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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안 03_화산(华山)의 백미, 서봉 케이블카

2017.9.21

by 조운

살면서 몇 번 케이블카라는 걸 경험하게 되었는데.

1. 어릴때 금강공원에서 금정산 남문까지 가는 케이블카. 정말 오감이 짜릿했던 경험... 어른이 되고 다시 그 기분이 되살아날 거라 믿고 탔었지만, 시시하기만 했다. 살짝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도 말이다.

2. 그후 대구 팔공산 케이블카는 약간 더 다이나믹 했으나 뭐... 소소~

3. 하이난 원숭이섬. 이제껏 살면서 가장 긴 코스를 갔던 케이블카.
지면과의 수직 거리가 멀어지면서 느낄 수 있는 아찔함은 이제껏 탔던 거랑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수평으로 완전히 열린 산능선과 하늘을 달리는 기분이 최고였다.

4. 이 모든 경험들과는 차원, 체급이 전혀 다른 케이블카를 화산에서 만났다.
심장이 쫀득쫀득 해지는 공포체험과 단전 아래가 계속 꾸물거리는 느낌의 연속(뭔 말인지 알 거라고 생각^^), 거기다가 협곡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눈맛까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화산"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 아니라, 화산의 미묘한 생김을 가장 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감히 단언한다.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3.12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차이나스토리의 핵심 기치는 중국 어디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
그래서 왠만한 것들은 미리 경험해 보고 지역별로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포인트와 이용방법 등을 점검하는 건 당연하고,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인이 겪게 될 애로사항 등도 미리미리 체크해 봐야 한다.

화산에 대한 총평…
가능하다면 화산의 봉오리들은 꼭 종주해보면 좋겠지만, 무릎 사정이나 일정 등이 여의치 않다면 서봉 케이블카를 타고 서봉만이라도 올라보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이런 단기 코스라도 잡아서 화산과 케이블카를 꼭 맛보시길 권한다.
서안이 3,000년 된 고대 도시면서 지금도 중국 서북부의 중심도시인 만큼 필수 코스가 많겠지만, 화산 서봉 케이블카를 놓친다면...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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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지점의 해발고도가 1,100m.
서울 북한산의 높이가 850m가 채 안되니까, 이미 깊은 산 속에서 출발한다는 거~
탑승 후 건물을 빠져나감과 동시에 속력을 확 높이는 케이블카는 45도 이상의 체감 각도로 고도를 치고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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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가 순식간에 고도를 높이는 것과 함께 협곡의 바닥은 금새 까마득하게 멀어져 간다.
초반부터 입에서 새는 비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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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기둥이 있는 고갯마루(?)에 다다를 쯤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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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잠시 다름 기둥이 있는 산마루까지 늘어질데로 늘어진 와이어가 눈 앞에 나타나자, 다시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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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고도상승이 한 풀 꺾이면서 그제서야 주위 절경들에 눈이 간다.
험준한 화강암의 바위산을 자랑하는 독특한 지형은 익숙한 우리 산하를 느끼게 해 준다. 물론 스케일이 좀더 크다는 차이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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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간격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케이블카와 와이어의 모습도 보기에 따라서는 화폭을 채우는 중요한 오브제가 되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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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진에 담을 수 없어서 그렇지, 속도감도 장난이 아니다.
어느새 두 번째 기둥, 그러니까 두번째 고갯마루도 휙~ 통과.
허나 이를 어쩌나?
지금까지는 맛뵈기. 화산은 이제부터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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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건 뭐지...
관목이라도 그나마 초록을 띤 나무와 암석이 적당한 비율로 뒤섞여 있던 구간을 지나 더 깊이, 더 높이 올라오니 산 색깔이 일단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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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산'이라는 개념 정의에 이다지도 충실하게 접근하는 곳이 있을까 싶은 풍광이 쭉 이어진다.

진령산맥의 발행 기원에 걸맞는 특유의 깎아지른 절벽.
옛날 어느 시인이


화산은 서 있다


라고... 하나마나 한 소리로 읊조렸다더니... 그 보다 잘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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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을 경험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1. 허약한 사람
: 서봉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서 바로 위의 서봉을 올랐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간다. 북봉 케이블카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이용 가능

2. 산 경험이 적은 사람
: 서봉 케이블카를 이용. 서봉 > 중봉 > 북봉의 총 4~5km의 능선 구간을 주유하는 방법. 서봉이 북봉에 비해 400m 정도 높기에, 전반적으로 내리막 길만 가면 된다.

3. 평소 앞산 뒷산 정도 올랐다하는 사람
: 화산의 대표적인 다섯봉오리를 모두 종주하면 된다. 이때도 높은 서봉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서봉 > 남봉 > 동봉 > 중봉 > 북봉으로 루트를 잡고 북봉 케이블카로 내려온다. 총 거리 12~13km 정도.

4. 연중 한 번씩은 높은 산을 타는 사람
: 3번과 반대 코스를 선택. 꾸준한 오르막을 이용해서 종주하면 된다.

5. 평소 지리산, 설악산 타기를 밥먹듯 하는 고수
: 서봉으로 오르든, 북봉으로 오르든 케이블카 없이 오로지 두 다리로 종주를 하면된다. 새벽 일찍 출발해야 그나마 노숙을 피할 수 있는 거리고 아예 정상에서 박을 하는 것도 괜찮다.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화산이지만, 대표적인 다섯 봉오리를 종주하는 코스만 놓고 보면 대략 이렇다.
서봉과 북봉에 각각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서, 대부분 한쪽으로 올라서 반대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는데, 동봉과 남봉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많다.(2번 코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의 선택은 역시 3번.

아직 이른 시간이라 서봉에서 내려오는 케이블카는 비어있거나 한 두명만 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분들은 1번에 해당하시겠지^^

참고로, 우리처럼 동서남북 중앙까지 모든 봉우리를 빙 둘러볼 요량이면 되도록 서봉으로 진입할 것을 권한다. 다른 봉오리들이 대부분 2,000미터 이상인데 반해 북봉만 1,600m 정도. 높은 곳에서 출발해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게 체력소모가 적다. 물론 서봉 진입 코스의 케이블카 비용이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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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 왔나보다 싶은...
아래는 체감상 천길 낭떠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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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가장 높아 보이는 고갯마루 다음엔 또 더 높은 봉오리가 기다리고 있고, 심지어 케이블카 라인이 바뀌는 곳에 저렇게 따로 건물까지 딸린 중간 정거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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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높은 화강암 절벽에도 사람이 기거하던 흔적이…
자고로 강호에서 화산파 인지도야 뭐... 산에서 수도하는 도인들에게 딱 안성마춤으로 보이는 아찔한 곳에 집과 동굴들이 보인다.
화산에만 도교와 관련된 이런 동굴이 70여 곳이나 된단다.
계룡산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는데... 참 인생은 다양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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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동굴은 따로 출입을 위한 사다리 같은 게 있진않다. 화강암 절벽에 홈을 파서 90도 절벽을 기어서 올라야 할 것 같다.
괜히 화산파가 아니라는... 여기서 살아가려면 축지법이나 봉우리 사이를 날아서 넘나드는 내공은 필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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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가 없던, 2000년대 이전에는 그럼 도대체 어떻게 이 험한 곳을 올랐을까 싶은 깊은 협곡과 험준한 기암절벽들만 주위를 채우고 있다.
그나저나 돌이켜 사진만 바라보고 있어도 당시 고속의 케이블카 안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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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마지막 코스.
중간 중간 라인이 연결된 기둥이 고도를 올리기도 급강하 하기도 하는 정신없는 코스를 질주하더니, 가이드가 멀리 최종 목적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준다.
거의 산의 경사면에 라인이 붙어 있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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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 모양의 봉오리들 중 서봉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
절벽과 케이블 선이 거의 맞닿아 있는 마지막 코스는 공포 체험의 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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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절벽과의 거리가 좀 되지만, 속도감 있게 다가가는 꼴은 벽을 향해 돌진하는 착각을 준다. 일부러 그렇게 설계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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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초반부터 극단적인 고도 상승을 경험한 뒤라, 겨우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데... 허사다.
뒤 돌아보니 우리가 왔던 준봉 험산들이 벌써 까마득하게 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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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의 천문산이 주위에 비해서 유달리 쏫아 오른 지형을 자랑한다면,
화산이 만들어내는 능선의 모양은 진령산맥이 끝도 없이 이어진 가운데 있는, 거대한 화강암 덩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길게 이어진 능선 라인들을 보면 으례 마루금을 따라 종주를 갈망하기 마련이거늘, 나의 방랑 유전인자도 생존 유전인자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듯, "참 좋다~" 그 이상 다른 욕구가 더 생기지는 않는다. 그 만큼 하늘과 너무 가깝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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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얼마나 높이 올랐길래... 지금까지는 첩첩산중으로 가려져 있던, 저 아래 도시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습도가 높고 바람이 없는 이 지역 특성 덕분에 아래쪽 도시는 희뿌연 막이 쳐진듯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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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어느 정도 이상의 고도가 되자, 공기가 티없이 맑다는 걸 하늘 빛깔의 변화로 감지할 수 있었다.

이제 저 바위 덩어리로 질주하는 구나. 근데 계속 이 속도로 가다가는...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여기면서도 슬슬 불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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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는다.
그리고는 암벽을 뚫어, 저렇게 입벌리고 있는 듯한 인공 동굴 속으로 잡아먹히는...
가위에 눌린 양, 온몸에 힘을 주게 만드는 여정은 마지막 클라이막스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게 하는구나^^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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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은 감고 셔터만 누른 사진 몇 장은 갑자기 조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대부분 흔들렸다.
동굴로 들어오면서도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었던 건, 동굴속으로 제법 깊숙하게 들어가면서 충분히 감속할 여유가 있었기 때문. 다음에 다시 온다면 이렇게까지 신음, 긴장, 공포 따위 느낄 필요가 없겠지만, 첫 방문이라면 누구나 좌석에서 엉덩이가 뜰만큼 모든 근육이 땡땡해 질 각오를 해야한다.

급격한 긴장에서 채 이완기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몸 상태 속에서도 고도계 앱이 가리키는 숫자를 캡쳐해 본다.

가이드 왈, 케이블카 시 종착점 간의 낙차는 890m라고 한다. 앱이 알려주는 고도에 오차가 좀 있다해도 아까 시작점의 캡쳐 화면과 비교하니 비슷한 숫자를 가리킨다.
이걸 걸어서 오르는 등산객도 있다는 말이렷다^^.

중국 안에서 세계적인 자연 유산에다가 거대한 철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쟁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 정도의 관광 상품성을 구상하고 대공사를 할 필요성, 공감대는 높아 보인다(내수 잠정 수요만해도 워낙 거대한 규모이다 보니). 모든 걸 우리의 시각으로 재단해서 평가하는 건 좀더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상부 암반에 거대한 동굴을 뚫는 걸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참...
일단, 관광객의 입장에서 화산이라는 곳을 하루만에 둘러볼 수 있게, 또한 화산의 생생한 모습을 슬라이딩같은 카메라 워킹으로... 흡사 아이맥스 영화관에 앉아서 감상하는 느낌을 주는 것에는 감사할 따름이다.
덤으로 익스트림 스포츠의 쾌감도 같이 선사해 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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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빠져 나오는 문을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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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상적인^^ 산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금강산만 식후경이 아니니, 당연 케이블카 종점엔 광장, 식당 등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거점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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