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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02. 자전거의 나라

2017.4.13

by 조운

푸동에서 차를 타고 시내까지 한참을 간다.
지도상으로도 상해는 정말 거대 도시다. 인구만 해도 2,400만 명, 도심 핵에 몰려 있는 구성원만 해도 700만이 넘는다 한다.
중국 도시중에서 인구 규모만으로는 1위...

내가 사는 도시는 채 50만이 되지 않는데, 이렇게 많은 인구가 몰려 사는 삶은 어떨까? 상해는 부산과 비슷한 형태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개항 이전부터도 거대한 인구 밀집 지역이긴 했지만 개항과 함께 국제적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성장했고, 중국 연안 지역에서 급부상한 다른 도시들의 전범이 된 곳이다.

지금도 중국에서 새로운 정책, 기술, 제도 등을 도입할 때, 시범 실시(임상실험?)되는 곳이 상해라고.






여행기간 : 2017.4.13~4.16
작성일 : 2017.10.31
동행 : with 곡's & J 그리고 초이
여행컨셉 : 워크숍 참석 출장




푸동 공항에서 상하이 시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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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도심으로 달리는 찻길과 나란히 지상철도가 나 있다.
마침 열차 한 대가 지나가는데 상당히 빠르다. 고속철도냐고 물으니, 자기부상열차란다.
상하이 시 도심근방까지 30km를 7분 정도에 주파한단다. 개통한 지 10년도 넘었다는데, 자기부상 열차라는 생소한 것에 놀라워하는 우리들을 되려 놀랍게 볼 뿐, 정작 상해 현지인들은 시큰둥한 느낌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시범 운영사업으로 설치를 했지만, 비용, 반대 여론 등의 이유로 그 이후 연장 계획도 없이 달랑 7분 거리를 달리고만 있다고 하니...
상하이 시내의 복잡하게 얽힌 지하철 노선과 연계 운영되고는 있지만, 요금은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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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동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 중 가장 편하지만 가장 비싼 택시다. 동남아의 그것처럼 택시 회사에 따라 색이 구별되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대중택시'의 하늘색이 제일 유명하고 안전하다고 평가되고 있단다.
그 외에 가장 저렴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지하철.
보통 타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건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지하철은 그나마 시도해 볼만 하지 않을까? 음... 상해여행이 처음인 사람이라면, 너무 복잡한 지하철도 상당한 용기가 있어야 할 것 같긴 하다만...




서향세가 호텔


DSC04841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서향세가 호텔

바로 호텔부터 왔다.
많은 사람들을 초청해서 숙박을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라, 최고급 호텔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시내 중심에 있어서 이동하기에는 편리한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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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이름이 '책의 향기로 가득한 세상' 쯤 되려나?
그래서인지, 프런트 데스크부터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고전적이다. 데스크 뒷 배경은 제자백가 시대에 사용한 대나무 조각으로 만든 책, "죽간"을 형상화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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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앞 소파도 근대 이전 중국 여염집의 사랑방 같은 느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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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옆에는 저렇게 물에 적신 붓으로 쓰면 글씨가 보였다가 마르면서 사라지는 지필묵이 놓여있어, 서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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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한 지 꽤 오래된 것 같은 외관에 로비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상당히 클래식하지만 나름 잘 관리해 오고 있는 듯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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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호텔 앞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것.
중국 호텔에는 주차장 한 켠에 전기차 충전기가 놓인 경우가 많다.
북경은 말할 것도 없고 상해 같은 대도시에서 내연기관에 대한 규제는 엄격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전기차, 전기바이크로의 유도 정책이 강력한데, 그 일환인 듯 하다.




점심식사 : 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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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백선생의 중국 진출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구만^^
호텔 뒷 골목에 바로 한식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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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보면 한국인지, 중국인지 잘 모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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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 떡 하니 차려내는 모양새가 한정식 집을 연상케 한다. 일하시는 분들 모두 중국 사람이고 우린 뭘 주문했는지 조차 알 수 없었지만.
뭔가 약간은 다르지만 비슷한 한식 맛을 내는 음식들이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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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놈.
청도맥주다. 원래 청도맥주가 부드럽게 넘어가긴 하지만, 이놈은 더 부드럽다. 술이 약한 J나 나도 맥주는 한잔씩 하는 편이고, 이 나이가 되니 자연스레 맥주맛에 호불호도 생기고...
톡 쏘는 맛이 땡길때가 있는 반면 덜 자극적인 이런 맛이 좋을 때도 있더라는...




공유 자전거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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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나오자마자 한 쪽에 이런 자전거가 놓여있다. 실은 호텔에서부터 길가에 같은 색상들을 하고 있는 같은 모양의 자전거를 상당수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시나 구 차원에서 운영하는 공영자전거가 있듯이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 중국에선 국가 차원에서 자전거타기를 유도하기 위해 공영자전거 시스템을 갖춘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민간 업체에서 하는 사업이고 이미 크게 대박을 치고 지나간 뒤라고 한다. 이용하려고 하자면, 거의 무료에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우후죽순 너무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기도 했고,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아무데나 방치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수준이라고...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대답이 영 시큰둥 하니... 그다지 긍정적인 시각들은 아니었다.
첫 도입 사례가 어떠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여튼 많은 업체가 난립한 상황인 것 같긴 했다.
정부차원에서는 자전거 타기를 유도할 수 있고,
자전거 회사는 재고를 처리해서 좋고,
이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는 애초 회원 등록시 각 개인의 공탁금 개념의 수탁고와 이자로 자산증식과 운영의 베이스를 잡을 수 있었고,
이용하는 사람들은 굳이 도난, 주차 등에 신경쓰지 않으면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만 저렴(혹은 무료로)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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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도 위챗으로 결제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하더니, 이 공유 자전거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결제와 함께 자물쇠가 열린다.
타는 동안 시간을 계산해서 최종 결제가 되긴 하는데, 식당에서 호텔까지 잠깐 타고 나니 1위안(약 180원)이 결제가 되었다. 보통 시간당 1위안 정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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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공유자전거 말고도 다른 업체의 것들도 보이는데, 그 중에는 전기자전거도 있다. 요금은 조금 더 비싸다고...

공유 자전거 업체에서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워낙 막대한 양의 자전거가 도심 전체에 뿌려져 있기도 하고, 아직 공유경제에 대한 개념이 성숙하지 않아서 이용자들이 함부로 방치하거나 세워서는 안될 도로 중앙 같은 곳에 놓고 그냥 가버리기도 해서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들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은 것 같았다.
나도 호텔까지 타고 와서 로비 들어가기 전에 세우려고 하다가 제지를 당했다. 멀리 호텔 밖에다가 세우라고... 약간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니 기분도 좋지 않다.

중국에선 국가 정책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내었다가 채택이 되어 사업화 하면, 막대한 지원을 받는 경우가 있다 들었다. 이것도 그런 종류가 아닐까 싶다.
먼저 생각하고 추진해서 일확천금을 거둬들이는 사업 아이템으로 의미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아무리 긍정적인 제도라고 생각했던 거라도 도입에 앞서 파생될 문제까지 면밀히 검토해 보는 시뮬레이션 작업(사업성 평가)을 소홀하게 했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집단적 운영모델 도입으로 언제나 신중한 결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이 이런 시행착오나 오류를 벌이고 있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정착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그 사이에 벌어질 불편까지 미리 생각한 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외국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면 더 좋을텐데, 내국인이 아니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는 것도 고려해 줬음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제도의 시행착오나 불편부당에 대한 것에 반대하는 견해를 가져도 그게 여론화 되지 않는 나라일 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결국은 정착되는... 뚝심있는 행정의지의 나라랄까?
아직은 오호를 판단할 수 없다가 정답인 듯.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이게 또한 시민들이 정책 드라이브를 바라보는 시각인 것도 같고... 일단 해 보고 너무너무 판단 착오면 그때가서 다시 판단하자는...

여튼 원래 자전거를 많이 타는 나라에서 이제 거리 곳곳에 알록달록 세워진 자전거도 많은 나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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