜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성당이지만, 코론에서 제일 큰 시설로 보이는 이곳도 성모상 주변에 조명이 들어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너머 타피아스 전망대의 십자가와 코론 입갑판에도 조명이 들어와 있다.
 

오늘은 중심로를 따라 다니지 말고 골목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초등학교 옆으로 난 좁은 골목엔 포장마차에서 올라오는 연기와 오가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시골 장터같은 분위기에 이끌려 그쪽으로 향한다.

 조금만 가니 큰 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쪽을 향한 스텐드엔 이미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다. 모두가 몰두하고 있는 쪽을 향해 우리들도 자리를 잡아본다. 우리 바로 옆에서 꼬맹이 하나가 유난히 나만 쳐다본다. 귀엽다. 
"엄마 어디갔어?^^"
 

이처럼 몰두하고 있는 광장은 실은 농구 경기장이다. 필리핀 어느 마을에나 하나씩은 있는 농구장. 
헌데 여긴 제법 야간 조명과 바닥 상태 등 전문적인 농구장의 형태를 두루 갖추고 있다.


유니폼과 주위 분위기를 봐서는 꽤 큰 대회가 진행중인 듯.
필리핀 사람들의 농구 사랑은 정말 대단한 듯하다. 현지인들 규모라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을 것 같은 이런 작은 섬에서 갖출 것 다 갖추고 공식적인 경기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저변 인구를 갖춘 종목이 바로 농구라는 거지.
선수들의 움직임과 득점 여부에 따라 일대가 환호성으로 뒤덮인다.
우리도 덩달아 잠시 구경을 하다가 배가 고파 일어섰다. 

어느새 주위는 밤이 되어가고 있다.
 

좁은 골목이지만 포장마차는 제법 테이블까지 갖추고 길게 줄을 지어 있다.
테이블과 포장마차 사이가 통행로가 되어 줘야, 서서 간단하게 꼬치구이를 집어 먹는 사람들까지 흡수할 수 있음을 깨닭은 저 탁월한 장사 수완과 좌석 배치란^^
 

시장한 차에, 닭꼬치 굽는 냄새가 얼마나 땡기겠나. 이제 곧 저녁을 먹을 거니 조금만 참아라 해도 마구 졸라댄다.
보통 이렇게 먹을 걸 사달라 조르지 않는데, 막내 놈 눈치가 100단이다. 
뭔가 엄마, 아빠가 자기한테 미안해 하고 있는... 
뭐라도 말만 하면 다 해 줄 것 같은... 이런 분위기 감지에는 귀신같은 녀석은 결국 평소였음 어림도 없었을 것을 기어이 얻어낸다. ㅎㅎㅎ
  
그렇게 북적거리는 먹거리 골목을 지나 약간 한산한 곳으로 오니, 약국이 보인다. 
호텔 프런트에서 엘니도행 배편을 예약할 때, 꼭 멀미약을 사라고 했다.
직원이 약국 위치와 멀미약 이름까지 알려줬다. "Bonamin".

내일 아침 7시 반 배로, 코론을 떠나 배를 타고 엘니도로 가야한다.
한국에서 출발 전,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로는 4~5시간.
호텔 카운터에서 물어 본 바로는 6시간 정도. (실은 모두 틀린 정보였다는...ㅜㅜ)
여튼 짧은 시간은 아니다. 여기 여객선이 철선일 리 없을 테고, 인근 해역이 아니라 그 정도의 거리를 달려야한다면 분명 멀미가 심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약국이라지만, 전쟁 영화의 야전 텐트 한 쪽에 차려진 약국같은 규모와 인테리어다. 진열장도 몇 없고, 진열장마다 약 상자가 겨우 몇 개씩 있는 좁은 공간에는 그래도 하얀까운을 입은 인텔리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 약사가 앉아있다. 그는 우리가 알아듣기 쉬운 영어로 약에 대한 설명과 음용법 등을 자세하게 말해 주고 혹시 이해하지 못할까봐, 쪽지까지 작성해 준다. 
 

우린 이제 진짜 시장하다.
본격적으로 식당 탐색에 집중..
식당 간판에 더러 제비집수프 그림이 그려진 곳은 있지만, 영업을 안하거나, 수프를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우리는 코론타운 번화가의 거의 반대쪽 끝까지 왔고 더는 배가 고파서, 제비집은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찾아 들어간 곳은 수상식당, "씨호스". 우리말로 '해마' 쯤 되려나? 정작 해마의 영명이 SeeHorse가 맞는지는 모른다. 이 식당까지 가기 전에 "라 시레네따"가 좀더 근사해 보여서 들렀는데, 오늘따라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음식 가격으로 우리가 책정한 약간 과한 예산안에 맞게 분위기 있는 수상식당을 골라 좁고 무서운 골목을 지나 왔건만, 실제 그닥 분위기는...^^

손님도 별로 없고, 종업원들도 서비스에 크게 의지가 없고, 무엇보다 
 




음식 맛이 없었다 ㅜㅜ. 
뭐, 매번 성공할수야 없는 거지만, 반면에 가격은 그렇게 착하지도 않았는데 말야...
 

그렇다고 우리가 뭐 남기고 그런 사람들은 아닌지라, 오지게 다 먹고 자리를 턴다.

그렇게 코론에서의 마지막 밤을 차분하게 마무리 할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엄마는 이제 알아서 혼자 마사지샵으로 가 버리고, 우리 꼬맹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알뜰하게 순간순간의 쾌락 요소를 남김없이 즐겨준다. 그 무시무시한 체력에 놀랄뿐이다.~ㅋㅋㅋ
 
그래 실컷 놀아~. 
아빠도 이렇게 코론에서의 여유가 우리 여행에서 다시 없을 거라는 건 몰랐지만... 내일부터는 정말 파란만장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더란다.~ 
블루웨이브가 5성급은 아니지만 아마 이번 여행에서 니들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호텔이 될 거니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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