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3
중국의 영토는 실로 방대하다.
진한 시기까지만 올라가도 지금 영토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물론 그래도 넓긴 했지만^^
어쩌면 변방이라 불리던 곳을 흡수하며 영토를 넓힌 역사가 지금의 중국이다.
하이난은 그야말로 변방.
게다가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섬.
기후와 풍토... 원주민 종족과 문화는 중원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애초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이족.
그러다가 중국 고대에, 멀리 살던 묘족이 대거 이주해오면서 지금은 이족과 묘족이 하이난의 대표적인 소수민족이 되었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이좋게 지낼 수 밖에 없는 역사적 배경이 있기도 하고...
현재는 당연히 한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지만, 이족과 묘족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계승하면서 살아가고 있기에, 이 두 소수민족의 주거촌은 하이난 방문자들에게 꼭 한번은 들러봐야 할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족과 묘족이 함께 생활하면서,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있는 "삥랑빌리지(빈랑곡, 檳瑯谷)"가 가장 유명하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제주 성읍민속마을이나 안동 하회마을 같은 격이다.
여행기간 : 2017.7.9~7.13
작성일 : 2018.2.9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하이난 답사
하이난의 리조트며 관광지가 대부분 해안쪽에 몰려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다 하는... 7명의 신선 전설로 유명한 칠선령으로 올라가는 길 어디쯤 삥랑빌리지가 있다.
삥랑은 하이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열대식물의 열매를 뜻한다.
잎만 보면 야자로 착각할 수도 있는데, 훨씬 날씬한 줄기가 일자로 높게 자라며,
엄지손가락보다 약간 굵은 섬유질의 열매가 달리는데, 하이난 사람들은 이걸 엄청나게 씹어댄다^^ 일종의 각성제같은...
마침 감과 함께 파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사이즈 비교^^
실제로 일 년 전, 처음 하이난에 방문했을 때 맛 본 적이 있다. 생열매는 아니고 단맛을 가미한 가공품이었는데... 처음엔 달작지근 한 즙이 많이 나오고 해서 껌 대신 씹을 만하구나 생각하다가...
갑자기 열이 오르더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까지 답답해 지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증세를 겪는다. 그렇게 10~20분 정도 낯선 몸의 변화를 겪고서는 다시는 못 먹게 되었다는... 신기한 경험이긴 했지만, 그렇게 권장할 만한 건 아니라는...
더구나 씹을수록 점점 붉게 변하면서 치아 염색도 된다고 그런다. 실제 즐기는 원주민들의 치아상태가 그렇게 좋아보이지도 않고...
여튼 그런 삥랑 나무가 지천으로 널린 곳이라서 삥랑빌리지라 한다.
한자로 빈랑곡(檳瑯谷).
삥랑빌리지로 가는 동안 비는 그쳤다. 어쩌면 아래쪽은 계속 비가 오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이난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방금 해가 쨍한 곳을 지나쳤는데, 앞이 안 보일 정도의 스콜이 쏟아지는 곳이 나오기도 하고...
여기 첨 오면 열심히 일기예보를 보게 되지만, 며칠만 지나면 예보 중에서 기온 정도만 체크하고, 날씨는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된다.
제법 긴 나무 다리를 지나는 다리 아래로 동안 우리가 곧 타게 될 셔틀이 한 대 지나간다.
이 산의 한 쪽면 전체가 삥랑빌리지라서 걸어서는 못 다닌다. 열대천당처럼 셔틀을 타고 정류소마다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시 다음에 도착하는 셔틀을 타고 또 움직이고...
산쪽에 보이는 새둥지 같은 집들은 숙박시설이다.
구름 다리 끝에 입구 광장이 나온다.
매표소 반대쪽 편, 삥랑빌리지가 국가급 AAAAA 풍경구임을 알려주는 국기 게양대 뒤로 이런 방갈로가 있다.
관광객들이 주로 차를 타고 오기 마련인지라, 손님들이 삥랑빌리지 관광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운전 기사들이 쉬는 곳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는 듯.
광장 중앙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데,
붉은 글씨로 檳瑯谷(빈랑곡)이라 적힌 거대한 바위 앞.
원래 지리산 천왕봉 같은데 가면 표지석에서 한 컷씩 증명사진 박아야 하는 법^^.
더구나 이국적인 문양의 입구 관문이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고, 앞에는 작은 연못의 분수까지 있으니..
빈랑곡이라 적힌 거대한 바위 뒤엔 '려가몽'.
이족의 꿈 쯤으로 해석 되려나?
삥랑빌리지로 들어가는 입구 바로 옆에 매표소가 있다.
우린 미리 예매를 하고 와서 현장 요금보다는 훨씬 싸게 왔지만, 현장에서 바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다.
삥랑빌리지 내부에서 가이딩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는데, 가이드들의 사진까지 확실하게 걸어두고 있다.
중국에선 관광구를 가면 이렇게 키를 잴 수 있는 곳이 꼭 있다.
소아 할인요금 적용은 나이, 생년월일... 뭐 이런 거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키^^
보통은 120cm를 기준으로 하는데, 그래도 여긴 140cm까지는 할인가를 적용하고 있군.
매표소에서 팜플렛을 구할 수 있다. 각국의 언어로 된 게 있는데, 한글로 된 것도...
공연, 숙박 등의 정보들이 적혀있다.
예매했던 내용을 말하고 티켓으로 교환~
현장구매시, 총 네가지의 티켓 형태가 있다. 그냥 입장만 하는 것부터 이족의 공연이 포함된 것, 식사까지 포함된 것들이다.
우리는 시간상 입장만 되는 걸로 구매를 했는데, 일정이 허락한다면 이족의 공연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가격차이도 크지 않고, 공연의 스케일도 제법 큰 편이라서 볼 만하다.
관문으로 들어선다. 이족 공연을 같이 신청했다면 시간표를 확인해야한다.
계절에 따라 하루 3, 4회 공연만 있다.
반대쪽에 걸려있는 삥랑빌리지 전체 지도.
방대한 영역에 펼쳐져 있다.
드디어 입장.
이족 문화의 냄새 가득 풍겨주는 건물이 먼저 맞이한다. 당연히 들어서자마자 사진들 많이 찍으시는 곳.
셔틀 정류소가 바로 붙어있다. 아침 일찍이면 사람이 많을테지만 비때문에 늦게 출발했더니 기다리지 않고 셔틀을 탈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
요금을 받는 관광지이면서 마을 사람들이 그대로 살고 있는 곳이라서 촌락들을 지나치기도 한다. 걸어서 다닌다면 살짝 살짝 들러볼 수도 있겠지만...
원주민들 입장에선 아무리 각오를 했다해도 수시로 기웃거리는 이방인들이 귀찮지 않을까 하는...
통영의 동피랑 벽화 마을의 어느 주민이 제발 좀 찾아오지 마라고 자기 마을 벽화에 락커칠을 해 버렸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우리들의 일탈이 그들이 일상에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으니...
마을 탐방은 늘 조심스럽게 매너있게 합시다~
한창 잘 가고 있는데 앞에 뭔가가 길을 막고 있다.
헉, 달구 새끼!!^^
놀란 우리들과는 달리, 기사와 닭은 흔한 일인 듯,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동네니까 평소대로 마실이라도 다니는 거겠지 뭐.
첫 번째 정류소에 내렸다.
이족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다.
한쪽에 있는 유리 진열 벽엔 다양한 이족의 전통 의상을 입은 마네킹들이 있고,
사진 전시를 하고 있는 회랑을 통과하도록 해 뒀다.
이족들의 과거와 현재의 생활모습들을 전문가가 담은 사진들이 양 옆으로 걸려있다.
회랑 끝에 좀 넓은 원형 터가 나온다. 지붕이 있는 둥근 회랑을 따라 생활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실과 베를 타는 사람들을 마네킹으로 재현도 해 놓았다.
전부 마네킹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실수 하지 않게 조심하도록... ㅋㅋㅋ
이족이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천과 옷이 수공예품으로 전시되고 판매도 되고 있는데, 이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보인다. 아주 화려하고 이국적인 무늬와 색상들을 저렇게 손과 발을 이용해서 잣는다.
물론 저 분들은 자기집에서 해도 되는 일을 여기 나와서 보여주면서 하는...
말하자면 여기가 직장인 거지. 많은 분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모양이다.
바로 옆에 전시관에는 이족들이 즐겨 입던 예복, 일상복과 그것을 만드는 재료와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특별한 나무 껍질로 옷을 만드는데, 먼저 독성이 아주 강해서 나무의 독성부터 제거한단다.
그래도 그 독성 덕분에 모기를 비롯한 해충들이 접근하지 않는다고... 산에서 생활하는 그들에게는 필수품.
예식의 내용과 지위, 남녀 구분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옷들이 있다.
나오는 통로쪽에선 판매도 하는데, 너무너무 고가라서 감히 살 엄두가...
시원하고 방충 확실하면서도 자연스런 색상이 참 아름다운 이 옷은 진짜 여름 생활복으로 입어도 좋겠다 싶긴 한데... 그냥 집에 있는 면티에 반바지로 만족해야...
이족은 얼굴을 비롯한 온몸의 문신으로도 유명하다. 문신을 하는 게 일종의 성인식이라는데...
세계 어디든, 성인식이라는 통과의례가 없는 나라나 민족은 없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민족들 중에 더러 잔인하고, 평생 흔적이 남는 것들이 소개되곤 하더라는...
취지는 살리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건 지양하면 좋으련만...
이국의 문화를 되도록이면 주관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건 좀...
이어지는 전시관에선
그들의 베짜는 기술에 대한 자랑질^^
쭉 전시된 것들은 예전 이족의 왕가에서 쓰던 궁중 의상들.
전시관 명칭처럼 모두들 용 한 두마리씩은 꼭 들어가있다.
유네스코 마크가 있긴 한데...
여튼 귀중한 문화유산임을 증명해 주는 증서까지 전시된 가장 큰 용포가 맨 마지막에 똭~
그걸 액자로 작게 만든 것들은 판매를 하고 있다.
밖으로 나오면 본격적으로 전통 의상들을 판매하는 야외 매장(?)이 있다.
평화롭고 비교적 온화한 성향의 이족들이 이렇게 앉아서 베를 짜는 모습이 돌로 새겨져 있는데...
궁금하다.
전부 여성들인데... 남자들은 뭘 했지?
여자분들이 집에서 천을 짜는 동안, 고기잡으러 바다에 나갔나?
제발, 빈둥거리면서 토식하는 생활을 하지만 않았다면 좋으련만... 내 궁금증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정말로 뭔가 이국적인 기념품을 하나 사 볼까 둘러봤지만 마땅한 걸 찾지는 못했다.
옷이나 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아저씨다보니...
딱 하나, 정말 사고 싶었던 이 옷은 감히...
전시관을 나와서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다니다가 비명소리를 들었다.
길게 이어지는 비명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저 여인이 공중을 미끄러져 내리면서 내는 소리.
엉? 느닷없이 왠 짚라인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