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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25. 2017

팔라완여행 18_ 이번엔 차량, 엘니도에서 프린세사

2016.8.21

마닐라 도착 후, 우리의 여정을 구글지도에 입력했더니, 아래와 같이 나온다. 
차량으로만 정리를 해 줘서 실제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장난 아닌 거리를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움직인 것만은 사실...
 

드디어 우리의 마지막 여정. 
엘니도에서 푸에르토프린세사까지는 차량을 이용한다.

"마닐라 > 코론 > 엘니도 > 프린세사"의 여정은
"비행기  >  배    >    차량" 을 
한 번씩 이용한 대장정이었다. 

비오는 날, 대미를 장식하는 픽업 봉고 이동 거리는 230km!!
좁디 좁은 좌석에서 고통스럽게 꼬박 6시간을 달려야 했다.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17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창으로 들어오는 빗소리에 잠이 깬다.
그래, 그동안 그렇게 날씨가 좋았으니... 비가 와도 그렇게 속상하진 않다. 한번쯤은 내려야지...
커튼을 젖히니 멀리 우리가 가야할 두 산봉오리 사이의 언덕길과 그 앞으로 양철지붕을 이고 있는 집들이 나지막하게 비를 맞고 있다.
 

짐을 꾸려서 호텔 앞으로 나오니, 벌써 트라이시클들이 분주히 다니고 있다.
어제 미리 봐둔, 빵집부터 들른다. 
이 동네에서 유일한 빵집인데,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산다.
우리는 뭐가 맛있을까 눈치를 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걸로 몇 종류의 빵을 구매했다. 근데 가격이...
도대체 원가가 얼마이길래... 이렇게나 싸단 말인가.
6시간 동안 이동해야 하고, 아침도 못 먹을 시간이라 넉넉하게 구매했는데도, 우리 돈으로 5천원이 채 안된다.^^
점심까지 넉넉하게 채비하고 트라이시클에 올라서는 푸에르토프린세사행 벤을 타러 간다.
 

엘니도 해안에서 제법 간다. 비오는 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일종의 터미널.
지붕과 기둥으로만 외형을 갖춘 곳인데, 면적은 꽤 컸다.
 

버스들도 드나들고, 쭉 붙어 있는 의자들 사이로 사람들도 많이 움직이고...
하지만 모든 것이 젖어서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대충 파악하기로는 여기는 버스터미널이 맞는 듯.
터미널 이용요금, 화장실 이용요금... 
우리나라가 워낙 뒷간에 대해 포용적(?)이라 그렇지, 어딜가나 화장실 이용요금을 받는 곳이 많다.^^

벤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호텔 픽업을 통해서 푸에르토프린세사의 목적지 호텔까지 데려다주는데, 우리가 신청한 업체에선 그 서비스를 뺀 티켓을 팔았다. 왠지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와서 어쩌겠나?
 

우리가 기다리는 벤은 아직 오지 않고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더니 심지어 터미널 뒷쪽 산을 깎아 놓은 곳엔 없던 흙탕물 폭포까지 하나 생겼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텐데...
식구들 모두 걱정이 앞선다.
 

벤이 도착했다. 어떻게 알아봤냐고?
잘 모르겠다. 그냥 촉이...
벤이 올때마다 물어보니, 한 남자가 우리가 들고 있는 벤 예약 서류를 살펴보고는 바로 이 벤이 오자 우릴 불러줬다. 
만일 그게 아니었다면... 인생은 운인 거지 뭐^^
벤에는 우리 말고도 외국인이 두어 명 더 타고 있었다. 생김으로 보나 피부색으로 보나 유럽 중에서도 북유럽 쪽 사람들이 아닐까 짐작만 해 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커플 한 팀이 더 타서, 빈자리 하나없이 되자, 출발한다. 
마지막으로 탄 사람들은 미리 예약한 사람들은 아니고 현장에서 바로 타고 계산을 치른다.
 

결국 예약을 몇 명이서 하든 상관없이 자리가 다 차야 출발한다는... 그렇게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이나 더 기다리던 벤이 출발한다.
창밖으론 계속 비가 내리고...
 

초반의 걱정스런 맘과 달리 몸은 차에 타자마자 잠에 빠졌다. 그래도 덜컹일 때마다 깨어서 삐뚤어진 목도 펴 보고, 좁아서 무릎을 세우다보니 점차 베기는 엉덩이도 약간씩 돌려보고...
참 불편하다. ㅠㅠ
깨다 자다를 반복하는 와중에 차가 서는 느낌에 눈을 떴다.
휴게소다. 어느새 비도 그쳐 있다.
 

출발했던 정류소와 별반 다를 게 없을 정도의 시설이지만, 사 둔 빵이라도 먹자는 심산으로 척척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엥? 
근데 우리처럼 벤에서 내린 대부분의 사람들이 컵라면을 사 먹는다.
라면이라... 특히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컵라면은... 갑이지^^
우리도 하나씩 원하는 맛을 고르고 물을 담았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맛도 다양하다.
 

휴게소하면 뷰~ 지
여기는 산 중간이 잘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저 아래 초지에는 뭔가를 심은 것 같은데... 고추같기도 하고...
 

비오는 날 휴게소에서의 컵라면은 지역을 막론하고 진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저 어린 것들도 핥고 빨더니 양이 작다고 아우성이다.
그러게. 왜 이렇게 양이 작은 건지... 우리 컵라면 중에서도 작은 사이즈... 아니 그 보다 훨씬 작다. 

한가지 힌트. 역시 쇠고기 국물맛이 그나마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이제 겨우 절반왔다. 몇 시간 더 가면, 오늘 우리들에게 따뜻한 침대를 제공해 줄 "아지자 리조트"다.
이번 가족여행에서 마지막 호텔이기도 해서 가장 좋은 곳으로 준비하려 했는데, 
"프린세사가든 리조트"는 풀북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 다음 급으로 고른 곳이 바로 "아지자".
5월에 왔을 때, 투숙했던 적이 있던 곳이기도 하고 친절했던 '게이릴린'을 비롯 직원들에게 크게 감명을 받은 곳이기도 해서...
조금만 참아라 얘들아~

도대체 우리 가족 여행은 늘 이렇게 쪼그린 자세로 잠을 자는 나날들인지라... 애들도 그러려니 하는 와중에 천천히 푸에르토프린세사에 다가가고 있다.








우리가 푸에르토프린세사에 도착할 때 쯤엔 이미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어가고...
원래 목표로 했던 호텔 대신, 우린 벤 기사님께 로빈손몰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지자 리조트"는 인근에 마땅한 식당이 없는데, 또 저녁을 먹으러 나오느니 차라리 식사를 하고 체크인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비가 많이 온 걸 고려하더라도... 예상했던 6시간은 훌쩍 넘어버렸고...
배타고 하루, 차타고 하루...


그래도 우리에겐 "그린망고"가 있다~~
 

망고다!! 필리핀은 망고!! 이게 정답이다.
그린, 골드 가릴 것없이, 전부 망고로 도배를 한다.^^
 

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 식사라고 해 본 곳이 몇 군데 없어서, 
가족들의 주린 배를 채워줄 곳으로 로빈손몰에 있는 "제리스 그릴"을 선택했다. 만만하니까^^.
 

직원분께 부탁하니 가족 사진도 하나 박아 주시고...
 

진수성찬 끝에 디저트를 고르란다.
다른 음식들이야 지난 번 왔을 때 먹어 본 것들이고 후식으로 몇 가지를 주문해 봤다.
액체 가운데 있는 것들은 전부 젤리다.
기본 젤리를 넣고 어떤 액체를 넣느냐로 명칭을 정한 듯...
 

개 중에 이게 젤 특이한...
보라색은 팥이다. 
상당히 달지만 나쁘지 않았다. 약간 단팥죽 같은 느낌이 있고, 씹히는 젤리 또한 팥맛이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팔라완에서의 제리스그릴은 마지막이겠구나 생각했는데...
다음날 또 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정말 그런 어마어마한 일이 생기리라고는... 

어쨌든 미리 말해두자면 우린 다음날 저녁식사를 또 제리스그릴에서 했고, 이번엔 4명이 아니라 8명이서 식사를 하게 될 터!
파란만장한 사건의 24시간을 지낸 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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