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북진 : 5구간] 01 통도사~영축산 정상

2017.3.25

by 조운

이제 완연한 봄... 즉, 산행을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겨울에만 산행을 한다. 따뜻해지면 바다에 가야하니까^^.






여행기간 : 2013.25~3.26
작성일 : 2017.10.27
동행 : 독고다이~
여행컨셉 : 텐트 비박






겨울은 산행, 여름은 수영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도 마다않고 해운대를 뻔질나게 갔다.
부산이래도 겨울 바다는 찹다. 영상 11~13도 정도... 목욕탕 냉탕보다 더 찹다보면 된다.
한겨울 바다수영 가면, 물에 입수할 때가 참 싫다.
웻수트의 바느질 사이, 지퍼 틈으로 찬물이 들어올 때는 소스라칠 정도, 그러나 막상 수영을 시작하고 나면 몸이 데워지기도 하고, 수트로 들어온 물이 갇혀서 따뜻한 보호막 역할을 해 줘서 금새 괜찮아진다. 그걸 알면서도 매번 입수 때의 파고드는 냉수의 느낌이란...

뭐니뭐니해도 겨울 바다 수영에서 제일 추울 때는,
수영을 마치고 모래사장으로 올라올 때.
웻수트는 꽉 낄수록 수영하기도 좋고, 덜 춥기도 해서 다들 한 치수 정도 타이트한 걸로 장만을 하는데, 이게 젖으면 잘 벗겨지지 않는다. 스펀지처럼 된 웻수트 재질은 물 밖으로 나오면 금새 탈수가 되고 피부에 착 달라 붙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쉽게 벗는 방법은 물 속에서 벗는 것.
왠만하면 다들 출수하기 직전 허리 쯤 잠기는 곳에서 수트를 벗는다. 그러니까 한 겨울에 수영 팬티만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모래 사장으로 올라오는 시추에이션 되는건데...

1. 출수해서 차가운 모래사장을 가로 질러 주차장으로 간 다음,
2. 차에서 가지고 간 온수통(보통 온수를 2~5리터 정도 담아온다)을 꺼내고,
3. 간단하게 샤워를 하면서 소금물과 발에 묻은 모래를 씻어 낸 후,
4. 물기를 닦고 옷을 입는다.

이 모든 과정이 10~15분 정도 걸릴까? 사실 이때가 가장 춥다. 완전히 몸이 얼어서 다들 몸이 새빨갛게 변한다.
그러다 반팔 티셔츠라도 입고 나면 상대적으로 얼마나 따뜻한 지...
가끔 물에 젖은 발로 양말을 신기가 싫어서(왜 물기를 닦아도 젖은 발에 양말 신는 게 참 거슬리는 일이라는 거에는 누구나 동의할 터...)그대로 슬리퍼를 신고 아침을 먹으로 가곤 했는데, 그 사이에 발가락에 동상이 왔다. 그 때 이후로 겨울만 되면 가렵고 아리는 게...
계절이 바뀌면 좀 괜찮다가도 추워지면 재발하는데, 답이 없다.

그런 핑계와 함께 겨울 산행이라는 또 다른 재미를 만날 수 있기도 해서, 이젠 아예 겨울 바다 수영을 끊었다.
산행은 또 겨울 아니면 참 번거롭더라고.
날벌레가 들기 시작하면 산행의 즐거움이 반감되고 체온에 땀 등등, 아예 물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10월 말부터 꽃피는 3월까지만 산행을 하자고 나름 원칙처럼 세워두고 있다.

애매한 계절이 4월부터 6월까지인데 벌레가 찾아 들어 비박은 재미가 없고, 수온은 보통 계절보다 2~3개월 늦게 변하니 아직 바다는 차다.
그때는... 쉬는 거지 뭐.
그러다 정말 근질근질하면 마라톤이나 자전거도 있으니... 라고 말은 하지만 산행을 시작하고부터는 거의 매년 한 대회 정도는 참여해 주던 철인 대회에 한 군데도 못 가고 있는 실정이다.





새 배낭 첫 개시


빈 배낭 무게 3.4kg의 90리터 배낭에 진저리 친 이후, 새로 장만한 1.3kg의 "그래니트 기어_블레이즈 AC 60"은 다 좋은데 솔로 비박에는 약간 작은 느낌이 컸다.
덩치 나가는 것들을 억지로 외부에 장착도 해봤지만, 패킹에 들이는 공이 상당히 필요하다는...

그래서 큰 맘 먹고 70리터 배낭을 물색했다. 물론 무게는 최대 1.5kg으로 말이다.
그러다가 발견한 놀라운 BPL(backpacking light) 배낭의 세계^^
뭐, 어딜 가든 장비에 대한 과한 정보와 미세하기 그지 없는 사용후기들...ㅋㅋㅋ
여튼 이래저래 자료를 좀 찾아보고 장만하게 된 배낭이 "엑스패드 썬더70"이다.
이 놈도 블레이즈60 처럼 방수 원단으로 되어 있어서 따로 배낭커버가 필요없다. 고작 10리터 차이지만 수납해 본 결과 그 차이가 컸다. 좀 멋대가리 없게 생기기도 했고, 버클 체결 방식이 고리형이라서 처음엔 좀 당황하기도 했지만, 전면이 완전 개방이 되는 지퍼로 되어 있는 거나, 전면 양 옆으로 난 주머니의 신축성, 그리고 허리벨트에 있는 주머니까지 실용적인 면에서는 블레이즈60 보다 더 좋다.

맨 처음 집을 나설때는 몰랐지만, 산행을 하다보니 허리를 받쳐주는 독특한 장치가 있는데, 내겐 영 거슬리고 불편했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몸이 맞춰지는 듯 했으니 뭐.
아마도 꽤 오랜 기간 사랑할 배낭을 만난 것 같은 느낌.
이 배낭도 중고로 구매했다. 생각보다 중고시장에 매물이 상당히 많다. 그것도 원래 가격의 절반 정도로...
원래 정가보다 많이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지, 아니면 배낭이라는 게 소모품이다보니 한 번 사용하면 그만큼 가격이 훅 떨어지는 건지... 여튼 시쳇말로 득템을 한 기분...^^

산행 시작전 배낭 무게를 재어보니 17kg.
석달 전, 30kg을 넘겼었는데, 반 가까이 줄었다. 세상에...





영남알프스 최남단, 영축산? 영취산?


아침에 밥하고 식구들 건사한다고 좀 늦게 출발.
1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서 출발한다.
간간이 비가 날리는 날씨지만 비박하고는 아무 상관없다. 그마저도 산행 시작 전에 완전히 그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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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까지는 바로 집앞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잠깐 타면 된다. 잠깐은 아니구나, 2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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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통도사 터미널에 들어가서 잠시 정차한다. 우리동네가 시골이긴 한가보다^^
그 다음 정류장인지 다다음인지 여튼 약간 더 가서 내렸다. 통도환타지아 옆이긴 한데, 그냥 길만 있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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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일 뿐이겠지?
영남알프스는 늘 산행 인구로 붐비는 곳이니까...
여튼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초행이지만 길을 잃을 염려는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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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을 지나서 산쪽을 향하면 이런 식당 옆을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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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농가들이 있는 한적한 길을 가다가 얼마전에 새로 미장을 한 듯한 길을 만났는데, 글쎄 이런 발자국이...
아무래도 고라니같다. 지도 발이 빠지니 깜짝 놀라 풀쩍 뛰어서 되돌아 간 게 아닐까 싶은...
당시 상황을 잘 묘사해주는 듯한 흔적에 잠시 미소를 건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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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산행 중 길찾기에서 입산로를 찾는 게 제일 어렵다.
영축한 코스는 워낙 전국에서 많이들 찾는 곳이라 그런지, 조금만 가면 표지판들이 이어져서 수월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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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갈이가 완료된 깔끔한 단색의 황토밭을 보니, 정말 봄이 시작되는 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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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매실 농장인 듯, 매화가 쭉 이어지는 길도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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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산에 닿기 전, 어느 농장의 울타리 안쪽에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는 목련들이 마지막 배웅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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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길이 뚝 끊어진다.
출입을 엄금한다는 표지와 녹슬어 닫힌 문이 완고한 느낌을 주는데, 바로 옆으로 돌아서 가는 길이 있다.
이제부터는 민가도 없다. 산행 본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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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다 담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꽃들의 향연을 스쳐지나 왔다. 목련, 개나리, 산수유가 동시에 만발한 길은 인가 옆으로 난 길을 심심하지 않게 하더니, 막상 산에 접어들자 바로 진달래로 종목이 바뀐다.
그렇게 한참을 진달래를 따라 봄길을 걸어가다 보면 오르막의 각도가 바뀌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갈 수 있다.
역시 산은 계절마다 맛이 다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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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길에 잘 안착해서 쭉 이어진 오르막을 치고 오르면 '취서산장'과 만난다.
경사가 심한 마지막 몇 걸음을 앞두고 머리 위로 도베르만 두 마리가 먼저 맞아주는데, 개를 좋아하는 나도 살짝 긴장이 될 정도로 덩치가 장난이 아니다. 앙각으로 올려다보니 더욱 거대해 보인다.

IMG_1894-_Wide1080mark.jpg?type=w773 취서산장

도베르만 말고도 비슷한 덩치의 진도 한 마리가 더 있다.
취서산장에서 만난 개 세 마리의 덩치도 덩치지만, 입에 씌운 입마개 때매 더 무서웠다.
얼마나 무서우면 입을 저렇게 막아 놓아야만 했을까?
지난 번 이길로 하산할 때는 분명 없던 개들인데... 그새 주인이 기르기 시작한 건가? 목줄도 없이?
하지만 개들은 나 따위는 하등의 관심도 없이 지들끼리 논다고 이리저리 신났다.

그나저나 취서산장이라... 산이름은 "영축산"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제껏 통도사 뒷산, 혹은 영취산이라 불렀다. 영축산이 오히려 낯설다. 그리고 취서산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는데, 공식적으로는 "영축산"으로 확정되었단다.
축(鷲)은 독수리를 뜻한다는데, 영축산 정상 모양이 독수리의 부리를 닮아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단다. 이날은 가스가 많아서 멀리서 정상이 보이질 않았지만 맑은 날의 산 모양은, 초등학생들에게 그려보라고 주문하면 십중팔구가 그릴 딱 그런 삼각산 모양인데...
불교에서 쓰는 '축'을 뭇사람들이 '취'자로 오인해서 발음했고, 그게 고스란히 지명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영축산이 영취산으로 호칭되어 왔으니, 다시 원래 이름을 찾아주기로 한 것 같다.
신령스런 독수리 산(영축 또는 영취), 독수리가 살고있는 산(취서) 등 결국 "독수리산"이니, 그냥 한글 이름으로 부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아무려면 어떠냐.
이름이 여러 개라는 건 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는 명산이라는 뜻이고 이름에 얽힌 사연(스토리)도 풍부하다는 것.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산이라는 뜻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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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그랬겠지만, 비공식적인 명칭을 붙인 이 산장은 영축 정상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아래도 하북면 일대가 다 보인다. 맞은편엔 지난 번 꼬맹이들과 올랐던 천성 3봉, 정족산이 한참 아래의 봉오리처럼 보인다.
그렇게 취서산장을 지나쳐도 아직 라면이나 막걸리를 한 번 먹어 본 적이 없다. 이번엔 라면이라도 먹고 갈까 했는데, 개들이 무서워서 잠시 쉬고는 자리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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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에서 영축으로 오르는 코스는 영남알프스에서 가파르기로 유명하다.
정상 못가서 본격적으로 가팔라지기 전 만나는 샘터는 그래서 더욱 사랑받는다.

샘터에 다가가려는 찰라, 뒤에서 헐떡거리는 짐승의 소리가 들린다. 살짝 가스가 끼어 있어서 윤곽보다 소리가 먼저 다가온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등골이 쭈삣 선다.
돼지인가?

아까 봤던 개 세 마리가 나를 쫒아온다. 아니 저 놈들이 왜 여길... 입마개가 있으니 뭐... 하면서도 몸이 굳어버린 상태로 그놈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걸 멍하니 보고 있는데, 왠 걸... 좁은 오솔길에서 그냥 나를 스치고 지나쳐 버린다. 개들은 땀을 흘리지 않지만, 가스층 때문인지 젖은 몸으로 내 바지를 적시면서 말이다, 특유의 개비린내와 함께.
잠시 후, 아저씨 한 명이 개줄을 여러 개 들고 뒤 따르면서 순한 놈들이니 걱정 안해도 된다며... 내 표정을 보고 먼저 안심을 시켜준다.

'그랬구나. 취서산장 주인의 개가 아니라, 저 아저씨가 매일 산책을 시키는 개로구나. 산책을 영축 정상으로 잡은 아저씨는, 취서산장에서 잠시 쉬면서 막걸리 한잔 하는 맛을 코스로 잡고 있구나...'

IMG_1896-_Wide1080mark.jpg?type=w773 영축산 샘터

그렇게 개들이 정신없이 헐떡이면서 지나간 뒤 샘터에 앉아 물도 채우고 좀 쉰다.


속세에선 돈욕심, 산에는 물욕심 안부리면 행복할텐데.


늘 행복을 좀 먹는 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인 것 같다. 뭐 그렇다고 오늘만 즐기자는 건 위험하겠지만,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 근심이 행복을 멀리 보내는 건 사실인 듯...
산에서 돈보다 더 귀한 물 욕심으로 어깨가 무너지도록 고생을 했건만, 어느새 잊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물을 가득 채우게 만든다.
그나마 산에서는 물이 점점 줄어 들기 마련이고, 점차 홀가분해지기라도 하지...
돈도 줄어들면서 그리되면 얼마나 좋을까?^^
출발할 때도 3.5리터.
좀 마셨는데 또 3.5리터.
그렇게 홀가분함과 걱정근심을 맞바꾸고 다시 오르막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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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수록 가스가 더 심해진다. 심지어 살짝 다시 비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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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가 높아지면서 비는 진눈깨비로 변하고, 잔설에 안개에...
아래쪽은 봄길이더니 여긴 아직 한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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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이르면 먼저 너덜 돌들이 탑을 채 이루지 못하고 뭉쳐진 곳과 만난다. 산행객들이 돌탑을 쌓고는 있지만 강풍 등으로 무너지고 또 쌓고... 자연과 인간이 서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밀당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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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정상은 가스로 아무 전망도 볼 기회가 없다. 가스가 심해서 심지어 공기가 축축한 느낌.
차고 축축한 공기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서 깔딱대는 내 허파꽈리를 시원하게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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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겸 점심을 먹고 느즈막한 이 시각에 영축산 정상 표지석 바로 옆에서 식사 준비를 한다.
날씨 탓에 오늘따라 오가는 이들도 별로 없다. 늘 그렇듯 먼저 에스프레소 한잔부터.
이 맛에 산을 못 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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