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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Dec 26. 2017

팔라완여행 19_ 아지자리조트 룸 욕실의 유리 파손

2016.8.21

왜.
도대체 왜 우리 여행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단 말인가...
그래도 인명피해가 없었던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건가.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18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 체크인을 하는데, 마침 공연중이다.
"아지자 호텔"은 매일 밤 공연을 하는데, 인근 호텔들에 순회를 하는 팀인 듯 보였다.
월, 화, 수, 목, 금, 토. 매일 밤 레파토리나 출연진도 다양했다.
오늘은 올드팝 중에서도 밤에 어울리는 운치있는 곡들을 엮어서 공연해 준다.
 

체크인을 마치고 호텔을 둘러본다.
아지자 로비는 깔끔한 대리석 바닥위에 다양한 소파들이 놓여있고,
 

수영장과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야간 물놀이를 하며 간단하게 맥주라도 마시기 좋도록 꾸며져 있다.
 

프런트 데스크 옆 면엔 여덞마리 말의 조각상이 걸려 있는데, 팔마는 원래 중국의 기복적 상징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의 영향이 여기 필리핀까지 미친 건지, 장식을 구입하다보니 공교롭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여튼 중국풍의 팔마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중국의 팔마도 특징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일곱마리처럼 보인다는 것.
애들과 말 갯수로 내기를 해서 아빠가 이겼다^^
 

코론에서부터 자주 보는 목각 마스크.
이건 필리핀 또는 팔라완 지역 원주민의 주술적 문화인 것 같다.
 

그리고^^ 느닷없는 석가의 흉상.
영국의 시골마을 농가 마당에 놓였던 석가모니 흉상과 비슷한 느낌이다. 
어쨌거나 저 평온한 미소는 호텔의 인테리어로 참 적당하긴 하니까...
 

하루종일 오락가락 하는 비 때문에 호텔에서 제공하는 우산을 받쳐들고 룸과 로비를 이동해야 했다. 
아지자는 몇 개의 빌딩이 나눠져 있는 곳이라서...
 

가만 생각해 보면, 오늘 새벽같이 일어나서 하루종일 차타고,
밥먹고
숙소에 와 보니 이미 잘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여행에서 시간은 금인데...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
애들은 그 동안 묵었던 호텔 방에 없던 TV를 보자 바로 켠다.
 

집에도 TV가 없어서 그런지 TV에 대한 갈망이 더 큰 것 같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렇다고 바로 잠들기에는 약간 이른 시간 세 남자는 멍하니 TV 앞에 앉아 있고, 여인네 한 분만 부지런히 욕실에서 샤워를 한다.

가만있어 봐라.
이 영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잠 오는 눈으로 유명한 주인공인데... 제목이 "고스트라이더"였던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현란한 영화 장면들 분석에 몰두하는 사진.
우리 룸은 사람이나 물건이나 이모양 이꼴로 널부러져 있다.

바로 그때...


와장창!!


육중한 유리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은 욕실.
뒤 이어 마눌님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후다닥 뛰어 들어간 화장실엔 욕실 칸막이용 유리벽이 잘게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다.
 

급하게 마눌님을 살펴보니 다행히 유리에 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마 안전 강화유리라서 그대로 부서지기만 했던 것 같다. 천만 다행.
수건을 대충 깔고 애들 엄마부터 밖으로 피신을 시켰다.
 

저렇게 콘크리트벽과 유리벽 사이를 지지하고 있는 대각선 철봉의 콘크리트 접합 부위가 헐거워 진 게 원인으로 보였다. 유리벽의 하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저 철봉이 헐거워져서 유리가 뒤틀렸고, 한계 상황까지 가게 되자 문을 여닫는 작은 충격에도 어그러져 버린 것.
 

프런트로 급하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또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이 매니저를 부르더니,
우리에게 다른 룸으로 옮겨야겠다고 한다.

시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까닥하면 인명피해를 입을 뻔 했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았고, 새 방으로 옮겨주는 등 발빠른 조치에 별 소리 없이 하라는 대로 따라줬다.
그리고 호텔 레벨이 어느 정도 되는 곳이니 사건 처리를 참 잘한다는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아지자로 마지막 호텔을 결정한 건 참 잘 한 것 같아~


다음날 일찍 "지하강" 투어에 가야해서 서둘러 잠자리에 들면서도 우리 부부가 나눴던 대화는 대략 이러했거늘...

따지고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한 것 없지만, 그래도 무난하고 안전한 하루가 지나가리라는 기대는 또 날아가 버렸구나. 이게 다 추억일테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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