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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01. 푸동공항에서 중국어를 처음 써 보다

2017.4.13

by 조운

북경 올림픽때 남북 공동응원단 팔로잉 촬영,
칭따오에 있는 기업홍보영상 촬영,
여행업을 시작하면서 하이난은 벌써 두 번이나...
이번 상해까지 어쩌다 중국을 이렇게 자주 오게 될 팔자가 된 건지...^^





여행기간 : 2017.4.13~4.16
작성일 : 2017.10.31
동행 : with 곡's & J 그리고 초이
여행컨셉 : 워크숍 참석 출장




중국어 학원


"해외 관광지 중에 한 도시만 파기"라는 목적으로 뛰어든 발리브라더의 다음 지역 모델을 "하이난"으로 잡았었다. 이름도 "하이난다"로 결정.
발리를 그렇게 했듯이 닥치는 대로 하이난에 대한 공부를 했고, 작년에 두 번이나 찾아가서 촬영까지 꼼꼼하게 마치고 돌아왔었다.

이 모든 것들은 '차이나스토리'를 시작하기 전 이야기...

차이나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와중에도 '하이난다'는 홈페이지 꼴을 차츰 갖춰가고 있었는데, 원래 계획에는 우리 중에 누군가가 하이난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들어가서 사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간난쟁이가 있는 "J"는 곤란했다.
구글 등 다방면에서 인터넷 환경에 제한이 많은 중국에서 IT 개발이 불가능한 "곡's"도 제외다.
결국 내가 갈 수 밖에 없는 조건이네^^

그래서 올해 1월 1일 중국어 학원에 등록을 했었다. 중국어는 우선 4개월 기초코스를 접수했었는데, 겨우 3개월 남짓 지났을 때, "차이나스토리"가 확정되면서, "하이난다" 사업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뭔가를 배우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짬을 낼 수 없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다녀야만 했던 중국어 학원이라 바로 그만 둬 버릴까 생각했다. 근데...
내 평생 접근하지 않을 확률 100%일 거라고 생각했던 중국어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는 분명 아니었다. 학원 첫 달은 도대체 혀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도 모를 외계어 같은 발음들과 우리와는 또 다른 모양을 가진, 획을 간결하게 바꾼 중국어의 간체자가 영 적응이 되지 않아서 뭔가 배우고 있긴 한 건가 하면서 오리무중을 헤매기만 했다.
그런데 한자문화권에서 한자교육의 마지막 세대로 자라면서 보고 들은 게 조금은 도움이 되기도 했고, 한 글자에 많은 뜻을 담고 의미들을 조합해서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예전에도 그래서 한자수업은 열심히 들었던 것 같다)은 한글을 비롯한 다른 언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매력이 있다.
동사 형용사의 활용이 불가능한 표기체계의 특성상 어순으로 시제나 인칭 등을 표현해내는 정교한 어순 체계가 어렵지만 "논리적 사고의 재미"(이런 부분에 좀 과도하게 재미를 느끼는 스탈이라...)를 주기도 했다.

총론이 없으면 개론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뇌구조를 가진 사람들.
귀납이든 연역이든 일정한 흐름을 가진 학문들 외에는 체계를 잡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서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마는 사람들.
바로 나같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외국어 배우기가 젬병이다. 비교적 총론에 대한 의존 없이도 파편화된 지식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외국어에선 훨씬 쉽게 연착륙하는 것 같고 부러움의 대상이다. 보통 남성들이 이런 지식에 약하다는 게 경험이긴 하다.
언어중에서 나같은 사람들 배우기에 어쩌면 가장 적절한 게 중국어일지도 모르겠다. 배움의 초기에 말이지만...

그렇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그렇다고 결코 정복하기 쉽다는 뜻은 아니다. 참 힘들다.
약간 시간이 지나자, 개념도 잘 이해되지 않는 조사나 보어의 사용법 등 모국어로는 도저히 유추가 곤란한 문법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튼 입문 초기에 느낌은 '중국어는 마초들의 논리학에 가까운 기호학'이었다.
그래서 과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국가 지배 구조에 아주 유효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언어의 장악이 권력의 장악, 유지에 중요한 수단이었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언어 공동체가 공화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우면서 언어환경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마오의 지시로 학자들이 모여서 표기를 간소화하는 체계를 연구한 결과가 지금의 중국어 간체자다.
이것도 매커니즘이 있어서 조금만 들여다보면 익히기가 영 어렵지는 않은데, 습관이 무섭다고 번체(우리는 정자체라고 하는)를 익힌 이들에겐 익히기가 참 고약하다.

우리말에 중국어 단어가 많이 섞여 있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어(소리내는 말)을 쓰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중국과는 좋게, 또는 나쁘게 엮여있었지 않은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언어에 남은 수많은 중국의 흔적들 중에서 유독 "사성"은 없다. 우리말이 음가가 워낙 풍부한 언어이기도 하고, 거기에 장음 단음같이 같은 음가때문에 오해받을 만한 소리들을 구분해 줄 보조장치들도 있어서 굳이 단어나 뜻을 차용해도 소리까지 차용할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
다행이라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화가 중국 사람들처럼 시끄럽게 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거고, 불행한 것은 중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처음엔 전혀 구분도 안되는 성조까지 배워야 한다는 거...
그나마 북방어가 표준어로 채택되어서 다행이지 남방어에는 성조가 8개나 된다니...

성조가 다르면 발음이 같아도 뜻이 달라지기도 하더라는.
학원에서 선생님께 상해 출장으로 며칠 수업에 빠져야 할 것 같다고 하자,


배운 문장이라도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 달라.


는 이상한 당부를 한다.
보통 언어를 가르치는 분들은 틀려도 좋으니, 자신감을 가지고 실제 외국인에게 입 밖으로 말을 해 보라는 게 정석인데, 중국어 선생은...
괜한 오해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말라는 뜻이었으리라. 그만큼 발음하기 쉽지 않은 게 중국어라는 것이기도 할 테고.





푸동 공항 도착, 중국인에게 말 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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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의 이코노미 석은 너무 촘촘했다. 상해까지야 1시간이면 족했으니 다행이지만 앞 좌석에 무릎이 닿아서 힘들었다. 짧은 구간임에도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할 정도의 훌륭한 간식이 나와서 그나마 용서가 된다.^^
역시 사람은 뭘 맥이야 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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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렸다. 푸동공항은 상해 외곽에 좀 떨어진 바닷가 쪽인데 시내와 거리가 제법 되는 곳이다.
짐을 찾고 입국 수속을 밟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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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도시 상하이는 역시 크긴 큰가보다. 공항 규모도 엄청나다. 비행기에서 내려 한참을 와서야 입국심사대를 발견했다.
한국에서 온 촌놈들은 역시나 입국 심사대에서 어리버리한 모습 좀 연출해 준다. 전 세계 공항 직원들은 다들 왜 그리 무뚝뚝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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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나왔으나 기다리기로 했던 상해 지점 분이 보이질 않는다.
그 사이, 주차장으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차에서 떠나기가 쉽지 않단다. 완전히 방향감각과 언어장벽에 꽉 막혀 있는 네 명의 촌놈들은 멘붕에 빠졌다.
선생님의 당부가 있긴 했지만 내가 나서야 할 차례. 3개월이나 학원을 다니더니 입도 뻥긋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에 발끈한 바도 없지 않고...

정복을 입은 여자분이 앞에 있다. 그에게 다가가는 동안 "주차장이 어느 쪽이냐?"라는 문장을 도대체 몇 번이나 되뇌었을까?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그것보다 알아듣고 해 주는 대답을 내가 못 알아 들을텐데...
혹시나 해서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다"까지 연습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안되면 영어로 다시 물어보는 거지 뭐... 하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고맙게도 그녀는 내 질문에 짧게 "이쪽"이라고만 하고 손을 뻗어 방향을 지시해 준다.
무뚝뚝하게 답해줘서 정말 고마워요~ㅎㅎㅎ.

"이게 학원 3개월의 위력이라는 거다. 이것들아~ 퐐로 미~^^"

다행히 지시한 방향으로 가는 중에, 어떻게 주차를 하고 달려오는 상해 직원과 조인했고, '공항 어리버리'는 일단락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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