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30
새해가 다가온다.
벌써 한해 한해가 아쉬워지는 나이가 되어버렸구나 싶다.
누구나 그렇듯이 새해 목표라는 걸 세워본다.
책을 몇 권 독파하겠다거나,
돈을 얼마나를 저금해 보겠다 같은 건...
식상하다.
늘 삼일천하로 끝나버리는 새해 목표 따위를 또 세우고 다시 나자신에게 실망하는 반복이 싫어서 좀 색다른 계획을 세워보려 고심한다.
여행기간 : 2016.12.30~12.31
작성일 : 2017.9.3
동행 : 없음. 독고다이~
여행컨셉 : 텐트 비박
잘 안된다. 답답한 마음에 무조건 비박산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일단 우리집에서 출발하면서 차량의 도움없이 2박 정도 할 곳을 생각했다. 어릴때부터 앞마당처럼 다녔던 금정산은 제끼고, 세계적으로 드문 산정습지를 인간의 이기심으로 고갈시키고 있는 천성산을 차마 비박지로 정해서 훼손을 추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생소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을 것 같은 오봉산, 토곡산, 매봉산 코스를 가 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한때 토곡산에서 살다시피 한 '친절' 행님한테 전화를 넣고 이 코스 2박이면 되겠는지 여쭤본다.
죽는다. 치아라~
대번에 호통이다. 인기척이 별로 없는 이쪽에는 산퇘지가 득시글하단다.
멧돼지가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꿈같은 소리한다며 야단도 아니다.
보통 멧돼지들도 사람을 무서워해서 인기척이 느껴지면 도망치지만 이 맘때 먹을 게 부족한 돼지들은 사람이 사는 인가 근방까지 먹이를 찾아 내려오기 일쑤, 자칫 자신을 해치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공격이라도 하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돼지의 어금니에 상처라도 나면 산에서 과다출혈로 골로 간다는 끔찍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해설이 이어진다. ㅜㅜ
그리고는 단문 메시지로 유투브 링크 주소까지 보낸다. 모두 멧돼지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ㅜㅜㅜㅜ
이미 마음을 정하고 집에도 얘길 다하고 날도 받아 둔 상태에서 애써 꾸린 배낭을 다시 풀자니 맥이 풀린다. 그래서 다른 루트를 고민하다가 정한 게 "낙동정맥 부분 종주"다.
우리나라의 산맥은 크게 백두산에서 시작하는 대간 하나를 두고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체계화하고 있다 들었다. 초등시절 사회과부도를 들고 물고기 등뼈부터 갈빗대처럼 생긴 산맥 그리기를 해서 대략적으로 어떻게 생긴 건지는 감이 잡히는데, 그 중 우리 집 앞을 지나는 산맥 자락이 낙동정맥이렸다.
짧은 시간에 종주는 불가능하겠지만, 통칭 24구간으로 나누는 걸로 봐서는 1년을 기획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은 철없는(?) 생각이 든다. 검색을 좀 해보니, 구간은 해가 떠 있는 동안 산행을 할 수 있는 거리와 그걸 가능하게 할 접근성을 고려해서 나눠 놓은 것 같았다.
박을 고려하면 더러는 1개 또는 2개 구간을 한 번에 쳐 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더욱 철없는(?) 생각도 들었고...
마침 12/30일이 금요일이었다.
작심을 하고 배낭을 매고 등산복 차림으로 출근을 한다. 혹여 집에서 출발하면 맘이 바뀌거나 의지가 약해질 것 같아서 빼도 박도 못할 요량으로 그렇게 하고 회사에 갔다.
칼퇴근. 연말 연시의 들뜬 분위기도 있고해서 다들 하루종일 내 90리터 배낭을 씹어 대다가 하루가 지나간 것 같다. 미친짓 말고 집에 바로 가라는 모두의 충언을 무시하고 금새 어두워지는 겨울 거리를 나선다.
겨울 비박 산행을 혼자서 가는 건 처음이다. 그 동안이야 가까운 곳에 산보 삼아 올라서는 밥있는 식사와 술로 밤을 채우고 잠시잠깐 걸어서 내려온 게 전부...
무모한 것 같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마흔을 넘긴 내 인생에 너무 미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아서... 무모해서 도전해 보는 거랄까.
그래도 죽지 않으려고 비상식량은 잔뜩 넣었다^^ 이것만 믿고 가는 거지 뭐... 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오류와 실수 투성이의 1박2일을 보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죽으려고 뭔가에 쒼 게 아닐까 싶은...
약간은 부끄럽고, 어쩌면 온갖 욕을 쳐 들을^^ 무모한 비박 산행 후기를 용기내어 시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