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민스미어 08_민스미어 둘째날

2013.4.20

by 조운

여행기간 : 2013.4.18 - 4.23
작성일 : 2016.8.27
동행 : 인턴기자, 박사코스 유학생 그리고 존경하는 그
여행컨셉 : 영상 촬영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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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골길, 저런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로수가 되어 서 있다. 영국엔 참 나무가 많고, 그래서 새들도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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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로 습지보호 구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인근 농장들부터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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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양들을 보는 순간, 수업 시간에 들었던 엔클로저 운동이 먼저 떠올랐다^^. 그래 바로 여기, 저 놈들과 관련있던 사건이었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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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게 볼 수 있는 어느 농가에도 슬쩍 들어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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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부터 다들 농장에 일하러 나갔는 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당에는 오리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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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나 가스통을 봐서는 부엌이 있는 쪽 같은데, 재밌게도 좌불상이 하나 올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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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꼬마들이 있나보다. 이 넓은 대초원에서 나고 자랄 특권을 타고 난 녀석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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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어제는 그냥 지나쳤던 민스미어 입구쪽 숲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는 숲도 생명의 주기가 있다고 했다.
이끼같은 선태류가 장악했다가 초본류가 주종이 되는 아직 숲이라 말하기 애매한 어린 초지는 점점 관목이나 양수림들이 세를 넓히면서 청년기를 보낸다. 그리고 침엽, 활엽 등 다양한 수목들이 혼재되면서 장년기 정절을 보내고, 참나무 군락을 기점으로 차츰 노년기에 접어들다가 어느새 늘어난 서어나무들을 끝으로 생을 마감한다고. 다시 썩은 나무 둥치에 선태류 지의류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 과정을 100~200년 주기로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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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큰 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그대로 두었다.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가 생을 거두면 그는 수많은 생명의 태반이 되어, 순환의 중요한 고리 역할을 수행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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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론에만 빠져 있던 나의 눈에 들어온 숲은 삶과 죽음, 생명과 비생명을 어떻게 딱 잘라 구분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듯 했다. 그대로 모두가 거대한 순환의 과정안에 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따름이었다. 생명활동을 하거나 분자 상태로 생명활동을 쉬는 휴지기를 보내거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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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the sky - Adopt the pace of nature"

누구라도 그 숲을 지나 닿은 습지 전망대 앞의 저 의자에 앉아 보면 쉽게 도달하게 되는 결론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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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광을 앞에 두고 마련된 의자인데, 정작 저 의자에 앉으면 하늘만 보게 된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고, 많은 생각을 가지고 만들어 둔 의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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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습지에 도착한 사람들을 따라 탐방 코스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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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우리들에게 설명을 해 주는 두 사람은 실은 부자지간이다. 조금 있으면 예약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습지 속의 생물을 직접 잡아서 보고, 관찰하는 프로그램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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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사람들이 들이닥쳤고, 쌀랑한 날씨에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이런 저런 물속 동식물들을 만지고 관찰하고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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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의외의 모습이었는데, 차량을 가지고 깊숙이 들어와서는 싣고 온 야외 테이블 위에서 차도 내려 먹고 간단하게 요기도 하며 하루를 숲에서 그냥 보내고 있는 가족들도 있었다. 보호구역이지만 휴양과 결합되도록 한 것이 독특했다. 그리고 이런 융통성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이 습지를 찾도록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저런 사람들이 늘어나서 라면도 끓여 먹고, 아무데나 음식찌꺼기 흘려두고, 심지어는 세재로 설겆이까지 하고 싸들고 온 포장지 아무데나 버린다면... 우리의 경우, 저런 행위를 허용했을 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지 않나.
이런 행동을 막고 보호구역을 지키려면 애초에 취사금지니, 야영금지 같은 붉은 색 입간판을 여기저기 잘 보이는 곳에 달아두어야 한다.
이곳에서 그런 것을 본 기억은 없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를 지키면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RSPB도 엄격하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따위의 금지 규정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리라.
이런 곳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선, 그걸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서로를 믿는 마음.
이것이 너그러운 보호구역 정책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글램핑이라는 미국 상품이 우리나라에서 유료 오토 캠핑장으로 보편화 되면서, 자신이 지불한 비용으로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 것은 당연시 되고, 거기에는 쓰레기 처리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인식이 우리의 자연휴양지 개념이 되어 버렸다.
금지조항이 하나하나 깨알같이 적혀있다는 건, 적시되지 않은 것들은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규칙을 명문화해도 생각지도 못한 비상식적인 행동 양태가 생겨나고, 그래서 조항을 더 구체적으로 보강하고 나면 또 그 범위 바깥의 다른 행위가 벌어지고 다시 법조문이 뒤따르고... 명문법이 가지는 한계는 인간의 이성과 행위의 자기 성찰을 마비시키거나 꺼버려도 되도록 만든다는 점이 아닐까? 아니면 그런 판단을 할 수 없는 열등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라는 반증일 수도 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로 서서 급한 사람에게 양보합시다' 했다가
'고장의 원인이 되니 양쪽으로 골고루 서 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사회.
대중교통수단에 노약자석을 굳이 만들어 놓고는 비어 있으면서도 젊은이가 앉아있다고 버럭하는 할아버지들이 있는 사회.
자신의 판단에는 믿음이 가지 않고, 사회가 정한 규정에만 복종하도록 길들여진, 그렇게 했을 때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더라는 경험치가 몸에 배어버린 사회.
개별적 판단을 멈추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병영국가 모델로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
과연 국민이 지불한 것보다 그것과 바꿔서 얻은 GDP 성장치가 더 많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불문률로 유명한 영국.
여러가지 부당한 판례들이 있을 수도 있어서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만약 그들의 불문율에 대한 자부심이 자국민 누구나 윤리적 판단 능력이 충분하다는 믿음의 발로라면, 기꺼이 동의하고 계속해서 지켜갈 수 있길 바란다. 뭐, 최근 난민들을 대하는 태도나 브렉시트 투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 결정을 내린 걸로 봐서는 윤리적 잣대가 일관성이 없는 것은 아닐까 의심은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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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송정에서 바다 수영을 하는데, 태풍의 영향으로 어제부터 심하게 부는 바람때문에 바다의 너울이 아주 심했다. 그래도 적층운 사이로 아침 노을이 기가막히게 물들고, 바다 여기 저기 빛기둥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주고 있었다. 이럴때는 어떻게 알고 대포렌즈를 장착한 아저씨 군단이 해변 곳곳에서 풍경 사진을 찍고 있다. 바로 저 사진에 보이는 카메라처럼.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멋진 취미 활동이지만, 가끔 생명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그 찬미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작품 완성도를 위해 경쟁적으로 카메라를 세우고 방해되는 사람들에게 소리치는 분들을 볼 때마다 째려보곤 한다. 나도 사진과 영상을 다루지만, 촬영할 때 가끔 뭔가를 탐닉하거나 훔치려는 의도를 발견하고 스스로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부디 내가 하는 일들이 나의 재능을 과시하거나 환전적 가치만을 쫒는 사냥꾼 같은 의도, 그게 아니라도 풍경을 갈취해서 개인화하려는 의도가 아니기를 늘 바라고 경계한다.
저 이의 뷰파인더에 들어와 있는 새의 역동적 순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호해야 할 공존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중요한 감흥으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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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그가 담아준 내 사진이다. 이제껏 내가 찍힌 사진 중에서 제일 맘에 든다.
내가 가진 것들을 담아주고 내가 가져야 할 것들을 제시해 주는 듯한... 그는 나의 생명을 담았지, 내 모습을 훔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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