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아랏길] 송정~광안리 10km 수영대회+세일링요트

2016.10.16

by 조운

남자들의 로망인지, 나만의 로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높다란 돛대에 바람을 잔뜩 먹인 돛을 쫙 펴고 대양을 질주하는 뱃사람의 땀내...
한 번도 경험해 보지도 않은 일인데도 아주아주 구체적으로 장면과 냄새, 소리까지 제대로 상상이 되는 걸... 우린 로망이라 부르지 않을까?

내겐 바로 돛배가 그렇다.





여행기간 : 2016.10.16
작성일 : 2017.8.10
동행 : 요트 선장님과 자원봉사자 두 분
여행컨셉 : 촬영을 핑계로 세일링요트타기





이날 바다수영협회 행님들의 부름을 받고 드론에 핸디캠에 고프로까지 챙겨서 광안리로 갔다.
협회가 주관하는 대회 중에서 최장거리 코스인 송광(송정~광안리)대회 날이다.

협회 대회는 다른 대회와 달리 경쟁대회가 거의 없다. 딱 하나 비치아쿠아슬론 대회만 기록 경기로 진행이 되고, 나머지는 '투어'에 가까운 횡단 대회다. 주로 동호회별로 조를 짜고 개인 참가자들은 묶어서 하나의 조를 구성토록 한다.
그렇게 조별로 시간차를 두고 출발하고 최종 목적지까지 횡단하는 동안 조 추월조차 금지한다. 경쟁말고도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한 바다수영을 굳이 기록 경기로만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함께, 동행하면서 즐기는 것을 모토로 잡고 있는 협회의 원칙 덕분이다.

대부분의 생활스포츠가 경쟁 대회를 기회로 실력 향상을 위한 동기부여를 받고 때로 동호회 별로 경쟁을 유도하기도 해서 유지, 발전, 저변화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지만 아예 발상을 전환한 독특한 운영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이게 종목의 발전에 저해될 거라는 애초의 우려와 달리 뚝심있는 운영진들의 헌신으로 몇 년째 꾸준히 참여인원이 늘고 있고, 광안리 달빛수영 같은 대회는 정원을 2,000명으로 잡았는데 몇 명만 더 받아달라는 전화에 시달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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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째 운영진으로의 결합을 종용받고 있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을 낼 자신이 없어서, 고사하는 와중이지만, 촬영에 대한 요청까지 거부할 수는 없어서 가끔 이렇게 장비를 들고 대회 서포터즈로 참여하고 있는 형편이다.
늘 그렇듯 운영진과 자원봉사자들은 새벽 일찍 대회장소로 나간다.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다 싶더니, 대회 시작 직전부터 비가 살짝 날린다.

이제 협회도 몇 년 차가 되다 보니, 참가자들이 전국에서 모인다.
참가자들이 체조를 할 때 쯤부터 대회가 시작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때 드론을 날려서 항공촬영을 할 생각이었으나 비가 내릴 것 같아 사람들이 모래사장에 모이기 시작할 때 바로 드론을 띄웠다.

그리고 잠시 전경을 찍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바로 착륙 ㅜㅜ

대회 코스가 광안리에서 출발 해운대 앞을 지나 송정까지 가야하니 거리가 10km에 육박한다. 촬영도 어느 한 포지션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과감하게 배에서 찍겠다고 선언했더니, 대회 첫 조의 출발과 함께 수영만 요트 선착장으로 이동하라고 한다.

그렇게 접선한 요트 선장님의 배에 올라 천천히 바다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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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하필 파도도 심하고 조류도 좀 있는 편.
일엽편주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와중에 뱃머리로 가서 촬영을 시도한다. 비가 와서 다른 장비는 엄두를 못내고 한 손으로 들고 찍을 수 있는 고프로만 고생을 시킨다.

광안리 해변에서 보면 광안대교가 바로 코앞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영을 해서 가보면 거리가 상당하다.
해안에서 1km 이상을 가야한다. 우리가 광안리와 해운대의 중간쯤인 선착장을 빠져 나오자 벌써 선두그룹은 해운대쪽을 향해서 가고 있다. 요트가 가진 동력 자체가 파워가 약하기도 하고 조류 영향도 있어서 선두를 따라 잡긴 힘들고, 중간그룹이라도 담기 위해서 가까이 접근한다.

벌써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은 우리 배에 태워달라 요청하기도 하는데, 요트가 너무 높기도 하거니와 임무가 안전이 아니라고 달래서 다른 쾌속선으로 안내를 돕기도 했다.

막상 촬영은 짧게 끝이 났다.
대회시작 전부터 비가 내린 것도 그렇고 시간이 지날수록 너울이 점차 심해진다.
해운대까지 코스는 그래도 시야도 좋고 보트나 제트스키가 안전을 위해 참가자들과 동행 이동하기 괜찮았지만, 달맞이 고개 앞에서 청사포를 거쳐 송정으로 넘어가는 코스의 바다는 점점 거칠어졌다.

급기야 협회장의 최종 결단은 대회 중지.

이럴 경우, 체력이 좋고 실력이 좀 되는 참가자들의 원성을 각오해야 하는데, 통제를 따르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사람들과 해상에서 입씨름이 좀 있기도 했다.
여튼 전체 통제에 따라 급하게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전 인원이 철수를 한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시도했던 부산 앞바다의 장거리 코스 횡단은 보기좋게 실패로 끝이 난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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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뭐 했냐고, 더러 해상에서 쉬면서 마신 빈 물통을 우리 배로 던지는 사람,
수영 중간에 먹으려고 비상식량을 수모에 넣어 간 사람들이 남긴 바나나 껍질이나 초코바 껍질을 우리 배로 던지는 사람들의 부산물들을 잔뜩 안고 그냥 우리끼리 요트타기를 조금만 더 즐기기로 했다.
이런 재미도 있어야 하는 법.
더구나 뭍으로 다 올라가 버리고 대회가 중단된 마당에 우리가 할 역할이 별로 없기도 했다.

사람좋은 선장님은 이런 기회 다시 없다며 우리에게 조타석을 돌아가며 내 주시기도 하고, 그런 자봉 친구들 사진도 담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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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도 속에서 배가 45도 이상 기우는 상황도 적응이 좀 되자 단체 셀카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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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 요트 체험을 하고는
아직 해운대로 들어가지 못한 낙오 그룹이 완전히 안전하게 구조될 때까지
구조하는 사람들과 참가자들의 모습을 담는 것을 최종 임무로 소화하고 우리도 다시 요트선착장으로 들어간다.

비록 대회가 중도에 정리가 되어서 다시 1년 뒤를 기약해야 했지만, 요트의 로망에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짭짤한 재미가…
하지만 그날이후,


이렇게 큰 거 말고 좀 작은 거는 중고로 한 2천만원이면 살 수 있을 껄~


했던 선장님의 말씀이 계속 머리속을 헤매고 다닌다.
왜 그랬을까? 어느날 마눌님한테 그 얘기를 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정말 아예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전혀 들리지도 않는다는 무반응^^

로망은 로망일 때 아름다울 수 있는 걸지도...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수영만 요트선착장의 계류비용은 다른 어느 곳보다 저렴한 편이란다. 문제는 이미 포화 상태라서 계류권을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그냥 접이식 카약이라도 하나 있었음 좋겠다^^








** 올해 미루고 피하던 바다수영협회 이사직을 맡고야 말았다. 그것도 기획이사를...
하지만 불과 6개월만에 그만두게 되었다는...

역시 조직은 만드는 것보다 개혁하는 게 더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협회가 할 수 있는 일들과 비전에 가까워지기 힘든 운영구조를 개선해 보고 싶었는데, 그냥 험난한 길이었다면 그래도 시도하면서 속도 조절했을텐데, 잠정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한 번 뿐인 인생을 불가능한 일에 계속 투여할 수는 없는 일이니...

이렇게 깔끔하게 결론 내리고 그만두었지만, 아쉬운 건 왜지?
역시나 그 비전이 아까운 거겠지... 또 모르지, 어느날 갑자기 내부의 집단 인식이 변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서 개혁에 성공할 수도 있을테니... 이제 바깥에서 그런 소식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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