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2
빡빡한 일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 마련인 인스펙션.
특히 숙소가 멀거나 하면 길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은데, 저녁 먹기 전에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니 이렇게 여유가 있다.
낮에 여유가 주어진다면 당장에 야롱베이 푸른 바다로 들어갈텐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만...^^
저녁이 되자 진빠지게 만드는 더위도 주춤하고... 어슬렁 거리면서 여유를 부려본다.
여행기간 : 2017.7.9~7.13
작성일 : 2018.2.8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하이난 답사
저녁시간이 되자, 해변과 풀에서 노닐던 사람들도 타올 하나씩 걸치고 객실로 향한다.
메인 레스토랑의 석식 바베큐 정찬은 이미 시작되었다.
야외 테라스 앞에서 주방장들이 갓 구워내는 요리 냄새는 심하게 허기를 자극하고...
우리도 저기서... 먹고는 싶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다시 백화곡으로 간다. ㅜㅜ
백화곡 입구에 도착. 불 났다.ㅎㅎㅎ
모든 사람과 거리가 붉게 물든...
맑은 대기 덕분에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도 이런 황홀한 노을을 만들어낸다.
근데 나만 신났지, 사람들의 표정은...
뭐, 이런 것 가지고.
딱 그런 느낌 ㅋㅋㅋ.
이들에겐 일상이지만, 방문자에겐 황홀한 일탈인 곳이 여기 하이난이구나.~
낮 풍경과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의 백화곡 입구.
세인트레지스의 야외 부대시설을 식사 전에 훑어보자는 계획대로 움직였으나, 덕분에 늦어진 식사... 뭘 먹을까 고르는 재미보다 빨리 뭐라도 먹고 싶다는 욕구가 더 크다.^^
백화곡 입구 들어서자 마자 첫 번째 집으로 들어간다.
가게 앞에 진열된 꼬치류가, 우리같은 손님들에겐 너무 먹음직스럽게 유혹하고 있기도 하고...
홍콩 차찬팅.
홍콩의 고유한 외식문화이면서 이제는 세계적인 명물이 된...
앉자마자 맨 먼저 맥주부터. 맥주는 하이난 왔으니 '하이난'으로...
중국의 맥주는 대체로 도수가 약간 낮다. 그래서 부드럽고 잘 넘어간다. 대신 톡 쏘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좀 밋밋할 수 있겠다.
'칭다오'가 워낙 유명해지긴 했지만, 중국의 각 지역마다 다양한 브랜드의 맥주가 있다. '하이난'도 칭다오와 비슷한 느낌.
싱거운 느낌이 있는 중국 맥주 중에서도 약간 더 싱겁달까?
원래 차찬팅이라는 게 바쁜 홍콩사람들이 간단하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기 위한 곳으로,
또 동서양, 인도차이나에서 건너온 각국의 요리를 하나 둘 씩 취급하면서 발전했기 때문에 뭔가 맥락없이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맥락없이 다양하게 시켜봤다는...
식사를 마치고 딱히 갈 곳도 할 것도 없는 우리들은 푸싱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목적지는 별다방.
비가 살짝 내린 덕에 더위는 완전히 가셨다. 옆구리에 카메라만 하나 달랑 메고...
이대로 쭉 여행만 하면 얼마나 좋으련만...ㅋㅋㅋ
별다방 바로 앞에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실이 있다.
대형 유리로만 되어 있는 화실에는 화가 두 분이 열심히 초상화를 스케치 중이다. 밖은 어두우니 두 사람이 더욱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런 매일이 일상인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림 삼매에 빠져 있다.
원래 사람을 앞에 두고 초상화를 그리던 시절도 이제 끝인가?
사진을 출력해서 이젤에 끼워두고 그림을 그리는 방식도 과거가 되었고?
인물도, 사진도 없이... 이젤 한 쪽엔 사진이 담긴 태블릿PC가 놓여 있다.
별다방 분위기는 만국공통이구나.
1, 2층으로 된 별다방은 한국에서의 모습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다. 2층의 넓은 테라스에 테이블들이 있었지만,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앉아있을리 만무한데, 아저씨 둘만 앉아있다.
아직도 애연가들의 천국인 중국에서 왠일로 스타벅스 실내에선 금연이란다. 두 아저씨는 단 한 순간도 담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우리는 에어컨 빠방한 실내 구석에 자리를 잡고 여유를 즐긴다.
엊그제 백화곡에서 식사를 하고 묵었던 MGM 호텔까지는 걸어서 돌아갔지만, 세인트레지스는 도저히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커피 한잔씩 하고 차를 타고 다시 복귀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로비 입구까지 울려퍼지는 고음의 미성.
저녁마다 로비라운지에서 라이브 공연을 한다더니...
카메라를 들자, 손까지 흔들어 주는 센스^^
목소리하며... 그녀는 프로다.
어느 나라건 이렇게 디너 라이브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곡들은 거진 올드 팝송^^
셋 중 한 곡 정도는 중국노래도 나오려나 했지만, 국제적 감각 충만하신 공연팀은 오로지 팝만 열창하신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고 느즈막히 객실로 돌아오니 테이블에 편지글과 함께 과일, 초콜릿이 놓여있다.
대충 해석해보니,
외부 공사를 진행중인데, 불편을 드려서 미안하고, 양해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디?
우린 오늘 하루종일 돌아다녔는데도 못 봤는데...
한 명의 고객이라도 불편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면... 뭐 이런 의미인가부다.
이런 게 세인트레지스를 지금의 인지도로 만든 요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