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1
중국 도교의 최대 성지.
화산파의 본고장.
지금도 곳곳의 도관에서 용맹정진? 중인 도인들이 살고 있는 곳.
중국 섬서성 진령산맥에서 악산으로 이름 높은 "화산(华山)"은 가장 대륙적이고 남성적이면서 중국 수묵화를 실사로 보는 듯한 감흥을 얻기에 딱인 곳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기 마련이지만, 뭘 상상해도 그 이상이라는 표현에 적확한 곳이랄까...
우리는 오늘 서봉케이블카 > 서봉 > 남봉 > 동봉 > 중봉 > 그리고 북봉 > 북봉 케이블로 하산이라는 미션을 통과해야 한다.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3.14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평소에도 여유만 생기면 홀로 비박장비를 들쳐매고 밤새 땅기운을 받아야 다음 한주를 살아갈 힘을 얻는 1인으로서, 화산과의 만남은 한 걸음 한 걸음이 경탄이면서 끝이 다가오는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왜 좀더 젊었을 때 이런 곳에 와 보지 못한 걸까 하는 후회?
지금이라도 차이나스토리 덕분에 업무를 핑계로 와 볼 수 있게 된 게 어디냐는 안도?^^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정상 바위 칼 끝이 아닐까 상상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면 양 옆 절벽이 막아주는 포근한 양지의 광장이 기다리고 있다.
케이블카가 건설된 것도 불과 십년 전 쯤이라나? 깔끔한 외모의 건물이 보인다.
건물을 바라보고 왼쪽 절벽을 올려다 보면 꼭대기엔 도교 도량으로 짐작되는 건물이 아슬아슬 절벽을 붙잡고 있고,
거기로 가는 험로 입구에는, 연꽃잎 같은 화산의 전체 등산로 개념도가 붙어있다.
어떤 중국인 중년 부부가 스틱을 가지고 지도를 살피는데, 이날 통틀어 유일하게 본 스틱.
케이블카로 단숨에 2,000 고지까지 오르는데 스틱은 약간 오버 아닐까 생각했다. (나중에 알았다. 절대 오버 아님. 탁월한 선택.^^)
화산의 기질과 승산감(승차감말고^^)은 차츰 밝히기로 하고,
뭐든 식후경~
케이블카에서 내린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도 살짝 늦은 점심을 여기서 해결하기로.
대부분 컵라면을 많이 사 먹는데, 우린 과감하게 버거류의 패스트푸드를 선택한다.
산에서 먹는 라면을 어디가 비할 수 있겠냐만, 너무 비싸다는... 특히 뜨거운 물이 너무 비싸다. 물류 비용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하산 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 가격을 생각하니 도저히 손이 안간다.
덕기사? 영어로는 'Dicos'라 적혀 있는...
중국 패스트푸드 체인이지 않을까 싶은데 확실하진 않다.
KFC를 '긍덕기(肯德基)'로 표현하는 건 알고 있던 터라, 비슷한 발음이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만^^
크게 무리한 가격은 아니지만 역시 '수요공급 법칙' 적용가라, 아래에서보다는 조금 더 줘야 한다.
1,900 미터 산 꼭대기에서 먹을 걸 구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라면과 달리, 기름에 튀겨서 나오는 '푸드'라서 그다지 '패스트' 하지 않다. 오래 기다리기 싫은 분들은 그냥 라면으로...
계속 기다림의 연속.
정해진 테이블보다 몇 배 더 많은 사람들과 이미 식사를 마쳤으나 한가롭게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있어서 테이블은 일치감치 포기하고,
새롭게 도관을 건설중인 광장 제일 안쪽의 공사장 앞 바닥에 자리를 잡는다.
우리 옆은 아까 소개한 벼랑 위의 도량까지 수직으로 이어진 거대한 암반 절벽. 맨 아래는 이런 굴집이 보인다.
지금은 현장 인부들의 창고와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지만, 오랜 세월 수많은 화산파들의 내공 수련과 운기조식의 장소로 쓰였으리라^^
그나저나 그 옛날에 이 단단한 화강암 암반을 어떻게 뚫어서 문도 달고 창도 내고 했을지...
자, 배도 채웠고, 이제 본격적으로 화산의 품안으로~
서봉 정상으로 향하는 방향에는 금일의 일출과 일몰시각, 그리고 앞으로 원없이 보게 될 사랑과 우정, 무병장수와 만복의 자물쇠 꾸러미들이 나란히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뽕~
뭐, 그렇진 않지만, 조금만 걸으면 바로 정상이다.
말 잔등 같은 거대한 바위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저 느슨한 오르막을 타고 정상으로 오른다.
역시 유명한 산이니 사람이 많다. 케이블카 덕분에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터.
그 중엔 구두, 슬리퍼를 신은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사실 저 앞에 객잔(취운객)이 있는 서봉 정상에는 오르지 않았다.
우리에게 늘 부족한 시간...
분주하게 가방을 풀고 드론을 꺼낸다. 해발고도가 2,000m가 넘는데도 바람이 심하지 않아 다행.
그 보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 착륙시 타이트한 긴장이 필요했다.
그렇게 드론만 서봉 정상을 한 바퀴 돌고, 바위 능선을 따라 이중 삼중으로 풍광에 중독된 사람들을 담 넘듯, 또 멀리서 조망하는 여러 컷을 담는다.
저 낭떠러지에서 바라보는 절경이란...
서봉 바로 아래까지 케이블카로 와서, 약 100m 정도만 올라서는 정상을 콕 찍고 다시 케이블카로 하산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아마도 시작부터 이미 중국 화산의 "백미"를 경험했기에 몸 고생스럽게 더 가지는 않겠다는...
정상을 밟는 것 자체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았지만, 저 뽀족한 끝에 서서 파노라마로 풍경 감상을 좀 더 하고 싶었는데, 드론만 호강하고 끝내는 걸로...
정말 화산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면, 바로 저 취운객에서 1박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라면값이 그러하듯 허름한 객잔의 가격은 서안시내 호텔 가격보다 비싸다.
하지만, 2,000m 정상의 깜깜한 암흑 하늘, 그 어둠을 서서히 몰아낼 태양의 첫 햇살을 만날 수 있다면야...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자유여행을 와야 할 듯.
나중에 북봉으로 향하면서 만났던 비박족들이 그저 눈물겹게 부러울 뿐이었다.
그래, 다시 오자 꼭!!. 다음엔 카메라는 두고 오는 걸로...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