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2
중국의 물가가 지금의 1/10 수준이고,
하이난이 애초에 저렴한 골프 관광지로만 알려졌을 때는 하이난으로 자유여행을 온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생각해보면, 그때 해외 여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올 패키지 였던 때이기도 하니...
최근들어 싼야를 비롯, 아룡만, 해당만, 청수만 등 하이난의 남동쪽 해변을 따라 발달한 비치에
세계적인 고급 리조트들이 건립되고 철도, 고속도로 등의 고속 교통 체계와 정기편 항공 운항이 가세하면서 다양한 패턴의 여행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대세는 골프텔이나 에어텔로 불리는 변형된 패키지가 대부분이긴하다.
여행기간 : 2017.7.9~7.13
작성일 : 2018.2.8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하이난 답사
대충 방에 짐만 두고, 매니저를 만나러 로비로 향한다.
체크인 개시 시간이 지나자, 로비라운지에 사람들이 아까보다는 많다.
우리도 한 쪽 테이블에 앉았다. 상당한 미모의 중년 여성 매니저가 자리를 함께 했다.
근데...
매니저의 태도가 살짝 고압적이다.
마치 우리같은 작은 여행사들이 이런 고급 호텔엔 왠 일이냐는 듯한...
살짝 불쾌할 뻔 했지만, 일면 이해가는 부분도 있다.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에 따른 일인일식(一人一式)의 자유여행을 준비하고 인프라를 최대한 동원하려 노력하는 우리같은 팀은 자신들과 거래하는 전세계의 많은 여행사들 중 그 비중이 낮을 수 밖에 없을 거다.
매일 같이 찾아오는 그렇게 많은 여행업 관계자들과 비슷비슷한 대화와 기싸움을 해야하는 입장일테니...
그렇다고 우리가 호락호락한 사람들도 아니지^^
밀당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중점은 무료 레이트 체크아웃.
우리나라의 항공 직항편이 모두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녁에 있어서...
사실 호텔 입장에서 밤 11시까지의 무료 레이트 체크아웃은 그 다음날 고객 유치에 문제가 있긴 하다. 방을 하루 놀리거나 늦은 시간 메이크업 인원을 배치해야 하는 문제가...
그녀가 보기에 오랜 동안 "꽌시"를 맺어오지도 않았고, 한꺼번에 단체 고객을 유치한 성적표를 제출할 입장도 못되는 우리들을 특별대우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거지.
어쩌면 그런 무료 프로그램 따위나 신경쓰는 고객들은 자기들 세인트레지스 말고 더 저렴한 호텔로 가시라는... 뭐 그런 태도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이해가 간다.
이번 인스펙션은 관광지와 호텔을 둘러보는 목적도 있지만, 계약조건 합의를 통한 실 계약까지 겸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호텔과 달리 다소 뻣뻣한 태도로 일관하는데는 내심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바로 이런 게 우리들이 뚫어야 할 난관이고 존재 이유니까^^
결국 릴레이 협상 끝에, 레이트 체크아웃 무료 제공은 얻어낼 수 없었다. 대신 룸당 동반 소아 2인의 무료 조식 제공을 양보받았다. 그나마 물고 늘어진 덕에... ^^
사실 매니저도 소아 조식을 마지노 선으로 상정하고 미팅에 임했을 꺼고, 우리도 레이트체크아웃이 무리일 수 있으니 물고 늘어져서 다른 거라도 따내자는 속셈이었고...
이런 기싸움은 서로 마지막 카드를 내 보이는 순간까지 시간이라는 양념으로 간을 쳐야 하는 법인지라... 선수끼리...^^ 서로 전략을 알면서도 적당한 시간끌기를 병행할 수 밖에 없다.
예상보다 늦어졌지만 여튼 외교는 끝마쳤고^^
이제 세인트레지스의 전반적인 시설과 상태를 확인하러 나갈 시간.
로비라운지에서 확인했던 네모 반듯한 정원부터 내려가 본다.
로비동은 가로로 놓인 해변에 두 갈래 종으로 뻗은 객실 건물 사이를 연결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반대편은 색감으로 승부하는 드넓은 잔디밭.
잔디밭 양쪽으로 난 길.
저만치 신혼부부로 보이는 커플이 거니는 길을 따라 우리들도 비치 방향으로 간다.
객실 건물 중간 중간 바로 정원으로 연결되는 다리가 있고 그 밑으로 객실 건물 전체를 휘감는 라군풀이 흐른다.
빌딩이 끝나는 곳에서 비치까지가 코앞이다. 전체 부지가 넓긴 하지만, 핵심적인 부대시설들 간의 거리를 적당하게 배치한 건 참 좋다.
부지가 넓다보니, 직원이 저런 걸 타고 다니는군^^
비치와 만나면서 잔디밭이 끝나기 직전,
거대한 풀이 있는데, 풀의 물을 가두고 있는 재료가 독특하다.
원형의 굵은 아크릴 벽^^
중앙에 호텔 로고를 박아둔 것 외에는 투명하고 일정 간격으로 풀 바닥에서 공기를 뿜고 있다.
참 야릇한 발상이긴 한데^^, 여기가 투숙객들의 주요한 포토존이 되고 있었다.
아저씨 아줌마들. ㅋㅋ
애기가 있는 가족들.
근데 죄다 남자분들이 안에 있고, 여성이 사진을 찍어주는... ^^
예외도 있다.
보디첼리의 그림 오마주를 시도하는 저 커플.
여자친구를 반드시 저 진주 조개 속의 비너스로 앉혀보겠다는 노력이 눈물겨웠다.
결국 몇 번의 시도 끝에 안착에 성공.
우리들도 멀리서 박수를 보냈다. 이럴때는 박수를 보내야 하는 법^^
풀 바로 옆에는 바도 있다.
풀이 투명벽 덕분에 지대보다 살짝 높아서 바의 한 쪽은 풀에서 바로 주문과 시식이 가능한 구조다.
풀 앞을 지나는 길부터 잔디밭이 경사면을 이루고,
그 아래는 모래사장이 시작된다.
가람을 디자인한 사람 성격이 보인달까? 명확하고 뚜렷한 것을 좋아하는 듯.
빌딩으로 감싸고 있는 정원의 모양새나, 잔디와 모래사장 사이의 경계를 나무 데크로 처리한...
성격이라 짐작할 만큼의 통일성이 엿보인다.
프라이빗 비치라고 굳이 명명할 필요가 없는데, 야롱베이의 끝부분에 위치한 덕분에 다른 호텔과 해변을 공유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상당한 길이의 해변이 이어지는데.
끝부분은 호텔 로비쪽에 있는 마리나 시설의 요트들이 드나드는 구조물과 방파제까지 연장되고 있고,
반대쪽 끝은 살짝 언덕진 곳으로 이어지면서 바다와의 접경부분이 암반으로 되어 있는 곳이다.
언덕 위까지 비치베드와 파라솔이 빼곡... 투숙객들이 동시에 몰려도 커버가 되겠다 싶을 정도다.
선베드라고 그냥 플라스틱 재질이 아니라,
데이베드용 쿠숀들로...
언덕쪽에서 비치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
원하는 고객들에게 개인 사진기사가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있는데,
컨시어지에서 신청을 해서, 2인 1조의 카메라맨들이 한나절을 같이 동행하면서 사진을 찍어준다.
이런 세인트레지스의 독특한 서비스는 이미 유명세를 타서 그것만을 위해 수영복부터 여러벌의 의상을 가지고 로비에서 카메라 맨들과 미팅을 하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어떤 중국인 아주머니께서는 DSLR을 들고 로비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말을 건다
"제가 00호실인데요. 혹시 만나기로 한 카메라맨인가요?"
ㅋㅋㅋ.
실은 그 일 덕분에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기도 했고.
저기 세 사람은 아까 풀 근처에서 드레스를 입고 촬영 중이더니, 어느새 비키니 차림으로... ^^
언덕 위, 전체가 한눈에 조망되는 최고의 사진 포인트엔...
역시 사진 담기도 좋지만, 해상을 관찰하기도 좋은 법^^
내 카메라를 의식하더니 갑자기 정면만 바라보며 미동도 하지 않으시는 순박한 해상안전요원^^
비치가 넓으니 인구밀도가 낮아서 더 여유가 넘친다.
멀리 요트가 정박한 곳 앞에는 축구 게임이 가능할 정도로 넓다.
축구장이 있는 곳 바로 위에도 비치 바가 있다.
보통 비치바는 이용 인구가 몰려있는 중앙쪽의 풀과 비치의 경계 쪽에 하나 정도 운영하기 마련인데, 여기선 프라이빗 비치 끝부분에도 있다. 반대쪽은 다음에 소개할 대형 레스토랑이 역할 분담을 하고 있고...
아주 작은 방갈로 형태고 정말 간단하게 무알콜, 알콜 음료 몇 개만 취급한다.
혹시 오늘 내가 처음 찾아온 사람이지 않을까? 홀로 지키는 직원 외에 아무도 찾는 이는 없다.
저 친구는 외로워서 싫을까? 땡보직이라며 좋아할까?^^
내가 언어가 되면 잠시라도 말 동무라도 해 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