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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23. 2017

팔라완 여행 16_ 엘니도 호핑, 청춘의 로맨스

2016.8.20

이미 밝혔다시피, 엘니도 여행객 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애들 데리고 다니기에는 불편하다는 뜻이기도 한데...
거진 청춘남녀(더러 남남, 여여 청춘들도 보이긴 했다만^^)들만 있고 그래서 호시탐탐 젊음의 호르몬으로 눅눅한 분위기 속에서 짐짓 모르는 척 꿋꿋하게 즐길 거 다 즐기면서 다녔다.
멋진 해변가에 놓인 그네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16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유리처럼 맑은 석호(?)


이번에 도착한 지점이 오늘 코스 중에서는 하이라이트 같았다.
절벽으로 막혀있는 넓은 호수같은 곳인데, 명경이라 할 만큼 투명도가 탁월한 물 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 투명도는 사실 날씨 영향도 많이 받는데, 우리가 간 날이 며칠 비가 오지 않아서 부유물이 없었고, 맑아서 태양의 직광이 물 깊은 곳까지 잘 비춰주고 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여기선 카약을 탈 수 있었다. 규모가 좀 있는 곳이니까 대부분 카약에 올라 이제까지와는 좀 색다른 재미를 취한다.
홍콩의 젊은 신랑, 신부는 참 이쁘다. 설레발과는 거리가 먼 차분하고 진중한 분위기의 두 사람 사진을 보내주고 싶었는데, 받아 놓은 메일주소를 날려버리는 바람에...
특히 신랑이 잘 생겼더라고...
 

4인용 카약은 아니지만 작은 아이들까지 모두 같이 한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좁은 협곡을 지나면 안쪽에 숨은 비경과 더 잔잔한 곳이 있다. 마치 석호같다.
 

가이드가 우리 카메라를 달라고 하더니, 사진을 좀 담아준다. 센스쟁이^^
우리 막내는 절대 체력이 딸려서 저러는 게 아니란다. 그냥 가만히 누워서 하늘을 하고 있으면서 배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좋다나 뭐라나 ㅋㅋㅋ. 
뼈속 깊이 한량 기질이 흐른다.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그렇게 사진기는 가이드에게 줘버리고 우리는 안쪽 호수에서 실컷 수영을 즐겼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이곳에서 즐기는 수영은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아예 카약 앞에 달린 줄을 어깨에 메고 앞에서 천천히 배를 끌면서 헤엄을 치기도 하고...




 

무료 스마트폰 하우징을 믿으면 안되는 건데...


문제는 물이 너무 맑았다는 것...
살짝 업된 내가 잠수를 해서 하늘을 바라보며 수면에 뜬 우리 식구들과 카약을 찍겠다는 생각을 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당장 사용가능한 기기가 없었다.
유일하게 마눌님이 가지고 있는 핸드폰 밖에는.
공항에서 여러 회사들이 무료로 나눠준 얄팍한 하우징도 있겠다...

그걸 들고 잠수를 했다. 그리고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아마 기억에 동영상도 좀 찍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더 이쁜 그림이었거든...

그렇게 흡족한 작업을 완료하고 물 위로 올라와서 다시 카약 위로 마눌님 폰을 건네는데,


자기야, 여기 물 들어간 거 같은데...


이런 말과 함께 들어보이는 하우징 안에는 일부러 넣은 것처럼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엉?
후다닥 꺼내서 닦아내고 식수를 들이부어서 씻어내고... 
이미 전원은 알아서 나가 있었고...
마눌님 눈에서는 레이저가 계속 나오고 있고...

아, 철없는 남편쟁이는 매일매일 사고를 치는 구나...

몇 시간 뒤 숙소에 돌아와서야 수돗물을 틀어서 한참을 씻어내고는 유심칩을 빼고 드라이로 말리고...
하지만 집에 와서 확인한 결과 완전히 사망하셨고, 메인보드가 다 탔는데, 데이터 복구조차 안된다는 말만...

결국 이번 여행에서 마눌님 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전부 다 날아가 버렸다는...

여러분 공짜로 나눠주는 하우징 절대 믿으면 안 된다는 거... 그거 그냥 비 올때 생활방수 용으로 쓰는 거라구요~. 물 속에 들어가면 더더욱 안되고, 그게 소금물이라면 그냥 폰 하나 새로 장만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성화에 못이겨 3년 전 같이 했던 아이폰5를 뒤로 하고 아이폰6를 중고로 하나 구매해줬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걸 잘 쓰고 있다.

여기서 이 폰에 얽힌 얘길 안 할 수가 없다.
최근 스마트폰이 자가 수리가 힘들고 파손이 더 잘되는 디자인으로 일체형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제기가 있기도 했지만 우리 사무실의 얼리어덥터 "J"는 어쩌자고 수동 분해 키트를 구매한 것이며, 3년이 넘어가자, 배터리 팩이 부풀어올라서 폰이 기형이 되어가는 내 아아폰5를 어쩌자고 실험대상으로 분해해서 고쳐주겠다고 한 건지...
유투브를 뒤져서 분해하는 과정에 대해 자신있어 하더니, 어디서 쇼트가 생긴 건지, 다시 재조립을 하니 화면이 먹통이 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인근 사설 수리점에 갔더니, 액정 등 어셈블리 앞면 전체를 교체해야 한단다. 당장 부품이 없어서 며칠 뒤 다시 와달라고... 그리고 배터리도 새걸로 교체하면 앞으로 2년 정도는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며칠이 뭐당가... 폰이라는 게 있다가 없어지고 나니 답답하기가 참...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게 마눌님의 폰이다. 
"J"에게서 수리키트를 빌려 그날 집으로 가져가서는 마눌님의 폰을 분해했다. 역시나 여기저기 소금물에 부식한 흔적들이 보이는데 혹시나 해서 내 꺼 전면부와 마눌님의 전면부를 교체를 했더니...

이거
...
이거
...

된다. 

세상에... 유투브 하나 보지않고, 사무실에서 친구녀석 하는 거 어깨너머로 본 게 다인데... 
허나 마눌님 폰이 완벽하지는 않아서 전면 카메라는 기능 상실... 
그 이후 셅카는 포기하고 살아야 했지만, 화면이 나오는 게 어디냔 말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단 이야기... 마눌님의 폰이 이때 망가지지 않았다면 물론 나도 지금 아이폰7 제트블랙 쯤 쓰고 있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물건을 못쓰게 되지도 않았는데 버리거나 바꾸는 걸 죄악으로 여기는 성격인지라, 그냥 그냥 계속 쓰고 있다. 
뒷면은 블랙인데 전면은 화이트인,
지금 쓰고 있는 내 아이폰5는 그렇게 전, 후면 색이 다른, 전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폰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배터리 완충에서 방전까지 4~5시간 정도까지만 버티는 놈이지만, 조금만 더 쓰다가 다시 한 번 분해해서 이제 자가로 배터리를 갈면 되니까, 아마 앞으로 2~3년은 더 쓰지 않을까 싶다. ㅎㅎㅎ




 

청춘남녀의 끈적거리는 호르몬 속을 뚫고^^


오늘의 호핑도 종반부로 향하고 있다.
중국에서 왔다는 저 아가씨는 아예 인사불성이구만^^
 

하지만, 아직 팔팔한 우리 가족들^^
멋지다~
 
저기 뒤로 늘어선 야자수가 유혹하는 섬이 이번 호핑의 마지막 거처다.
 

마치 조림을 해 놓은 듯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는 야자수와 그 앞에 또한 일렬로 도열한 방갈로.
그리고 방카들도 해안을 따라 일렬로 정박 중이다.
 

허허, 
오늘 들렀던 곳들 중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다.
비치 모래밭 규모도 제법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청춘들.
시즌 때의 해운대 같은 느낌이다. 부산의 여러 해수욕장 중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해운대. 송정도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지만 보통은 단체 엠티로 주로 이용한 것 같고, 광안리는 아주 어린 10대 친구들이나 가족 단위로 많이 이용했던 것 같다. 
여튼 이 곳은 '영~한 비치' 느낌!!
 

방카에 딴 선원과 가이드 끼리는 친하겠지?
정박용 로프를 먼저 대고 있는 다른 방카의 선원에게 냅다 던져서 배를 댄다.
 

이 멋진 물 빛이란...
 

그러니 우리 꼬맹이들 완전히 신나서 마치 세상에서 바다를 처음 접한 사람처럼 나올 생각을 않고 저러고 논다. 
 

선수 하나 더 입장~
살짝 파도도 있고, 수심이 깊은 곳도 있어서 조끼를 입혀서 보냈다.
 

개흙이라고는 없이 오로지 화이트한 샌드로구나. 
그러니 이 그라데이션이 나오는 거지만...
 

자, 그건 그렇고 섬을 점령한 젊은 친구들의 눈빛에선 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오르게 하는지라...
이성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대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내적 갈등과 자아의 분열 증상.
경치를 바라보고 있긴 하나 정작 경치에 대한 감흥은 전혀 없는 상황^^
한마디로 뜨끈뜨끈한 젊음의 환각 상태랄까...
 

근데 해변 끝 쪽에 유난히들 많이 모여있다...?
 

앗!
저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상열지사적 청춘 멜로 플롯에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그네가 아닌가!
 

그네를 매어 놓은 큰 나무 뒤에는 알콜을 비롯 음료를 판매하는 매점도 있고...
여성들이 자연스레 음료를 마시면서 바다로 시선을 두면,
건장한 사내들이 담력을 과시하면서 그네에 매달리거나 뛰어내리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가 있는 구조 되시겠다. 
뭐, 이쯤대면 이 일대가 끈적한 호르몬들로 안개 속과 다를 바 없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식인거지^^

자, 이런 강력한 호르몬 교류의 그물 속에서, 저 신나는 놀이기구에 대한 우리 꼬맹이들의 지대한 관심과 그 아빠의 선택은 어떠해야 하겠는가?
 

정답은... 맘 먹은 대로, 땡기는 대로^^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뭐.~
 

워낙 많은 여성들이 여기저기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서... 
(실제 그들의 동공이 접할 수 있는 화각은 170도를 넘어서니, 딱히 바다 어디라고 하긴 그렇구나. 
"그네가 있는 바다 풍경" 쯤으로 하자.)
첫째 녀석은 외국인 삼촌들이 좀 쭈뼛거리는 사이에 냉큼 나무에 기대 둔 계단을 올라, 그네에 올라탔다.
 

오로지 물만 사랑하는 우리 둘째 놈도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더니,
 

혼자 이완 맥그리거라도 된 듯, <트레인스포팅> 한 장면을 오마주 해주고는,
 

형아의 그네타기를 그대로 계승한다. 
 

외국인 삼촌들의 호르몬에 의한 이성 작동이 상당히 후퇴한 상황이지만, 이렇게 신나게 놀고 있는 꼬맹이들의 장난감을 뺏었을 때, 뭇여성들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서 동물적으로 잘 알고 있는지라, 꾸역꾸역 참으면서 미소로 우리 애들을 바라본다.
그래, 난 안다. 니들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란 걸^^
 

게다가 애기 엄마까지 가세라니...
스스로 눈치 100단임을 자부하지만, 어쩔 땐 눈치라곤 없는 우리 마눌님까지 등장하자. 
아예 삼촌들은 망연자실... 자리를 떠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괜찮아. 
맘껏 즐겨~


피끓는 청춘들아, 미안~ 하지만 우리도 인생 최고의 순간을 즐기고 있거등~


그래도 기본적인 상거래 도덕은 갖춘 우리들...
적당히 즐기고 자리를 양보해 준다.
우리는 약간 떨어진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고 야자쥬스 하나씩 들고 앉았다.

그랬더니, 다시 그네를 둘러싸고 촘촘하게 호르몬 네트가 형성^^
호핑투어 나온 왠만한 젊은 총각들은 전부 한 번씩 탄다.
그리고 그들의 일행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아가씨들은 열광하고...
 

엘니도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 준. 이 섬에 감사하는 맘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담아봤다. 
 


인근에 있는 여러 호핑 지점들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백사장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또 이렇게 젊은 청춘남녀들에게 인기 만점인 곳이기도 한 이곳!.
이곳... 이름은 모른다^^
그게 중요한가 뭐...
 

하루 종일 함께 지내면서 양껏 즐거운 한 때를 보내게 해 준 우리 방카의 선원들과 함께 한 장 담는다.
우리 큰 아들이 찍어 준 듯.
 

그리고 내가 제안해서 승객들도 같이 이 순간을 갈무리...
이날 특이하게도 유럽이나 미주 쪽 사람들은 없었고, 죄다 동양인들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 머나먼 바다 한 귀퉁이에서 보낸 오늘 하루의 즐거운 기억 속에 서로가 서로의 조연이 되어 주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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