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3
처음부터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전체 일정상 다음날로 미룰수도 없어서...
반만 봐야했던 송성가무쇼.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이난에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지천인데, 굳이 실내 공연을 보러 와야 하나... 뭐 이런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왜 다들 대형 공연을 꼭 일정 중에 한 번은 넣는지 알았달까?
이런 걸 처음 접한 나로서는 놀라움의 연속...
여행기간 : 2017.7.9~7.13
작성일 : 2018.2.12
동행 : with 'J'
여행컨셉 : 하이난 답사
공산주의 국가 전통이랄까?
대형 공연은 큰 무대, 엄청난 기술적 장치들, 동원되는 배우들의 숫자도 많아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투입되고도 예상 산출액에 답이 나오지 않으면,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런 걸 만들어 낼 공연기획사가 있을리 만무.
러시아의 볼쇼이,
북한의 아리랑쇼 등,
주로 공산권에서 국가 차원의 어마어마한 자원을 동원하는, 화려하고 웅장한 공연들이 유명하다.
그리고 곰곰히 따져보면 그걸 향유할 수 있는 대중(자발적인 소비든, 동원 군중이든)이 받쳐주기도 하고...
중국 각지에는 작게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배우들이 동시에 무대에 오르는...
정말 대륙의 스케일로 밖에 부를 수 없는 큰 공연들이 심심찮게 있다.
뭐, 물론 다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직접 본 적은 처음 ㅋㅋㅋ
고대에서 시작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하이난의 역사를 굵직하게 막으로 연결한 공연이었다.
무대의 가로 세로 폭이 일단 압권^^
밖에서 볼때와 달리 객석 규모도 장난이 아니다.
무대의 뒷배경은 디테일한 분위기 연출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도배를 해 두었고,
천장에선 뿌릴 수 있는 건 다 뿌려댄다 ㅋㅋㅋ
전통적으로 무대의 중앙 뒷편, 좌우로 등퇴장하기 마련인 배우들은 어디서 갑자기 튀어 나올 지 예측이 되질 않는다.
아직 좌석부터 전체 분위기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 자리 바로 옆으로, 고대에 인도에서 건너온 여인들로 분한 의상을 입은 미녀들이 두팔 벌려 스쳐 지나간다. ^^
무대로 시선을 집중시켰다가 다시,
객석 맨 뒤나 아주 높은 천장으로 시선을 이동시키게 만드는데,
어리둥절한 가운데서도, 혹시 어두워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을 걸 고려하면서 정성스레 한 장 씩 담아본다.
다행히 넓은 공간에서 보고 있는 관객들을 배려해서 중요 포인트에는 강렬하게 조명을 때려준다.
뒷배경이 전자적인 디스플레이로 처리되고, 대부분의 무대 장치들이 와이어로 신속하게 옮겨져서 무대 전환 속도가 아주 빠르다.
암전 상태에서 달랑 하나의 홍등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금새 머리위를 덮어버린다.
덕분에 앞에 이어졌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집중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연출력도 대단하다.
스토리와 씬을 구성할 줄 아는... 뛰어난 감독의 손길이 느껴진다.
상해에서 봤던 마시청서커스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중국은 역시 이야기의 나라답다.
중국의 무대예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비단 화려한 배우들의 기예, 훌륭한 볼거리만이 아니다. 가장 큰 자산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구성의 힘, 바로 연출력이다. 그런 연출을 가능하게 하는 오랜 스토리의 원형과 문학들이 바로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때론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와 대양을 표현하기 위해서, 무대에 순식간에 물이 차오른다.
그렇게 망망대해로 떠나는 배가 등장하는 심각한 장면으로 몰입시켰다가,
하이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원숭이를 표현하는 서커스단들의 재롱으로 웃음과 스릴을 주기도 하고,
손에 땀을 지게 하는 공연을 끝으로 이제 전체 공연이 끝나는가 싶더니,
이렇게 관객들의 머리 위로 얇은 막 속에 인어들이 대해를 유영하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연출의 상상력도 놀랍지만, 그걸 구현해 내는 방식도 대단하다.
사람들의 탄성 소리는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닐진데... 어느새 같이 탄성을 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
무대에 차오른 물은 살짝 물 느낌만 낸 게 아니었다. 실제 제트스키가 돌아다니면서 이런 걸 보여준다.
허나, 그렇게 감탄해 마지 않던 구성력에서 살짝 오점이 되는 부분이긴 했다.^^
하이난하면 해양 레포츠니까, 현대 하이난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위한 것 같은데...
가장 화려한 테크노 음악에 현락한 레이저 조명과 무대를 꽉 채운 물 위로 강력한 제트스키까지. 비주얼로는 모든 게 놀라운 연출이긴 하지만, 그 전까지 몰입했던 극에서 갑자기 쑥 빠져나오게 한다는... ㅋㅋㅋ
여튼 현란한 제트 분사 웨이브 보드 쇼 와중에...
이중 삼중으로 된 무대 장치들이 총 동원되고,
등장했던 인물들이 모두 나오는 피날레와 무대인사를 끝으로 공연은 엔딩.
무대 인사로 나온 배우 중에는 첨 보는 복장을 입은 분들도 있군. 아마 우리가 들어오기 전, 초반에 나왔던...
첨부터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워야 또 오지' 하며 오늘도 스스로 위안해 본다.^^
공연을 마치고 빠져나오면,
그 유명한 "청명상하도"가 길게 뻗어 있는 특별전시실도 있다.
한국분들 중에는 모르고 그냥 바로 나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한 번쯤 볼만하다.
백라이트로 처리되어 있는 거대한 수묵화는 몇 십 미터에 달하는데,
컴컴한 실내에서 그냥 밝게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림 속 배나 사람들이 움직인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지만...
그 외에도 공연장에는 간단하게 음료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고,
이런 걸 '괴기전'이라 그러나? 어린 시절 심장 쫄깃하게 만들던 좁고 컴컴한 복도에서 갑자기 귀신이 다리를 만지는... 뭐 그런 것도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내 어린 시절처럼 입구에서 어린이들을 망설이게 한다. 궁금하지만 선뜻 못 들어가게 되는...^^
생각보다 공연을 보러오는 분들은 젊은 연인들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다.
공연 뿐만 아니라 "로맨스파크" 전체를 다 보자면 하루가 그냥 쑥 지나가 버릴 정도라서 날을 잡고 휴일를 보내려는 의도로 찾는 사람들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