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중국 서안 05_화산(华山)최고봉 2,155m 남봉

2017.9.21

by 조운

케이블카로 1,900m 고지까지 단방에 올랐으니, 이제 막 산행을 시작한 셈이라 아직 산에 대한 시각적인 첫 충격 외에 이렇다할 경험치가 없다. 걱정마시라, 조금만 움직이면 알게되는 경험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나라는 형성 이래 오랜 세월이 흐른 늙은 지질대가 대부분이고, 4계절이 뚜렷하고 중심 산맥이 해양의 공기(습도)에 노출되어 있기때문에 이미 다양한 풍화의 결과물로 남아있는 상태다. 그래서 흙길도 많고, 수림(조림공사의 영향도 있고)도 풍부한 편.
그래서 으례 산이라 떠올리면 소나무, 참나무가 빽빽한 흙으로 된 오솔길과 더러 여기저기 박혀 있는 단단한 화강암 괴석들이 있는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화산?
그런 산하곤 거리가 멀다.^^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3.15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IMG_2503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잠시후 서봉이 저 아래 내려다 보이는 지점 쯤 되자, 나무 데크가 나타난다

화산은 기본적으로 수림의 밀도가 낮다. 어딜 둘러봐도, 그냥 암반 덩어리들만...
허나 서봉에서 남봉으로 가는 동안 제법 숲이라 할 군락이 있다. 그것도 잠시, 이내 다시 하늘이 열린다.

IMG_2505_Wide1080mark%EB%B0%94%EB%9E%8C.jpg?type=w773

화산 등산에선 천길 절벽 위 마루금과는 되도록 빨리 친해져야 한다는 거...
끝이 보이질 않는 능선의 향연과 아득함에 지구의 크기를 가늠했다면 오버일까?

IMG_0182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데크 끝에 이런 식당이 있다.
근처만 지나도 취두부의 향이 진동을 하는... 이제 왠만한 건 먹겠는데, 취두부 도전은 계속 미루고 있다는...

IMG_0183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음료를 한 병씩 사서 잠시 쉬어간다. 서봉에서 본 진령산맥도 일품이겠지만, 이곳에서 보는 서봉만큼 좋을까?

케이블카 타고, 밥먹고... 사실 산행은 방금 시작했는데, 왜 벌써 지치지?
바람이 어느 정도 있는 이 높은 곳에서 사람들이 가득 모인 머리 위로 드론을 날리는 일은... 더구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을 근접샷과 무빙샷을 시도하는 건 정말 긴장되는 일이다. 마음 뿐만 아니라, 약 15분 정도의 비행만으로도 몸이 천근만근이 된다.

IMG_0181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화산의 방향 지시 표지판

중요한 요소마다 일관된 디자인의 방향 표지판이 서 있다.
한글로도 표기가 되어 있다는 거^^

이 곳에서 북봉으로 바로 갈 수도 있는데, 서봉에 잠시 머물다 다시 서봉 케이블카로 내려가는 코스 외에 북봉까지 간다면 가장 짧은 코스 되겠다. 우린 남봉 정상 화살표를 따라간다. 가장 먼 코스로 화산의 다섯 봉오리를 다 경험하겠다는 뜻...
우리 평생에 다시 화산을 또 올 수 있을까?
그런 마음에서 드론, DSLR까지 이고 진 상태에 위험한 비행으로 심신미약 직전임에도 굳이 가장 먼 코스를 택했던 것...

IMG_0185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IMG_0186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다양한 문파들이 존재했을 거고,
도교를 신봉한다고는 하지만, 종교적인 색채보다는 검술 수련에 매진했다고 알려진 "화산파".
화산파의 흔적인지 아닌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능선을 따라 이렇게 제법 모양새를 갖춘 집 또는 망루들을 더러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여기가 가장 크고 잘 만들어진 곳.

IMG_0187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다섯 손가락 혹은 연꽃 모양의 화산을 타는 재미는 역시 깎아지른 절벽 능선을 따라 걷는 것.
바라보는 각도와 빛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무쌍함을 자랑하는 저 그라데이션들...
모르겠고, 일단 눈이 시리도록 담자^^

IMG_0190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화산의 등산로는 이런 돌계단으로 되어 있다. 시멘트나 돌을 쌓아서 만든 게 아니라 화강암 표면을 깎아서 만들어낸 계단. 거진 비슷하다. 차이라면 깎았던 사람들의 스타일이나 피로도에 따라 계단이 평평하지 않거나 좁거나 너무 촘촘하거나...
이 단단한 암반에 계단 하나 내는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만보가 넘는다는 화산의 전체 계단을 이렇게 정으로 파낼 생각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걸까?
사실 등산시, 나무 테크로 된 계단이든 뭐든 인공적으로 만든 계단은 참 걷기 싫기 마련.
사람마다 보폭이 다른데 일정한 폭으로 놓인 길을 따라가자면 자기 페이스대로 못가게 되고, 피로가 훨씬 빨리 쌓인다. 내게는 화산의 돌계단 폭이 맞지 않았던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별 수 있나, 깎아지른 각도까지는 아니라도 계단 외에 운행할 다른 도리가 없는 곳이 또한 화산이다.

IMG_0191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곳곳에 이런 석각 글귀들을 새겨 뒀다. 돌계단도 파내는데 이쯤이야.
세월에 따라 음각 글귀는 남지만 분명 녹색의 도료는 지워질텐데... 매년 이것만 관리하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뭐 이런, 늘 그렇듯 혼자만의 쓸데없는 상상을 해 본다.
우리 산하에 더러 보이는 석각들은 애초 그랬는지 모르지만, 색을 입혔더라도 다 날아가고 없는데, 그게 더 운치가 있는데 말이다.

IMG_0193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화산은 겨울철을 제외하면 연중 늘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있다. 케이블카의 건립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산보하듯 올라오게 된 것.
이날 이 정도의 등산객은 많은 축도 아니란다. 남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정상이 가까워지자 더욱 좁아지고 인구밀도가 높아진다.

IMG_0198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서봉처럼 남봉도 거대한 바위 덩이 하나가 사람들의 무게를 지탱해 주는데,
정상이라 칭할 수 있는 곳의 면적은 그리 넓지 않다. 빽빽하게 사람들이 서 있으니 더욱...

IMG_0200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오를 땐 걸어가나 내려갈 땐 기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릿지화는 커녕 슬리퍼나 정장 구두도 보이는 상황이니 이 정도 운동화 신은 아가씨는 제대로 화산 등정 장비 갖추고 왔다 할 정도^^

IMG_0205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살면서 가장 높은 곳에 닿은 순간.

IMG_0206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이런 곳에서의 기념샷은 국적을 초월한 본능?^^ 표지석만 오롯히 담아볼 기회 따위 주질 않는다.

IMG_0209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남봉 정상의 앙천지(仰天池)

정상 비석 뒤로는 이런 게 있다.
누군가 동그랗게 바위에 구멍을 내 놓은 모양이다. 입수 출수 따위 없는 통 속 물이 맑을리 만무...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중국분들이 던진 인민폐 속 마오 그림이 퉁퉁 불어 있다.
주위로는 온통 붉은 천과 자물쇠가 철커덩~

실은 앙천지(仰天池)라고 유명한 곳이다. 화산의 북봉에서 어느 정도 오르다 보면 도교에서 말하는 속계와 선계를 구분하는 문이 있다. 이곳도 그 문 안쪽 즉, 천상의 세계 되시겠다. 앙천지는 이런 하늘과 땅을 접속하는... 요새말로 하면 라우터 쯤 된다고^^

IMG_0215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돌 웅덩이 너머는 낭떠러진데, 바로 한 단 아래 또 다른 비석이...
근데 마치 포토존에 선 연애인과 취재진의 열기 같은 시추에이션 벌어지고 있다.

IMG_0213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그냥 놀러온 젊은 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고, 그러거나 말거나 화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이 비석을 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일 뿐이었다는...

대체 저 비석이 뭐길래? "화산논검"
강호의 절대 고수 이야기에 대해서 만큼은, 절대 고수인 김용선생의 작품.
화산을 배경으로 당대의 절대고수들이 펼치는 현란한 무공 스토리라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다. 김용의 절필 선언 이후 발표된 작품이라 위작이니 아니니 말이 많은데 화산의 최고봉에는 이렇게 진품임을 입증이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거대한 비석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나저나 김용선생.... 우리세대의 자율학습 시간을 버티게 해 준 참 고마운 분...^^

IMG_0216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image_2844526001521080275099.jpg?type=w773

남봉 정상에서 바라본 진령산맥의 절벽들

화산의 다섯 봉오리 말고도 주위를 둘러싼 진령산맥의 자태는 카메라를 계속 만지작 거리게 만든다.

IMG_0217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남봉까지 왔다면 이제 북봉길은 동봉을 거쳐야 갈 수 있다.
남봉 정상이나 인근에서 드론을 한 번 더 날려보려 했으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었고,

IMG_0218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안정적으로 비행하면서도 좀 넓은 이,착륙지를 찾아, 남봉에서 조금 밑에 위치한 도교 사원으로 들어왔다.

IMG_0220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이 도관의 가장 큰 건물 앞에 앉아 있는 도사님.
마침 이 도사님과 가이드가 친분이 있던 터라, 허락을 구하고 사진을 담았다.
그나저나 산속에 박혀 있기 아까울 정도로 도사님이 한 인물한다^^

IMG_0222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IMG_0221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도관은 가파른 경사면에 세워져 있음에도 규모가 좀 된다.
방금 도사가 앉아있던 본당? 건물에서 한 단 내려서면 큰 마당이 있어서 여기서 드론을 띄우기로...
그 한쪽 옆에는 숙소? 일반인도 미리 예약을 하면 묵을 수 있다한다.
수련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는 건지... 본인들의 숙소로 지었는데 최근 화산파 입문자가 줄어들어 대중에 공개하는 건지...

IMG_0223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서봉에서의 드론은 가시거리 안에서 운용이 가능했지만, 여기서는 사실 남봉이 바로 보이지 않아서 오로지 모니터로만 운용을 해야했다. 산에 가려질때마다 신호가 흐릿...
다양한 샷을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

IMG_0225_Wide1080_mark%EB%B0%94%EB%9E%8C.jpg?type=w773

도관을 나서는 내리막.
남봉이 가장 높은 봉오리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화산이 봉오리 사이가 가까운 편이면서 내리막과 정상이 반복되는 구조라서 인내심을 자극한다^^.

다음 목적지는 동봉.
서봉이 풍광이라면 동봉은 운치? 낭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중국 서안 04_화산(华山) 최고의 절경, 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