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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08. 상해 마시청서커스

2017.4.14

by 조운

오늘의 마지막 코스.
상해처럼 허다하게 볼 게 많고, 궁금한 게 많은 유서깊은 도시에서 굳이 서커스 공연을 보러 가야 하나 싶은 맘도 없지 않고... 무엇보다 피곤이 육신을 장악하니... 기운이 딸릴 시간대가 되긴 했다.
아주 날카롭고 냉정하게 평가해 주리라 맘 먹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여행기간 : 2017.4.13~4.16
작성일 : 2017.11.8
동행 : with 곡's & J 그리고 초이
여행컨셉 : 워크숍 참석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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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하철역에 도착.
명성이는 오늘 우리의 안내만 맡은 게 아니라, 여기서 마시청서커스 공연을 예약한 손님들에게 티켓을 전달하고 공연장까지 안내하는 임무도 맡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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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간 30분 전이 집결 시간이라는데 더 일찍 다 모였다.
일산에서 오신 대가족 분들이 있었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출가한 딸들이 남편과 아이들까지 데리고 자유여행을 온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일 어디 갈 꺼냐고 물었더니, 난징거리와 푸동일대를 '가 볼까' 생각중이란다. 지유여행이 유행은 유행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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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여 명이 우루루 공연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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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 되어 가자, 아까는 못 봤던 차벽^^이 생겨있다. 서커스를 보러 오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버스는 다시 공연장 벽에 촘촘히 주차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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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이 있는 광장에까지 주차한 차량들이 들어 서 있고, 그 사이로 들어간다.
서커스 공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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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입장 시간은 정해져 있다. 삼삼오오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명성이 말로는 오늘은 그나마 적은 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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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한다. 공연에 대한 기대로 흥분한 각국의 언어가 교차하는 틈으로 우리도 따라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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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좌석은 중앙에서 오른쪽편.
정중앙은 아니지만 그렇게 높지도 낮지도 않은 딱 좋은 포지션이다. 그리고 객석보다 더 높은 오른쪽 끝부분에 현장 실황 반주를 하는 연주팀이 있는데, 그들까지 가까이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자리라 더욱 좋다.
부분 조명만 들어온 큰 원형 무대 위에는 투명한 원통형 장치가 천장에서부터 내려와서 차지하고 있다.

꼬꼬마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동춘서커스단 공연을 보러 들어간 천막극장에 비한다면 이건 첨단이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동춘에서 무표정하게 공중제비를 돌던 그 형아, 누나들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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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바로 옆이 내 자리, 옆으로 'J'와 일산 대가족의 막내사위부터 식구들이... 앞에는 여성분이 앉았는데, 그 여성분이 DSLR을 들고 어찌나 찰칵대던지... 동양인이면서 DSLR까지 들고 여행을 다니는 중년여성이라... 십중 팔구는 한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허락을 받고 동영상을 찍었는데, 오디오에 온통 셔터 데시벨이 도배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는...
공연장에서 사진 촬영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삼가해 달라고는 하지만, 공연 중에 실제 제재가 있거나 하지는 않다. 그래도 남들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것은 기본 예의거늘...

공연장에서 찍은 사진은 낮은 조도탓에 흔들려서 많이 건지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볼만 한 것들 위주로 레퍼토리를 담아서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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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은 투명 원통안에서의 아크로바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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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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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 새벽 강에 나온 어부의 이야기를 표현한 듯한... 전통 의상의 아크로바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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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맨이 끌고 온 무거운 술단지 쇼.
가벼운 것을 시작으로, 결국 저 술단지까지 마구 던졌다 받았다 하며 관객의 애간장을 다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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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부르자 여기저기서 튀어 나온, 브로드웨이 뮤지컬 삘의 총각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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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할 수 있는 동작들이 아닌 것 같은 무희들의 춤.
핀 조명과 이미지 배경 영상으로 춤 내용과 그림자 형상화 등 다양한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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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우산을 쓰고 올라온 사람들의 공중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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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돌리는 원형 물레방아 위에서 세 사람이 아슬아슬하게 쇼를 하는데, 곤봉 저글링, 줄넘기 등도 하고, 그렇게 계속 걸으면서 균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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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몇 명이 더 올라와서 애간장을 다 태우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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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순서가 끝났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시계가 카운트다운을 한다. 이것도 재밌는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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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무대 앞쪽 반을 이용한 불쇼와 뒤쪽에 거대한 커튼을 이용한 무희의 그림자 춤으로 시작했다.
1부에 비해 아크로바틱 요소에다가 예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추구 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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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이 걷히자, 전체 무대 배경과 공연이 하나가 되어 종합예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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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도 실력과 연기력으로 인기가 좋았던, 비보잉 청년들 같은 친구들이 아찔한 묘기를 선보인다.
근데 배경음악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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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내내 무대 오른쪽 위에 있는 연주팀에는 조명이 비춰져 있어서 그것 자체도 공연의 일부로 삼고 있었는데, 간간이 그들도 영상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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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주로 사람들이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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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세월 땀을 흘렸을까?
그렇다고 예전처럼 동정적인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뭐든 한 가지에 땀과 정열을 쏟아부을 대상을 찾았다는 건, 인생의 행운이란 걸 알게 되었으니까.
연령대가 낮은 친구들인데 벌써 그런 대상에 매진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부럽기까지 하다.

현상이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 사실인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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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한 번, 아가씨들이 한 번.
인체의 특징이 잘 담겨진 분위기를 연출하는 레파토리의 흐름도 상당한 수준이다. 기술력에 연출력까지... 스토리가 없는 공연에서 연출력이 돋보이기가 쉽지 않은데... 감독의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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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듯한 종반부의 공연.
공중에서 내려온 천 조각에 매달려 3차원 공간 전체를 사용한다. 음악 궁합도 딱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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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걸로 막을 내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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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오토바이쇼.
기승전결로 보면 사랑이야기의 감미로운 분위기에서 마쳤어야 했는데, 마지막에 원형의 철망 안에 오토바이 한 대가 굉음과 배기가스를 품으며 위험한 질주를 해 댄다.
연이어 저 좁은 공간에 여러 대의 바이크가 들어가서 각자의 원을 만들어 내면서 부딪히지 않고 운행...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공연은 모두 끝이 났다.
아마 공연의 난이도, 아니면 매연때문에 한 가운데 넣기 애매해서 맨 끝으로 배치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덕분에 기승전... 다시 전으로 가버린 느낌이 살짝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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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출연진이 나와서 하는 인사와 오랜 시간의 기립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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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팀에게 공을 돌리는 무대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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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공연임에 틀림없다.
세계 물류, 정보, 증권시장의 중심인 국제 도시 상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볼거리 많은 도시 상해 여행에서 서커스는 솔직히 좀 뜬금없지 않은가 생각해왔다. 그런데 의외로 인기가 많아서 늘 의아했던 차, 공연을 보고나니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훌륭한 예술 작품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이 있는 곳이 하필 상해일 뿐이었다.

"상해 마시청서커스"가 아니라 그냥 명품 공연 "마시청 서커스".
이게 이날 공연의 총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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