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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Mar 14. 2018

이번엔 중국이다_여행산업의 변화와 대응

기록 _2017.11.8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여행사업의 방식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직거래 해외여행이다


말이 쉽지...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더라.
지난 4월, 상해 워크샵은 중국의 10대 대도시(또는 주요 관광지)에서 여행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지 대행사들 중에서 그 동안 소통해 왔던 곳들을 초대한 자리이며, 우리가 추진하는 "직거래 방식"에 동참하러, 혹은 듣도 보도 못한 그 운영모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러 모여보자고 여는 자리다.
워크샵 준비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이런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만도 수개월이 필요했다. 만약 "사드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여행업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지내는 현지 대행사들에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실증해야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우리를 싣고 떠날 아시아나 상해발 항공편에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지만 비장했다.

 







여행업의 거대 경향과 판도


여행 수요의 폭발과 모바일 시대의 결합은 여행 산업에 엄청한 파장을 초래하고 있다.
개성에 맞는 수요를 받아 줄 수 없던 패키지 위주의 여행업이 무너지고 점차 자유여행이 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게 분화해서 말이다.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만, 과연 긍정적이기만 할까?
여기서 "긍정적"인지 아닌지의 잣대는 여행 당사자, 여행업 종사자(현지 가이드, 로컬 업체, 각국의 관광산업으로 인해 수혜를 입는 현지인 등을 포함해서) 모두의 삶이 더 행복해 질수 있냐는 것이어야 하니까, 그래서 더 깊게 살펴 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여행업의 변화 방향을 진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인공지능 시대가 되어도 여행산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고, 단순히 분화만 되는 과정도 아닐 거라는 건 확실하다. 당분간은 말이다.

 


여행업의 변화 1 : 투명성, 원가 오픈 시대


변화가 촉발된 첫번째 조건은 "투명성"이다. 정보 특히 가격정보가 점차 개방되고 있다. 

항공권을 예로 들어보자.
과거에도 항공사에 문의를 해서 항공권을 바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하는 게 더 저렴했다. 그것보다는 항공권이 포함된 패키지 여행을 예약하는 것이 훠~얼씬 더 저렴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행사로 공급되는 일종의 "도매" 항공권이 따로 존재했다는 뜻이면서, 항공에서 마진을 포기하고 다른 방식(쇼핑, 옵션)으로 이윤을 확보할 방도가 있다는 말이다. 더러 이윤 확보가 잘 되지 않으면 현지 대행사의 목을 비틀어서라도 전체 상품 가격을 다운시키는 갑질이 가능하기도 했고.

지금 항공권의 경우, 가장 저렴한 곳은 바로 각 항공사 홈페이지다. 
초기 저가항공사의 성공 모델에 고무되어 전세계적으로 저가항공사의 창업이 활발해졌고 전체 운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높아만 간다. 그들이 가격경쟁력과 함께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저비용 마케팅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저렴한 항공권을 공개하는 것.
이제 자사 홈페이지에 "특가"라는 이름으로 공급하지 않는 항공사는 거의 없다.
더러 이것보다 더 저렴한 좌석이 대형 여행사나 땡처리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경우가 있긴 하다. 아까 말한 도매로 항공권을 대량 구매한 항공 대행사(또는 대형 여행사)의 티켓 판매가 부진할 때,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도매가에 준하는(어쩌면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으로 급하게 모객을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아예 항공사 홈페이지에 있는 좌석이든, 항공 대행사의 땡처리 좌석이든 가리지 않고, 정보를 긁어와서 한 군데서 가격을 비교해 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생겼다. 
대표적인 예가 스카이스캐너. 
세계적인 규모의 여행 대행사(씨트립)가 스카이스캐너를 인수한 뒤로는 정보 수집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가고 있는 형편이라서 여러 앱을 비교해 볼 필요성도 사라지고 있다.

이미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은 노력만 하면, 항공부터 모든 제반 비용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시대다. 
본인이 스스로 하기에는 너무 알아야 할 정보가 많아서 짜증도 나고 귀찮을 수 있다는 게 문제. 그래서 약간의 수수료(여행사의 이윤)를 지불하고 여행사에게 일종의 "구매대행"을 맡기는 형태로 가는 건 짐작 가능했던 수순.
이젠 그 수수료율이 얼마인지도 알려고만 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이미 이윤율이 완전히 감춰져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여행자는 가려는 곳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공부하는 대신, 
합리적인 이윤율을 제시하는,
그러면서 소개한 내용과 일치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이전의 고객들로부터 신뢰할만 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여행 대행사를 잘 찾아내려는 노력이 더 중요해졌는지도 모른다. 괜찮은 여행대행사에 대한 평가가 정보로 유통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업의 변화 2 : 유통업이면서 정보산업


과거, 해외 여행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는 항공편부터 숙박, 일정, 보험까지 일괄 대행해주지 않으면 불편해서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과거, 정보 편차가 심할 때'라는 뜻은 국내의 여행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해외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요금 추이, 트렌드 추세 등의 정보가 제한적이었고(지금도 현지에서만 알 수 있는 매일매일의 살아있는 정보를 모두 알 수는 없다), 
같은 여행업을 하고 있더라도 정보에 따라, 업무의 종류가 나뉘고 
업무의 종류가 추가되면, "단일 여행 서비스"의 유통과정도 하나씩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현지에는 숙박시설, 관광지 입장권 관리 업체, 액티비티 업체, 렌트카 업체 등등 여행의 인프라가 될 만한 기반에 해당하는 상품들을 판매하는 로컬 업체들이 있고,
현지에서 그런 업체들과 관계를 맺고 시즌이나 트렌드에 맞게 여행 상품을 구성할 정보를 가진 현지 대행사를 거쳐,
현지에서 제공하는 각종 상품을 받아서 국내와 연결할 수 있는 항공권을 결합시킬 정보를 가진 항공 대행사를 통하든,
항공 대행사 항공편 정보와 현지 대행사의 여행상품 정보를 가져다가 국내에 공급하는 국내 여행 대행사를 통하든,
이들로부터 여러 패턴으로 결합된 상품을 받아서 온, 오프상에서 고객을 모객하는 여행사를 통해서 해외 여행을 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로 적어도 복잡해 보인다? 실제로는 더 복잡하다. 
나라에 따라 관례에 따라 더러는 더욱 복잡하고 촘촘한 단계를 몇 번 더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여행산업은 "유통업"이다.

유통업의 특징은 물류 이동 거점이 있어야 한다는 거고, 거점 한 두 군데가 독과점이 될 확률이 높다는 거다. 거점, 말하자면 "포털"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포털의 운영권을 가진 자가 업계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 정보의 유통 관문은 단연 '네이버'다. 정보 뿐만아니라, 쇼핑에 가격비교까지... 온라인화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정보에 대한 관문 시스템 및 인지도 구축에 성공한 독과점의 독보적인 대명사다. 

그럼, 여행업은?
호텔의 경우, 이미 전세계적으로 OTA(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 호텔 예약 포털)들이 호텔 예약의 포털로 자리 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여행사업부로 출발한 익스피디아
프라이스라인(부킹닷컴, 카약, 아고다 등), 
트립어드바이저 등이 대표적인데, 
여기에 최근 중국기업 씨트립이 가세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더 많은 호텔 체인을 자사 홈페이지로 유입시키는 전략, 
각 호텔에 대한 정확한 정보(평가, 사진 등)를 취재하는 인력 배치, 
항공이나 기차 등의 교통 인프라에도 점차 확장하는 모델을 추구하는 중이다.
이런 호텔 포털이 MS사에서 출발한 것만 봐도, 여행업이라는 게, 온라인이라는 도구를 활용한 IT개발의 영역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유통업이면서 동시에 정보산업이 되어 간다는...

이들이 주도하는 관문의 특징은 "직거래"다.
호텔측에서 제공하는 도매 원가가 소비자한테까지 오는 동안 몇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친다. 당연히 그때마다 수수료가 조금씩 더해지고...
이런 유통 마진을 걷어내고 기존의 가격보다 약간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OTA는 짧은 시간 엄청나게 성장을 해 버렸다. OTA는 이전의 모든 유통 단계를 확 없앴지만, 그 전에 누구도 얻지 못한 건당 이윤율을 확보하게 되었다. 게다가 흡인력이 올라가면서 포털 기능을 하게 되자, 호텔측에 제공 원가를 더욱 낮춰달라는 요구까지 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등극했다.
IT산업을 통해서 습득했던 이윤추구 방식 그대로, 형태는 정보산업으로 가지만 내용은 포털의 갑질(유통업의 독과점)을 적용하면서 말이다.

늘 전통적인 갑의 위치에 있던 호텔 체인 그룹의 입장에선,
IT 기술을 활용한 포털의 갑작스런 성장에 한동안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할 지 알지 못했다. 마케팅 비용 대비 객실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에 은근히 만족하고 있었달까? 무릎 꿇고 객실을 달라던 녀석들이 짝다리 짚고 '싫으면 말고...'식으로 수익을 잠식하려고 덤비기 전까지는 말이다. 
최근 너무 비대해진 OTA에 대해서, 호텔 그룹들이 간만에 서로간의 경쟁을 극복하고 공적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귀추가 주목되긴 하지만, 누가 더 선한가의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다. 그냥 맑스가 지적한 대로 "자본 집중 현상"의 전형을 보여줄 뿐이다.
"조직력 대 기술력"의 한 판 승부!

우리나라의 자본집중 현상의 특징은 "조직력 대 기술력"이라는 세계적인 헤게모니 싸움과는 좀 다른 형국이다.
하나나 모두 같은 대형 대행사가 관문을 장악(?)까지는 아니래도 선두권이긴 하다. (현상과 통계만 보면 장악이라는 단어에 걸맞지만, 운영모델의 낙후성이나 발전 가능성, 후속주자의 능력 등을 따지면 혼전 양상이다)
현지 여행 대행사에서 아무리 저렴하고 질좋은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성하더라도 고객이 구매하지 않으면 말짱 황이다. 하나나 모두 같은 대형 여행사의 가공할 모객 능력은 이들에겐 신의 은총. 
그러니 얼마나 말을 잘 듣겠는가? 
해외 여행 수요가 아무리 늘었다고 해도, 시장 규모가 원래 작은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갑이 되려는 업체들의 추격전은 살벌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윤율 경쟁으로 치닫게 되고, 줄어드는 이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말 잘 듣는 현지 대행사의 목을 조르고 또 조르는 수 밖에...

최근 패키지 여행이 아닌 소수의 자유여행 비율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여행사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소수가 움직이는 게, 다수 여행자가 동시에 같은 코스로 움직일 때보다 당연히 일인당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어서 달갑지만은 않다. 자유여행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는 걸 알면서도 수요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없는 건, 규모의 경제가 불가한 소수의 고객으로는 이윤이 남지 않기때문이다. 
그래서 편리한 공룡한테 떠 넘긴다. 아무리 소수라해도 수요들이 모이면 겹치는 부분이 생기고 그럼 규모의 경제로 이윤 증가를 발생시킬 수 있으니까... 하나나 모두 입장에서도 이들 자유여행 수요까지 빨아들일 수 있는 거고. 
그래서 이래저래 유통의 거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
대한민국에서의 싸움은, 오로지 누가 더 큰 영향력(갑질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협박과 회유로 현지의 작은 영세업체를 수탈할 수 있는 파워가 더 큰가가 이길 수 있는 관건이라는 거다.
이런 "조직력 대 조직력"의 싸움은, 현지 대행사한테 어느 쪽이든 줄을 서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중국여행 브랜드 개발 : 발리브라더 모델 연구


"중국에 있는 현지 여행 대행사"들은 한국의 대형 여행사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상품을 판매할 길이 없다. 상품의 질과 상관없이 납품 자체가 요원하다는 거다.
해서 대형 여행사의 갑질 앞에서도 쩔쩔 맬 수 밖에 없고,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대형 여행사의 무리한 지시는 끝도없이 이어진다. 서비스의 질 하락과 만족도 하락은 당연한 귀착점. 갑질 요구 중에는 대형 경쟁 업체와의 거래 단절을 포함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고립과 길들이기 전략...
이 모든 과정 때문에 현지 대행사는 죽을 맛이다. 여행객도 행복하지 않고, 여행객을 달달 볶아야 하는 가이드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다. 연속되는 하도급 구조랄까.

곡's가 오래전부터 홈페이지 제작과 관리를 도맡아 해 주던 상하이 현지 대행사 대표가 <발리브라더>의 운영 방식을 알게 되었고, 한국인의 여행은 하나나 모두 같은 대형 여행사를 통해서만 이뤄진다고 알고 있다가 깜짝 놀라게 된다.
시기적으로도, 가뜩이나 대형 여행사의 수탈구조에 괴로운 세월을 보내고 있었고,
사드문제로 중국여행 수요(패키지 여행)가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되면서 수탈의 수위가 극에 달했던 것과도 무관하지는 않다.

아직 완성되었다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지만, 그가 주목한 발리브라더의 특징들은 수 십년간 여행밥을 먹어 온 본인이 보기에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발리브라더는 유통업을 지양한다"
유통 과정이라는 게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현지의 레프팅 운영업체와 발리브라더 발리 지사가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수수료를 일부 붙여서 발리브라더 온라인에 상품을 등록한다. 현지 업체는 자기네의 상품을 도매로 대량 구매해 주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1명의 예약이라도 넘겨주는 대행사를 원하기에 가능하다. 어디를 통해서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
이렇게 현지에서 상품의 질과 일정을 "생산"하기 위한 거래 외에는 소비자에게 다이렉트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 여행 상품의 유통은 온라인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만 "딱 한 번" 이뤄진다.

"발리브라더는 신청자 1명에게도 판매한다"
식물원이나 박물관에도 단체관람은 저렴하다. 차를 타도 카풀이 비용이 적게 발생하거늘...
당연히 같은 상품을 동일한 시간에 많이 이용하면 원가가 낮아진다. 그래서 한 두명 심지어 가족 단위의 여행도 패키지 가격에 비하면 월등히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여행사에서는 이런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대부분 '몇 명 이상 출발 가능"이라는 단서를 달고 상품 판매를 한다. 최소 모객 인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이윤을 포함한 손익분기점 이하라는 말이다. 상품을 판매할 이유가 없는 거지.
발리브라더는 거의 모든 상품이 1명 이상 출발이다. 당연히 원가가 올라간다. 경쟁력이 없다.
결국 유통과정을 없애고, 이윤율을 줄여야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생각보다 여행상품들의 유통마진이 높기때문에 유통 과정만 없애도 적자 출혈경쟁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발리브라더는 신청, 예약, 결제까지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상품을 세분화해서 알기 쉽게 표시해 놓은 사이트에서 원하는 상품을 신청하면 신청일에 그 상품이 무리없는지만 판단하고 예약이 진행된다. 그리고 결제와 함께 끝.
상담이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유통 마진과 별개로 인건비 등의 비용발생을 최소화한다. 
낯선 곳에 가는 불안함 때문에, 신생 업체에 대한 신뢰도 문제 때문에,
전화, 문자로 많은 문의가 들어오긴 해서 계획대로 완벽하게 자동판매 시스템이 구축되지는 않고 있지만, 차차 괜찮아질 거라 본다.
물론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발리에서 길리로 가는 스피드보트를 운영하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들이 제 시간에 정확하게 운행을 하지 않아서 불만이 발리브라더로 접수가 되고, 아무리 발빠르게 대응을 한다고 해도, 느슨한 현지인들의 근로 문화때문에 한국에서와 같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발리브라더가 직접 운영하는 업체가 아니라서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이건 여행객이 현지에서 직접 그 업체에 예약을 해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니, 차치하기로...

"발리브라더는 발리에 대해서만은 가장 전문적인 여행사다"
발리에 지사가 있어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들도 바로 캐치해야 하고, 로컬 업체와의 계약과 컴플레임 피드백도 마주보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과 발빠르게 직접 대면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발리에 살고 있는 발리브라더가 다른 곳은 몰라도 발리에 대해서만은 매일매일 경험치를 쌓아가게 되는 거고, 그게 전문성이 된다.  

과연 중국에서도 이런 모델이 가능할까?
그렇게 수 개월간 여행업의 변화 과정이나 자유여행 수요에 대한 논의가 오고가게 되었고,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얼개를 잡기 시작했다.

 






차이나스토리의 답은 "전문성"


몇 개월이 지나면서 상하이부터 북경, 칭따오, 황산, 서안, 장가계, 계림, 하이난, 쿤밍, 여강, 상해, 하문, 백두산까지 10개가 넘는 도시들에서도 결합하기에 이른다. 

이들 현지 대행사의 공통점은 모두들 갑질의 횡포에 시달릴 대로 시달렸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없다고만 알고 있었다는 점이고, 다른 곳은 몰라도 해당 지역에 대한 전문성 만큼은 누구 못지 않게 자신한다는 거다.
어쩌면 발리브라더를 시작할 초기와 조건은 비슷했다. 
우리가 발리브라더를 기획할 당시에도 이미 발리는 전세계 3대 관광지로, 여행 인프라가 거의 완비되어 있었고, 이윤율이 하향 평준화 될대로 된, 여행업계에서는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중국은 다른 이유긴 했지만(대형 여행사의 일방적인 갑질 덕에) 이윤율이 하향 평준화 된 상황은 동일했다. 
특수성은 사드문제로 현지 대행사의 수익이 바닥을 치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
아마도 평소같으면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고, 소수의 자유여행객이 무슨 돈이 되냐고 씨도 안먹혔을 얘기라며 손사래 치고 나가버렸을 테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모이게 된 점도 있다.

발리브라더가 가야할 길도 아직 멀고 험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중국 전체 지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오면서 일이 커진 꼴이라, 우리들도 당황스럽긴 했다.
모든 것에는 진솔함이 답이다.
오랜 세월을 통한 꽌시(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특징이 있지만, 진솔함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만국 공통의 조건이 되어 주었다.

말하자면, 이번 "상해 워크샵"은 중국의 작은 현지 여행 업체들이 연합해서 거대 공룡에 대항하자는 일종의 혁명이다. 혁명은 피로 완성되기 마련. 어쩌면 동참하는 모두가 피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이미 바닥을 만져본 이들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는 각오가 생긴 것 같다.
비록 부담은 좀 되지만, 진솔하게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우리들...
이렇게 모인 '을'들이 분투를 결의할 장소로 택한 곳이 상해다.

난관은 많다.
초기에는 외부의 난관이 더 큰 문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내부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리라 본다. 
아직 기존의 사업 방식에 안주하려는 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개별 여행에 대한 일천한 경험과 대형 여행사에 의존하면서 진행했던 방식 모두 혁신의 대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현지만의 전문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를 모른다는 것. 지금까지는 그런 전문성 따위가 밥 먹여주지 않았기때문이다.
이번 워크샵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고, 참여하는 업체 중에서 워크샵 이후에 '이길이 아닌갑다'라고 빠질 수도 있다. 어쩌면 사업 모델 백지화까지 완전히 열어두고 진행하는 상해행인 셈이다.

"곡's"가 여행업의 판도와 사업모델에 대한 해설을 하고 나면
온라인 판매에 대한 실무를 "J"가 다루게 된다. 
그렇게 가장 궁금한 사업의 형태와 일상의 업무들이 어떻게 굴러가는 지가 잡히게 설명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고 나면, 내가 마케팅 컨텐츠 제작과 활용에 대해서 어떤 일들을 해야할 지를 제시한다.
마케팅 컨텐츠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첫 워크샵에서 굳이 제안해야 하는 이유는 장기적 포석이다. 전문성이라는 지역 자산의 노출은 컨텐츠로 가능하다. 스스로가 가진 전문성을 소중하게 담아서 개별 포장하는 법을 익히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이게 바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
 

초기, 중기, 장기 업무 프로세스와 사업 해설, 실무, 이윤구조를 망라하는 방대한 양의 논의를 아침부터 밤까지 해설하고 질의 응답할 준비로 우리들은 떠나기 전날까지, 아니 가는 동안의 비행기 안에서, 도착해서도 호텔객실에서 회의와 프리젠테이션 작업에 몰두해야 했다.
상해에 간 김에, "J"와 내겐 짬을 내어서 상해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는 특수 임무까지^^

그래... 우리 팔자에 장비없이 항공기를 타는 행운이 올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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