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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여행 18_ 이번엔 차량, 엘니도에서 프린세사

2016.8.21

by 조운

마닐라 도착 후, 우리의 여정을 구글지도에 입력했더니, 아래와 같이 나온다.
차량으로만 정리를 해 줘서 실제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장난 아닌 거리를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움직인 것만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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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의 마지막 여정.
엘니도에서 푸에르토프린세사까지는 차량을 이용한다.

"마닐라 > 코론 > 엘니도 > 프린세사"의 여정은
"비행기 > 배 > 차량" 을
한 번씩 이용한 대장정이었다.

비오는 날, 대미를 장식하는 픽업 봉고 이동 거리는 230km!!
좁디 좁은 좌석에서 고통스럽게 꼬박 6시간을 달려야 했다.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17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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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으로 들어오는 빗소리에 잠이 깬다.
그래, 그동안 그렇게 날씨가 좋았으니... 비가 와도 그렇게 속상하진 않다. 한번쯤은 내려야지...
커튼을 젖히니 멀리 우리가 가야할 두 산봉오리 사이의 언덕길과 그 앞으로 양철지붕을 이고 있는 집들이 나지막하게 비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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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꾸려서 호텔 앞으로 나오니, 벌써 트라이시클들이 분주히 다니고 있다.
어제 미리 봐둔, 빵집부터 들른다.
이 동네에서 유일한 빵집인데,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산다.
우리는 뭐가 맛있을까 눈치를 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걸로 몇 종류의 빵을 구매했다. 근데 가격이...
도대체 원가가 얼마이길래... 이렇게나 싸단 말인가.
6시간 동안 이동해야 하고, 아침도 못 먹을 시간이라 넉넉하게 구매했는데도, 우리 돈으로 5천원이 채 안된다.^^
점심까지 넉넉하게 채비하고 트라이시클에 올라서는 푸에르토프린세사행 벤을 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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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도 해안에서 제법 간다. 비오는 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일종의 터미널.
지붕과 기둥으로만 외형을 갖춘 곳인데, 면적은 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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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들도 드나들고, 쭉 붙어 있는 의자들 사이로 사람들도 많이 움직이고...
하지만 모든 것이 젖어서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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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파악하기로는 여기는 버스터미널이 맞는 듯.
터미널 이용요금, 화장실 이용요금...
우리나라가 워낙 뒷간에 대해 포용적(?)이라 그렇지, 어딜가나 화장실 이용요금을 받는 곳이 많다.^^

벤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호텔 픽업을 통해서 푸에르토프린세사의 목적지 호텔까지 데려다주는데, 우리가 신청한 업체에선 그 서비스를 뺀 티켓을 팔았다. 왠지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와서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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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다리는 벤은 아직 오지 않고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더니 심지어 터미널 뒷쪽 산을 깎아 놓은 곳엔 없던 흙탕물 폭포까지 하나 생겼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텐데...
식구들 모두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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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 도착했다. 어떻게 알아봤냐고?
잘 모르겠다. 그냥 촉이...
벤이 올때마다 물어보니, 한 남자가 우리가 들고 있는 벤 예약 서류를 살펴보고는 바로 이 벤이 오자 우릴 불러줬다.
만일 그게 아니었다면... 인생은 운인 거지 뭐^^
벤에는 우리 말고도 외국인이 두어 명 더 타고 있었다. 생김으로 보나 피부색으로 보나 유럽 중에서도 북유럽 쪽 사람들이 아닐까 짐작만 해 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커플 한 팀이 더 타서, 빈자리 하나없이 되자, 출발한다.
마지막으로 탄 사람들은 미리 예약한 사람들은 아니고 현장에서 바로 타고 계산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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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약을 몇 명이서 하든 상관없이 자리가 다 차야 출발한다는... 그렇게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이나 더 기다리던 벤이 출발한다.
창밖으론 계속 비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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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걱정스런 맘과 달리 몸은 차에 타자마자 잠에 빠졌다. 그래도 덜컹일 때마다 깨어서 삐뚤어진 목도 펴 보고, 좁아서 무릎을 세우다보니 점차 베기는 엉덩이도 약간씩 돌려보고...
참 불편하다. ㅠㅠ
깨다 자다를 반복하는 와중에 차가 서는 느낌에 눈을 떴다.
휴게소다. 어느새 비도 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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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했던 정류소와 별반 다를 게 없을 정도의 시설이지만, 사 둔 빵이라도 먹자는 심산으로 척척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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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근데 우리처럼 벤에서 내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컵라면을 사 먹는다.
라면이라... 특히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컵라면은... 갑이지^^
우리도 하나씩 원하는 맛을 고르고 물을 담았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맛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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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하면 뷰~ 지
여기는 산 중간이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저 아래 초지에는 뭔가를 심은 것 같은데... 고추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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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휴게소에서의 컵라면은 지역을 막론하고 진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저 어린 것들도 핥고 빨더니 양이 작다고 아우성이다.
그러게. 왜 이렇게 양이 작은 건지... 우리 컵라면 중에서도 작은 사이즈... 아니 그 보다 훨씬 작다.

한가지 힌트. 역시 쇠고기 국물맛이 그나마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이제 겨우 절반왔다. 몇 시간 더 가면, 오늘 우리들에게 따뜻한 침대를 제공해 줄 "아지자 리조트"다.
이번 가족여행에서 마지막 호텔이기도 해서 가장 좋은 곳으로 준비하려 했는데,
"프린세사가든 리조트"는 풀북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 다음 급으로 고른 곳이 바로 "아지자".
5월에 왔을 때, 투숙했던 적이 있던 곳이기도 하고 친절했던 '게이릴린'을 비롯 직원들에게 크게 감명을 받은 곳이기도 해서...
조금만 참아라 얘들아~

도대체 우리 가족 여행은 늘 이렇게 쪼그린 자세로 잠을 자는 나날들인지라... 애들도 그러려니 하는 와중에 천천히 푸에르토프린세사에 다가가고 있다.








우리가 푸에르토프린세사에 도착할 때 쯤엔 이미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고...
원래 목표로 했던 호텔 대신, 우린 벤 기사님께 로빈손몰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지자 리조트"는 인근에 마땅한 식당이 없는데, 또 저녁을 먹으러 나오느니 차라리 식사를 하고 체크인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비가 많이 온 걸 고려하더라도... 예상했던 6시간은 훌쩍 넘어버렸고...
배타고 하루, 차타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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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에겐 "그린망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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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다!! 필리핀은 망고!! 이게 정답이다.
그린, 골드 가릴 것없이, 전부 망고로 도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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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 식사라고 해 본 곳이 몇 군데 없어서,
가족들의 주린 배를 채워줄 곳으로 로빈손몰에 있는 "제리스 그릴"을 선택했다. 만만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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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분께 부탁하니 가족 사진도 하나 박아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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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성찬 끝에 디저트를 고르란다.
다른 음식들이야 지난 번 왔을 때 먹어 본 것들이고 후식으로 몇 가지를 주문해 봤다.
액체 가운데 있는 것들은 전부 젤리다.
기본 젤리를 넣고 어떤 액체를 넣느냐로 명칭을 정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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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중에 이게 젤 특이한...
보라색은 팥이다.
상당히 달지만 나쁘지 않았다. 약간 단팥죽 같은 느낌이 있고, 씹히는 젤리 또한 팥맛이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팔라완에서의 제리스그릴은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했는데...
다음날 또 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정말 그런 어마어마한 일이 생기리라고는...

어쨌든 미리 말해두자면 우린 다음날 저녁식사를 또 제리스그릴에서 했고, 이번엔 4명이 아니라 8명이서 식사를 하게 될 터!
파란만장한 사건의 24시간을 지낸 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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