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12
한번씩은 주말에도 집에 있어야 하는 법^^
꾸준하게 주말에 부재한 남편, 아빠는 미운털이 박힌 지 오래되었지만, 어떻게든 잠깐 만회해 보려 해 본다.
하지만 일요일 나를 제외한 세 식구가 일정이 생기는 절호의 찬스... 아이들 친구네 엄마와 아빠들 빼고 놀러 가기로 했단다.^^ (이런 때는 표정 관리가 중요하다. 겉으로는 반드시 엄청 섭섭한 척 해야 한다)
비록 박을 하는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전혀 맘의 부담없이 산행을 할 수 있다는데, 놓칠수야 없지.
여행기간 : 2017.3.12
작성일 : 2017.10.27
동행 : 홀로~
여행컨셉 : 당일치기 등산
예전엔 집 앞에 있는 금정산이 그렇게 명산인 줄 몰랐다.
좀 큰 놀이터?
어른이 되어 여기저기 다녀보니(해외를 포함) 금정산이 참 아름답고 멋진 곳임을 알게 되었달까?
오르는 코스마다 느낌도 각양각색.
오늘은 그냥 우리집에서 출발해서 본가가 있는 장전동까지... 교통수단 없이 지도상의 최단 거리 코스로 가 보자는 이상한 취지의 산행을 해 본다.
장군봉으로 치고 올라가는 길 중간쯤. 저 멀리 오봉산과 양산 물금 일대가 한 눈에 보이는 지점까지 올랐다. 정면이 우리집^^
아이들과 처음으로 산에 올랐던 곳도 바로 여기였는데...
집에 있는 엄마와 손을 흔들면서 전화를 했던 꼬꼬마들이 생각난다.
그때만 해도 아파트들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서지 않았을 때라... 지금은 손을 흔들어도 어디 보이지도 않을 것 같구만.
연애할 때 초읍이었는지, 만덕이었는지를 출발해서 양산 다방동까지 산행했던 적이 있는데, 우리집에서 오르면 다방동의 마지막 봉우리 하나는 건너 뛰어서 약간 수월하다.
하지만 장군봉까지의 길은 공룡이라기에는 좀 뭐하지만 제법 날카로운 마루금 길을 따라 가야해서 초심자들이 쉽게 다닐 수 있는 코스는 아니다.
그럴리는 없지만 버릇처럼 2인용 텐트 정도가 놓일 수 있는 위치를 찾고 기록으로 담아둔다.
어느새 고당봉이 눈 앞이다.
북문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렇게 반대쪽에서 오르면 훨씬 장관이다.
헉, 고당봉 정상에서도 우리집이 보일 줄이야^^
고당봉에서 동문까지의 코스는 평이하고 한적한 시골길 같다.
아니 시골길보다 훨씬 좋다. 아무리 시골길이라도, 걷다보면 더러 버스나 트럭이 흙먼지 날리면서 지나갈 때가 있는데, 여긴 차가 없다는 거^^
멀리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기 전, 서낙동강과 갈라지면서 중앙에 섬아닌 섬같은 충적토를 만들어 놓은 모습이 보인다.
정말 금싸라기 같은 최고의 땅에 공항이 들어 앉아 있고, 오염도 심각한 수준.
최근엔 4대강 사업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막대한 빚을 지게 된 수자원공사를 달래기 위해서, 에코델타인지 뭔지 하는 사업을 떠안겨 주었다고 들었는데...
저 땅이 가진 생명력을 바탕으로 풍요와 번성을 구가했던 통일신라 이전의 가야 사람들이 살던 곳.
현재는 또 다른 금싸라기 아귀 다툼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산이 도시 마냥 한 순간에 변신을 할 정도로 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장전동이 가까워지면서 낯선 풍경들이 나타난다.
동문을 벗어나 산성도로 아스팔트를 따라 내려오는 재미없는 길을 버리고 중간중간 지름길을 택해서 내려오는데, 호국사 아래쪽 그러니까 부산대학교 바로 위쪽 오솔길을 막아놓았다.
뭔가 공사를 하고 있다.
가까이 가 보니... 터널 공사다.
정관에서부터 김해로 이어지는 고속국도를 위해서 몇 해 전 산성마을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고 있다 들었고, 그 연장선이 장전동에 38m의 고가도로로 지어진다고 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충돌이 있기도 했다.
결국 주민들 의견을 받아들여, 고가도로는 백지화되고 지하도로 변경이 되었던...
부산항대교와 북항대교가 고가로 지나는 영도주민들이 반대를 했으나 전혀 효과없이 그대로 공사가 진행되었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것이 잘 살고 방귀 꽤나 낀다는 사람들의 요구와 좀 못살고 영향력 없는 사람들의 요구의 차이라고 보고 싶지는 않은데, 그런 뒷말이 많아서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고가도로는 마을을 죽인다. 소음과 공해는 차치하더라도 하늘을 가리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심리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영도나 반송(경전철이 길을 따라 쭉 이어져서 살풍경을 만들었다)은 영향력이 부족해서?
화명동은 신도시 특성상 뜨내기들만 모여사는 모래알 같은 구성원의 응집력 부족으로?
하늘을 가리는 토목공사를 그대로 밀어부쳐서 마을의 흉물이 되는 걸 막을 수 없었던 건 아닐까?
장전동은 어떤 연유였건 이런 불상사를 막아낸 건 다행이지만... 그렇게 영향력이 있지 않아도, 굳이 생사를 걸듯 데모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행복이 정책 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어떤 나라의 법률이 새삼 부럽다. 그것도 우리 기준에선 아주 못 살고 있는 나라라면 더더욱...
맨발에 때꾸정물 줄줄 흐르는 옷을 입고 있지만 미소 가득한... 본적도 없는 네팔인들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금정산은 정말 물이 풍부한 산이다. 벌서 터널만 몇 개인가?
최근 엄청난 길이의 KTX 터널과 산성터널까지 추가되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물이 많은 편이니 과거에는 얼마나 물이 풍부했겠는가.
어떻게 대충 짐작만 하고 내려서니 대학생 기숙사옆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쭉 길을 따라 학과가 있던 건물도 지나고, 학창시절 맨날 근처만 지났지 제대로 한 번 공부하러 들어가 보지도 않았던 중도도 그대로다.
이렇게 옛날 추억을 떠올리는 길을 찍어 마눌님께 보냈더니 친구네 아이들과 다같이 부산대 앞에서 밥을 먹고 집으로 가는 중이란다.
세 명은 차로 난 걸어서 결국 같은 곳을 향해 온 거구만.^^
여튼 이렇게라도 거르지 않고 산행을 해야 또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을... 그럴 나이가 된 건가?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더워지면 산행도 못할테니 더욱 한주 한주 지나가는 계절이 아쉬운 거라고...
산행을 하고 나면 늙어가는 몸둥이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