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22
지하강 투어의 핵심인 맑은 물빛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하나보다. 가족들이야 처음이니 비교 대상이 없어서 모르지만, 지난 번과 너무 달랐던 물빛에 약간 아쉬웠던 건 사실.
그래도 나에겐 아직 비장의 카드가 더 있으니...
바로 우공락 짚라인 되시겠다 ㅎㅎㅎ
여행기간 : 2016.8.16 ~ 8.23
작성일 : 2017.7.19
동행 : 마눌님, 두 꼬맹이들
여행컨셉 : 가족여행
사방비치 식당
사방비치에서 방카를 타고 내릴 때는 선창이라 상관없지만, 지하강쪽 해안에서는 무조건 발을 바닷물에 적셔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지하강 투어 관광 센터 옆엔 이렇게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돗가가 있다.
우리가 신청한 '언더그라운드 리버 투어' 상품에는 점심식사가 포함되어 있고, 지난 포스팅에서 밝혔듯이, 여기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두 군데 정도 밖엔 없다.
지난 번 방문했을 때처럼, 이번 가이드도 그 중 그나마 맛이 괜찮다는 집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한다.
역시나 이 동네는 늘 이렇게 길가 웅덩이가...
어릴 때 저런 시골길을 걷다가 내 키 보다 깊은 웅덩이에 빠져서 머리에 이가 생겼던 기억이 난다 ^^
다른 식당에 비해 여긴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구체적인 식단과 분위기는 지난 포스팅으로 때우는 걸로 하고 패스...
엘리펀트 락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공락을 들른다고 한다.
물론 우공락 입장과 짚라인 체험은 선택사항이다. 원래 이 상품을 예약할 때부터 우공락을 들르는 것 때문에 신청한 우리들은 당연한 옵션이지만.
가는 길에 있는 엘리펀트락에서 마눌님이 남정네들만 한 컷 잡아준다.
지켜보던 친절한 가이드는 바로 카메라를 달라더니...
우리 가족 모두와 코끼리 모양의 산이 잘 나오는 각도를 찾아 담아준다.
우공락 어드벤쳐 (Ugong Rock)
가이드가 친절한 건지, 우리가 눈치가 없는 건지...
우리는 저런 입간판만 보이면 카메라를 가이드한테 건넨다^^
지난 번엔 사실 좀 무섭기도 해서, 체험하지 않았던 우공락을 이번엔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어린 것들과 여성이 가겠다는데...
안전교육 관련 비디오 시청을 잠시하고, 안전모와 장갑을 지급받고 입구로 들어간다.
동굴입구?
사실 여기까지 와보지 않아서 이런 입간판이 있는 줄 몰랐었다.
동굴이라니...
뭐, 일단 화끈하게 화이팅 한 번 외쳐주고...
휘어진 소로를 돌아서자 진짜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조명하나 없는 동굴은 그렇게 길지 않은지 맞은 편 빛이 있어서 다니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곱고, 빛의 각도때문에 벽면의 문양이 좀 으스스하다.
그리고 아주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여기 우공락은 말하자면 일종의 바위산인데, 석회질로 된 이곳 바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풍화작용으로 약한 부분이 깎여나가서 중앙으로 터널 같은 게 만들어진 것.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바위 안쪽에도 공동화 현상이 생겨서 오르는 동안 벽면을 두드리면 마치 속이 빈 악기처럼 청아한 공명 소리가 난다.
지난 번 왔을 때 가이드가 전혀 설명해 주지 않은 내용인데... 이건 우공락 투어의 핵심 포인트인데...
여튼 그렇게 동굴을 통과했다.
엥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다.
바위벽을 타고 가는 코스가 있는가 하면,
바위 속으로 난 동굴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코스도 있다.
막내 뒤를 이어, 엄마도 잘 간다.
그렇게 1, 2차 루트 무사 통과^^
3차는 그렇게 어둡지는 않지만, 가장 난코스였다.
꼬맹이들과 애엄마도 너끈히 오를 수 있도록 중간중간에 도움 주시는 분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걱정은 마시라...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거의 정상까지 다다랗다.
우여곡절... 은 사실 아니다. 바위 속은 바깥보다 시원하기도 했고, 뜻하지 않은 능동적 활동도 재밌다.
더구나 꼬맹이들과 계속 바위를 두드리면서 만드는 소리도 좋고^^
그리고 드디어 달랑 철사를 꼰 와이어 두 개가 허공을 가르고 있는 이 풍경을 만나게 된다. ㅜㅜ
무서워서 사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덜덜 거리다가...
제법 길어보이지만 순식간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긴 하다.
아빠 체면에 맨 먼저 총대를 매야했고, 도착해서는 우리 가족들 사진이라도 찍어 주려고 기다린다.
원래 이런 짜릿한 체험을 즐기는 우리 마눌님이 화각에 잡히기 시작한다.
연애할 때 그녀와 롯데월드 60m 높이의 자이로드롭이란 놀이기구를 탄 적이 있다.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천천히 지상과 멀어지면서 느꼈다.
'아, 이건 아니구나.'
자이로드롭이 주는 극상의 공포는 거의 꼭대기에 다다랗을 때다.
조금씩 회전까지 하면서 오르던 기구가 순간 딱 멈출 때, 이제 곧 죽음의 순간이 오리라는 상상이 되는 그때, 멈춘 상태로 이상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짧은 순간이 있다.
뭔가 신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그 순간,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을 때 자유낙하~
솔직히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눈을 감아서 아무것도 볼 수도 없었다.
그 길고 아픈(실제 심장이 아팠다) 시간을 견디고 지상에 닿자, 누가 심장을 쥐어 짜는 듯한 통증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꼼짝도 할 수가 없었는데,
저 여인이 팔랑거리면서 다가와서는 들뜬 목소리로 그런다.
너무 재밌지? 한 번 더 탈래?
그때 순간 떠오른 생각은, '아, 이 여인과 헤어져야 하나?' 였다.
저 천진한 표정이란...
다른 거엔 그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 이런 놀이기구에 관해서는 완전 겁 상실이다.
그나마 다행이, 일정상 또 타자는 말은 않았다는...
몸이 가벼운 여성들이나 애들은 중력가속이 약해서 끝까지 오지 못하는 수가 있어서 저렇게 미리 로프를 내 보내서 마중을 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식구들 모두 조리를 신고 있어서 짚라인에 오르기 전에 저렇게 옆구리에 걸도록 해 준다.
중간에 흘리면 수풀 사이에서 찾을 수도 없는 거니...
사방비치 짚라인 & 우공락 짚라인 비교
지난 번엔 지하강 투어 이후, 사방비치 앞바다 위를 내려오는 짚라인을 탔는데, 시원한 바다 위를 나는 것도 재밌지만, 우공락도 나름 좋았다.
짚라인 체험 전까지의 볼거리 : 사방비치의 아름답고 깨끗한 해안을 한참 동안 즐길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더운 날씨에 짚라인까지 걷는 시간이 길다고 싫어할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그 해안만 찾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모래사장이 끝나고 산을 타는 과정은 밋밋하고 힘들다. 반면 우공락은 오르는 동안 동굴 속을 헤치고 가는 재미와 우공락의 돌이 내는 공명이 즐거움을 더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올라간다.
길이 : 길이는 우공락이 조금 짧은 것 같다. 그래도 둘 다 그렇게 짧게 느껴지지 않는다.
만족도(아찔한 정도) : 짚라인의 생명은 빠르게 하늘을 나는 기분과 아찔한 기분이지 않겠나. 속도면에서는 둘다 비슷하지만, 아무래도 개방된 바다위를 나는 동안은 속도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우공락의 경우는 나무위를 스치는 듯한 기분에 속도감이 배가 된다. 아찔함도 그것과 비례한다. 다만 사방비치 짚라인이 훨씬 높은 곳에서 출발하는 데가 해수면 가까이에 종착지가 있어서 허공 중에 매달린 공포감은 더 크다.
내가 검색한 현지 투어 상품 중에 사방비치 짚라인을 거쳐가는 걸 못 찾기도 했고, 한 번 해 본 거라 일부러 우공락을 택한 건데,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은 뭘 해도 좋을 것 같다. 시간만 되면 둘 다 해 보고 싶었지만, 역시 데이투어 상품을 신청한 거라 우리 입맛대로만 차량을 움직일 수는 없는 거니까...
이번 지하강투어를 포함 호핑투어까지 우리 가족 여행에서 이동하지 않는 ㅜㅜ 사흘은 모두 "데이투어" 상품을 이용했다.
그리고 데이투어 상품은 자유여행을 택한 여행객들도 한 두 번은 이용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만 해도, 복잡한 지하강투어 신청과정과 차량, 방카, 거기다가 점심식사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할 수고를 덜 수 있고, 여러명이 같이 가면서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시간, 요금면에서 훨씬 이득이 많다. 거기다가 이런 옵션도 꽤나 검증된 것들을 묶어 놓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옵션이라고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고... 실제 오전에 같이 출발한 일행중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짚라인을 타지 않은 1명을 빼고는 전원 참여했거든.
패키지 여행문화가 차츰 자유여행으로 옮겨가는 건, 지당한 방향이다. 그리고 말그대로 "자유"로운 여행의 컨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 고달음은 다소간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 여행업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멀리 필리핀의 한적한 팔라완에서 만난 작은 여행사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하루 동안 만나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