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3
이족과 묘족들의 전통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삥랑빌리지(檳瑯谷, 빈랑곡).
열대나무들이 빼곡하게 있는, 그야말로 밀림의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근사한 볼거리를 준다.
이족이나 묘족들은 자신들이 주로 생산해 오던 퀼트와 은세공이라는 종목을 기념품으로 발전시켜서 가계에 보태면서... 한편으로는 이 장소가 주는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것도 추가~
그게 바로 "짚라인"이다. 간판엔 "Zip-Wire"라고 표기하고 있는...
여행기간 : 2017.7.9~7.13
작성일 : 2018.2.12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하이난 답사
전혀 사전 정보없이 찾았던 우리들에겐 살짝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빈랑곡에 사는(생활하면서 돈도 버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로 보인다.
필리핀에서 바다 위로, 혹은 석회석으로 된 기암괴석들 사이로 짚라인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또 온통 초록색으로만 덮힌 밀림 계곡 위로 다니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출발지점까지 걸어서, 또는 셔틀로 이동을 한다.
일행들 중에서 몇몇은 과하게 환호한다. 그러더니 이걸 타자고 졸라대는...
앓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고소공포증 증세를 필리핀의 짚라인을 통해, 조기 발견한 나는... 그냥 사진만 찍는 걸로.
그렇게 길지 않은 듯하지만, 그건 옆에서 보는 사람 입장이고...
정말 저기 앉아 있다는 생각만으로 시간은 느리게, 아니면 정지한 듯 흐르는 법!
출발 신호가 울리면 다양한 음색의 괴성이 이어진다.
다시 셔틀로 이동
전체 셔틀은 무소음의 전기자동차다. 소리와 매연없이 조용한 계곡을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다.
지금까지는 이족이 모여사는 동네 위주로 다녔다면 짚라인을 경계로 다음에 찾아갈 곳은 묘족들의 마을.
더러 남자 운전기사도 보이지만, 여성들의 비중이 훨씬 높다. 오지주도도 그러했는데, 하이난의 특성인지, 중국의 특징인지는 잘... 여튼 보기 좋다. 깜냥이 되는 모든 일에 남녀가 평등하게 기회를 가진다는 거 말이다.
묘족은 아주 전투적이고 강인한 종족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회랑부터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실제 뿔소들의 두개골이 촘촘하다시피... 걸려있다.
마을로 들어서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
중앙의 소 두개골을 두고 여성과 남성이 좌우로 나눠서 입장을 해야 한단다. 살짝 긴장된 분위기상 시키는대로 하는 수 밖에...
그렇게 요구하시는 묘족 아줌마 한 분이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금색 가루를 얼굴에다가...
뭔가 신성한 구역안으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잡귀를 쫓아야 하는...
입장하고 맨 먼저 볼 수 있는 게 바로 이 재단이다.
묘족의 신에게 바치는 재물을 올려두는 곳이란다.
입구에 있는 상징물을 봐도 그렇고, 금속 공방이 아닐까 싶은 곳이 먼저 나타난다.
은으로 만든 여러가지 물건들이 장식되어 있는 길을 지나게 되는데,
안쪽으로 들어오면 양편으로 집들(가게들?)이 있는 광장이 나오고
실제 공방같은 곳에서 남자분들이 세공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시연이라기보다는 실제 여기가 은세공 공방이며, 저들은 직장에서 세공 일을 하고 있는 듯...
살짝 공장 견학 같은 분위기다.
그렇게 한땀 한땀 조각한 것들은 맞은편 가게에서 여성분들이 판매를 한다.
장신구가 가장 많지만 약간 큰 생활용품들도 있다.
자신의 몸에 일단 다량의 은으로 장식을 하고 있는 전통 복장의 여성들이 갖가지 색상의 실로 가공품을 엮어서 즉석에서 액세사리를 만들어 준다.
액세사리에 관심이 없는 남자 중에서도 더 관심없는 나야 뭐...
'그냥 이런 것들은 이렇게 만드는 구나.'
'금속이지만 참 반짝거리는 구나.'
정도의 흥미 유발로 그치는 거지만, 여성분들은 꽤 오랜 시간을 묶여 있게 되는 곳^^
광장의 끝부분에 있는 계단을 통해서 비로소 묘족의 마을로 진입하는데, 계단 바로 앞에
몸에 걸칠 수 있는 은이란 은은 다 두르고 있는 마케킹. 엄청 무거워 보인다~
묘족 여성이 예식 정장을 한 모습을 재현 중이라는데, 세계 어느 곳이나 이뻐 보이려면 고통이 따르는 법이랄까...^^
약초나 곤충 등을 말려서 파는 가게도 있다. 너무 자세히는 안 보려고 그냥 쓱 지나친다.
드뎌 마을이다. 실제 거주하는 공간 중에서 일부를 개방해 놓고 있다.
입구엔 전통 복장을 한 여성분이 서 있다.
계곡 물 위로 난간과 집들이 얽혀있는 구조.
공개된 집으로 들어가본다.
규모가 작고 단촐하다. 하지만 마오주석의 사진은 출입문 정 중앙에^^
오래된 침상과 낡은 외출복이 오묘하다.
집들로 둘러싸인 계곡물은 보를 세워서 양식도 하는 듯.
그래서인지 그닥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는 물 속에 물반 고기반이다.
분위기로만 봐서는 피랴나라 해도 믿길 정도지만 그냥 흔한 민물고기인 듯^^
개방된 집들 몇 채를 지나 더 올라가면 산에서 생활하면서 필요한 연장들을 직접 만들기 위한 일종의 대장간으로 보이는 곳이 나온다.
그 앞에 병들을 가지런히 두고 있는데... 멀리서 봐도 딱 뱀술?
역시나...
특히 대가리만 따로 모아서 담아 둔 저 병... 곤혹스럽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분과 눈이 마주쳤는데...
괜히 남의 집 기웃거리다 들킨 것처럼 미안하기도 하고, 묘족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살짝 무섭기도 한...
하지만... 그냥 살짝 고개를 까닥하면서 미소 짓고 만다.^^
그렇게 묘족 마을을 다 지나칠 쯤에 제법 큰 공연장이 있다.
하루에도 여러번 공연을 하는데, 이족의 공연이 유료인 것과 달리 지나다가 시간이 맞으면 그냥 앉아서 즐기면 된다.
울창하게 늘어진 나뭇가지들이 그대로 무대로 들어와 있고, 한쪽에선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전반적으로 긴장감을 주는 분위기.
그러다 공연이 시작되고...
에게? 근데 저 분?
연기가 나는 쪽에 서 있는 분은 아까 나와 눈이 마주친...
공연하는 멤버 중의 한 분이었군.^^
공연은 대사가 위주인 연희는 아니지만, 가끔 멘트가 나오긴 한다. 하이난의 지역 방언으로 구성되어서 한족들도 잘 못알아듣는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진 차력쇼에 가까운 프로그램들이 연결되는 거라...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헷갈리게 했던 아까 그 분은 공연 내에서 주술사 역을 맡고 있었다.
어쩐지 눈빛이 약간 몽환적이기도...
공연 내용은 잘 모르지만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숨죽여서 관람하게 되어 있다는...
하이라이트. 갖다대면 나무가 탈 정도로 뜨겁게 달군 쇠덩이 위로
맨발로 사람이 올라서는 장면...
차력쇼 끝에 보통 뭔가 대단한 만병통치약 같은 걸 팔아야 하는데, 다행히 그런 것 없다. ㅋㅋㅋ
대신 다시 셔틀을 타러 나오는 곳에 이렇게 몸에 좋다는 것들을 내다 팔고 있고.
살아있는 구렁이를 만져보거나 몸에 두르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도록 하는 곳이 있다.
단, 사진 촬영은 유료.
삥랑빌리지에서 유료로 판매되거나 서비스 되는 모든 것들이 이들 소수민족들이 살아가는 중요한 수입원이긴 하겠지만, 너무 많은 유료 상품들이 보인다.
그래서 실제 마을을 둘러보는 느낌이 약하다. 상술이 과한 느낌을 주는 듯 해서 아쉬웠다.
유료인줄도 모르고 찍은 내 사진을 굳이 지워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저걸 찍자 촬영은 안된다며 바로 제지를 당했다.
사진이야 안 찍어도 되지만,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전에 수공예품 판매장이 먼저 나타나고 다시 마을 끝에 약초 등의 건재물 판매장이 나타나고...
나무들 위로 거대하게 철망이 쳐져있는 이곳은 '새공원'... 역시 유료.
열대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새들이 가득 있고, 일종의 야생 사파리 체험의 새 버전 정도...
사실 밖에서도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들이 보이긴 해서 그냥 패스~
마지막으로 다시 매표소가 있던 입구로 돌아가는 셔틀을 기다리는 곳.
막 떠난 뒤라, 다음 셔틀을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뭔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할머니가...
멀리서부터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 할머니를 보는 순간,
그 전까지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게 불현듯 떠오른다. 자신의 삶 전체를 남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그런 공간에서 매일 매일 생활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삥랑빌리지라는 공간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도 흔해진 테마마을의 주민들, 아니면 관광지에서 관광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많은 사람들...
어쩌면 그 전보다 좀 더 여유있는 생활을 누릴 수도 있을테고, 더 문명적인 삶을 영위할 지도 모르지만, 커다란 대가와 맞바꿔야만 가능하지는 않았을까?
맘 먹기 나름이지만 댓가와 혜택의 크기를 잘 고려한 선택이었기를 바란다.
최소한 강요(선택은 고사하고)만 아니었길...
그렇게 셔틀을 타고 온통 삥랑나무로 우거진 길을 따라 내려오면
다시 출발지점으로 도착한다.
넓은 곳이다보니 누구라도 삥랑빌리지에서 수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고, 출출함을 달래줄 식당이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안에서 음식도 먹고 간단한 공연도 볼 수 있다.
출구까지는 쭉 쇼핑가~~^^
타 지역을 가 봐도 그렇고, 중국에서 이런 관광지를 나오는 마지막 순간은 반드시 기념품 가게들을 통과해야 하는 일방통행로(?)가 있기 마련.
혼자 들고 가지도 못할 것 같은 잭프룻.
하이난에서 실물은 첨 보았는데,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쪼개서 과실만 조금씩 나눠서 판매한다.
두리안과 비슷하게 생겨서 늘 헷갈리는데, 당도는 말도 못하게 높지만 너무 과한 당도 때문인지 약간 쿰쿰한 냄새가 난다.
우리는 비때문에 흘려 보낸 오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 코코넛 밥과 파인애플 밥을 사서 이동하면서 해결하기로...ㅜㅜ
둘 다 한 번 쯤은 먹어 볼 만하다. 찹쌀기가 많은 찐득한 밥이라 근기는 오래가지만, 많이 들어가진 않는다. 그냥 맨밥이 역시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