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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안 20_서안 야경3 : 대당불야성(大唐不夜城)

2017.9.22

by 조운

여행지의 특성에 따라 준비할 내용들이 좀 있다는 게 지론인데,
바다가 맑고 아름다운 곳이라면 당연히 수영이나 스노클링, 된다면 프리다이빙까지 좀 익혀두면 남달리 본전 뽑을 수 있고,
산수경계가 선경이라면 당연히 튼튼한 하체 근력을 꼭 준비해야 하고,
각각 평소 사용하던 수경, 스노클, 오리발, 등산화 등등의 장비들을 준비하면 금상첨화 되시겠다.

그럼, 서안처럼 여러 시대의 역사와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는 곳으로 갈 때는?
여행의 만족도를 위해서는 평소 잘 걷는 튼튼한 하체는 당근 필수겠고, 누대의 역사나 문화를 구분해 낼 정도의 배경지식을 미리 좀 살펴보고 오면 좋겠다.
그냥 누대의 유명한 "유물"군들이, 각 시대별로 어떤 중요성을 가지고, 어떤 역사적, 현재적 의미를 띄는 지를 같이 살펴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지 않을까?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4.4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비록 출장으로 온 거지만, 마음으로는 '역사적 얼개 파악'을 준비물이라 여기긴 했다.
길게는 황하문명부터 당, 청을 거쳐 민국시기까지의 역사에서 주요 현장이었던 장안(서안)에 대한 맥락만 짚어도 서안은 단순히 볼 거 많은 도시 정도에서, 중국의 역사 속으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도시다.

음... 하지만 너무 방대한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기에...맛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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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불야성(大唐不夜城)
역사 속에서 서안이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흔히 한자문화권이라는 거대한 문화동질성을 지금까지 여러 각국에 남기게 된 것도 바로 당나라 때.
강력한 중앙집권 통치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문화와 예술이, 동시에 지식인이 집결하고 교류하고 퍼져나갔던 문화의 허브, 무역의 허브, 정보의 라우터였던 곳이 당시의 서안이지 않았을까?
大唐 이라고 한 든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는...

우리는 농담으로 "당나라 군대"라고 치부하지만, 그건 망조가 들기 시작한 이후 모든 제국이 겪는 과정의 답습이였고, 태조, 태종, 현종(현종 초기^^) 시기의 당은 그야말로 '대당'제국이었으리라.
그야말로 밤이 없는 곳(불야성)이었을 게다.

대안탑에서부터 자연스레 이어지는 일직선의 거리를 대당불야성이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조성을 한 이유이기도 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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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광화문 앞 장군과 대왕, 부산의 송상현 장군을 중심으로 차도 너머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지만 인물상의 숫자가 비교 불가라는 거...
시민인지, 관광객인지 꽤나 긴 대당불야성 당인(唐人) 거리를 산책겸 둘러보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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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조명을 받은 검은 색 동상들이 명암대비가 막강해서 주는 인상이 남다르지만, 자세히 하나하나 볼 수 없고 표정과 동작들의 섬세함을 가려내기에는 좀 부족한 게 아쉽다.
대당불야성이라고 반드시 밤에 올 필요는 없을 듯.
그래도 당대 명사들의 동상을 비롯해서,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던(지금도 중국인들은 세계의 중심을 중국이라고 여기지만^^)당의 위용을 드러내는 수많은 거대 동상들이 검은 암막을 친 듯한 하늘 아래, 실제 움직이듯 제대로 형상화 되어 있다.
시각적 정보가 완벽하지 않은 밤이 어쩌면 상상력을 자극해서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장점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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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 이백, 백거이를 시작점으로 태조, 태종 등의 황제들 동상으로 로 쭉 이어지다가...
전체 거리에서 가장 밝게 조명이 켜진 곳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이 당나라 테마거리의 마지막이다.
끝이 화려하다. 낮에 와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스케일과 과감한 투자감각을 보니 중국 맞구나 싶은^^
총 8개의 기둥으로 중앙의 동상과 조형물을 감싸고 있는 모양새. 각 기둥은 360도 LED인 듯, 연신 색과 그림을 현란하게 바꾼다.
시대나 계절이 삽시간에 변하거나, 용이 승천했다가 거친 바다가 나타나기도 하는 등, 공간, 시간을 자유 자재로 연출해서 마치 공연무대 장치 같다. 거리에 쩌렁쩌렁 울리는 음악과 음향효과는 각각의 시공간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일등공신~

그나저나 저 꼭대기에 화려한 LED 조명으로 감싸진, 맨 마지막 히어로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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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를 기저에 깔고, 군사와 정치체계의 혁신을 상징하는 듯한 문무백관이 그 위에 다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형물 가장 높은 곳에는 이 거리의 주인공 딱 한 사람이...
그 뒤로는 금색의 둥근 판으로 후광 연출까지.
과연 서안이 결정한 당대 최고의 인물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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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그의 후광 역할을 하는 원판의 뒤에 적힌 글자로 짐작 가능하다.
뒤에 두 글자는 모르겠지만, "개원(開元)"은 현종 제위 때 정한 연호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뛰어난 용인술과 덕치로 백성들을 살찌우는데 노력했던 그의 치세 시절을 흔히 "개원의 치(開元之治)"라 한단다.

그렇더라도 뒤에 가서, 아침드라마형 막장 가족사 한 편 찍으시고, 당을 몰락의 길로 안내한 현종을 이 거리의 주인공으로...?
라기 보다는 대안탑에서부터 시작되는 '대당불야성 당인 거리'를 당의 역사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끝에 현종이 있는 거고, 화려하게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위해 그야말로 불야성의 불기둥^^으로 장식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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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설계자의 의도를 읽으려는 이런 쓸데없는 머리 쓰지 않아도 된다는...
그냥 저 불기둥들이 음향과 함께 시시각각 만들어 내는 장관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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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거리의 끝은...
진지하고 장대한 풍경들이 쭉 이어지다가 마지막에 약간 일관성이 떨어지는 맛이 없잖지만...^^
대당불야성의 야경 속에서 사진을 담을 수 있도록 일종의 포토존으로 마무리 되어있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따꿍"이라고 한다 ㅋㅋㅋ
첫 따꿍과 끝 따꿍의 수미상관은 찾기 어렵지만,
밤엔 전체적으로 어두운 이 거리에서, 이런 밝은 포토존을 한 곳 정도는 둬야...
아이들과 같이 온 여행객들을 위한 깨알 배려라고 좋게 여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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