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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02] 비자도 없이 중국에 가다니...

2016.9.21

by 조운

원래 선수들이 더 하다는 결론.
어떻게 여행사에 그렇게 오랫동안 몸 담은 사람들과 갔는데...
비자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단 말인가?




여행기간 : 2016.9.21 ~ 9.25
작성일 : 2017.7.24
동행 : "J", "곡's"와 함께 + 첨 만난 여행사 사장들
여행컨셉 : 팸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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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어 현지 시각으로 01시 30분에 "산야"에 도착했다.
보통 중국의 각 성에는 성도라고 해서, 우리로 치면 도청 소재지에 해당하는 그 지역 행정 중심지가 있는데, 하이난의 성도는 "해구"라는 곳이다. 그쪽에도 공항은 있지만, 직항은 없어졌다고 한다. 북쪽에 있는 해구와는 정반대의 남단에 있는 국제공항이 "삼아(산야)봉황국제공항"이다.
(참고로 중국의 지명들은 중국어 발음과 한자어 우리 발음을 병행해서 막 쓰고 있어서 늘 헷갈리니 조심해야 한다. 해남은 하이난, 해구는 하이커우, 삼아는 산야, 해당만은 하이탕베이, 아룡만은 야롱베이 등등)
좌석이 얼마나 좁은 지... 잠이 들려 하다가도 무릎이 앞 좌석에 눌려서 잠이 깨곤 했는데, 그렇게 뒤척이다 보니 다 왔다.
그래도 여튼 도착은 했으니... 본격적인 문제는 입국 심사하면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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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우리나라는 비자 면제에 대한 양해 협정이 없다.
비자는 입국 허가서인데, 일종의 통행세(?) 격인 비자 취득세를 내야만 해당 국가에 들어갈 수 있다. 보통 어느 나라든 무슨 볼 일(여행, 비지니스 출장, 유학 등)로 왔느냐에 따라 여러 종류의 비자와 발급비용으로 나뉜다. 왕래가 빈번해서 이것 자체가 양쪽 국민들에게 불편의 소지가 크거나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그런 비자는 양국간에는 없는 걸로 하자고 하면 그게 비자 면제국가가 되기도 하지만, 정치 체제가 다른 중국이 약소국인 한국인들을 위해 비자를 면제해 줄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당연히 중국에 들어가려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보통은 출국 전에 중국 영사관, 대사관을 통해서 여행비자를 발급 받거나 대행해 주는 업체를 통해 발급 받으면 되는데, 중국은 성마다 자치를 인정하고 있어서 인지, "별지비자"라는 제도가 따로 있다. 중앙 정부가 발행하는 비자 대신 해당 지역의 방문에 한해서 자치 성이 발행하는 비자인데,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발급받을 수 있다. 그 지역의 여행에만 허락한다는 제약이 따르지만, 중국 국내를 여기저기 다닐 목적이 아니라면 중앙정부의 비자 발급비보다 가격적 메리트가 있어서 시도해 볼만 하다.

믿을 수 없는 사건은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비자도 없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인천에서 출국 심사 때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 ㅎㅎㅎ
일행들이 모두 수년에서 수십년간 중국 전문 여행사를 한 사장님들이라 중국 여행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었다는 것. 세상에 어떻게 아무도 비자 처리가 안되었는지도 모르고 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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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투어 주최측에서 "면비자"를 받아 놓았다고 생각했고, 면비자 서류는 누군가 들고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다들 인천공항에 모인 거지.
인천에서 항공권 티케팅을 하면서 항공사 직원이 비자 제출을 요구하자, 그제서야 알게 되었던 것.
뭐, 그래도 내공들이 있다보니, 아무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일반 여행비자나 별지비자는 미리 접수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중국은 "도착비자"라는 게 있었다. 급하게 여행, 출장을 와야 할 사람을 위해서 도착한 곳에서 사후에 비자를 발급하는 거란다.

우리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모든 승객들이 다 입국심사를 받는 라인에 줄을 서서 통과하는 동안 우리는 저렇게 비자 업무를 처리해 주는 사무실 앞에 서 있다.
심지어 저 중에서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하나 없다^^.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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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비자를 발급 받기 위해서 작성해야 할 서류 견본이 벽에 붙어 있다.
한국어로 된 게 없지만 어떻게 대략 기술할 수는 있었다.
그것 말고도 증명사진이 두 장 필요했다. 신기하게도 다들 증명사진들은 들고 왔다. 나도 찾아보니 지갑에 딱 두 장 들어있다.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기 보다, 예전부터 마땅히 둘 곳이 없어 지갑에 넣어다니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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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무실 앞 벽에 "VISA FEE"라는 게시물이 있어서 나라별로 제각각인 도착비자 발급비에 대한 안내도 되어 있다. 한국은 인당 168위안이라 적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서 저렴한 편. 미국 등의 나라는 상당한 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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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에서 유일하게 '곡's'가 증명 사진이 없었다. 그러자 사무실에 있던 직원이 캐비닛에서 사진기를 척 꺼내더니 저기 보이는 기둥에 서란다. 즉석에서 파일을 옮겨서 처리도 해 준다.
비용은 좀 비쌌던 것 같다.

웃긴 건, '곡's'는 도착비자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
직원이 전체 일행의 도착비자 처리를 하다가, 곡's는 멀티비자(중국 방문에 대해서 건당 발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기간동안 방문 횟수에 상관없이 비자처리가 된 걸로 해 주는 비자의 종류)가 있다고... 그래서 도착비자를 다시 발급 받을 건지, 원래 가지고 있는 멀티비자로 할 건지 선택을 하라고 한다. 그제서야 본인이 멀티비자를 가지고 있다는 걸 인식하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인 우리의 곡's...
결국 촬영한 사진도 쓸 필요가 없어서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중국 직원의 눈총은 좀 받아야 했다는... ^^

다들 이런 것도 다 재미라며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데, 참... 선수들이 더 하두만.

실제 중국에서 유일하게 하이난만 비자를 면해주는 제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게 "면비자"라는 제도인데, 하이난을 국제 관광지로 육성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한다. 이것도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미리 발급 받을 수 있는데 가격면에서 가장 저렴하다.

면비자는 저렴한 대신 제약 조건은 좀 까다롭다.
1인 비자는 불가능하고, 2인 이상의 동행 그룹에만 발행해 준다. 그리고 입국한 공항으로 반드시 출국해야 하고, 입국이후 숙소에 대한 정보를 미리 신고해야 하며, 신고한 장소에 당일 체크인, 체크아웃 정보가 자동으로 공안으로 넘어가는데, 기입한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추방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리고 그룹으로 묶인 상태에서 일행 중 한 명이 따로 먼저 출국을 원할 경우 전체 면비자가 취소가 되어서 비자를 죄다 다시 발급 받아야 하기도 한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조치 치고는 너무 까다로운 조건들이 많아서 좀 그렇긴 하다. 불법 체류 등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려는 중국 당국의 발상인 듯 한데, 참 중국스럽다는 생각이...^^

다음 하이난 답사때는 바로 그 면비자를 들고 들어와 봤다. 생각보다 편한 면도 있긴 하다. 그건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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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우여곡절 끝에 청사를 빠져 나오는데 성공했다.
하이난은 워낙 중국인들 사이에서 우리의 제주도처럼 따뜻한 남쪽 휴양지로 각광 받는 곳이라서, 국내 청사의 규모가 어마무시하다. 원래 뭐든 대륙에서는 상상 이상으로 크게 짓잖는가^^. 헌데 그에 반해, 국제공항 청사는 초라하게 붙어 있는 수준이다. 현재 확장 공사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봐야 국내청사와는 비교도 안되는 규모인 건 어쩔 수 없는 일.
한국에서의 항공편이 모두 자정을 넘긴 이 시간에 배치되어 있어서 국내청사의 불은 이미 모두 꺼진 상태. 고요하고 어두운 곳을 향해 작은 국제청사를 빠져나오노라면... 하이난의 첫 인상은 음... 뭐랄까 좀 캄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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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투어라는 게 보통 이렇다는 말과 함께... 남들 다 자는 이때 숙소로 바로 가지 않고 공항과 숙소 사이에 어느 포장마차부터 향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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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아무것도 없고 그냥 도로 옆인데, 이렇게 간이 의자들이 놓인 곳이 있다니...

뭘 주문했는지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비몽사몽이라...
우리들에겐 촬영 잘 해달라는 당부를 했던 것만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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