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1
정작 워크숍은 하루지만 우리에겐 이틀이나 더 시간이 주어졌다. 실은 그 이틀을 빡빡하게 일이 채우고 있다는... 그대도 영 싫지만은 않다.
바로 오늘, 살아 생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았던 곳을 간다.
화산!!!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3.8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중국 오악(五岳) 중 하나.
김용의 소설 '화산파' 덕분에 실제 탄지신공 시연하는 도사들이 득시글 할 것 같은 세계.
화산에 대한 배경지식이라고는 이게 전부지만, 이것만으로도 심장 벌렁거리게 하기엔 충분조건^^
기원전부터 한나라의 수도였던 서안의 소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튼 서안 도심에서 한참을 동으로 달린다.
서안은 겨울에도 크게 춥지 않고, 여름에도 많이 덥지 않아서 예로부터 도시로, 그것도 수도로 낙점되기 좋은 지역이었을 것 같다.
다만 습도가 다소 있는 편인데, 분지 지형 때문이라 한다.
여기에 바람이 별로 없어서 공기가 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고... 세상에 완벽한 곳은 없으니까...
중국 서부지역 최대 공업 도시, 그 중에서는 화학 단지나 무기 관련 공장 단지 등도 포함된다. 대규모 삼성전자 공장도 서안에 있고.
늘 약간의 습도가 있고, 바람은 없고, 거기다가 외곽에 공장지구가 몇 개 있다보니, 맑고 쾌청한 하늘이 좀 아쉽달까.
1시간 좀 넘게, 시원하게 뚫린 하늘길을 달리고 나니 화산으로 빠져 나가는 인터체인지가 나온다.
하늘길은 빈 말이 아니다. 분지면서도 지형 변화가 있는 구간을 등락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평이하게 고속도로를 내어서 달렸다. 산시(섬서, 陕西)성의 성도면서, 중국 서부의 교통 요충지인 서안의 특징같아 보인다.
여기서 잠깐, "샨시"로 불리는 중국의 성(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로 자치행정 단위 중에서 가장 크다. 일종의 광역지자체?)은 두 곳이라서 혼동하기 쉽다.
산서(山西)와 섬서(陕西)인데... 둘 다 성조를 떼고 읽으면 'Shanxi'.
시안(서안)은 산시성이 아니라 섬서성의 성도라는 거~
고속도로에서 채 빠져나오기도 전에 아스라히 화산의 자태가 드러난다.
전방이 화산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되겠다.
중국의 오악 중 서쪽을 담당할 만한 풍채를 서서히 드러내는 화산.
대륙에서 다섯 방위에 있는 험준한 산을 일컬어 오악(五岳)이라 했다.
태산(泰山), 화산(华山), 형산(衡山), 항산(恒山), 숭산(嵩山)이 각각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의 악산이다.
우리나라 산 이름에도 더러 '악(岳)'이 들어가곤 한다, 설악, 치악처럼.
하나같이 험준한 바위산이라 보면 된다.
입구 중앙 로터리에 보이는 상징 기둥의 지붕 모양을 보나,
동서남북 봉우리가 마치 연꽃처럼 생긴 산세로 보나
화산의 글자는 당연히 꽃 화(花)가 아닐까 했다. 안동 하회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중에서 실제 화산(花山)이 바로 이런 지형이기도 하고...
허나, 화산의 '화(华)'는 "중화"라고 할 때 중국을 지칭하는 華의 간체자인 华 를 쓰고 있다.
알고보니, '華'가 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한다. 더구나 중국을 의미하는 중화(中華)의 華가 바로 이 화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매표소의 유리 벽이 약간 화산과 어울리지 않는 느낌, 게다가 산세를 빌려서 세운 건물 양식도 악산보다는 구릉에 가까운...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연유산이기에 훼손의 우려가 있는 물건을 원천 차단하려는... 이라지만 약간 요식행위에 가깝다.
아무것도 모르고 반팔 차림으로 왔는데, 다른 등산객(?)들의 복장은 대부분 바람막이를 갖추고 있다.
해발 고도 2,000m까지 올라가야 하니까 여름에도 긴팔 윈드스토퍼 정도는 챙기는 게 좋을 듯.
건물 입구 벽 뿐 아니라, 건물 바닥도 온통 유리로 되어 있다. 매일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그렇게 투명하지도 않고, 또 천장의 LED 조명이 반사 되어 유리 아래로 시선이 잘 가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축소한 화산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대략적으로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게 될 지를 미리 한 번 살펴보기 좋다.
우리가 택한 코스는 위 지도에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2,000m가 넘는 다른 봉우리들과 달리 북봉만 살짝 낮기때문.
서봉 케이블카 때문에 협심증이 올 정도로 무섭긴 했지만, 전지훈련 온 게 아닐 바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이동하는 게 좀더 풍경 감상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숨이 턱턱 막히는 등반이 목적이라면 북봉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추천한다.^^
여튼 코스에 맞는 표를 구매하면 된다.
티켓은 총 4종류가 필요하다.
- 화산 입장권
- 여기 투어리스트 센터에서 서봉가는 케이블카까지의 버스표 (제법 거리가 멀다)
- 서봉 in 케이블카 티켓
- 북봉 out 케이블카 티켓
근데 이게 다 가격이 만만찮다. 사진은 화산 입장 티켓인데 180위안(약 3만원).
우리나라 국립공원 입장권이 이렇게 요란하거나 각각의 시설마다 이용권을 따로따로 구매해야 한다면 국민 반발이 심할 것 같기도 한데,
화산의 위용 앞에서 모두들 정적 요금으로 인식하는 듯한 분위기다^^ 허기야 화산파를 만나러 가는데야 뭐...
참고로, 이 입장권은 한 번 티케팅으로 동일인에 한해서 이틀 연속 사용도 가능하다. 대신 표마다 고유번호와 인적사항을 매치시켜서 통과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혹시 화산이 너무 너무 좋아서 또 오르겠다거나,
서봉 케이블카, 북봉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도착지점 근방만 둘러볼 요량이면 이틀에 걸쳐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하지만 네 봉우리를 다 돈 우리들에게 다음날 또 가자는 말을 꺼냈다가는 SNS 차단을 초래할 지도...
이곳에선 화산 입장권과 버스표만 구매를 했다. 케이블카는 입구에서 구매할 수 있기에...
중국 어딜가나 전산화된 표 검사^^. 고유번호와 인적사항을 모두 확인한다.
여기서 버스를 잘 보고 타야한다. 북봉으로 가는 것과 서봉으로 가는 건 완전히 반대방향이라...
고맙게도 한글도 표기된 간판이 탈 곳을 친절하게 말해준다.
'서선 서봉 삭도 승차구(서봉 케이블카행 버스 승차구역?)' 되시겠다.
차량은 수시로 출발하니까 앞다퉈 경쟁하듯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거...^^
잠시후 사진으로 확인하면 알겠지만, 화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암반 같다.
버스길에는 이런 장대 터널이 있는데, 암반 중앙을 뚫은 것처럼 다른 터널들과는 사뭇 벽체의 느낌이 다르다.
마을을 몇 개 지나자 드디어 산 쪽으로 방향을 잡는구나 싶더니,
기암절벽, 아찔하게 뼈대를 그대로 드러낸 독특한 화강암 산 허리로 난 길과 다리를 넘어 깊숙하게 파고 든다.
절벽면을 따라 달리는 버스 안에서부터 이미 고도를 높이고 있고, 가끔 코너링이 과할 때면 '고소 울렁증(공포까지는 아니라고 늘 우긴다^^)'이 급격하게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해 댄다.
그렇게 도착한 케이블카 승차장 입구.
그래도 아까 화산 입장 매표소 보다는 좀 더 어울리는 마감재를 하고 있는 건물.
매끈하게 다듬은 화강암 외장재와 실제 자연 암반이 썩 어울리진 않는 듯^^
건물 한 쪽엔 민박이 가능한 숙소도 있다. 용문객작 삘 가득 풍기는 나무 널로 된 건물이다.
케이블카 덕분에 지금이야 당일 코스로 동서남북 봉을 일주하는 게 가능하지만,
정말 화산파의 정기를 제대로 느끼려면 이런데서 1박하고 새벽에 출발해서 2,100 고지를 내발로 걸어봐야 하거늘...
간혹 이런 무모한 마음 갖고 있는 분들은... 생각만 하고 실천은 보류할 것을 강권한다. 설악산과는 또 다른 느낌. 너덜 바위 구간이 아니라 완전한 암반을 걷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선 케이블카가 환경적 측면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화산을 반쯤 타고 나면 이 문명의 이기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어 있다.
케이블카 출발지점은 서봉을 향한 협곡에 자리하고 있어서 여기서의 산세만으로도 큰 볼거리가 된다. 물론 그 다음 순간들 덕분에 싹 잊혀질지라도...
우리는 여기서 케이블카 티켓을 따로 한 번 더 구매했다.
표만 끊으면 바로 케이블카가 있지는 않다는 거...ㅜㅜ
무협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저 호로곡 느낌적 느낌의 관문을 통과해서,
다시 수백 계단을 오른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갈 수도 있다.
관문을 지나면 이런 모노레일 탑승장이 있는데,
편안하게 케이블카 탑승장 입구까지 앉아서 갈 수 있다.^^
모노레일은 양방향 운행이고 따로 요금을 받는다.
우리는 그냥 뚜벅뚜벅.
화산이 높다한들, 하늘 아래... ㅎㅎㅎ
뚜벅뚜벅 걸어서 계단을 올라 뒤 돌아보면 관문부터 여기까지만 해도 거리가 제법 멀다.
꾸준하고 완만한 계단길이기도 하고...
하지만, 2편 동시상영이라는... ㅋㅋㅋ
비슷한 진행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해야 한다.
뭐 아직은 팔팔하니까,
두번째로 나타난 흑색의 관문. 이건 뭐, 대놓고 무협지스럽다.
어디선가 장창 하나 슝 하고 날아올 것 같은 배경 산세와 분위기~
그렇게 백색 문과 흑색 문을 통과하면 원형 광장과 그 둘레의 반을 회랑으로 만든 곳이 나온다.
몇 군데 중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이제 뭐, 당연히 이런 회랑의 용도, 짐작 가고도 남는...
성수기나 중국 명절이 되면 여기 전체가 사람들로 꽉 차겠지?
우리는 회랑쪽을 빙 돌아서 들어갈 필요가 없는 시기에 온 덕분에 다시 저 계단을 오르기만 하면 된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계단이란다. 이제까지의 계단과 달리, 상당히 가파르다.
그나저나 저 아래 광장에 줄 서는 회랑을 만들었다는 건,
명절때면 사람들이 이 계단까지 가득 줄을 선다는...
아무리 계단이라 해도 케이블카 타러 오는 것도 나이드신 어른들 한테는 좀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싶긴 한데, 일생에 한 번은 올라야 한다는 화산일진데...
버스로만 거의 30분 가까이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왔고 내린 지점의 고도가 970m.
케이블카 탑승장이 위치한 곳의 해발고도는 1,100m 정도.
걸어서만도 150m 정도 수직 상승을 했다는 말. 그리고 2,000m 정상 바로 아래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는 결국 900m 정도의 수직상승을 경험하게 해 준다는...
이거 화산 한 번 만나기가...
괜찮다. 난 고소공포증은 아니니까, 다만 그저 살짝 울렁증이 있을 뿐이니...
자, 이제 우린 케이블카로~
6인 정원의 케이블카는 사방이 투명하다.
어쩌면 화산으로의 여행 중 백미라고 일컬어지는 "서봉 케이블카"는,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의 심장 크기와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협심증상 같은 의학적 경험까지 덤으로 제공해 준다.
바로 나같은 사람!!
비명과 신음을 동시에 지를 수도 있구나 싶은 생경한 경험 속에서도 어떻게든 아찔한 풍경, 카메라에 담으려고 고군분투했던 과정은 내일 포스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