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2
실은 오늘 한 번 더 드론을 날려야 한다. 그것도 서안의 중심, 1환에서...
어두워지면 의미가 없으니, 어떻게든 해가 떠 있는 동안 도착해야하는데, 화청지에서 빠져나오는 동안 교통 정체를 만나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3.23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보통 그 장소에 가서 버드아이샷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에 따라 드론을 꺼내는데,
이곳은 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반드시 드론샷을 촬영하자고 계획했던 곳이다.
바로 명대 성벽.
시간이 없어서 화청지에서 가장 가까운 동문으로...
역시 대륙의 스케일^^. 4대문이 각각 서안의 랜드마크 되신단다.
4대문의 스케일은 보통 이 정도이고 각각의 문에 따로 이름이 있는데 동문의 이름은 '장락문'~
당나라 수도 서안땅을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하게 구획하고 직사각형의 성을 쌓았는데 각 면의 길이를 센티미터 단위까지 안내하고 있는 표지판으로 확인 가능하다.
어라? 이거 진시황릉의 규모와 거의 같다. 시황제는 정말 죽어서 영생할 자신의 도시를 지하에 건설한 거구만...
4대문 안 교차로의 중심인 종루는 남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고 종루에서 종횡을 따라 직선으로 가면 방향에 따라 4대문이다.
각각의 문은 모두 이렇게 문루와 외각 경비를 위한 각, 그 사이의 광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모양새.
문을 들어서면 거대한 광장이 있다.
마치 중국 사극 영화 속에 있는 듯...
서안의 명대성벽은 전체가 구운 벽돌로 되어 있다. 1,000년 전의 성벽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서 마치 수원 화성처럼,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앞뒤로 문이 있는데, 문 위로는 거대 건물이 자리한다.
외곽쪽에 있는 저 건물은 장락각. 내부는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다.
너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서 오히려 어딜 둘러보나 모두 영화 세트장 같은...
세트장에서 단체 사진 촬영중인 사람들^^
높은 빌딩과 명나라 시대의 유적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 프레임에 같이 잡힌다.
성벽 위는 거의 대로다. 유사시 여러 대의 마차가 고속으로 교행할 수 있도록 한 듯.
성벽 안쪽은 그냥 현대 도시^^.
성벽의 높이가 대략 아파트 4~5층 높이쯤 되는 것 같다. 성벽 안쪽 건물, 그러니까 1환 구역의 건물들은 대략 성벽 안팎 정도 크기, 성벽 외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뭔가 건물 고도 제한이 있는 것 같다.
장락문 성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성벽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곳도 있다.
외국인들이 많다. 특히 자전거 투어를 즐기는 사람들은.
카트 투어로 편안하게 구경하는 서비스도 있는 모양이다.
문루 말고도 중간 중간 망루가 배치되어 있는데,
살짝 외곽으로 튀어 나오는 구조고 은폐 방어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자, 시간이 없다. 위에서 한 번 봐야 하지 않겠는가?
동문에서 남문방향으로 성벽이 꺾이는 곳까지 날렸다가 반대쪽으로 날렸다가...
성벽 안쪽(1환 구역)은 높은 건물이 별로 없고, 바깥 쪽은 해자가 넓게 자리하고 있어서 안정적으로 낮은 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드론 운용이 참 편한 환경이다.
덕분에 신나게 촬영한 듯^^
문루를 중심으로 이런 편의 시설들도 있어서,
하루종일 놀아도 좋을 그런 곳이다.
자, 그럼 장락각, 박물관으로 들어가 보자~
동문(장락문)과 마주보고 있는 이 건물이 장락각이다.
금, 토, 화. 각각의 방위색을 상징하는 글자 주위로 십이지신 동물이 그려진 세 장의 그림이 정면 2층 난간에,
그 아래로는 고관대작 쯤 앉지 않았을까 싶은 병풍형 좌대가 멋진 작품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복층 구조로 된 문루는 거진 나무로 지어졌다.
장락각 2층. 성문 밖 경비 용도의 창 밖으로 길게 이어진 해자가 마치 잘 조성된 수변 공원같은 느낌이다.
이런 풍경이 바로 서안이구나 싶다. 1환과 2환의 경계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풍경에 빠져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다.
3층엔 명대성벽에 대한 문헌들과 현판, 그리고 과거 의상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있고, 명나라 시기를 연상케하는 기념품들도 판매한다.
서안은 타임머신 여행지라면 과장일까?
멈춰버린 1,000년 전의 세상 속에서 여행객들의 시간도 멈추거나 느리게 흐른다.
정말 아무려나, 괜찮았을까...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등소평이 "흑묘백묘"라는 알다가도 모를 소리를 했을 때, 속으로는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인류가 했던 또 하나의 실험이 무너지는구나 싶었거든.
페레스트로이카와 함께 뭔가 기대던 게 허물어지는 듯한...
아마 고프바초프나 등소평은 사상, 이념 이전에 공동체의 행복이 먼저라는 걸 인생 말기에 깨닭은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 선택이 미칠 파급력이 워낙 큰 지도자 자리에 있었다는 게 문제고, 또 정말 행복으로 가는 결정이었을까 싶은 생각은 섣불리 판단할 수 없겠지만.
여러 시대가 공존하는 서안... 그들의 흥망성쇠를 결정지었던 수많은 인물, 사건 전에 정말 도도한 인류사의 흐름이라는 게 특정한 방향성을 획득하고 있는 걸까 하는 회의적 의문이 또 꿈틀거린다.
긴 행복(長樂)으로 들어서는 저 문과 때마침 나타난 흰고양이 덕에 또 쓸데없는 상념 속에 잠시 빠져본다.
오래된 벽돌, 그것도 흑색의 벽돌이 낳는 차분함이 사람들을 들뜨지 않게 만드는 걸까?
여느 관광지처럼 웃고 떠드는 모습보다는 어딘지 좀 숙연하다.
여러 감상을 제공한 명대성벽을 이렇게 떠난다.
잡념들을 다 떠나서 낡은 벽돌 한장한장이 참 아름답다.
과거에는 성내를 오가는 관문이었겠지만, 지금의 교통수단이 통행하기엔 좀 좁다.
대신 이렇게 자동차들이 다닐 수 있는 거대한 길을 장락문 바로 옆, 성벽 아래에 만들어 놓았다. 고대와 공존하기 위해 후세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변형에 핀잔을 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현명하게 과거를 끌어안는 방도를 찾아서 다행이지 싶다.
지금 서안에서 1환은 개발이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불편하고 약간은 구질구질한 형태의 삶이라는 인식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벌어서 2환 또는 3환으로 이사를 나가곤 한다고...
더러 빛 바랜 고즈넉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복잡하고 덜 현대적인 1환으로 역 이주 하는 경우도 있단다.
과거 성내와 바깥은 신분이나 직종의 차별이 현저했을텐데, 격제지감이라기에도 세월이 너무 흐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