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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20. 2017

팔라완 가족여행 13_ 엘 니도의 황혼

2016.8.19

한국에서 코론까지 오는데 만 하루를...
엘 니도까지 오는데도 종일을...
우리 가족들 중 이런 여행인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나도 몰랐으니...
그래도 그냥 "푸에르토 프린세사"만 가서 돌아왔거나, 코론만 들렀다 왔다면 이 아름다운 엘니도를 만나지 못했을 거 아닌가. 
여행이 무슨 경제적 투자처럼 투입산출 이론으로 기대효과의 충족을 정량화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관점으로도 충분히 성과가 좋은 투자랄까~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5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급하게 잡은 숙소, Ipil Suite El nido


늦은 오후 선착장을 빠져나와서 우리가 맨 먼저 할 일은 오늘밤 이슬을 피할 숙소를 구하는 거였다.
엘니도는 둥근 모양의 해안 옆으로 길게 발달한 작은 마을인데 한쪽은 절벽이 자리하고 있어서 도로나 건물이나 전부 아기자기한 느낌. 다른 지역과는 다른 풍광이 매력인 곳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많았다. 배를 통해서든 엘 니도 공항을 통해서든 유입된 많은 여행객들이 거리에 흘러넘쳤다.
룸컨디션이나 가격 등 적당한 곳을 찾기위해 우리는 무작정 걸었다.
숙소도 물론 많았지만, 거의 만원. 네 식구를 감당해 줄 방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마을 중심가를 빙빙 돌며 롯지나 호텔마다 들러서 방을 찾다가 배를 타고 같이 왔던 스페인, 브라질 커플들을 만나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지쳐있는 식구들, 특히 아직 상태 회복이 덜 된 큰 아들을 끌고 계속 움직일수도 없어서 룸 컨디션도 엉망이지만 침대가 두 개 있는 허름한 곳을 정했다. 허름해도 요금은 비쌌다. 카운터에서 바로 예약을 해서 더욱 그런 듯.
 본관 건물은 그나마 깨끗해 보였지만, 맞은편 별관(이라기엔... 그냥 임시 거처같은)의 롯지였는데 실내는 환기도 잘 안되고 너무 어둡고 욕실은 좁고 불편했다. 고급 리조트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별 준비없이 온 가장 체면이 말이 아니긴 했다. 
그래도 호텔명은 명색이 Suite인데...

음... 이걸 어떻게 만회를 한다?
그렇다. 역시 먹을 거로 만회를...
그렇게 해서 물어물어 근사한 식당을 알아냈는데, 거긴 또 엘 니도 해변의 반대쪽 끝이다. 
대충 샤워만 하고 호텔 앞에서 트라이시클을 탔다. 한참을 가더니 우리더러 내리란다. 주위는 아무것도 없는데... 
기사왈, 여기까지는 길이 있지만 더 이상은 갈 수 없으니 내려서 조금 걸으란다.
뭐, 그러려니 하고 내려서 걷는데, 거긴 엘니도의 모래사장이 쭉 이어지다가 끊긴 곳이었고, 절벽이 가로막은 곳으로 난 좁은 흙길이었다. 더러 트라이시클이 지나기도 하는데, 아마 다들 오래된 엔진을 달고 있는 차량들이라 자기 차에 탈이라도 날까봐, 아예 못간다하고 내려준 게 아닌가 의심이 되긴 했다.
제법 큰 펍을 마지막으로 여행객은 커녕, 현지인도 지나지 않는 길을 한참을 걸어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Cadlao Resort & Restaurant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엘니도의 그 유명한 낙조를 감상할 시간대였고, 리조트 투숙객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식사를 겸한 황혼의 감상을 위해 많이 들른다는 이곳에는 벌써 많은 식객이 바다쪽 테이블을 다 차지하고 있었다.
선셋이고 뭐고... 애들은 지금 그냥 고단하다 ㅜㅜ
 

한 녀석은 그래도 아직 팔팔한 편인데, 큰 놈은 오늘 하루 완전히 파김치다.
 

짧은 황혼의 감상 후, 식사를 주문한다. 호텔 내에서 운영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가격대가 좀 있다.
 

대신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서비스도 좋았다. 
미소 가득 친절한 직원이 우리 테이블을 전담하고 수시로 필요한 게 없는지 물어봐주는...
 

뭘 시켜도 음료는 물먹는 하마, 아니 우리 막내가 흡입해 버린다. 
 

그래도 착한 녀석, 형아 한테도 좀 남겨주라는 말에 최선을 다해 자제하는...^^
 

메인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 
 

뭐가 뭔 지 전혀 모르면서 오로지 서빙하시는 분의 추천으로만 주문을 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양 조절에 실패해서 너무 많이 시킨 게 문제였지만 ㅋㅋ
 

오늘 하루, 그나마 가장 육신이 멀쩡한 부자 둘이 나머지 식구들 얼굴에 웃음기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

'막내야 오늘 하루 니나 내나 고생했다.'

다행히 나갈 때는 레스토랑에서 트라이시클을 불러줘서 바로 숙소까지 갈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여긴 아직 빈방이 남아있었다는... 시내 중심가와 거리는 좀 있지만, 우리가 잡은 곳 보다는 백배 나아 보이는 이곳에서 아쉬움만 남기고 모든 짐이 기다리는 우리집(?)으로 컴백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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