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1
이번 답사 마지막 코스.
이름이 너무 길다. 그래서인지 다들 줄여서 "럭셔리 컬렉션"이라 부르더라.
얼마전에 메이어트 그룹에 인수된 스타우트 그룹의 고급 호텔 브랜드다.
유럽의 고성을 사들여서 고풍스런 분위기의 최고급 호텔을 만들어서는 "헤리티지 호텔"이라는 특이한 컨셉으로 오픈을 했던 스타우트 그룹이 이런 호텔들을 아예 "럭셔리 컬렉션"으로 런칭을 했다 한다.
지금은 고성의 느낌 외형에 현대적인 감각의 인테리어 요소, 특히 고가의 예술작품을 그대로 객실이나 공용공간에 노출하는 갤러리 느낌의 부띠끄호텔을 표방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호텔도 전세계 중요 도시들에 띄엄띄엄 오픈, 운영중이고 객실 숫자도 아주 작다.
하이탕베이의 럭셔리 컬렉션은 총 160개의 객실만 있다. 그 중 일반객실은 고작 100개. 1층의 풀액세스룸이 20개. 풀빌라가 40채 정도란다.
물론 그 모든 게 메리어트로 넘어갔지만서도...
여튼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유럽의 고성을 들렀다 온 기분이긴 하다.
여행기간 : 2016.12.8~12.12
작성일 : 2017.8.22
동행 : 그새 사귄 이웃 여행사 친구 "B"와 함께
여행컨셉 : 여행지 답사
하이난의 럭셔리 컬렉션 호텔은 하이탕베이의 정 중앙 쯤 위치하고 있다.
로비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밖에 로시난테를 타고 막 도착한 돈키호테의 목소리라도 곧 들릴 것 같은 분위기다^^
로비 입구의 아치형 장식이나 해당만을 향해 있는 로비 테라스 쪽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도 분위기 잡는데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테라스 아래로는 크게 T 자형의 풀장을 줌심으로 흡사 밀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울창한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다.
스페인풍의 붉은 기와 지붕과 왕궁을 옮겨 놓은 듯한 좌우대칭의 정원이 인상적이다.
객실을 둘러보러 가는 복도 천장이다.
유럽풍 건축인 양 착각하게 만드는 써가래 느낌의 나무 문양을 넣었다.
객실 현관문마저 컨셉에 충실하다^^
현관문을 열고 객실로 들어선다.
가장 기본룸인 스탠다드룸인데, 문을 열자마다 훤하다.
호텔 외관이나 복도 정원 등 고풍스런 21세기인 지금 18세기 이전에 지어진 박물관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었다면 객실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냥 18세기다.^^ 그것도 막 새로 지은 건물에 있는 느낌. 그러니까 타임머신을 타고 막 건축한 1700년대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온 느낌.
벽이든 붙박이 가구든 온통 은은한 유광의 우윳빛이다.
낮에 봤던 만다린이 심플하지만 고급스런 무광의 원목을 사용해서 소박함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
이곳은 화려한 문양과 화사한 유광으로 유럽 왕실이나 귀족 가문의 집이 이렇지 않을까 싶게 전혀 다른 분위기다.
트윈룸이지만 싱글베드의 가로길이가 150cm나 된다. 더블 2개인 거지^^
흰색 벽과 짙은 갈색의 가구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포인트로 들어간 황동 손잡이들도 반짝반짝^^
테라스 뷰는 어느 객실에서나 멀리 하이탕베이와 오지주도가 보이도록 배치해 놓았다.
일부 가구들이 짙은 갈색인 것과 대조적으로 벽과 붙박이 선반들은 흰 칠을 두텁게 해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한다.
욕실도 비슷한 색감으로 통일을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대리석의 부드러운 느낌이지만, 욕조안에서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해 두는 등, 기존 헤리티지 호텔의 현대화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고급, 깔끔, 산뜻...
뭐 이런 느낌을 주기위한 노련함이 뚝뚝 떨어진다.
벽도 고성 느낌이 나도록 질감에 신경을 썼다.
건너다 보이는 다른 객실들의 테라스도 전체적으로 아치형으로 되어 있고...
한쪽에는 나무보다 키가 작은 풀빌라촌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1층은 풀이 딸린 객실들이다. 객실에서 프라이빗 풀로 풀에서 정원으로 연결이 수월하도록 짜져있고, 굳이 윗층에서 내려다 보는 것 따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에겐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위에서 봤던 1층의 풀액세스룸으로 들어간다. 트윈은 위에서 봤으니 더블베드 룸을 택해서 구경한다.
더블침대가 풀을 바라보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 외에 방 크기나 색감은 트윈과 동일하다.
데스크가 침대 머리맡에 분리되어 있다.
욕조도 동일한데, 욕실의 한 가운데 배치된 것이 독특하다.
그리고 데스크부터 침대 소파가 모두 한쪽을 바라보도록 일자 배치된 것도 특이하고...
트윈베드룸보다는 공간이 여유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트윈이 오밀조밀한 반면 더블은 좀 훌빈한 느낌이 든다.
풀은 제법 크다. 앙증맞은 철재 문이 있는 진입로와 나란히 있다. 재밌는 구조다.
문 바깥은 몇 개의 계단이 프라이빗 영역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할 뿐 오픈된 풀에 가깝다는 것도 독특하다. 위층에서 보든, 지나는 사람이 보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자칫 위층 투숙객과 잘 지내다간 사귈 수도 있을 듯^^
풀액세스룸 앞으로 난 길을 따라 풀장으로 이동하는데 이런 공간이 있다. 건물과 건물이 따로 나뉘어 있지 않고 객실이 없는 연결 통로가 성벽을 연상시킨다.
길 중간중간 심심찮게 만나게 되는 휴식공간.
그 중에는 더러 작은 풀을 끼고 있는 곳도 있다. 공용 풀인데 크기는 작다.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그늘에서 놀면서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당해 보인다.
구명 튜브는 장식효과도 있고^^
길에는 전체적으로 석재를 깔아놓았고 좁다. 좁은 길가는 수풀이 약간 더 높게 차지하고 있어서 빈틈이 없다.
그런 와중에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풀을 맞닥뜨리게 된다. 아까 로비에서 바라봤던 "T"자형 풀과는 별개로 그 아래 수풀에 감춰져 있던 풀이다. 수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사방으로 뻗어나가 있어서, 여러 사람이 프라이빗 영역의 침입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구조같다.
그 중에서 수심이 낮은 키즈풀에는 데이베드나 물놀이 기구들도 잔뜩 비치되어 있고,
뙤약볕에 약한 아이들을 위해서 얼기설기 하늘거리는 천을 이용해서 수영장 전체에 그늘을 드리웠다.
이런 센스 너무 좋은 듯...
답답하게 지붕을 만들지도 않고 완전히 태양빛에 노출되지도 않게 적당한 넓이로 빛을 막아준다.
키즈풀 바로 아래엔 수심이 제법 깊은 직사각형의 풀도 있다. 오로지 수영만을 위한 풀이 따로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딱일 듯...
여기서부터는 해안 모래사장과 만나는데 나무와 길의 확연한 구분이 희미해지는 대신 수풀정원이 잔디밭으로 대체되어 있다.
그리고 모래사장이 잔디밭과 뒤섞인 구역을 지나면 자연스럽게 모래사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역시 하이탕베이의 파도는 높다^^
하이탕베이 모래사장에는 모두 저렇게 붉은 깃발이 365일 나부낀다. 수영금지라는 뜻.
오늘 둘러본 호텔들은 전부 대규모 부지에 적은 수의 객실만 보유한 호텔들이다.
다시 말해서 투숙객들이 아무리 많아도 한사람 한사람 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을 호텔들만 본 거지.
그리고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대 호텔 체인의 플래그쉽 급 호텔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호텔업계의 빅브라더이면서 지금까지 약 100년 간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인류에게 정립한 기업들의 최상급 호텔들이다. 이런 호텔들에 대한 선호는 엇갈리겠지만, 기본적인 상품(이 경우는 서비스)의 품질관리가 글로벌 표준이라는 신뢰를 주는 곳들임에는 틀림없다.
어쩌다가 "공산국가" 중국의 하이난이 영, 미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ㅎㅎㅎ
이미 해도 졌다. 불과 며칠만에 하이난의 호텔들을 너무 많이 둘러봤다.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럭셔리 컬렉션의 로비를 빠져나오자 밀려오는 피로를 주체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일로 소화해야 할 '일'정은 끝났지만, 정으로 소화해야 할 일'정'은 남아...
어제의 멤버들이 고스란히 다시 모여서, 산야의 파인애플 몰 맞은편에 있는 "애만정"이라는 중국식당에서 석별의 정을 나눴다.
"애만정"
물론 당시엔 첨 들어봤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중국에서 아주 인기많은 고급 식당이라고 한다.
북경 천안문 광장 옆에, 상해의 동방명주 옆에... 각 도시별로 가장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인정받은 유명한 곳이 이곳 하이난엔 대동해 앞, 파인애플몰 맞은편에 있었던 것.
중국의 당, 관 고위직 관료의 회식 장소로도 많이 애용되었다고 하는데, 최근 시진핑주석의 부패척결 바람에 따라 고위직의 '애만정' 이용을 일절 금지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여튼 유명한 곳이란다^^
그러나 외국 관광객들은 전혀 없는...
완벽하게 중국인들에게만(?) 사랑받는 레스토랑 같다.
역시나 놀라운 음식들의 향연과 자극적인 중국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주문을 따로 하긴 했지만 코스요리처럼 천천히 요리들이 하나씩 나오는...
이날 마지막이라고 더는 빼지 못하고 독한 술도 억지로 조금 마셔야 했지만, 음식들이 독한 술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도 있었다.
어떻게 공항에 갔는지, 또 어떻게 부산에 도착했는지는 짤막짤막한 파편들이 시간 순서와 무관하게 남아있을 뿐...
어쩌면 이번 답사때 찍은 사진과 영상을 기록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답사로 보낸 시간보다 더 많이 잡아먹은 것 같다.
여행은 정리하고 기록하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로 나누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기 쉬운 것.
따지고 보면, 여행 뿐만아니라 오늘 내가 먹은 저녁이나 그날의 일과도 기록하거나 나누지 않으면 없어지는 건 매한가지다.
기록은 기억력이 딸려서 하는 게 아니라 기억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편이구나 새삼 느끼면서 이번 답사 기록은 이걸로 쫑~
_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