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안 06_화산(华山), 죽음의 장공잔도
2017.9.21
내리막이라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다.
아직 준봉 몇 개를 더 거쳐야 하기에, 내리막이 길어진다는 건 다시 많이 올라야 한다는 것.
더구나 계속 단단한 암반 계단만 걸었더니, 운동화를 신은 발바닥에 통증도 시작되고...
더러 강남 복장을 입은 여성들을 거의 질질 끌다시피 데리고 다니는 남자친구들이 고생하는 장면들 심심찮게 만난다.
니들이 고생이 많다야~
이럴때 유달리 가파른 바위들 사잇길은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폭이라 정체구간이 되기도 한다.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3.15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이런 곳에도 바위 굴을 판 수련의 흔적이...
계단이 아니라면 도저히 다닐 엄두를 낼 수 없을 이런 곳에서 젊은 부부 한 팀을 만났다.
중국인들인데, 서로 챙겨주면서 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셀카로는 도저히 각도가 나오지 않자,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 내 얼굴이 참... 어느 나라에 가도 현지인 같은가 보다. 그냥 다짜고짜 중국어로다가... ^^
이런 곳에 DSLR을 들고 다니다보면 더러 이런 부탁을 받게 되는 법.
대신 내 카메라로도 한 장을 담겠다고 하니, 좋단다. 다짜고짜 영어로^^
멀리 동봉을 향해 힘겨운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대략봐도 30도가 넘는 경사거늘...
멀리서 보면 감히 어떻게 저런 곳을 오를 수가 있을까 싶지만 곧 저길 가야한다.
우리는 먼저 장공잔도로 향한다. 전체 종주코스에서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가는 길이 이미 잔도길^^ 여기도 이렇게 후덜덜하는데 도대체 장공잔도는 어떻게 생겨먹었기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등산로라는 별칭이 붙은 걸까?
저 앞에 장공잔도 입구가 보이는데,
그닥 위험해 보이지는... 그냥 힘들어 보일 뿐^^
선계와 속계의 관문 역할을 하는 '남천문'.
우리는 거꾸로 천계에서 속계로 다시 내려가는 중이다.
화산에 오르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험산이지만 비박 장비와 식량을 챙겨 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 왜냐하면 군데군데 이렇게 매점들이 있고, 항시 문전성시를 이룬다.
사먹어 보진 않았지만, 제법 메뉴도 다양해 보인다. 제일 인기있는 건 역시 라면~
남천문을 지나 잔도로 향한다.
여기서는 실제 잔도에서 사진 찍기가 난망하고, 잔도를 경험하기는 더욱 난망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조작하도록 도와주는 곳.^^
그린 스크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즉석에서 잔도와 합성을 해서 출력해 준다. ㅋㅋㅋ
건물 뒤편은 거대한 바위들이 제법 안정적으로 넓은 공간을 만들어 주는데,
천공의 섬 라퓨타 같은 분위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잘 띄는 붉은 색의 청동 종.
사진이든 뭐든 이 높은 곳에서의 행위들에는 요금이 따르는구나.
요금을 내면 종을 칠 수 있다. 10위안.
그래도 인기가 있다. 꾸준히 누군가 종소리를 이어간다.
덕분에 천공에 울리는 은은한 종소리까지 공짜로 듣는 우리들도 '사운즈 구웃'
종루를 지나 조금 더 바위길을 따라 가면,
한쪽은 가파른 절벽으로 막혀 있고 반대쪽은 천길 낭떠러지로 된 곳에 간단한 목조 건물이 있다.
그 아래로 살짝 고개를 숙이면 한 두사람이 지날 수 있는 구멍 통로가 있는데, 장공잔도로 들어가는 길이다.
구멍을 통해 들어간 사람들은 저렇게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화산까지 왔으니, 장공잔도를 한 번은 경험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모두들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터,
이들이 기다리는 장공잔도는 저 줄에서 절벽으로 난 간이 계단을 수직으로 내려가야 있다.
워낙 위험해서 한 사람씩 안전 장비와 고리까지 걸고 진입할 수 있는데, 비명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다.
여기까기 걸었던 길과 달리 장공잔도 앞은 완전히 개방된 곳이라 바람이 세차다.
정말 자칫 바람때문에 실족이라도 한다면...
고소 공포증 때문에 나같은 사람들은 저기 줄 선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괜찮다. 부끄럽진 않다. 나뿐만 아니라,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바로 코앞에서 시도조차 못하고 그냥 발길을 돌린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고 아까 구멍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비정상이려니 생각하자...
장공잔도에서 바라보게 될 실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
허나 발 아래는 이렇다.
한참 아래 신발, 모자 등등이 주인을 잃고 떨어져 있다. 저 잔해들을 보고도 어떻게 저기 줄 설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건지...
이럴 때 필요한 게 드론 아니던가^^
지체하지 않고 드론 조립.
바람이 조금 있어서 어떨까 싶긴 하지만, 일단 시도.
드론을 띄우고 5미터 정도 올렸나?
그리고 장공잔도를 볼 수 있도록 낭떠러지 쪽으로 한 10미터 보냈나 싶은데, 조종이 거의 불가.
그나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바위는 '바람이 좀 있구나' 였지만,
약간만 더 허공으로 날려보내니 전혀 말을 듣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바람을 타고 가 버린다.
잠깐 사이에 배터리 소모도 급속도로 떨어진다.
문제는 다시 회수를 해야하는데 그것조차 힘들다는...
식은땀이 흐르는데 뭔가 말을 할 수도 없다. 말을 한다해도 누가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인가.
'J'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나 보다. 고소공포가 나보다 더한 J는 내가 선 곳보다 더 멀찌기 뒤로 물러나 있다.
잡아. 내 옷 잡아~
비명처럼 소리를 지른다. 드론을 이쪽으로 최대한 당김과 동시에 손으로 캐치를 시도해 보려한다.
그런데 앞은 천길 낭떠러지. J가 내 허리춤을 잡고 두 발로 지탱해 준다. 난 그에게 의지해서 한 두 걸음 더 절벽쪽으로 들어가고...
팬텀4도 정신없이 휘청이면서 굉음을 내며 최선을 다해 나에게 다가오려 노력 중이다.
그렇게 수분간 대치한 끝에 드론 다리를 휘어잡는데 성공...
숨은 왜 그렇게 헐덕이게 되던지... 드론을 바닥에 내려놓고 일어선다.
5년은 늙어버린 듯한 내 모습을 J가 담았던 모양이다.ㅜㅜ
결국 사람도 드론도 장공잔도를 담는데는 실패...
화산까지 와서 가장 담고 싶었던 건 결국 이렇게 포기해야만 했다. 바람이 잦기를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었다.
좀더 무거운 중형 드론으로 시도해 본다면, 아니면 유인 헬기와 고성능 망원 카메라로 시도해 본다면 모를까, 팬텀4 따위에게 요염한 자태를 드러내주는 그런 쉬운 곳은... 아니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