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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21. 2017

팔라완여행 14_ 처음 써 본 페이팔(Paypal)

2016.8.20

우리가족의 인생 두 번째 호핑의 날이 밝았다. 그래봐야 이틀 만이지만...
숙박 호텔은 허접하기 이를데 없는 곳이었지만, 필리핀 남쪽 바다, 그것도 엘 니도 앞바다는 환상적이었다.
호핑은 이른 아침 출발인데, 출발 전 "페이팔" 덕분에 무척 분주한 아침을 보내야 했다.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7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어제 룸 체크인하면서 호텔에서 운영하는 호핑투어를 같이 예약을 했다.
사실 팔라완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긴 해도, 엘니도에서 뭘 해야 할지는 잘 모른다. 카운터에 물어보니 호핑을 추천해 줘서, 코론 호핑투어에 이어 이틀만에 또 호핑이다^^

약간 실랑이를 벌인 건 우리 큰 애를 어른으로 계산해야 한단다. 가는 곳마다 규정이 다 다르지만 어쩌겠나?
코스는 당연 "A" 코스. 전에 얘기했듯 우린 잘 모르는 곳에 가서 선택지가 많으면 무조건 "A"코스를 선택한다. 어른 1,200페소, 소아는 50%. 4명이서 4,000페소를 지불하고 환경세로 어른만 200페소씩 더 내야했다. 



 
 

페이팔로 결제한 게 환불이 되어 버리면?


일찍 나서야한다고,  마자 애들을 재촉해서 길건너 호텔 본관 로비로 향한다. 아이필 호텔 카운터에서 조식 장소를 물어보니 바로 옆이더라는...
엘니도에서 그나마 괜찮은 호텔이라고 하더니, 우리가 묵은 곳만 후졌지, 나름 깔끔하고 음식도 좋았다.
 

필리핀 과일은 다 맛있다. 지 엄마를 닮아 과일을 좋아하는 애들은 신난 거지.^^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은 현지 해결하는 변수가 우리 가족 여행의 특징이고, 또 그게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내일 도착할 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의 언더그라운드리버(지하강)투어는 출발 전 인터넷을 통해 현지업체를 찾아서 예약을 했다. 
지난번 너무 큰 감명을 받아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무조건 꼭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망설임없이 진행했던 것. 그러니 내일은 무조건 엘니도를 떠나야 한다. 
또 하루를 여기서 자야한다는 건데... 8시에 호핑투어 출발이면 다른 숙소를 물색해 볼 시간적 여유도 없다. 저녁식사하면서 둘러보고 찾게 되면 레이트 체크아웃을 하는 수 밖에.

그때 메일을 하나 받았다.
Paypal(페이팔)에서 온 메일인데, 푸에르토프린세사에 지하강투어를 예약한 업체의 선결제를 페이팔로만 가능하다고 해서, 그게 뭔지도 모르고 있다가 급하게 가입하고 결제를 했는데... 환불이 되었단다... 

"이게 무슨...?"

메일 앱에는 지하강투어 현지업체에서 온 메일도 있었다.
지하강 투어 상품과 함께, 맹그로브가 울창한 바다로 카약을 타고 나가서 반딧불을 구경하는 상품이 있길래, 같이 예약하고 결제를 했는데, 기상이 나빠서 반딧불투어는 취소가 되었고 그래서 환불조치까지 완료했다는...

지금은 간단명료하게 이해가 되지만, 저 당시에는 당황하기도 했고, 어려운 영단어도 좀 섞여있고, 혹시나 전체 투어가 모두 취소되었다는 걸 수도 있고 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호텔 카운터 직원에서 프린세사의 데이투어 업체와 통화까지 부탁을 해서 모든 확인을 종료^^.


여행을 마치고 페이팔 내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니까
내가 결제한 내역과 잔액(말그대로 계정이니까, 페이팔에 내 돈이 저금되어 있기도 한 것) 등이 나타난다. 처음엔 이 개념을 몰라서 한참을 헤맸다.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자금이 일단 페이팔을 거쳐서 지나간다. 이때 판매자한테 거간 수수료를 뺀 금액을 이체하게 되고 외환으로 거래가 될 때는 해당일의 환율에 따라 원하는 지불 화폐로 입금을 해 준다. 혹시 나처럼 환불 사항이 발생하면 우선 가입할 때 주어지는 페이팔 계정으로 자금이 유입되게 되고, 그걸 주 거래 은행 등록을 통해서 옮기거나 그대로 거치하고 다른 상품을 페이팔로 구매할 때 사용하면 되는 것.
편하긴 한데... 고작 1년 전인데도 어찌 그리 생소한 지...ㅋㅋㅋ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 지 몰라서 그대로 두니까 '결제환불금'을 수락하던지 거부하던지 하라면서 시한까지 주고 독촉을 해 댄다^^

내가 또 페이팔을 이용할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한국의 내 은행계좌로 이체를 하려했는데, 이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은행 코드 숫자를 넣어서 내 은행계좌를 등록해 두고 페이팔 & 은행 간 계정끼리 송금할 수 있다는... 
어떻게 저떻게 거래하는 부산은행을 등록까지는 했다.
그러고나면 페이팔에서 등록이 잘 되었는지 확인차 1원을 송금해 준다^^ (돈 주웠다 ㅋㅋ)

근데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그 이후 어떻게 저떻게 시간이 흘러버렸고, 지금은 페이팔 내 계정에 4,200페소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다. 그리고 뭐 포인트처럼 소멸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당시는 온통 영어로만 되어 있는 홈페이지와 메일.

겨우 질문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왔는데도 해석이 안되더라는...
더구나 구글의 번역 실력도 믿을 만한 수준이 아니기도 했고, 당최 무슨 소린지를 알 수가 없어서 계좌 등록까지만 하고 내팽개쳐 버리고 말았다.

2017년부터 한국지사가 생겨, 그나마 전화상담도 가능하더라. 지금이야 모든 금융사와 인터넷 판매몰들이 각자의 페이먼트 서비스를 시장 선점하려고 혈투중이라 너무나 많은 페이~들이 나타나서 어지럽지만, 본의아니게 페이팔을 반드시 한 번은 더 이용해야 할 것 같다. 
엥? 그러고보니 이렇게 환불 등의 계정관리를 어렵게 해 둔 것 조차 상술이 아니었을까?^^

글을 쓰다가 혹시나 해서 페이팔에 로그인해 본다. 

허걱!!
방금 확인해봤더니, 환차이로 $80달러. 작년에 $88이었는데...이렇게나 떨어져있다. 
무료 $8 차이...
진작에 처리할 것을...ㅜㅜ
 

로비에서 집결인 게 다행이었다. 당시 정신없는 아빠 덕분에 로비에서 우리 애들은

잠시 자기들만의 시간을 '우악스럽게' 보내야했다. 우리 애들이 여기 동네에서 제일 장난꾸러기들이다...ㅜㅜ
빈말은 아니다. 엘니도에 가족여행 오는 케이스가 거의 없는 듯 보인다. 애들이라고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더러 신혼여행으로 오긴 하지만, 엘니도 시내보다는 "00락" 이니 불리는 경치좋은 섬으로 가는 것 같았다. 
섬하나에 리조트 하나. 그러니까 국가 소유인 섬을 리조트 회사에 대여를 해 주고 그 섬의 독점적 사용권을 주는 식으로 초호화 리조트를 만든 것 같다. 
마눌님을 위해 거금을 희생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나중에 마눌님이 리조트 숙박비를 알게되면 더 욕먹을 것 같아서 지레 포기했다는...
 
  



호핑투어 출발지에서 만난 현지 한국 분


우리가 안쪽 소파에 앉아 있는 동안 밖엔 이미 오늘 호핑투어 예약자들이 다 모여있었나 보다.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이 인원 체크를 잠시 하더니 별다른 설명도 없이 따라 오라고 걷기 시작한다.
여튼 아침 내내 정신이 없다.
 


호텔에서 선창까지는 100m나 될까?
여러 업체에 신청한 많은 여행객들이 웅성거린다.

한국인은 없다. 없어도 어떻게 이렇게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딱 한 명 앞 가슴에,


Be the Reds !


라는 익숙한 문구가 적힌 붉은 티를 입은 나이가 좀 있으신 남자분이 있다.

반가운 맘에 물었더니, 여행객이 아니라 여기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엘니도를 소개하고 엘니도에서 한국분들의 소소한 서비스를 대행해 주는 일을 하시는 분이었다. 

우리도 비록 가족여행 중이기도 하지만, 코론부터 프린세사까지의 팔라완 여행이 자유여행 컨셉의 상품으로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를 직접 체험하는 중이라고 하니, 금새 의기 투합이 되었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는 않는 곳이다보니,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나기 위해서 매일 이렇게 호핑투어 시간에 맞춰 선창으로 나와보는 것 같았다. 더러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단다.

주로 하시는 일은 저렴한 숙소를 소개하고 체크인 도와주기
렌트나 픽업 등 차량 서비스 연결해주기
괜찮은 식당 추천해 주기
가끔은 가이드가 되어서 동행해서 숨겨진 비경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기도 한단다...

어제 아이필 별관에서 썩 기분좋은 컨디션과 요금이 아닌 밤을 보냈다고 얘길하자 호핑투어에서 돌아오면 자기가 추천하는 호텔로 가잔다. 훨씬 저렴하고 컨디션 좋은 곳으로 안내하겠다 하신다.

어쩌다 이런 곳에까지 와서 일하게 되었냐 물었더니, 원래 방랑벽이 있어, 젊어서부터 동남아 여기저기서 많이 살았단다. 상대적으로 영악한 한국 사회가 싫어져서 아직도 이러고 있다 하신다. 백분 공감하지만 그런 용기를 아무나 쉽게 내긴 쉽지 않은데…

말씀은 우리들이 괜찮은 숙소 찾는 걸 도와주겠다 했지만 다시 만날 수 있겟나 싶었는데, 장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거나 이국땅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배웅까지 받으며... 설레는 출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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