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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저도 & 항공우주박물관] 처가식구들과의 연례캠핑

2016.10.30

by 조운

몇 년 전부터 매년 처가댁 어른들이랑 처외할머니 댁이 있는 사천 근처 팬션을 잡아서 1박2일을 보낸다.
올해 달라진 거라면 얼마전 돌아가신 할머니만 안계신다는 것...





여행기간 : 2016.10.30
작성일 : 2017.8.10
동행 : 장모님, 처가식구들, 그리고 우리 가족
여행컨셉 : 펜션1박





용인에 사시는 처삼촌 내외분은 언제나처럼 하루 일찍 오셔서 횟감을 미리 주문해 놓으시고, 사천에 살고 계산 처고모 내외분과 조카들까지 미리 목적지에 모여 계신다.
우리는 대략적인 집결지 정보만 들고 밤길을 찾아 나선다.
고속도로를 타고 사천까지 들어오는 길이야 이제 워낙 자주 다녀봐서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다도해에서 섬이라니...
삼촌은 군인 출신답지 않게 좌표로 설명을 해 주시지 않았다. 운전하는 나 대신 마눌님한테 길을 알려주셨기 때문이었겠지만, 어디서 왼쪽으로 어디서를 돌아서 오른쪽으로... 이런 식이었다.

설명을 따라 도착해보니, 왠 유료 낚시터였다. 섬으로 들어가는 배가 있을 턱이 없는...

다시 삼촌의 말씀을 따라 해안선을 따라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신기하게도 전화를 통해서 지금 달리면서 옆으로 무슨 식당, 무슨 모텔을 지나냐고 물으시는데 마치 멀리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육지에서 멀지 않은 섬에서는 차량 통행이 별로 없는 해안선으로 달리는 우리 차량을 실제 보면서 안내를 해 주셨던 게지.^^ 여튼 알파고 시대에 눈으로 확인하면서 안내해 준 덕분에 드디어 실안방파제라는 곳에 도달했다.
근데 막상 봐도 방파제만 달랑 있지, 배편이 있을 법한 느낌은 아닌데...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곳도 없고...
여튼 전화기 너머 시키는 대로(우린 계속 통화하면서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는^^) 방파제 끝에 공허하니 서 있자, 잠시 후 바다쪽에서 작은 어선이 한 척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따로 선착장 같은 거 없이 배의 선장이 잡아 주는 손을 따라 배로 건너뛰었다. 그리고 불과 몇 백 미터를 가자 어둠속에서 섬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도"란다.

작은 섬이 대부분 그러하듯, 배가 닿자마자 절벽에 가까운 계단을 또 올라가서 숙소에 당도한다.
이제껏 처가 캠핑에서 잤던 독채 펜션들에 비하면 여인숙 수준이지만 그래도 사천에 사시기에 늘 장소 섭외를 담당하시는 고모부께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물색하셨음은 인정^^
얼마나 회를 많이 준비하셨는지, 늘 그렇듯이 회로 배를 채우고도 스치로폴 박스에는 아직 반 정도 횟거리가 남아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소고기 갈비에 조개구이까지... 어른들하고 가면 일단 입이 호강하는 건 확실하다. 아쉽게도 이번에 두 처남네는 참석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위가 매년 빠지지 않고 온다는 칭찬 레파토리를 또 한참, 그리고 잊을만하면 들으면서 맘껏 배를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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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해가 뜨기 전 아침노을녁에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산책을 나선다.
섬이 그리 크지 않아 한바퀴 도는데도 금방이라는 말씀을 듣기도 해서, 조용한 아침 섬풍경을 혼자 실컷 즐겨보기로...
하지만 이미 선창엔 강태공들이 각자의 포인트에 늘어서 있고, 저 중에는 삼촌과 낚시광이신 고모부도 계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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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쪽에 오니, 이런 멸치를 볼 수 있구나.
비싸기로 유명한 죽방멸치지만, 이 섬엔 집집마다 문 앞에 아무렇지도 않게 널어서 말리고 있다. 뽀얀 살이 정말 멸치가 맞나 싶을 정도다. 마치 백어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뽀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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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은 외길이다. 다만 왼쪽으로 갈 것인가, 오른쪽으로 갈 것인가의 선택일 뿐.
해안선으로 난 길은 금새 끝나고 길은 언덕으로 향한다. 섬의 반은 집들이 반은 절벽면이 차지하고 있다.
어느새 섬의 가장 높은 곳까지 왔나보다. 정상에는 당산나무가 크게 자라 있다.

마을 어르신들의 놀이터임이 분명한데, 둘레에 앉아 쉬면서 수다를 떨 수 있도록 벤치며 운동기구가 비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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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는 떠 올랐고 저 멀리 남해로 이어지는 삼천포 대교가 가느다란 실루엣을 자랑하고 있다.
섬 정상은 약간 편평한 편인데 거기까지 집들이 있지는 않아서 시야가 막히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텃밭으로 그나마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아니면 더 이상 집을 지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구가 늘지 않기에 딱 경사면까지만 집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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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을쪽으로 난 유일한 길을 따라 가자니 봉선화들이 제철이다. 그 옆으로는 고사리밭인 듯.
이미 다 피어버린 고사리지만 올 봄 마을사람들의 식탁에 그윽한 향내 가득 제공하고 살아남은 잎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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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을 내려오다 보니 동쪽으로 육지와 섬 사이 죽방이 여러개 설치 된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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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금새 원점회귀^^ 작아도 너무 작은 섬 '조도'
정말 사천에 사는 고모님 내외분 아니었으면 이런 섬이 있는지,
이 작은 섬에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바다를 일구고 잡아올린 멸치로 아들, 딸 학교 보내며 살고 있는지,
영영 모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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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낚시중이신 삼촌과 고모부한테 가보니, 어설픈 낚시꾼들에게 잡힌 저 놈이 물 밖으로 가픈 숨을 몰아쉬고 있다. 우리 식구들 아침 매운탕 거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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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다시 오르기 전, 쾌청한 하늘을 배경으로 짧은 캠핑의 대미를 장식한다. 매년 부쩍 커 버리는 우리 애들과 조카들, 그리고 사진 찍으라 빠진 사위와 이제 더는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처외할머니만 없다 뿐, 매년 비슷한 사진들이 배경을 달리해서 쌓인다.
이것도 참 좋은 전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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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섬을 한 번 더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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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가 새의 섬이란 뜻일까? 갑자기 괭이갈매기 쌍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서 주인공 자리를 꾀차버린다.
(섬의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다. 처삼촌이나 처이모부 발음만으로 알던 섬이름은 '조도'가 아니라 '저도'란다. 댓글 달아주신 "여왕"님 감사합니다. 글을 쓸 때의 감흥을 그대로 살리도 싶어서 여기만 '조도'를 고치지 않기로 한다)







뭍으로 나와서는 살아생전 할머니가 사셨던 장모님과 삼촌과 고모님의 고향집으로 들렀다. 이것도 거의 매년 비슷한 동선이다. 주인이 없는 텃밭에는 그래도 늙은 호박이 몇 개 영글어 있다.
아직 다 정리하지도 못한 집안의 몇몇 유품들을 정리하고 우리 네 식구만 먼저 자리를 뜬다.
장모님은 나중에 삼촌이 다시 용인으로 가실 때 집으로 모셔 주시기로 하고, 간만에 남매들끼리의 시간을 가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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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네식구가 바로 집으로 돌아오기 아쉬워서 찾은 곳은,
'사천 항공우주 박물관'
영국 전차가 왜 여기 있는지는 모르지만 애들한텐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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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는 우리나라 기술로 제작한 최초의 비행기부터 최신까지는 아니라도 전투기며 폭격기 등 전쟁에서 사용한 실전배치 비행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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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쉬운 건,
용도 폐기된 오래된 전투기에 페인트칠을 새로 해서 전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류의 하늘에 대한 꿈과 그 꿈을 위해 도전한 기록들과 지금 현재도 태양계의 끝을 향해 40년 째 비행중인 보이저 1호까지의 드라마틱한 공동의 역사와 내러티브를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 컨텐츠가 없다는 것.

이런 박물관에 대한 지원에 한계가 있으니 물색 모른다는 소릴 듣겠지만, 우주정거장 등의 모형은 낡고 조악한 인상을 주었다.
아이들은 좋았던 것 같다.
인류가 만들어 낸 거대한 철덩어리의 비행기를 실제 가까이서 볼 수 있었으니...
"항공우주박물"관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전쟁과 살상을 위한 것들은 좀 줄이고 전시물의 의도를 좀더 평화의 메세지나 무모한 도전의 의지로 잡아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찾지 않을까 했다는...

무엇보다
실내 전시관 로비 진열장에 당시에는 탄핵 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과 친필사인 등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이라도 이제 없어졌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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