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2
하루가 참 길다.
보통은 인스펙션 출장을 다녀도 저녁식사 전에 일정을 마무리하게 설계하는 편인데,
우리에게 서안을 둘러볼 시간은 단 이틀뿐.
저녁도 못 먹었는데, 들려야 했던 호텔 한 군데는 그냥 건너뛰어야 할 정도로 빡빡했다.
8시가 다 되어가자, 이게 지금 뭐 하는 건가 싶은...
그도 그럴것이 이날 생일이었던 지라, 먼 타국땅에서 미역국은 커녕 쫄쫄 굶고 있는 현실이 살짝 서러웠던 모양이다.
같은 상황 앞에서 다들 배고프고 지쳐있다. 원래 현재의 고통을 이기는데는 나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 발동보다 좋은 명약이 없는 법.
일부러 일행들을 향해 농을 붙인다.
생일인데, 이거 너무 한 거 아냐?
더 억울한 사람도 있으니, 다들 참자는 의미로다가...
여행기간 : 2017.9.20~23
작성일 : 2018.4.4
동행 : with 'J' & '곡s'
여행컨셉 : 워크숍 및 촬영 인스펙션
저녁 9시쯤부터 계속 전화가 온다.
빨리 마무리하고 들어오라고...
허허 이거 마치 명절때면,
아가, 너도 앉아서 같이 밥 묵자
라고 하지만, 동시에
여기 나물이 없네. 나물 좀 내 오니라. 잡채도 한 접시 더 담고...
이러는... 시댁에서의 며느리와 비슷한 감정이입이...
며느리가 되어 본 적도 되어 볼 수도 없지만, 명절이면 분신술을 쓰던가 참던가 해야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얘기는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으니...
빨리 마무리하고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은 하지만...
내일이면 장가계로 떠나야 하는데, 서안 야경을 오늘 안에 다 봐야하거늘...
그나마 불야성^^이라 늦은 시간까지 안 꺼지고 기다려주는 야경이 고마울 지경인데 말이다.
아뿔싸!!
너무 자주 전화가 오더라니.
저녁도 안 먹었으니 어련히 일정 마무리하면 들어갈텐데, 이상하게 채근을 한다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숙소 호텔 지하 노래방으로 등 떠밀리면서부터, 이 총체적인 불안감의 정체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는...
생일이라고 했던 "망매해갈(望梅解渴)"의 얄팍한 묘수가 이렇게 부메랑이 될 줄이야...
내일부터 진행될 중요한 워크숍 참석을 위해서 중국 각 지역에서 벌써 차이나스토리 식구들이 모여들어서 저녁이 되니 거의 전체가 다 모였던 것.
"내 생일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고는 안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누군가에게 이 거사를 준비시켰던 일일 동행자 최과장만 유일하게 홍일점이지, 아재들만 가득한 이 분들이 벌써 거대한 방 하나를 빌려서는 참 어처구니 없게도, 군대 내무반 같은 분위기 연출하게 되었다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저 케이크가 입장한다.
도대체 저... 장미꽃잎... 저건 어떡할 거냐고... 아, 아재들이 준비한 파뤼란 참...ㅎㅎㅎ
연거푸 몇 번의 "건배".
그리고 누가 따라 주고 잔을 치는지도 희미해지도록 몇 순배의 술이 돌고 말았다.
어떤 아저씨가 내 빰에 뽀뽀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생크림이 내 얼굴에서 흘러 내린 것 같기도 한...
여튼 엉망진창^^
아재들의 떼창 생축 노래로 잊지 못할 생일을 선물 받아서 좋았다... 기 보다는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난처했달까? ㅎㅎㅎ
조조도 더러 지 꾀에 지가 넘어가곤 했으니... 함부로 가소로운 망매지갈 따위 쓰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사실 이날 첨 뵙는 분도 있는데... 멀리서 비행기타고 날아오니 누가 생일이라고 들었던 것일테다.
괜한 말을 해서는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근데 정신줄 확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정이 마무리 된 것도 아니고 내일 워크숍 준비도 한번 더 점검해야 한다.
하이선 호텔(High Sun Hotel, 西安海升酒店) 트윈룸.
우리가 이틀 째 묵고 있는 방이다.
3환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화청지, 진시황릉 병마용, 화산 등 서안 동편 외곽의 주요 명승지로의 이동에 좋고, 가는 길에 대안탑이나 대당불야성 거리로 들어갈 수도 있는 포지션이라 시내 중심보다는 교통면에서 메리트가 큰 호텔이다.
게다가 시내 1환보다는 한적하고 방 규모도 좀 넓은 편.
1환, 그러니까 명대성벽 안으로 진입도 그렇게 멀지는 않다. 서안이 동서로 길쭉하게 생겨서 시내 정중앙인 종루까지의 직선거리는 얼마되지도 않는다.
간단하게 룸 컨디션 파악용 사진이라도 몇 장 담아야지 했는데, 바깥 일정에 밀려 정작 촬영을 하지 못했던 것.
메이크업이 끝난 상태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더 미룰 수는 없다.
취기가 올라오지만, 급하게 자리를 파하고 우리가 묵는 숙소를 담는다.
세미 더블크기의 침대 두 개를 두고도 공간이 널널하다.
그리고 잠시 후 열공, 아니 열심히 내일 프리젠테이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우리들의 전장, 데스크^^
호텔에서 있으나 마나 별로 가치 부여를 안해봤던 데스크가 이렇게 귀하게 쓰일 줄이야...
머시마들이 험하게 쓰는 공간이지만, 턴다운을 마친 룸 상태만 놓고 봤더니 훌륭하다. 정작 다른 호텔들은 유심히 보면서도 우리들 방, 하이선호텔은 오늘에야 겨우 이렇게 간단하게 컨디션 체크까지 마무리해 본다.
자, 이제 한 대의 컴퓨터로 돌아가면서 세 명이서 내일 실전을 위한 최종 마무~으리...