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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24. 2017

팔라완여행 17_ 드디어, 엘니도의 제비집수프를 맛보다

2016.8.20

자고나면 하루 일정에 대한 기대로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 
그게 여행이지 않을까?
사춘기때를 제외하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에 설레었던 적이 있었던가.

물론 해질녁이면, 오늘은 또 어디서 이슬을 피할지, 현실적인 문제도 그때그때 해결해야 하는 게 또한 여행이지만...^^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16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그냥 큰 기대없이 호핑을 마치고 선창에 돌아오니, 아침에 만났던 "Be the Reds" 아저씨가 백사장에 마중 나와 있었다.


오늘 당장 저녁식사와 숙소에 대한 문제 해결부터 도와준다.

그를 따라 도착한 숙소. "Gomez Pension"
그는 퍼블리쉬 가격보다 저렴하게 할인까지 자청해서 거간해 준다.
그리고는 가장 넓은 방을 빌려준다. 
침대만 4개가 있는 방^^.

이 아저씨가 우리를 소개해 준 댓가로 호텔측에서 커미션을 받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차피 미리 예약하지 않고 바로 프런트로 들어온 다음에야, 퍼블리쉬 가격으로만 숙박이 가능한 거고...
방도 어제보다야 백번 낫다. 
아저씨가 약간의 커미션을 받더라도 이런 낯선 곳에서 큰 도움을 받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 

전반적으로 엘니도 시내의 호텔 수준은 비슷하다.
훨씬 더 고급스런 호텔들이야 물론 있겠지만 가격이 만만치않고, 이 정도 수준의 호텔이라해도 여기서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
더구나 시내의 한 가운데 있다는 장점도 있고...
  

우리는 대충 샤워만 하고 요기부터 해결하러 간다. 
아저씨가 소개해 준 바닷가 식당을 향해서...
 

황혼이 아름다운 엘니도 해변에는 식당마다 테이블을 꺼내서, 아침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매일 매일 엘니도의 하루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가 눈에 보인달까^^
 

우리가 찾던 식당에선 다양한 색깔의 테이블과 의자를 내 놓았다.
 

대부분 황혼 속에서 식사하기 위해서 바깥에 자리를 잡았지만, 우린 안으로 들어왔다. 
실은 곧 비라도 쏟아질 것 같은 날씨 때문에...
 


본격적인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가게가 분주하다.
우리가 식당을 선택한 기준은 딱 하나.
바로 "제비집수프"를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
여기 "씨사이드 레스토 바"에 자리를 잡자마자, 메뉴에 있는 제비집수프 주문이 가능한지 부터 물어봤더니, 된다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동안 식당 밖으로 나와서 사진을 몇 장 담아본다. 
 

오늘 구름이 잔뜩 끼어서 황혼을 제대로 즐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게 노을도 없이 바로 어둠이 엄습해 버렸다. 
 

자, 그리고 주문한 음료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음료로 허기를 달래고 있을 때, 
 

엘니도의 제비집수프

짜잔~
드뎌 그토록 먹어보려 했던, 제비집 수프라는 것이 테이블에 올라온다.

첫 인상은... 음... 허여멀건...^^
죽이라해도 완전 미음에 가깝다. 게다가 저 자잘한 거품들은 
침샘을 자극한다기 보다는 그냥 침같은...^^

맛은...
음... ㅎㅎㅎ

제비집은 사실 제비들의 타액으로 만든 거니까. 제비침으로 만든 수프긴 한데...
왜 이 재료가 그렇게 고가로 거래가 되고, 이걸 채취하려고 목숨을 거는 지 알수 없는 그런 맛이랄까...
여튼. 이제 다시 이 수프를 먹기위해서 몇 시간을 헤매거나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하다. ㅋㅋㅋ
 


오해마시길.
맛이 없진 않았다. 우린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뭔가 천상의 맛이지 않을까 했던 건데...
그냥 지상의 맛이었다는...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았다. 마침 바깥에서 소나기가 내리면서 약간 서늘해진 기온에 따뜻한 국물이 딱 좋았고, 다른 음식들과의 궁합도 상당히 좋았으니까.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다같이 기념품을 사러 다닌다.
마눌님이 어느날 절친의 집에서 각 국의 자석이 달린 장식으로 가득한 냉장고 문을 본 이후로
어딜 가나 "자석 장식"을 사야한다고 난리다.
그런 마눌님을 위해서 여기저기 기념품 샵에서 자석을 같이 골라준다.
그리고 몇 개를 사 온 것 같다.

그게 아니라도 가족여행에서 저녁에 나들이 하면서 유유자적 하는 건 참 멋진 일정이다.
쇼핑이 재밌다기 보다는 그렇게 다니면서 사 먹는 군것질도 즐겁고, 
낯선 거리를 걸으면서 낯선 사람들의 풍경 속에서 정겨운 느낌을 받는 것도 좋고... 
특히 화려하지 않은 시골의 장터 같은 이곳 엘니도의 시장 거리는 우리에게 더할 수 없는 추억을 제공해 준 것 같다.
 

자, 이제 딱 하나의 일정만 남기고 있다.
내일 푸에르토 프린세사로 갈 차량을 예약하는 것.
"Be the Reds" 아저씨를 통해서 해도 될 것 같긴 하지만, 커미션이 있으니...
그래서 그냥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 차량서비스 코너에 들어갔다. 예약은 쉬웠다. 하지만 호텔로 픽업을 와 주지는 않는다. 엘니도 해변으로부터 좀 떨어진 일종의 터미널까지 트라이시클을 타고 이동해야만 한다.
요금은 아저씨가 말했던 것과 비슷하다. 어딜가나 비슷하다는 그의 말대로...
그래서 아저씨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커미션까지 고려해서 약간 깎아달라고 하니, 흔쾌히 할인해 준다.

사실 아저씨는 엘니도를 고작 호핑만 하고 떠나기엔 너무 아쉬운 곳이라고 우리더러 훨씬 멋진 뷰를 자랑하는 곳들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당시엔 지하강투어를 예약해 둔 것, 예약이 아니라도 지하강투어를 가족들과 꼭 다시 한 번 하고싶다는 간절한 목표가 있었기에 안되겠다고 말했었다. 아저씨 입장에서도 우리에게 차량을 렌트해 주면 중간에서 수수료도 받을 수 있긴 했을텐데...

코론과 달리 엘니도에선 이렇게 바다 이외의 지역은 둘러보질 못한 게 사무친다.
하지만 엘니도는 왠지 다시 한 번 더 방문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만의 주문을 건다.

 

아쉬워야~. 그래야 또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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